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시리아 제2의 도시 알레포로 기차 타고 가기

 오리엔탈 호텔의 아침은 객실의 가격대비 훌륭한 호텔 조식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당연히 저렴한 호텔들보다는 이것저것 잘 주고 무엇보다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좋았다.  하이시즌이라 가격을 전혀 못 깍아준다는 호텔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는듯 아침 먹는 곳은 매우 한적해 우리말고 한 테이블 정도가 같이 먹었다.
밥을 먹고 나면 바로 체크아웃을 해야 하나 오늘은 late checkout을 부탁해놔서 두시까지 있기로 해 살짝 여유가 있었다.
1박을 하면 아침에는 밥먹고 짐 싸고 나가면 끝이라는게 슬프지만 이런 곳에서 2박씩 하는 사치는 부리기 어렵다.
두시쯤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겨놓고 점심도 먹고 구경도 할겸 올드시티 거리를 걸어다녔다.
밥을 뭘 먹을까 하다가 시간도 조금 애매하고 해서 간단하게 길에서 샤와르마를 먹고 이제 진짜 다마스커스를 떠난다는 아쉬움에 양젖 아이스크림 한번 더 먹으러 갔다왔다.
그런 후 아직 많이 안 가본 쪽으로 올드시티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니 음반가게가 보였는데 나름 재즈와 클래식만 파는 짝퉁 cd가게였다. 그냥 쌓아놓고 파는게 아니라 짝퉁도 진품처럼 디스플레이 해놓고 매장을 제대로 갖추고 팔고 있는게 실로 오묘했다. 게다가 재즈와 클래식 전문 매장이라니..
역시 마지막까지 올드시티의 거리는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는것 같지도 않으면서 꽤나 관광지같은 구색을 갖춘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곳이라는 것이 이곳을 다른곳과 다르게 만들어 주는것 같다.
여행을 해보면 매일 가도 멋진 곳이 있고 하루만 보고나도 더이상 볼게 없는 곳이 있는데 이곳은 특별히 찍을 관광포인트는 없으면서도 매일 같은 골목, 같은 시장을 거닐어도 지루할 틈이 없다.
거리를 거닐다보니 네시가 다 되어갔고 우리는 우선 호텔에 들러 짐을 찾아 기차를 타러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울퉁불퉁한 돌길을 호텔 직원이 고맙게도 수레에 우리 짐을 싣고 따라와 택시비 흥정까지 해줘 상당히 편히 왔다. 하지만 택시가 출발한 후 다시 한번 택시비로 100파운드가 맞냐고 확인을 하니 200파운드를 달라고 해서 달리는 차 안에서 차 문을 여는 쇼까지 한 다음에야 갈수 있었다.
대부분의 교통이 버스로 된 것에서 알수 있듯이 기차역은 꽤 떨어진 위치에 그리 볼품없이 있었다.
대합실 같은 건물도 딱히 보이지는 않고 플랫폼도 네줄밖에 안되보이는 꼭 작은 도시의 역같았는데 아랍어로만 써 있는 우리 티켓을 내보여 두어사람에게 도움을 받아 우리 기차가 들어올 1번 플랫폼 앞에 앉아 있었다.

현재 우리 앞에 있는 기차는 상당히 오래된 기차였고 그 뒤에 우리가 탈 기차가 대기하고 있는게 보이는데 상당히 좋아보여 신이났다. 새 기차는 2007년정도에 들어왔다고 봤는데 현대 로템에서 수출한 기차라고 했다.
살짝 추위에 떨며 앉아 있는데 한 중동인이 어디서 왔냐고 물어와 한국에서 왔다니 그런것 같아 물었다며 자기는 여행중인데 한국다녀왔다며 매우 반가워했다. 부산 울산 인천 등 자기 다녀온 얘기에 매우 즐거워하는 이 사람은 터키인이라는데 한국에 와서 좋은 시간 되었다니 매우 고마웠다. 사실 외국인이 갑자기 접근해 와 인도같은 방식으로 딴 맘이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살짝 조바심도 났었지만 그런 나쁜 마음 없이 상당히 순수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한국여행 얘기에 터키 자랑을 나누다보니 시간이 꽤 흘러 할것없는 플랫폼 위에서 좋은 말동무가 되어줬고 우리 기차가 드디어 들어와 아쉽게 헤어져야 했다.
역시 우리가 탈 기차는 기차역에 보이는 여느 기차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상태도 좋았지만 안타깝게도 애들이 던진건지 여기저기 돌로 맞아 깨진듯한 깨진 유리창들이 있었다. 그외에는 매우 깨끗했다.  안에 올라타보니 자리도 넓직한게 한줄에 좌석이 3개밖에 없고 인도기차는 물론이고 한국에서 타던 KTX보다도 훨씬 넓고 편했다. 출발을 하고 나니 간단한 쥬스와 간식거리도 주고 이어폰까지도 주는게 당췌 이 모든게 6500원이라는게 놀라웠다. 나중에 화장실 가며 알고 보니 우리칸은 1등석으로 더 쾌적했고 나머지 객차들은 2등석으로 한줄에 4개의 좌석이 있었다. 우린 그정도만 되도 상관없는데 묻지도 않고 1등석 준게 살짝 괘씸했으나 가격이 워낙 착한탓에 그런가보다 했다.

네시반쯤 출발한 기차는 바로 밤이 되어 바깥은 거의 볼게 없었다. 근처에 한두번 조금 큰 역에서 정차하는듯 했고 그외에는 꽤 빠르게 달렸다. 우리 옆에 혼자 앉아 가던 현지인이 어디서 왔냐길래 한국에서 왔다길래 대뜸 김정일 얘기를 꺼낸다. 비슷한 막혀있는 나라라고 그러나 하면서 그냥 웃음으로 답하고 우리는 우리끼리 떠들며 왔다.
물가덕분에 식당칸가서 음료수도 사 마시는 사치도 부리며 떠들며 오다보니 어느새 9시반이 넘었고 슬슬 다와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아까 그 옆사람한테 물어보니 한 20분 더가면 내린다고 알려주면서 알레포에는 처음이냐고 하면서 말을 붙였다.
알고보니 저널리스트라는데 그래서 한국과 북한의 관계등에 관심이 유달랐나보다. 무뚝뚝하게 생긴것과는 다르게 숙소는 정했냐부터 꽤나 친절히 알레포 설명을 해줬다. 알레포는 우린 시리아 제2의 도시로 알고 있지만 인구수는 다마스커스보다 많다고 한다. 그러면서 살짝 내일은 뭐 하냐며 시간 괜찮으면 자기가 투어도 시켜준다길래 고맙다고 전화번호를 받아왔다.
마지막 남은 몇십분을 옆 아저씨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후딱 보냈고 우린 알레포에 도착을 했다. 아저씨가 친절히 택시까지 잡아줘 왔다. 다만 50파운드면 간다고 자신했지만 실제로 택시기사들은 100이하로는 움직일 기세가 없어 멋쩍어하는걸 기사들도 이 늦은 시간까지 역앞에서 기다렸으면 천원이나 벌자고 서 있겠는가 하면서 너그러이 이해해 줬다. 아저씨와 인사를 나누고 내일 전화하겠다고 한 후 헤어져 택시를 타고 호텔로 왔는데 호텔이 있는 동네가 매우 올드시티같은 느낌이었다.

Beit Wakil이라는 우리 호텔은 오리엔탈호텔같은 전통 가옥을 개조한 '부티끄'호텔이었다. 알레포의 이런 방식의 호텔중에서는 가장 먼저 생긴곳이라는데 사람들의 평가를 보면 상당히 악평이 많았다. 생긴지가 좀 오래되어서 별로라는거나, 고아원을 고쳐 호텔이 된거라 객실 사이즈가 들쑥날쑥하다는 말이 많았지만 이곳저곳을 뒤지다 레바논에서 알게된 중동 호텔 예약 전문 사이트인 Hoojoojat.com에서 거의 반값에 예약을 하게 되었다. 후주잣은 레바논의 한 여행사가 운영하는 사이트로 expedia나 booking등 글로벌한 사이트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 시리아나 이란의 호텔을 상당히 '다른' 가격에 나와 있는 경우가 있어 이쪽 지역을 오게 될 경우에는 꼭 체크해 볼 가치가 있는 곳 같았다. 물론 자기네들도 글로벌을 표방하고 있어 뉴욕부터 홍콩까지 다 커버하고 있지만 검색해보니 호텔 갯수도 적고 가격도 그리 경쟁력이 있지는 않았다.
어쨋건 덕분에 조식포함 하루에 70불에 2박으로 여기를 오게 되었는데 우선 체크인을 하는 로비는 매우 아름다웠다. 다락방 올라가는 층계 밑 같았던 오리엔탈 보다도 훨씬 그랜드 한게 운치있었는게 체크인을 하고 객실로 가니 사람들의 평가를 알수 있었다.
고급 호텔이기보단 돌로 된 골방에 침대두개 놓여 있는 꼴이었다. 그외 시설로는 tv와 냉장고가 있었지만 둘다 그닥 좋은 상태라고 보긴 어려웠다. 자기네는 4스타라고 하고 싶겠지만 2 1/2정도면 맞을듯 싶었다. 고민을 하다가 다시 내려가 방이 후졌다고 더 나은 방은 없냐니까 방은 다 비슷하다고 하길래 그래도 너무 후졌다고 넓기라도 한 방있으면 바꿔달라고 하니 내일 아침에 매니저오면 얘기해보라고 해서 그러기로 하고 올라와 잤다. 궁시렁거리기는 했지만 인터넷도 되고 그래도 tv도 있으니 불 끄고 나니 잘 잤다.


오리엔탈 호텔의 아침. 음식보다는 먹는 곳 분위기가 좋다


올드시티 마지막 구경

짝퉁cd가게지만 재즈와 클래식 전문매장

어제 저녁 먹었던 Aldar레스토랑이 보이길래 찍어봤다

오리엔탈 호텔에서 짐 찾으며

다마스커스의 메인 기차역인 카담역

저 뒤에 보이는 기차가 우리가 탈 특급기차

정말 간단한 간식과 이어폰도 무료 제공된다

인도에 비하면 100배는 좋아보이는 기차 내부 문도 무려 자동문

5시간 걸려 도착한 알레포역

2박을 할 바이트 와킬 호텔 앞 골목

아름답고 화려한 로비공간

그에비해 너무나 없어보이는 객실. 원래 고아원이었다더니 지금도 고아원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