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7 인디아나존스의 페트라를 가다

아홉시쯤 아침을 먹고 있으니 렌트카 회사에서 직원이 우리를 데리러 왔다.
그 차를 타고 십오분 정도 가니 암만의 부촌같은 느낌의동네에 사무실이 있었고 친절한 사장님 덕분에 수월히 차를 빌렸다.
차는 토요타 코롤라였는데 중동형 차량인지 앞모습이 낯선 스타일이었다.
외관의 스크래치등을 체크하려고 하니 그럴 필요없다고 자기네가 어디어디 상처 있는지 다안다는 전혀 신뢰가 안되는 말을 했지만 워낙 여행책마다 칭찬이 자자하 업체이길래 보험도 포함이겠다 그냥 탔다.
uae에서 렌트했던 차들과는 달리 꽤나 옵션이 빵빵한 차로 나중에 생각해보니 다른 나라에서 타던 차를 중고로 사와 렌트카로 쓰는듯했다.
기름을 바닥으로 줘서 우선 옆에 있는 주유소로 가서 기름을 넣었다 기름은 800~1천원 정도로 uae나 오만보다는 비싸지만 우리나라 생각하면 상당히 탈만한 수준이었다. 
기름을 넣고 설명을 들은대로 유턴을 해서 페트라 가는 쪽으로 꺽으니 아까 우리를 태워왔던 직원이 가는 방향인 공항까지 태워달라고 해서 어이없게 렌트카직원을 태워주게 되었다. 하지만 덕분에 표지판도 잘 안되어 있는 시내에서 고속도로 타러 가는 길을 헤매지 않고 잘 찾아갔다.
렌트카 직원은 이 나라는 이집트애들이 허드렛일을 많이 하는데 걔네가 일을 똑바로 안 하고 손버릇이 나빠 문제라는등 흥미로운 얘기를 해주며 이십분 정도를 같이 갔다. 가는 도중 갑자기 비가 와 차 와이퍼를 켜니 한쪽 와이퍼가 뚝 떨어져 날아가 직원이 가서 줏어왔다. 상당히 미안해가며 차를 가서 바꿔주겠다길래 이미 시간이 꽤 늦어 열두시가 다 되어가 페트라 도착시간이 더 늦어지면 오늘 관광을 못 할수도 있어 됐다고 했다.
공항 갈라지는 고속도로 중간에 그를 내려주고 우린 두어시간을 더 달려갔다. 기본적으로 고속도로는 유료도로가 아니라 돈은 안내서 좋았다. 다만 고속도로보다는 국도같은 느낌으로 주유소도 잘 없고 휴게소라고는 간식이나 음료 파는 가판대들이 주루륵 있고 했다.
남북으로 가는 메인 길은 세개가 있는데 그중 dead sea highway, king's highway는 경치는 좋지만 느리다 하여 desert highway라는 나름 곧고 쭉 뻗어 있어 110정도로 달릴 수 있는 이 길로 갔다.
우려와는 달리 차도 많지 않고 운전도 수월했다. 다만 날씨가 갑자기 소나기가 오다말다 해서 가뜩이나 부실한 와이퍼를 가지고 고생을 좀 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국도를 이십분동안 달리는 동안에는 안개가 자욱해 전혀 앞이 안 보였다. 하지만 다행히 도착하고 나서는 날씨가 좀 개었다.


팔레스 호텔의 로비 겸 아침식당과 잼 발라 먹기 세계 최고의 아침빵, 중동빵!

3일간 우리와 함께 할 이 동네 디자인의 토요타 코롤라


개었다 흐렸다 하는 변덕 심한 페트라 가는 길의 날씨와 풍경

와디무사 시내 풍경

시간이 두시쯤 되어서 우선은 페트라로 달려가 주차를 하고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외국인 관광객 전용 식당들로 즐비한 페트라 앞은 그 어디도 싸지 않았고 돈 아깝지만 어쩔수 없이 피자 한판을 사서 먹었는데 다행히도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거의 유럽 물가 빰치는 가격이었다.
밥을 먹고 페트라를 입장하려고 하니 또 날씨가 갑자기 나빠져 비가 미친듯이 와서 우비를 하나씩 사입게 되었는데,
비닐주제에 깍아도 개당 5천원밑으로는 절대 안 떨어졌지만 어쩔수 없이 사게 된 우비는 다 알겠는데 뒤에 중국어로 뭐라고 지저분하게 써있고 Wang이라고 크게 적혀 있어 우리를 매우 중국인스럽게 만들어줬다.

다행히 페트라 초반에만 비가 오고 뒤로는 안 와서 관광에 큰 지장은 없었다. 페트라는 아름다우면서 신비한 지형에 예전 이쪽 지역을 다스리던 나바티안족이 동네를 만들어 살면서 오가는 상인들에게 사실상 삥을 뜯던 곳이다.
우리를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는 인디아나존스3 마지막 부분에 holy grail을 찾으러 들어가는 곳으로 더 알려졌는데 단지 그곳만 생각해본 우리에게 페트라는 참으로 넓었다.
이미 그 영화에 나오는 페트라의 심장과도 같은 Treasury까지 들어가는데만해도 이십분 넘게 걸어야했다. 입구 초반에 말과 마차들이 있길래 저건 왜 타나 했더니 돌아갈 생각을 하면 이해가 갔다. treasury에 가기 전까지도 수많은 계곡과 유적들이 너무나 아름답게 펼쳐졋다. 좁은 협곡들은 예전 나바티아인들이 삥뜯기 좋은 환경을 자연적으로 만들아줬겠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하지만 역시 하이라이트는 보물등을 보관한 treasury라고 잘못 알려진 원랜 무덤이라 하는 건물이었다. 인디아나존스뿐 아니라 최근에는 트랜스포머2에도 나온 이곳은 여기 기대대로 대단했다. 다만 입구만 있고 안으로는 들어갈수 없다는게 아쉬웠다. treasury를 보고 그 뒤로도 노천극장 및 무덤등이 더 펼쳐졌다. 다시 걸어나오는데만 한시간 가까이 걸리는 이 웅장한 이곳은 개인적으로는 그랜드캐년보다 훨씬 멋졌다. 페트라를 다 둘러보고 나오니 다섯시쯤 되었고 우린 차를 타고 호텔을 찾으러 갔다.

말이 필요없는 페트라의 경치들



우리가 예약한 movenpick은 페트라 바로 앞에 한개가 있고 나머지 한개 있는 우리 호텔은 잘 아는 사람이 없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나온 가격+페트라 경치가 멋지다는 얘기만 듣고 예약을 했는데 호텔 홈페이지 포함 정확하게 위치가 나온 지도는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물어물어 찾아가니 페트라가 있는 와디무사라는 동네라는 말이 무색하게 꽤나 언덕위로 십오분 정도덜어져 있었으며 근처에는 매리어트를 포함해서 호텔 세네개가 더 있었다. 사인판도 없는데다가 언덕위로 올라오니 다시 안개가 심해져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어서 찾는데 고생을 했다.
처음 와보는 뫼븐픽호텔은 홀리데이인같은 가족형 호텔 분위기가 물씬 났다. 체크인을 하는데 고맙게도 오버부킹이 되었는지 가뜩이나 싸게 온 우리를 suite로 업그레이드를 해줬다.  덕분에 테라스도 있어 페트라도 안개가 걷히는 간간히 내다볼수 있었으며 방은 별건 없어지만 그래도 거실과 침실이 분리된 넓은 공간과 무엇보다 네스프레소 기께와 캡슐이 놓여있어 간만에 맛있는 커피를 마음껏 마실수 있었다.
하지만 일반 객실이라면 꽤나 가격대비 실망스러울 것 같은 수준의 좀 낡은 호텔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너무나 과분한 suite가 된 덕분에 너무나 좋았다.
전망은 원래는 페트라가 눈 앞에 펼쳐져야 했겠지만 워낙 안개가 심한 날씨라 안개가 걷힌 잠깐잠깐 동안만 살짝 볼수 있었다.

저녁을 먹으려면 와디무사 시내로 나가야 하는데 거리가 꽤 있어서 고민하던 중 방도 좋은데 줬는데 호텔에서 한사람당 23디나르 한다는 부페를 먹을까 하는 유혹에 빠졌다.
하지만 호텔 분위기로 봐서는 영 대단치 않을것 같은데 우리에게 가격은 센 편이라 고민을 하다 보니 근처 메리어트가 생각이 났고 전화번호를 찾아보려고 론리플레닛을 펼쳤더니 이곳에서 10분정도 페트라 반대 쪽에 있는 호텔이
원주민들의 동굴을 개조해 만든 호텔이라며 극찬을 해놨길래 관광삼아 가볼까 하고 저녁가격을 알아보니 택스포함19로 우리호텔보다 가격도 괜찮아 가게 되었다.
Taybet Zaman이라는 이 호텔을 찾아 가니 페트라에서는 결과적으로 30분 정도 떨어져 있어 가깝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어차피 렌트카를 할 생각이었으면 방 가격이라도 알아볼걸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운치와 멋이 있었다.
동굴스러운 느낌이 살짝 인도의 님라나 생각도 나는것이 우리호텔은 물론이고 와디무사에서 본 다른 호텔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레스토랑 역시 그런 분위기가 잘 살아 있었고 중동 음식 위주의 부페는 나쁘지 않았다. 특히 고추잡채와 비슷한 요리가 아주 맛났다.
밥을 먹고 대체 방은 얼마나 하는지 알아보려고 리셉션을 찾아갔는데 그곳 직원의 거만한 행동과 말투에 고맙게도 이호텔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
역시 호텔을 잘 만들고 그것을 유지하며 운영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movenpick 호텔의 로비와 객실, 특별한 건 없다


화장실도 별건 없지만 사해의 머드로 만들었다는 샴푸제품들이 상당히 좋았다
깜찍한 중동 색채가 강한 슬리퍼
안개 자욱한 view 그나마 조금 페트라가 보일때
and 무엇보다 좋았던 네스프레소

저녁을 먹은 Taybet Zaman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