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8 렌트카로 삼만리

오랜만에 집에 온 듯한 함라에서의 여유로운 생활을 접고 레바논 지방을 둘러보기 위해 렌트카를 빌리러 갔다.
레바논은 위에서 아래까지의 거리가 350키로도 안된다 하여 짧은 시간에 여기 저기 둘러보기엔 대중교통보다는 나을것 같다는 생각에 그나마 뒤져서 가장 쌌던 Hertz에 예약을 해놨다.  딱히 시내는 아니고 공항도 아닌 어중간한 렌트카회사 위치를 2서비스로 흥정하고 타고 갔다. 원래 내가 예약해뒀던 클래스는 언제나처럼 가장 싼 오토로 Nissan Tida가 준비되어 있었다.
두바이에서 아부다비 갈때 탔던 차였기 때문에 기왕이면 안 타본 차를 타보고 싶어 다른 차는 없냐니 오늘 다 나가고 이거 한대 남아 있다고 한다. 뭐 돈 조금 낸 사람이 선택이 있나 그냥 타려고 하는데, 차안에 필요한 서류가 없다고 잠깐 기다리란다.
오랜만에 터키식 커피 한잔씩 하고 10-20분 정도 기다리다 보니 누구인가 왔고, 서류가 왔나 봤더니 서류가 아니라 다른 차가 와 있었다. 그런데 그 차가 무려 GMC Envoy suv였다. 꽤나 선심 쓰는 척하며 이차를 대신 타고 가라는데 난 큰차는 기름 많이 먹어 싫다 다른차 없냐 하니 없단다.
그렇게 울며 겨자먹기로 미국을 떠나서 가장 큰 렌트카를 타게 되었다. 차는 넓직하니 트렁크에 우리 짐 다 넣어도 텅텅 비어 굴러다닐 것 같았다. 주차같은것 하다가 어디다가 살짝 쿵 할까봐 신경이 쓰였지만 원래 예약을 했던 우리 차보다 3배 이상 비싼 차니 가격대비 성능을 좋아하는 나로썬 뭐.. ㅋ
여기 수출형이 엔진이 몇cc인지는 모르겠지만 차는 잘 나갔다. 살짝 휘청거리는 감은 있었지만 오랜만에 푹신하고 안락한 차를 타니 편하긴 편하다며 신나서 레바논 윗쪽을 향해 차를 몰았다.
대량 예정은 비블로스를 들러 트리폴리를 찍고 Zahle라는 곳에서 1박을 한후 바알백을 보고 오는 길에 1박을 하고 돌아오는 거였다.
선 첫번째 목적지인 비블로스 까지는 아무 문제 없이 쉽게 찾아갔다.
이곳까지는 사실 지방이라고 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꾸준히 도시의 모습을 한 동네들을 지나면서 40분정도를 가니 나왔다. 그 짧은 시간안에 바닷가 휴양지도 보이고 그 반대편에는 스키장들도 보이는 모습이 너무나 신기했다. 우리에겐 좀 생소했지만 레바논은 스키 타는 곳으로 꽤나 유명한듯했다.

Jbeil 이라고도 불리우는 Byblos는 레바논에서 트리폴리가는 해안고속도로에 있는 도시로 한 5천년정도 되었다고 한다. 오래된 역사덕분에 이시대 저시대의 유물들이 남아 있는 곳이라 해서 들렀는데 특별히 대단한 것은 없었다. 오래된 성과 교화 등이 남아 있지만 중동을 다니다 보면 자주보는 기본적인 유적이라고나 해야할까. 오히려 앞에 조성된 상가거리가 더 구경거리였다.
대충 비블로스를 둘러보고 트리폴리로 향했다. 트리폴리는 레바논의 제2도시였는데, 같은 이름의 리비아의 트리폴리는 상당히 아름답다고 들은 덕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약 두시간이 걸려 도착한 레바논의 트리폴리는 아름다운 도시라기엔 많이 부족해 보였다. 어딘지 모르게 인도의 도시를 보는듯한 살짝 폐허스러운 느낌은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대충 오늘의 목적지인 잘레로 가자고 차를 꺽었다. 잘레와 트리폴리는 베이루트를 중심으로 삼각형을 이루고 있었다. 레바논 전체 지도 없이 오늘도 론리플래넷 책 안에 대충 그려져 있는 지도 한장에 의존하고 떠나왔기 때문에 정확한 방향을 모른채 대충 운전을 하고 찾아갔지만 아무리봐도 꺽어야 할듯 한 길에 급하게 턴을하려고 끼었더니 경찰인지가 선 밖으로 나와있다고 막 지랄을 해서 짜증이 버럭나 그놈한테 확 소리 지르고 직진을 해버렸다..
하지만 트리폴리의 길들은 똑바르지 않았고 이정표따위도 없어보였다. 마구 운전을 하고 가다보니 언덕위로 올라가더니 이 도시의 거의 유일한 citadel을 지나갔고 상당히 삭막한 동네가 나와 다시 차를 돌려 내려왔지만 딱히 다른곳으로 갈수 있는 길도 없고, 결국 내 성질이 극에 달해 씨팔을 외치고 거리상 큰 차이도 없는듯 해 보이니 다시 베이루트로 돌아가 거기서 잘레를 가기로 했다. 베이루트까지는 두시간이고 거기서 잘레는 한시간정도로 보여 그래봤자 많이 안 돌고 갈수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비블로스즈음하여 고속도로는 거의 우리나라 급으로 막혀버렸다. 앞뒤로 꼼짝도 안 하고 거의 서 있다 시피 한 이 길에 짜증이 있는대로 나서 다시 론리플래넷 책을 참고하여 주니라는 동네로 나가면 산을 넘어 갈수 있을것 같아 고속도로를 벗어났지만, 아무도 여기서 잘레 가는 길은 몰랐고 이정표는 없었다. 결국 동네길을 30분정도 헤매다 다시 고속도로를 타게 되었다.
결국 그렇게 두시간은 더 걸려 베이루트로 돌아왔고 그냥 여기서 자고 싶었지만 이미 예약해둔 호텔때문에 꾸역꾸역 잘레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여기서도 잘레가는 이정표는 없었고 주유소에서 들러 4-5번은 물어보며 다마스커스에서 왔던 방향으로 안개를 뚤고 산을 몇개 넘어 도착하니 이미 시간은 밤 10시가 다 되었다.
오늘 자기로 한 호텔은 Grand Hotel Kadri라는 곳으로 나름 4성급이었다. 그지같은 호텔도 80불은 기본으로 하는데 여긴 100불에 상당히 괜찮은것 같아서 예약을 하게 되었는데 이게 오늘 우리의 발목을 잡고 개고생을 시킬줄은 꿈에도 몰랐다.
다행히 호텔은 전체적인 분위기는 성같은 벽돌로 되어 있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다만 객실이 그레이드 대비 썩 대단하진 않고 좀 너무 심플했다. 그래도 이제라도 쉴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했다.
오늘 하루종일 점심에 트리폴리에서 하디스밖에 먹은게 없어 잘레 시내에서 오랜만에 반가운 로티세리 치킨을 사다 먹고 쓰러졌다.

렌트카 빌리러 가는 길


원래 빌리기로 한 등급의 닛산 티다

하지만 맛 없는 터키쉬커피를 이겨냈더니..
이걸로 바꿔줬다. ㅋ

Beirut에서 Byblos가는 길.

비블로스

트리폴리 가는 길.

살짝 지저분했던 트리폴리 시내에서 가장 번화해 보였던 곳

트리폴리에서의 삽질을 한 후 다시 베이루트로..

중간 힘들었던 순간들을 모두 뛰어넘어 Zahle 도착. 로티세리 치킨 사먹었던 꽤 좋아보이는 레스토랑.

Grand Hotel Kad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