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6/10 아일랜드 억류 2일째. 더블린이라도 벗어나보려는 몸부림

아침에 일어나 기적을 바랬건만 상황은 계속 악화되어 오늘은 물론 내일 비행기까지 모두 결항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19일날 예약해둔 모로코행 티켓도 위험했다. 런던에서 모로코 가는 비행기 티켓도 라이언 에어인데 어차피 전화는 모두 불통이고 인터넷은 힘겹게 되었지만 기본적인 리스케쥴 말고는 아무것도 할수 없어, 공항을 가보는게 제일 좋은 방법인것 같아서 또 다시 취소된 오늘 런던으로 가는 티켓도 리스케쥴 할겸 체크아웃을 하고 공항으로 버스를 타고 갔다.
공항에는 어제와 같은 미친 줄은 아니었지만 오늘자 티켓이 있던 사람들 때문에 줄이 꽤 있었다. tv에서도 리스케쥴 보다는 가급적이면 취소를 하라고 충고해주고 있었지만 우리에겐 선택사항이 아니었다. 30분 정도 기다린 끝에 우리 차례가 와서 라이언에어 직원에게 갔는데 황당하게도 런던에서 모로코 가는 티켓은 자기네 소괄이 아니니 해당 공항에 가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니면 인터넷으로 하라고 했다.
오늘 취소된 런던행 비행기는 우선 모든 항공이 이번주 주말에는 취소이기 때문에 가장 빠른 날짜가 다음주 월요일이었다. 더이상 하고 싶은 것도 없는 더블린에서 3일을 더 보내야 한다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게다가 그날은 갈수 있다는 보장도 없이 그때 가봐야 되는거라는데, 자꾸 갈 사람은 밀리니 그때가서 리스케쥴을 하면 언제 갈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딱히 다른 방법도 없으니 표를 받아 공항 한켠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인터넷으로 런던에서 모로코가는 티켓을 리스케쥴을 했다. 다행히 공항의 무료로 개방해준 wifi는 어제만큼 트래픽이 몰리지 않은 덕분에 비교적 원할하게 인터넷을 쓸수 있었다. 급한대로 19일 출발이던 모로코행 비행기는 23일 금요일로 바꿔놨다. 수요일로도 변경은 가능했지만 지금으로썬 그때까지 비행이 정상화 될것이라는 확신이 없어 금요일로 했는데 사실 이때까지도 갈수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어쨌건 비행기는 해결했고 그 다음 문제는 오늘부터 어디서 자고 뭘 할까 하는 것이었다. 시내는 오늘부터 주말이라 그동안 있던 저렴한 가격에 호텔예약이 불가능했고, 여기저기 찾아보니 둔드럼 쇼핑센터 근처 외곽에 한곳이 싸게 나와 있었다. 하지만 차가 없으면 여기서 가기가 어려운 위치였고 앞으로 시내에서 할것도 별로 없을것 같아 차를 빌리기로 하고 인터넷을 뒤졌다.
섬나라여서인지 다른 곳은 꽤나 비쌌는데 budget이 3일에 19유로라는 믿기 힘든 가격에 차가 있었다. (가끔은 글로벌 메인 홈페이지보다 해당 국가 주소로 들어가면 이렇게 쌀때가 꽤 있었다.) 물론 여기에 28유로의 공항이용료를 붙여야 하긴 했지만 그래도 47유로니 좋은 가격이라 냉큼 예약을 하고 바로 우리 아래층에 있던 렌트카 사무소를 찾아갔다.

예약을 한 후 10분도 안되어 차를 빌리러 가니 직원은 친절하게 우리를 도와주긴 했는데 우리가 빌리기로 한 가격에는 보험이 없다는 식으로 말을했다. 내가 분명 기본 cdw는 들어 있는 것으로 봤다고 하니 그게 보험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며 꼭 보험을 들어야 한다고 해서 얼마인지 봤더니 하루에 15유로 정도로 그것만 해도 45유로로 렌트카 가격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짜증이 확나서 그럼 렌트 안 할테니 취소하라고 했지만 그렇게 되면 취소 수수료가 30유로 붙는단다. 이건 무슨 사기꾼도 아니고 어디 치졸하게 장사를 하려고 하는지 지금 렌트카를 세계 수십군데에서 했지만 너네같이 말 바꾸는 곳은 처음 본다고 매니저 나오라고 지랄을 했더니 그제서야 그럼 기본 보험으로 렌트를 시켜준다고 했다. 행여나 차 사고가 나면 거의 무조건 1200유로라는 협박과 함께.. 지금까지는 큰 사고 없이 잘 다녔지만 이 말을 들으니 덜컥 겁이 나긴 했다. 하지만 시내에 있는것보다 더 싸기 위해 빌리는 차때문에 큰 돈을 지출할수는 없었다. 알았다고 그래도 키를 받아 차를 찾으러 가니 깡통 Nissan March(Micra)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에 대한 억하심정으로 차를 줬는지 차는 깡통중에 깡통으로 자동문같은 기본 옵션도 없었다. 그래도 차는 나가니까 싸우기도 귀찮아 차를 받아 나왔다. 아일랜드는 영국과 마찬가지로 핸들이 오른쪽에 있었는데 마일대신 키로로 찍히는 것만 달랐다. 암튼 차를 타고 조심해서 오늘 예약한 숙소까지 갔다. 오늘 급하게 예약한 곳은 IMI (Irish Management Institute)라고 하는 학교안에 있는 숙박시설이었다. 평소에는 학교에 오는 게스트들 용으로 만들어놓은 시설을 빈 날에는 호텔로 이용해서 그런지 가격도 싸고 분위기나 시설 모두 훌륭했다. 게다가 내일 아침도 포함이었다.

우린 체크인을 하고 걸어서 둔드럼 쇼핑센터로 가서 머리도 식힐겸 오늘 개봉한 Kickass를 봤다. 다른 나라들에서도 이미 평이 좋아 기대를 하게 되었는데 영화는 기대를 한 것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특히 히트걸의 매력이란 대단했다.
영화도 보고 그 좋아하는 KFC도 사먹고 겉으론 아주 즐거운 주말같았지만 우린 과연 언제 이 섬을 벗어날수 있을 것인가하는 걱정에 뭐를 해도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어차피 외지인건 마찬가지인데 왠지 런던이 꼭 우리 집 같고 여기선 갇혀 있는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었다.


이미 3번째 오게 된 더블린 공항

오늘도 공항에는 긴 행렬의 인파가 표를 바꾸기 위해 서 있었다


cancelled의 대향연

그나마 다행히 인터넷이 되서 호텔도 예약하고 차도 빌릴수 있었다.

우리와 논쟁을 벌였던 직원의 농간으로 최고 똥차 당첨. 휠도 기본도 아닌 스페어용의 위엄. 옆차들은 다 멀쩡했다

차를 타고 호텔이 있는 서버브로

매니지먼트 학교의 게스트용으로 지어진 숙박시설을 호텔로 빌려줘 저렴히 잘수 있었다. 내외관 모두 훌륭


걸어서 20분 가니 우리가 좋아했던 둔드럼 타운 센터가

쇼핑몰 내에 있던 극장. 며칠전 간 사보이와는 정반대의 현대식 극장. 그러고보니 최근에 이렇게 정상적인 극장을 가본게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난다.

KFC에선 치킨 8피스짜리 세트를 시켰는데 무려 mashed potato는 없는데 그레이비는 있었다. 프라이를 그레이비에 찍어 먹어야 하는 이상한 상황. 그리고 영국과 마찬가지로 크리스피는 없고 오리지널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