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7/10 드디어 아일랜드 탈출! (2/2)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차가 있는 동안 딱히 가볼 곳도 없기에 선택하게 된것은 아울렛. 아일랜드의 유일한 정상 규모의 아울렛은 Kildare Village라는 곳으로 동명의 촌동네에 위치하고 있었다. 더블린에선 한시간이 조금 덜 걸리는 곳이었지만 아일랜드가 워낙 작은 나라기에 지도상으로 보면 꽤나 내륙에 있었다. 분위기는 영국의 Bicester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55개 매장밖에 안되는 규모니 브랜드는 많이 빠진다.
암튼 아울렛에서 시간을 보내고 근처 동네에서 맥도날드가서 밥을 먹고 공항으로 향했다. 아일랜드의 고속도로는 돈 받는 구간이 있었는데 공항과 더블린을 잇는 고속도로도 유료였다. 다만 톨도 없고 비그넷같은 스티커도 없고 유료 고속도로를 이용한 후에는 온라인 또는 가까운 편의점 등에서 차 번호를 대고 사용한 일자에 맞춰서 돈을 내면 되었다. 한마디로 지네가 돈 들을것은 거의 안 쓰고 돈은 걷어가겠다는 아주 거지같은 시스템이었다.  E-flow라고 불리우는 이 시스템은 고속도로를 탄 다음날 밤 8시까지 돈을 내야 했는데 어젠 상대적으로 늦은 시간이라 이것을 이용해서 갔지만 오늘은 3유로를 또 내는게 아까워 톨로드를 피해 천천히 갔다.

차를 사무실에 리턴하러 온 더블린 공항은 벌써 4번째 우리가 다니며 가장 많이 오게 된 공항이 아닌가 싶은데 이젠 사태가 패닉상태를 벗어나 공항은 텅 비어 있는게 마치 문닫은 곳 같았다. 남미인들로 보이는 사람들만 몇몇이서 장기 노숙에 들어가 카트에 자기네 짐을 싣고 땅바닥에 누워 있었는데 과연 저 사람들은 언제나 비행기를 탈수 있을지..
차를 리턴한 후 공항내 신문파는 곳에 가서 고속도로 톨비를 내고 친숙해진 시내 버스를 타고 시내로 돌아왔다. 공항안에 있던 tourist information desk 말로는 시내에 가서 택시를 타던지 버스를 갈아타면 페리로 갈 수 있다고 했는데 다운타운에 내려 버스 노선표를 보니 페리터미널로 바로 가는 버스는 오전에 두 편만 있어 우린 페리까지는 안 가고 그 근처로 가는 버스를 잡아타고 근처가서 내려 걸어가기로 했다. 그 버스엔 우리 말고 페리를 타러 가는 사람이 두명 더 있어서 내려 같이 걸어 갈수 있었는데 그 거리가 꽤 멀었다. 가다 보니 어디선가 나타나 페리를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이 한두명씩 더 생기고 그중엔 몰골이 말도 안되게 바퀴는 다 망가진 트렁크를 질질 끌며 가는 사람을 보니 정말 탈출하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타게된 Irish Ferries라는 회사말고도 P&O등 페리 회사가 몇개 더 있었는데 터미널은 와서 표를 사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었다. 그리고 발빠르게 특별편을 만든 회사도 있었는데 그중 한 곳은 페리+런던행 버스표를 패키지로 80파운드에 팔고 있었다. 우린 아직 런던가는 교통편을 못 구한 상태라 차라리 아침에 여길 와 볼 것을 하는 후회가 들었지만 이미 페리 표는 샀고 이곳은 버스표만은 따로 안 판다고 하니 방법이 없었다.
어쨋건 우린 우리 배 출발 시간에 맞춰 배에 올랐다. 이젠 이런 페리 타는 것에 꽤 익숙해져 우린 테이블에 냉큼 자리를 잡고 3시간 배를 타고 영국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내내 어떻게 하면 오늘 밤에 갈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배 안에서 용기있는 사람들은 런던까지 가는 라이드를 구한다고 피켓까지 만들어 들고 서 있었는데 수줍음이 많은 나는 차마 그러지는 못 했다. 홀리헤드의 숙박은 이미 비싸 우린 갈 엄두도 못 냈고 페리터미널에서 노숙을 한다고 다음날은 갈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상황이 상황인만큼 머리 잘 돌리는 버스회사에서 특별편이라도 증편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게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암튼 증편된 버스편이 있더라도 자리는 한정적이고, 이 배를 탄 탈출자들은 배 안에서도 전부 입석일 정도로 많으니 우린 배가 정박하자마자 거의 1등으로 밖을 향해 뛰어갔다. 아일랜드에서 영국 들어 오는 길은 별다른 입국수속이 없어 매표 하는 공간까지 미친듯이 뛰어갔는데 이미 그곳에는 다른 배를 타고 들어온 사람인지 이제 아일랜드로 갈 사람인지 암튼 노숙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우린 가진 파운드가 없고 현금은 남은 70유로정도가 전부라 atm을 들려야 했는데 유일하게 하나 있는 atm기계는 이미 현금이 동나버린 상태였다.

우리와 함께 뛴 선두그룹에서 좀 똘똘해 보이는 사람들을 따라서 우리도 바깥으로 나와봤지만 호객을 하는 버스따위는 없었다. 게다가 선진국이라 호객행위가 금지되어 있는지 택시들마저 엄청 소극적이었다. 여기가 워낙 오지라 버스가 없으면 5명 정도 모여 가장 가까운 도시인 Chester까지는 택시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은 나의 바램이었고, 그런것은 전혀 보이지도 않았다. 꽤 넓은 규모의 주차장을 3바퀴나 돌아봤지만 우리가 탈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 유일한 희망은 아까 예약에 실패했던 버스를 기다려보고 행여나 남은 자리라도 있을까 하는 바램이었다. 하지만 12시50분이라고 봤었는데 1시가 한참 넘어도 그런 고속버스는 보이지 않았다. 버스 정류장처럼 보이는 곳 아래에 우리 말고도 희망을 갖은 몇몇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해 30분 정도 있으니 여기저기서 많은 인파가 모여들었지만 기다리는 런던행 버스는 나타날 기색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 아무 표시 없는 전세버스 한대가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길 건너 멀리 정차했다. 이미 대절되어 온 관광버스인지 다른 용도의 버스인지 아무도 알수 없었지만 그쪽으로도 사람들이 몇명 몰리기 시작했고,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않아 보이는게 우선 달룡이는 놔두고 나 혼자 그쪽 버스로 갔다. 무슨 비밀이라도 되는듯 그쪽 사람들의 대화는 속닥속닥 조용히 이뤄지고 있었는데 나도 거기 껴서 운전수로 보이는 사람에게 런던행 버스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했다. 내가 2명 자리는 있냐니까 지금 예약이 되어 있는 사람들 몇명이 안 보인다고 조금 기다려 보라고 했다.
운전수 아저씨의 기다려보라는 한마디는 그 어떤 말보다도 달콤했다. 일단 달룡이도 어서 이쪽으로 오라고 불러두고 우린 버스 문에 바짝붙어 선두그룹을 유지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가격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자리가 있을지도 알 수 없었지만 아무리 봐도 이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렇게 입술이 바짝마르는 10여분을 보내고 사람들을 한두명씩 태우고 있었다. 이미 예약을 한 사람들은 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보다 먼저온 눈치빠른 사람들이 몇명 탑승하고 우리 자리는 갈 수록 희미해졌다.  우리에게 큰 짐이 없다는 것이 다시한번 고마운 상황이었다.  우리 앞에 서 있던 한 흑인 모녀는 인당 40파운드라는 얘기에 깎아달라고 했다가 한마디에 거절당하고 뒤로 밀리고, 더이상 자리가 없을것 같은 느낌이 든 난 다급해져 우리는 안되냐며 다시 목소리를 내니 운전수 형아가 감사하게도 우릴 선택해줬다!

버스에 오르면서 달룡이는 먼저 들여보내고 내가 꼬깃꼬깃 동전까지 다 털어 70유로를 꺼내 보이며 이것밖에 없다고 했는데 고맙게도 그것만 받았다. 만약 안되면 가다가 다른 atm에서라도 주겠다고 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너무나 고맙고도 눈물나는 순간이었다. 차는 회사차량이고 빈자리는 비공식적으로 자기네가 먹는 돈인것 같은데 뭐 우리로써야 아무래도 좋았다. 아마도 돈도 먹을만큼 먹었겠다 다시 우리 내리라 하고 딴 사람 태우며 시간을 보내느니 어서 출발하자는 심산이 아니었을까 싶다.
기적적으로 우리 자리는 마지막 남은 두 자리로 맨 뒷줄에 그것도 밤새 떨어져 앉아서 오게 되었지만 이 자리라도 잡았다는 것이 완전 꿈만 같았다. 우리를 끝으로 버스 문이 닫히고 안타까워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빛을 뒤로 한채 우린 드디어 런던으로 출발을 했다!

버스는 두번 휴계소에 정차하고 버밍햄을 들러 일부를 내려주고 런던으로 바로 달렸다.
뒤로 넘길 수도 없는 맨 뒷자리에서 불편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지금 이 버스에 타 있다는 것 만으로 모든게 너무 행복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보니 아침 8시쯤 버스는 런던 북부의 한 지하철 역 앞에 섰고 버스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이것이 꿈만같은지 모두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불렀다.  런던의 차가운 공기에 몸서리가 쳐지는 것도 너무나 고맙고 반가울 정도로 지금의 기분같아서는 세상을 모두 가진 것 같았다.
우린 지하철을 갈아타고 워털루역으로 와서 런던의 우리집같은 러브액츄얼리로 전화도 안 하고 무작정 찾아갔다. 스스로 키패드 번호 눌러 들어가서 거기 놓여있는 전화로 사장님께 전화를 드리니 고맙게도 빈자리가 있어 바로 쓰러져 잘수 있었다. 매순간이 기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완전 꿈만 같던 24시간이었다..

더블린의 고속도로


더블린의 유일한 진짜 아울렛 Kildare Village

미국 동네서 볼듯한 클래식한 맥도날드 건물은 실로 오랜만인듯

톨비를 내지 않기 위해 동네길로 공항 가는 중
귀여운 개똥 금지 사인

네번째 오는 더블린 공항
완전 텅텅 비어 버린 공항

며칠째인지 계속 노숙중이던 남미인들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마지막 오게 된 더블린 다운타운

유일한 페리행 버스는 내려서도 20분은 걸어가야했다.

차까지 타고 영국으로 탈출하는 능력자형들. 일요일인만큼 아마도 대란 이전에 사전예약했던 돌아가는 사람들일듯

우리를 구출해줄 Irish Ferry

무엇보다 반갑던 페리 티켓

바깥의 더블린을 뒤로 한채 굿바이 아일랜드~

페리는 몇번 탔지만 크루즈로밍 요금제는 처음 인듯

배가 정박하자마자 미친듯이 뛰어나가는 우리를 포함한 선두그룹!

하지만 주차장엔 우릴 구해줄 특별 버스따윈 없었다.

눈치를 보며 밖에 서성이는 사람들 말고는 이미 포기하고 터미널 안에서 노숙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하지만 우린 기적적으로 단 한대 온 버스의 10개도 안되는 빵꾸난 빈자리에 탔다 그것도 드라마틱하게 가장 마지막으로!

런던까지 탈출에 성공한 승리자들

이제 지하철을 타고 우리집 러브액츄얼리로~

피곤하고 몰골도 말이 아니지만 모든게 행복하던 순간

이곳이 워털루역이라니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