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최강의 케밥! 알레포 구경

 바이트 와킬의 아침을 먹고 바로 방을 바꿔 달라고 요청을 했다. 워낙 자주 있는 일이라 그런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른 방들을 한번 보라며 지금 비어 있는 방을 세개 보여줬다. 셋다 도찐개찐이긴 하지만 그중 제일 넓은 일층 뜰 앞에 있는 방을 선택했다. 침대가 2+1으로 들어있을 만큼 넓은 것 외에도 방에 들어오면 계단이 세개 정도 있고 그만큼 방 전체가 올라와 있는게 마음에 들었다. 대신 창문이 유리가 아니라 나무문이라 열고 있기 조금 민방하고 안뜰에서 떠드는 이야기가 다 들린다는게 단점이었다. 어쩃건 우리가 있던 좁고 긴 기형적인 방에 비하면 훨씬 나아진것에 만족을 했다. 방을 바꾸고 나서 알레포 구경을 하기 위해 나갔다. 전체 구경을 어제 그 저널리스트를 만나 시켜달라고 할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우리끼리 돌아다녀보고 오후에 만나 커피나 마실까 하는것으로 마음을 정했다.
우리가 있던 호텔 근처는 다마스커스의 올드시티 같은 모습으로 아름다운 담벼락과 고급 레스토랑, 부띠끄 호텔들이 많았으며 알레포 구경중 가장 흥미로워 보이는 제래시장은 1-2키로 정도 떨어져 있었다. 중간쯤 되는 거리에 터키행 버스 터미널이 있다고 해서 우선 거기를 들렀다. 우리동네서 조금 걸어내려가니 큰 길이 나오고 쉐라톤과 시계탑이 있는 도시의 중심을 지나 시장은 대략 왼쪽 터미널은 오른쪽이었는데 터미널이라고 해봤자 버스는 몇개 없고 서비스 택시들만 죽치고 있었다. 호객꾼에 당하지 않으려고 가장 먼저 보이는 사무식 같은데 들어가서 터키 가는 버스를 물어보니 안타캬로 가는 것밖에 없고 그것도 새벽 5시인가 6시 출발이라고 한다. 그 시간 이후에는 서비스택시를 타야하는데 가격은 물가가 워낙 싼 나라라 그런지 의외로 큰 차이가 없었다. 서비스 택시는 시간이 정해 진게 아니니 내일 아침에 오기로 하고 재래시장으로 향했다.

시장가는 길은 제법 큰 길이었는데, 알레포는 다마스커스 보다도 차가 많았고 매연도 더 심한 느낌이었다. 다마스커스보다 더 큰 도시라는게 뻥은 아니었나보다. 우린 무엇보다도 살짝 계산을 잘못한 덕분에 하루 남기고 현지 파운드가 다 떨어져서 환전소나 atm을 찾았다. 이전에도 말한바와 같이 시리아는 외국카드를 먹는 atm을 찾는게 무척이나 힘들다. 호텔들이야 달러를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식당같은곳들은 현지돈으로 내야하고 내일 터키까지 갈 교통편도 현지돈으로 내야 협상이 편할것 같아서 비상금으로 들고 다니는 달러를 바꾸든가 시티뱅크 카드를 먹는 atm을 찾던가 해야했는데 시장까지 가는 길에 세네군대 cirrus, plus등 국제 atm마크가 보이긴 했으나 우리 카드는 전혀 안 되었다. 그러다보니 시장에는 도착했고 우선 시장부터 보며 찾아보게 되었다.
알레포 시장은 다마스커스 시장보다도 더 authentic한 모습으로 좁고 낮은 굴 같은 곳이었다. 그안에는 방직, 올리브비누,향신료등 각종 물건을 비슷한 매장끼리 같이 놓여 있었다. 출구나 입구 표시없이 안을 마구 헤매며 구경을 하다 보니 바깥세상이 나왔고 그곳이 citadel이었다. 도시에 있는 성이 citadel이니 유적이 발에 걸리도록 흔한 중동의 도시라면 대략 한개씩 꼭꼭 있던 시타델인데 그중 알레포의 시타델이 지금까지 본 것중 가장 멋 있었다. 물을 파서 인공으로 강을 만든것 같은데 암튼 성을 주변으로 죽 물을 흐르게 만들고 그 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시타델의 모습은 크게 손상된 것도 없어 보일 정도로 최사의 컨디션이었다. 앞에 죽 놓여있는 관광객 용 노천카페들과 함께 멋드러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는데 들어가보려고 하니 350파운드 씩으로 700인데 우리는 300파운드밖에 남지 않아서 눈물을 머금고 돌아와야 했다. 이럴때는 야매로라도 국제학생증카드를 한개 만들어올걸 하는 생각이 든다. 시리아 같은 경우 국제학생증이 있으면 거의 공짜가 된다고 한다.
다시 시장으로 들어와 우리 호텔쪽으로 나갈 길을 찾으며 헤매는데 정육점 거리같은 고기 손질을 주로 하는 거리가 나왔다.

알레포는 중동에서 음식으로 유명한 곳으로 우리 입맛에 잘 맞는 아주 매운 맛이 강한 음식들을 좋아하고 여러 부위를 먹는듯 보였다. 양의 발만 모아놓고 파는 집도 있고 뼈만 모여 있는 집만 보이기도 하고 다양한 부위 전문점 중 우리의 발길을 잡은 곳은 한 양 내장 전문점이었는데 그것을 꼬치로 굽고 있는 모습에 침이 꼴까닥 넘어갔다. 60인가 70파운드 하는 내장 케밥을 한개 달라고 했더니 사이즈가 엄청 컸다. 달룡이는 징그럽다고 안 먹고 나만 한입 베었는데..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케밥은 처음 먹어본다. 내장의 냄세는 전혀 없고 숯불향이 가득하게 구웠음에도 부드러우면서도 (= 피나는 미디엄) 쫄깃쫄깃한 식감이 완전 최고였다. 어쩌면 맵고 짜게 간을 한 것이 냄세를 잡은 건지 아니면 워낙 신선한 부산물들을 써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장인지도 모를 정도였다. 먹다가 나만 먹기 아까워 달룡이한테도 제발 한 입 먹어보라고 했더니 맛있다는 것은 인정을 했다. 너무나 맛있었지만 엄청난 사이즈덕분에 나도 한개 이상은 먹기 힘들 정도였다. 몇몇 식당에서 알레포 스타일 케밥을 시켜 맛있게 먹기는 했지만 왜 음식은 알레포라고 하는지 이제서야  알것 같았다. 양내장을 질겅질겅 씹으며 정육 골목을 지나 시장을 나오니 바깥쪽에도 부산물 전문점들이 몇개 더 있었는데 이쪽은 좀 더 그로테스크 해보이는 것들을 팔고 있었다. 한 노점상은 바께스에 닭의 머리와 내장만을 가득 담아 팔고 있었는데 한 소년이 비닐을 갖고와 손을 넣고 휘휘 저어 내장만 골라가는것을 보니 가장 싼 부위가 아닌가 싶었다. 우리가 먹는 집 말고도 처음보는듯한 이상한 음식들을 파는 집들이 시장안에 곳곳이 있었지만 내장케밥 한개 먹고나니 배가 불러 도저히 다른것을 먹을수 없었던게 가장 아쉬웠다.

시장을 벗어나 호텔로 돌아오다 보니 달러장사하는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우릴 유혹했는데 환율을 썩 좋게 처주지 않아 오기로 안 바꾸고 우선 호텔로 돌아왔다. 아침부터 몸이 안 좋다는 달룡이를 호텔에 두고 시리아에서 가장 확실하게 돈을 찾을 수 있는 뱅크 아우디(차 회사랑은 전혀 무관)의  atm을 찾아 혼자 나섰다. 호텔에서 위치를 물어보니 걸어서는 30분정도 걸린다고 택시를 타고 가라는데 택시를 타고 가면 아까 달러장사한테 환전을 안한 보람이 없어 꾸역꾸역 걸어갔다. 우리가 시장을 갔던 반대쪽으로 걸어가니 이쪽이 일반적인 다운타운같아 보였는데 분위기가 동유럽 같은게 길이나 공원이나 매우 아름다웠다.
길을 두어번 물어 20분 정도 가니 내가 찾던 은행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모여 있는 중심지가 나왔고 많이 남겨봤자 쓸곳도 없으니 내일 차비할것과 오늘 저녁 먹을 정도만 찾아 돌아왔다.

돌아오니 달룡이는 몸이 많이 안 좋은지 자고 있었고 나도 옆에서 인터넷이나 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제 그 저널리스트 생각이나 슬쩍 전화를 해봤으나 받지 않은 덕분에 소심한 난 관뒀다(사실은 인터뷰 대상이 될까봐 귀찮은게 컸다)
이내 저녁이 되었고 저녁생각도 없다는 달룡이를 데리고 나와 간단하게 스낵이라고 집어먹자며 호텔에서 멀지않은 샤와르마 집 가서 대충 먹었다. 이곳 샤와르마 역시 다른 지방과는 다르게 고기 사이에 야채를 넣고 같이 돌려 구웠다. 맛 없지는 않았지만 좀더 색다르고 맛있는것을 찾던 난 좀 실망을 했지만 빨리 다시 호텔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달룡이 때문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호텔 근처에 오니 한 노점상이 옥수수를 팔고 있었는데 입맛이 없다던 달룡이가 그건 또 먹고 싶어 해서 한개 사먹었다.
난 남의 살이 아니면 잘 안 먹지만 얘는 옥수수나 고구마 같은 걸 좋아한다. -_-
옥수수는 주문을 하면 칼로 대충 알을 발라내 하얀 가루를 섞어 주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 하얀것을 엑스트라로 많이 치길래 우리도 따라 쳐봤더니 아무것도 아닌 소금이었다. 덕분에 짜서 죽는 줄 알았다.
맛의 고장 알레포에 와서 너무 부실하게 먹은것 같아 내심 난 속상했지만 뭐 그래도 아프다는 애를 데리고 가봤자 욕만 먹을 일이고 또 점심에 아무 기대없이 먹은 케밥이 그 무엇보다 맛있었으니 뭐 나름 되었다. 다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알레포를 좀 더 길게 와서 이것저것 먹어보고 싶다.  

맛보다는 분위기로 먹어준 바이트와킬의 아침식사. 4-5년 전에는 알레포 최고의 레스토랑이었다는 지금은 옆집 Sissy House에 밀려 손님이 없다


방 이사가는 모습

호텔앞 골목

시장가는 길

아름다운 조형물은 아니지만 정겨운 시장의 모습

지금까지 다닌 곳중 최고의 시타델

내 인생 최고의 케밥!

그외 시장 모습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나의 케밥

야시시한 속옷을 좋아하는 중동인들. 가리기를 좋아해서 페쇄적일것 같지만 속옷가게들을 참 좋아한다

호텔 근처의 교회. 이쪽은 크리스챤 구역

좀 더 특색있고 입체적인 이사온 방

호텔 근처의 패션의 거리인듯

저녁으로 먹게 된 샤와르마집. 세가지 다른 고기 덩어리가 있다

옥수수. 옆에 보이는 것이 문제의 하얀 '소금' 뭘 기대했던 건지..

처음 본 특이한 녹색의 환타. 맛은..환타는 오렌지가 진리라는 것을 꺠닳게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