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5 자지라 항공을 타고 요르단 암만으로

얼로프트에서 편안한 일박을 하고 새벽 일곱시에 일어나 공항으로 향했다.  아부다비공항은 세개의 터미널이 있는데 1과3은 메인 터미널로 붙어있지만 우리가 타는 2는 저가용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우리에게는 다행히 렌트카 반납하는 곳이 쌩뚱맞게 2에 붙어이어서 어제 답습한 덕분에 헤메지 않고 차도 잘 돌려주고 터미널로 향햇다.
한국으로 소포를 하나 보낼까 하고 우체국을 알아보니 터미널1에 있어 탑승수속후 거기까지 갔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요르단 가서 부치기로 하고 다시 들고와서 출국 수속을 마쳤다.
고맙게도 터미널2에도 프라이오리티 제휴 라운지가 있어서 보딩시간까지 여유롭게 커피한잔하며 있을수 있었다.
이곳 라운지는 메인이 아니라 그런지 시설은 별게 없었지만 사람들은 매우 친절했다.
여기서 우리가 탈 비행기는 이름도 생소한 자지라항공이다.
자지라 항공은 쿠웨이트가 거점인 저가 항공으로  벌써 생긴지 사년이나 되었다고 이번에 사주년 세일을 해서 한명당 오만원에 세금포함 끊게 되었다.
너무나 싸고 세번중 두번은 에러가 나는 살짝 허접한 홈페이지 때문에 비행기는 괜찮은지 걱정이 되었지만 뭐 우리에겐 가격만 싸면 장땡이다.

탑승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들어가니 우리의 우려와는 달리 비행기는 너무나 좋았다. 심지어 고아에서 우리가 타보고 좋아서 입이 떡 벌어진 에어아라비아보다 더 새것이고 깨끗했다. 저가항공만 타봐도 우리가 중동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했는지 알수 있었다. 우린 아부다비에서 지라의 허브인 쿠웨이트를 경유해 요르단 암만으로 갔다. 
쿠웨이트 공항은 UAE보다는 인도에 가까울 만큼 약간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많이 나쁜 싱가폴 창이 공항 분위기라고나 할까.
암튼 한시간 정도 기다린 후 다시 비행기를 타고 암만까지 가니, 요르단 시간 세 시가 다되어 암만 공항에 내리니 우선 비자를 구입해야 했다. 무비자는 아니었지만 공항에서 비자 fee만 내면 입국에 문제가 없으니 좋았다.
가격은 둘이 합쳐 삼십불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큰 불만은 없었지만 요르단 디나르로만 내야해서 바로옆 은행에서 그닥 좋지 않은 환율로 딱 비자가격+예상 교통비만큼만 남은 uae돈을 환전했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아 공항을 나오니 때마침 바로 출발할려는 공항 버스가 있어 올라탔다.

만원 정도의 돈을 내고 공항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은 uae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달랐다.
조금더 낙후 되어보이는 길과 집들이 풍경들 안에서 가장 신기했던 건 지나가는 차 중 열에 일곱 정도는 현대 아니면 기아였다.
한국차량이 이렇게 압도적으로 많이 보이는 시장은 한국말고는 처음이라 매우 신기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현지 판매도 많긴 하지만 한국에서 중고차를 대량 수입하는듯 보였다.
암튼 사십분 정도를 달리는 중간 중간에 시내버스처럼 사람들을 태우고 내리고 하더니 종착지점인 아브달리 버스 터미널에 내렸다(고 우리는 생각했다.)
터미널에 내리니 몇몇 택시 운전수들이 달라붙어 뿌리치고 방금 들어온 택시를 붙잡고 호텔이름을 대니 모르는 눈치라 삐끼에 몸을 맡겼다.
얼마냐는 나의 질문에 걱정말라고 미터로 간다던 삐끼운전수는 암만봐도 론리플레닛 지도상 매우 가까워 보이던 거리를 왠지 뱅글뱅글 돌아가는듯 하더니 암튼 매우 칙칙해 보이는 암만의 다운타운 한복판에 있는 우리가 있을 팔레스호텔 앞에 내려줬다.
미터기로 3.60정도 나와서 십 디나르를 줬더니 2디나르를 돌려줘서 왜 이것밖에 안주냐는 말에 원래 이거라고 너네 호텔가서 물어보라는 너무나 당당한 태도에 인도부터 워낙 미터와 다른 요금이 많았던지라 어리버리 호텔로 들어갔다. 체크인을 하면서 물어보니 역시나 사기였다.
우리가 그동안 uae에 너무 편히 있었구나 하는것을 통감하며 마인드를 다시 인도시절로 되돌리자고 굳게 다짐했다.

(당시 환율로 1디나르는 약 1600원이었다)

익스피디아에서 암만에 호텔을 예약할때 가장 싸게 나오는 호텔중 평이 괜찮아 세금과 아침포함 37달러에 예약하고 온 이곳은 그동안 가본 수많은 팔레스가 이름에 들어가 있는 호텔중 가장 후졌다. 예약하고 나중에 론리플레닛 책을 보다보니 암만에서 가장 추천한 호텔이던데 내 책이 인도 파하르간즈에서 산 2006년판이라 그동안 닳았는지 이 가격을 하는 호텔 치고는 객실이나 모든 시설이 너무나 낙후된 느낌이었다. 이 호텔은 dorm방식의 shared room부터 다양한 객실이 있는듯 했는데 우리가 익스피디아에서 예약한 방은 다른 선택없이 가장 좋은 방이었음을 나중에 LP책을 보고 알게 되었다.
방에는 13인치 정도 되는 tv에는 위성도 달려있었으나 냉장고는 커녕 뜨거운 물도 시간에 따라 아침저녁으로만 잠깐씩 틀어주는듯 했고 그마저도 샤워기 꼭지가 엉망이라 물이 졸졸졸 한줄로 떨어지다시피 했다.
테라스도 있지만 창문이 이가 안 맞아 다운타운의 소음이 모두 그대로 방으로 유입되었다.
좋은 점이라면  에어컨과 히터 모두 되는 벽걸이가 붙어있어 춤지는 않다는 것과 시내 중심에 위치해 나가면 걸어서 많은 것을 할수 있다는 것 그리고 꽤나 친절하고 도움이 되는 아줌마가 프론트에 있다는 정도였다.
너무나 실망한 나에 비해 달룡이는 그나마 덜 싫어해서 다행이었다.

체크인을 하고 나니 다섯시가 넘어서 해가 지고 있었다.
두바이에서도 짧은 해였지만 이곳 오니 더욱 짧아진듯했다.
시간상 멀리 가거나 관광을 하긴 어려워 보여 다운타운을 구경했다.
한도시의 다운타운이라기엔 많이 암울하고 살짝 어딘가 테레비에서만 본 동유럽+팔레스타인의 느낌이 나는게 당연히 중동은 춥지 않을거란 우리의 막연한 생각과는 달리 많이 을씨년스러웠다.우선은 현금이 필요해 atm을 찾아 스탠다드차터드를 갔다.
제일은행 카드가 sc은행마다 저렴한 수수료로 가능하면 좋겠다만 현실은 아예 찾을수가 없으니 시티뱅크 카드를 넣었다. 하지만 제휴안된 카드라 하여 근처 조르단뱅크에 가서 찾았다. 
다운타운에는 별건 구경거리라고는 시장같은 분위기말고는 딱히 없었지만 식당 등이 많이 널려 있어 우선 바로 짠 오렌지주스를 천원 정도 내고 하나 사 마시고 근처 식당으로 들어갔다.

로티세리 치킨 반마리와 fries 등이 함께 나오는 세트를 시켜 이른 저녁겸 간식으로 먹었는데 무엇보다 함께 준 피클이 너무나 맛 있었다.
오이 뿐 아니라 무와 고추도 들어있는 이 피클은 특히 무가 한국 치킨집에서 주는 무와 맛이 비슷해서 오랜만에 너무 잘 먹었다.
밥을 먹고 다시 방에 쉬다 보니 시차때문인지 아부다비에서 일찍 일어난 덕분인지 잠이 들어 밤 늦게서야 일어났다.
밤 늦게 먹는 UAE를 기대하고 11시쯤 나가보니 그 벅적거리던 다운타운의 매장들은 대부분 문을 닫아 있었고, 다행히 한 곳에서 사람들이 접시에 든 것을 사 먹는것을 발견하고 가보니 파운드 케익같은것에 시럽을 올린듯한것을 먹고 있어 사서 방으로 돌아왔다.
알고보니 이곳은 Habibah라는 유명한 디저트집으로 조금 달긴 했지만 이 시럽과 치즈가 풍부한 디저트는 너무나 맛 있었다.
하지만 다른 먹거리를 찾는데 실패한 우리는 굶주린 배를 당분의 힘으로 달래며 잠이 들었다.

 우울한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아부다비 공항의 저가 전용 터미널2. 터미널1과3은 삐까번쩍한다.

그래도 버림받은 터미널2에도 priority pass 제휴 라운지가 있었다. 사용하는 사람들은 우리뿐

우리가 탄 자지라 항공 비행기.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비교하는 두가지 커버로 된 자지라항공의 기내잡지. 저가항공에 걸맞지 않게 취항하는 각 도시의 된장정보와 고급 호텔 정보로 이뤄져 있는게 대조적이다.

너무나 깨끗한 저가항공 같지 않은 내부. 자지라나 아라비아나 너무 좋다.

어수선한 분위기의 쿠웨이트 공항.

쿠웨이트에서부터 암만까지의 날아간 경로.


요란스럽고 지저분한 요르단의 비자. 1인당 10디나르로 굳이 요르단 돈으로 내야한다.


암만의 공항버스. 시설이 딱히 좋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기준이 어디냐따라 나쁘지도 않다. 다만 시내버스처럼 가면서 계속 사람을 내려주고 태우고 한다 

암만의 시내.

다운타운의 모습

사진으로는 잘 표현이 안되는 우울한 팔레스호텔의 객실

다운타운의 한 주스가게. 중동을 돌아다녀보니 이런 주스가게들이 참 많다. 가격은 보통 한잔에 천원정도.

다른것 다 떠나서 피클이 최고인 식당

암만에서 줄 서서 먹는 Habibah의 디저트. 좀 달지만 참 맛나다


 

모두들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