11/18 와디럼에서 1박을 하기까지의 우여곡절

아침에 날씨가 좀 나아지질 바랬으나, 우리방에서의 전망이나 아침 먹는 식당에서나 보이는 것은 안개뿐이었다.
조식은 오랜만에 먹는 호텔 부페라 기대를 했건만 이미 우리에게는 중동빵만 있으면 다른건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게다가 중동 국가인만큼 조식의 꽃인 베이컨은 없었다. 아 돼지고기 먹고 싶다.

아침을 먹고 난 후 짐을 싸서 와디럼으로 향했다.
와디럼은 아라비아의 로렌스덕분에 유명해졌다는데 영화는 본적이 없지만 사막중에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라고 한다.
우리 호텔에서 와디럼을 갈려면 어제 저녁먹은 호텔을 지나 한 30분정도 King’s HWY를 타고 가다가 암만에서 타고 온 Desert HWY를 타고 한시간정도 간 다음에 로컬을 타고 20분정도 간다.
그 중 King’s Highway는 말이 고속도로지 고갯길을 꼬불꼬불 달리는데 안개덕분에 속도는 안났지만 경치는 매우 아름다웠다. 그후 Desert HWY로 들어서고 나서는 높이의 차이덕분인지 더 이상 안개는 없었다.
고속도로를 들어서고 조금 가니 주변의 풍경이 지금과는 다르게 사진에서 본 와디럼과 비슷하게 주변이 바뀌었다..
와디럼 입구에는 visitor’s center가 있었는데, 이곳에서 5키로를 더 들어가야 와디럼이라고 한다.
센터를 가보니 정가로 각종 투어의 가격이 붙어있었고, 우린 우선 우리가 있기가 한 캠프를 찾아보자고 입장료 4디나르를 내고 와디럼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와디럼 어디에서도 우리의 캠프는 알지 못했고 내가 적어간 전화번호는 잘못된 번호라고 나왔다. 결국 다시 visitor’s center로 나와서 물어보니 내가 들고 있던 번호가 한자리 잘못되었던 것이었다. 어렵사리 통화를 하니 우리의 캠프는 와디럼 공원 안이 아니라 15분 정도 외곽에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와디럼 내에는 모래밭이라 사륜만 들어갈수 있어 차를 주차할수 있는 캠핑은 외곽쪽에 있었다.
다시 운전을 하고 와디럼으로 갈라졌던 길까지 나가 다른 쪽으로 가니 우리 캠프 포함 5-6개의 캠프가 한 줄로 쭉 있었다. 그중 맨 앞에 보이는 우리가 있기로 한 Caravans Camp를 찾아 차를 세우고 들어가니 어제까지 Survivor를 찍다가 철수한 것 처럼 개미 한마리 없이 사람들이 덮었던 담요등만 널부러져 있었다.
게다가 사막이면 지금도 따뜻할줄 알은 우리의 무지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아직 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칼 모래바람이 매섭게 몰아쳤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아무리 나오지 않아 다시 비싼 돈을 들여 전화를 했더니 전화를 받는 사람은 주인인듯 한데 다른 곳에 있고 직원이 없냐는 식이다. 어이가 없어 예약을 해놨는데 사람을 받을 준비도 안되어있냐 했더니 비수기라 예약을 하고 안나타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다는 황당한 얘기를 한다.
어안이 벙벙한 나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바로 옆 캠프가 자기 사촌이 하는 거라며 거기에 얘기를 해둘 테니 글루 가라고 해서 황당했지만 옆 캠프로 가니 거긴 직원은 한명 있었지만 캠프가 텅텅비긴 마찬가지였다.
가뜩이나 이 추운 날씨에 텐트 한장 속에서 자기도 겁이 나는데 아무도 없는 곳에서는 못 잘 것 같아 너네 책임도 있으니 cancel 수수료를 물리지 않는 조건으로 안자고 가기로 했다.
그쪽도 손님 한팀 받느니 안 받는게 편하니 순순히 응했고 이미 우리 시간은 3시가 다 되어 갔다. 차라리 와디럼을 간단히 보고 올라가는 길에 잠자리를 찾아보려고 다시 비지터 센터에 갔으나 이미 시간이 늦어 투어하기는 어려웠다.

안개로 가득한 페트라

오랜만의 조식부페지만 먹게되는건 중동빵
안개가 조금 걷혔을때의 페트라
와디럼 가는 길, 가도가도 사막의 길~
visitor's center가 있는 와디럼 입구. 여기서부터 더 들어가려면 인당 2디나르를 내야 한다.
센터에서 와디럼까지 들어가는 5키로의 길
중동내내 많이 봤지만 역시 진짜 사막오니 낙타가 참 많다. 도로 사인판도 낙타조심

페트라 떠나온지 세시간만에 찾은 우리 캠프, 하지만 상태는..

이것저것 꼬이는 일들에 짜증이 난 나는 어차피 여기서 보이는 풍경이나 나를것도 없을 사막 풍경인데 그러면 그냥 올라가자고 해서 고속도로를 타는 방향으로 나가다 보니 사전조사할 때 와디럼에서 제일 나은 곳 중 하나로 나온 Bait Ali라는 캠프가 보였다.
이곳도 역시 캠프이지만 수영장도 있고 다른 캠프보다는 많이 낫다고 해서 방 가격을 알아보려고 들어가니 우선 따뜻한 차를 한잔씩 대접하는게 역시 응대에 능숙했다.
매니저인지 주인인지 하는 서양인 아줌마는 얼마냐는 나의 질문에 우선 방부터 보라면서 보여줬는데 객실 타입은 세가지가 있었다. 첫번째는 텐트이긴 하지만 아까 보고 온 곳들과는 비교도 안되게 우풍이 적어 보이는 두툼한 텐트였고, 두번째는 화장실이 없는 목조건물, 세번째는 화장실이 딸린 작은 별채들이었다.
가격은 55,70,80 디나르로 절대 안 깍아 준다는 것을 돌아가는 척 쇼를 하다가 화장실 딸린 방을 70으로 깍아 자기로 했다.
가격이 매우 비쌌지만 이곳 말고는 와디럼에서 이 시즌에 잘만한 곳을 찾기도 힘들 것 같고 아침과 저녁까지 포함된 가격이기에 눈물을 흘리며 방키를 받아들었다.
어차피 방이라고 해봤자 코딱지만한 건물에 싱글 침대 두개에 화장실만 덩그러니 있기에 짐만 갔다가 넣어두고 우리가 차를 마신 식당 겸 카페 공간에서 무료 인터넷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신호는 다소 약했지만 사막에서 인터넷이 된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우리는 실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와디럼은 꽤나 추웠다. 매니저 아줌마는 심지어 내가 긴팔 하나 없이 얇은 긴바지에 반팔티만 입고 여기까지 왔다는 얘기에 놀라워했다.
인터넷을 하다 보니 사막의 어두움은 냉큼 찾아와 저녁시간이 되었고 fireplace에 불도 피어줘 이제야 따뜻해 지나 했지만 불 냄세만 날뿐 온도에 변화는 없었지만 사람들이 투어를 끝내고 돌아오는지 꽤 북적해졌다.
저녁은 샐러드등 차가운 음식들에 서너가지의 따뜻한 음식이 있는 단촐한 모습이었지만, 음식이 너무나 맛 있었다. 특히나 밥위에 얹져먹는 따뜻한 미트볼은 호텔 레스토랑 부럽지 않게 너무 맛 있어 몇접시 가져다 먹었다.
밥을 먹고 나니 삼삼오오 자기 방으로 돌아가고 우리도 우리방으로 갔다.
식당에서 방으로 가는 길에 본 하늘의 아름다운 모습은 인도 삼라의 와일드플라우에서 이후 두번째 잊을수 없는 밤하늘인듯 하다. 맑은 하늘의 빼곡한 별들이란..
역시 히터 같은 전열장치는 아무것도 없어 꽤나 추웠지만 그래도 매서운 사막바람을 막아주는 방안에서 이불위에 담요까지 덮고 옷 다 입고 자니 코끝은 약간 시려웠지만 그리 고생 안하고 잘 수 있었다.

외관부터 범상치 않은 바이트 알리

바이트알리의 만남의 장소이자 식당이자 카페인 공간 wifi도 된다

추위와 굶주림에 떨던 우리에게는 1류 식당 부럽지 않았던 저녁식사, 그러고보니 점심도 안먹었구나



아늑하고 아담했던 우리의 객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