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2/10 드디어 이름이라도 친숙한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간신히 10분전에 도착해 몸을 맡긴 부다페스트행 기차는 예정대로 9시에 정시 출발을 했다.
좌석은 예전에 이태리에서 탔던 스타일의 6명이 한 객실씩 타는 스타일이었다.
한사람당 15유로인지라 밤새 가는 기차 치고는 매우 저렴했다.
우리랑 같은 방에는 부다페스트 간다는 세르비아 아저씨 한명이랑 살짝 게이로 의심대는 청년 이렇게 넷이서 출발을 했다.
기차는 버스와는 달리 꽤나 히터를 빵빵하게 틀어줘 자켓과 긴팔을 벗고도 갈수 있는 정도로 따뜻했다.
세르비아에서 출발한지 두시간 정도 지나 국경 가까이 갔을 즈음 청년은 내리고, 워낙 늦은 시간이라 그 이후로는 더이상 타는 사람이 없어 세르비아 아저씨와 오손도손 가다가 아저씨는 다른 빈방을 찾아 나가고 우리끼리 한칸을 독차지하니 침대칸이 따로 없을 정도로 편히 갈수 있었다.

세르비아와 헝가리와의 국경에서는 기차가 잠시 멈춰 서 있는 동안 이민국 사람들이 기계를 메고 올라타 그자리에서 도장을 찍어주니 내릴 필요도 없고 매우 간편했다. 다시 EU로 들어가는 거라 불가리아 처럼 시간이 오래 걸릴줄 알았는데 매우 시원시원하게 도장을 찍어주고 기차는 다시 출발하여 달렸다.
처음 탔을때는 히터 들어온다며 매우 좋아하던 우리는 시간이 갈수록 너무나 더워지는 온도를 견디다 못해 결국 창문을 다 열고 소음속에 찬 공기를 맞으며 졸면서 갔는데 아주 나중에서야 조명을 켜고 온도 조절하는 스위치를 발견했다. 어쨋건 소음과 바람속에서도 꿋꿋하게 정신을 잃고 잠이 들었을 즈음 달룡이가 도시에 온것 같다며 나를 깨웠다.
아직 도착 예정 시간보다 한시간 정도 남았지만 바깥으로는 Imax극장 사인이 보이고 어째 다온것 같았다. 우리방에는 우리뿐이라 옆방에 가서 부다페스트임을 확인을 하고 내리고 났을때는 새벽 5시반이었다.
부다페스트역은 세르비아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웅장한 것을 보니 이제 드디어 우리랑 친숙한 동유럽에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가 아는 동유럽은 부다페스트와 프라하가 아니던가 ㅋ

밤새 달리는 기차는 숙박비를 아낄수 있기 때문에 매우 감사한 교통편이지만 이렇게 너무 새벽에 내려 버리면 나가기도 뭐하고 난감하다. 특히 오늘 자기로 한 곳은 만드라고라라고 하는 호스텔인데 아침 8시부터 사람이 있을거라고 되어 있어 그전에는 갈 곳도 없고 해서 우선 기차역에 있기로 했다.
어차피 기차역에서 있는 김에 3일후 프라하가는 기차표도 예매를 해뒀다. 부다페스트에서 프라하가는 기차는 베오그라드에서 온 것과 비슷하게 7시간 정도 걸리는 야간 열차였고, 가격은 19유로로 조금 더 비쌌다.
표를 예매한 후 기차역에 앉아 한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다 기차역이 너무 추워 근처에 카페같은것이라도 찾아 나가보자며 기차역을 나왔다.
부다페스트역 앞은 공사판으로 합판등이 여기저기 놓여 있어 매우 정신 산만했고 어둠속에서 주변에 보이는 건물이라고는 카지노밖에 안 보였다. 카지노는 뒤늦게 자본주의에 눈을 뜬 동유럽 국가들의 돈줄인지 소피아부터 참 많이 보인다. 그나마 마케도니아가 많이 안 보였다.

역앞에 큰 카지노 옆으로 맥도날드와 버거킹이 보여 아침은 역시 맥도날드인 생각에 맥도날드로 갔다. Wifi도 무료인 것을 보고 왜 진작 오지 않았을까 하며 후회를 하면서 아침을 먹고 화장실도 갔다.
아까부터 가고 싶던 화장실은 기차역내에는 모두 유료라 참았는데 맥도날드도 무료이긴 하지만 화장실 앞에서 영수증을 보여줘야 하고 영수증에 체크를 해 한 영수증당 한명밖에 못 가도록 되어 있는것을 보니 유럽에 왔나보다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유럽에서 많이 보이는 6인실 기차칸들


상당히 웅장하고 아름다운 부다페스트역

분위기 좋고 와이파이도 되는 부다페스트역 앞 맥도날드

8시 시간을 맞춰 간 우리 호스텔은 자기네 스스로 디자이너 호스텔이라 하는 곳이었는데 아파트를 쪼개서 키친이나 거실은 같이 공용으로 쓰고 방안에 화장실은 만들어놓은 곳이었다. 가구부터 화장실 샴푸까지 모두 ikea제품으로 떡칠을 해놓긴 했지만 일반 호스텔보다는 훨씬 좋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부다페스트에서는 평도 좋고 가격도 하루에 22불인 아파트를 이틀 예약을 했는데 오늘은 그곳에 방이 없어 하루 여기서 자고 내일 그쪽으로 옮기게 예약을 했는데 지도를 확인해보니 내일 이사갈 곳이 여기서 큰길만 건너면 되는 곳이라 꽤나 재수좋게 잘 잡은게 되었다.

점심까지 잠을 보충하고 돈도 찾을겸 시티뱅크를 찾아 시내로 나가봤다. 시내는 15분 정도 걸어가니 나왔는데 살짝 횡하긴 했지만 이제 제법 큰 도시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본적인것은 모두 있었다.
그동안 터키를 떠나서 시티뱅크가 없어 높은 수수료를 내고 돈을 찾았는데 시티뱅크도 곳곳이 보여 홀가분하게 돈을 찾을수 있었고 인터넷으로 봐둔 라멘 전문집에 가서 오랜만에 라멘도 먹었다. 라멘 전문점이라니 완전 놀라웠다. 가격도 나쁘지 않고 특히 녹차를 무료로 무제한 주니 음료수 비싼 유럽 레스토랑들을 감안하면 매우 괜찮은 가격이었다.
맛은 일본에서 먹는듯한 진한 돼지뼈 우린맛은 아니었지만 따뜻한 라멘 국물을 먹을수 있다는 것에 충분히 감사했다.
라멘을 너무나 맛 있게 먹고 난 후 부다페스트에서 유명한 건물중 하나인 국회의사당을 들러 지하철을 타고 호스텔로 돌아왔다.
지하철 표는 한장씩이나, 10장묶음, 며칠짜리 패스등으로 다양하게 팔았는데, 우리가 있는 기간동안 쓸 것으로는 어른 둘에 애들둘까지 되는 가족패스가 가장 저렴하길래 그걸달라고 했더니 그것은 반드시 애가 있어야 한다며 거부를 당하고 결국 남들이 주로 사는 10장짜리 묶음을 샀다.
버스와 지하철 모두 사용가능한 부다페스트의 교통티켓은 탈때마다 한장씩 펀칭을 해야 validate가 되는 방식이라 둘이건 셋이건 그 인원만큼 펀칭만 하면 한 묶음으로 함께 쓸수 있기 때문에 편했다. 하지만 펀칭된 것도 계속 달고 다녀야 한다고 한다.

놀랍게도 유럽에서 러시아 이후 두번째로 생겼다는 부다페스트 지하철은 매우 깊이 뚫려 있어 에스컬레이터로 길게 들어갔다. 표를 타기 전에 펀칭을 하라고 해서 내려갔더니만 찍는것은 에스컬레이터 위에 있다고 해 다시 올라가 펀칭을 하고 내려가 탔다. 지하철은 그리 신형은 아니지만 유럽에는 프랑스를 비롯하여 워낙 지하철이 별로 안 좋아 보이는 곳들이 많으니 그러려니 했다. 지하철을 타고 우리 숙소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는 길에 불가리아의 릴라 수도원에서 빈대에게 뜯긴 곳이 계속 가렵다고 해 호스텔 밑에 있는 약국에 들러 돌아왔다.
저녁은 귀찮다는 달룡이를 빼고 나혼자 나가 근처 중국집에서 to go를 해 왔는데 부페라고 써 있는 수많은 이도시의 중국집들은 부페가 아니라  전시되어 있는 음식을 고르면 그걸 주는 것이었다. 가격은 5-6천원정도로 나쁘지 않았지만 충격적으로 음식이 따뜻하게 있는것이 아니라 담아주면서 그걸 전자레인지에 돌려 데워 주는 것이라 식당에서 사 먹는 음식이라기엔 찜찜했다. 맛도 당연하다는듯이 베오그라드에서 엊그제 먹은 것에 비하면 훨씬 못 했다.


부다페스트역 앞은 공사중인지 난장판


드디어 도착한 호스텔. 리셉션역시 한 아파트를 개조한 공간이었다.

호스텔이라기엔 매우 고급스러운 리셉션 공간의 리빙룸. 우리가 있을곳은 여기가 아니라 3층 더 올라가 있었다.

이게 우리방. 화장실도 들어있고 시내 한복판 위치에 가격도 20불. 창문밖으로 소음이 좀 있지만 전혀 문제없다 


아름다운 부다페스트 시내

국물이 조금 싱겁지만 오랜만에 먹어 더욱 맛 있는 라멘. 게다가 녹차가 무제한 무료. 고기가 적은건 더욱 싱거우니 무조건 비싼걸 시켜야 덜 싱겁다

어두울 쯤 도착한 국회의사당 빌딩

지하로 하염없이 들어가는 부다페스트 지하철


빈대약 사러 들른 약국. 영어를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 뭔 연고를 줬는데 그다지 효과는 없었던듯
약국에 약 먹으라고 있는 fountain이 특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