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0 다시 다마스커스로

11시까지 차를 돌려주러 가야하기에 좀 일찍 서둘러 호텔을 나왔다. 베이루트 시내까지는 20분 정도밖에 안 걸리지만 렌트카 사무실을 찾아가는게 살짝 걱정도 되었고 일찍 가져다주고 다마스커스 가는 버스나 일찍 타자는 생각도 깔려있었다.
다행히도 사무실을 찾기에는 한번밖에 헤매지 않고 얼추 찾아갔다. 주유소에서 마지막 기름을 넣으면서 물어보니 바로 좌회전 한번이면 갈수 있어 다행이었다. 며칠간 SUV를 타니, 높아서 시야도 좋고 공간도 넓어 편했지만 역시 기름값이 만만치 않았다. 대략 계산해보니 연비위주의 운전을 한다고 했는데도 리터당 6-7키로 정도 나온듯했다. ㅠㅠ
산길이 워낙 많고 꾸준히 8-90으로 달릴수 없어 더이상 좋은 연비는 어려웠다. 중동임에도 기름값이 꽤나 비싼 레바논이었지만 그나마 나라가 작아 키로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게 위안이라면 위안거리였다.
차를 돌려주는데 뒷 범퍼 옆에서 살짝 긁힌 자국을 찾아내서는 내가 한거라고 뭐라고 하는걸 절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을 했다. 실제로 내가 긁은 적은 없었지만 그랜드호텔에서 발렛을 해야해서 그때가 살짝 의심이 되었지만 뭐 무조건 모르는일이라고 하니 상처가 크지 않아서 그냥 넘어가줬다.
거기서 택시를 잡아타고 버스터미널로 갔다. 터미널이라기엔 고가도로 아래 공터에 버스들이 떠나는 곳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곳인데 우리가 첫날 묵었던 저가 호텔 근처에 있었다.
원래 첫날도 여기로 와서 저가 호텔까지 걸어갈 생각이었으나 다마스커스에서 오던 버스가 우리를 오지에 버리고 갔기에 이제서야 와보게 되었다.

다마스커스행 버스를 알아보려고 사무실같은 쪽으로 가니 택시기사들이 우르르 달라붙어 다마스커스행 버스는 오늘 없다고 택시 타고 가라고 꼬드긴다. 서비스 택시는 인당 시리아 파운드 650~700정도로 만오천원정도였는데 버스가격의 두배정도라 되었다고 우린 버스 타고 간다고 그사람들을 뿌리치고 갔음에도 정말로 버스가 없다고는 하는데, 정식 사무실이 아니라 부스같은거라 당췌 믿을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때 레바논 리라 3만에 우리둘을 데려다 준다는 택시가 나타났고 인당가격이 아니라 둘이 맞냐고 확인에 확인을 한 끝에 NF소나타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문을 여는 찰나 어디선가 다른 택시기사가 나타나 2만5천리라를 불렀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출발한다고 유혹했다. 가격보다도 장거리 서비스택시라는게 자리가 다 차야 출발하는 시스템이라 이미 열두시가 되어가는 이 시점에 한두시간은 앉아있어도 다 차지 않을수 있겠다라는 생각에 냉큼 그 차로 올라탔다. 이 차는 70년대 미국 쉐비 똥차였지만 뭐 빨리 간다는데 좋은 차 골라탈 여유는 없었다. 하지만 당연히 상도를 무시한 이 기사의 행동에 싸움이 붙었고 둘이 거의 치고박고 할 지경까지 이르렀지만 다행히 5분안에 사태가 수습대고 우린 출발했다.
우리말고는 1초 베컴인 요르단 형이 한명 같이 갔는데 우리 짐작에는 이 형이 급해서 웃돈을 주고 3명밖에 안 태우고 출발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하늘이 기사를 도우시는지 어제 묵은 호텔을 지나갈즈음 군인 한 명을 잡아 태워 국경근처 도시까지 떨어뜨려주고는 배낭여행하던 러시아 애들 3명을 잡아태웠다. 그래서 우리 차는 운전자 포함 앞에 3명, 뒤에 4명이 탄 만선이 되었다.
생각치도 못한 만선에 기사는 입이 찢어지는게 뒤에서도 보였다. 우린 살짝 비좁았지만 오래된 미국차는 워낙 넓어 못 갈 정도는 아니었고 싼 가격에 가는지라 불만은 별로 없었다.
버스보다 워낙 속도를 밟아준 덕분에 베이루트를 출발한지 한시간도 안되 국경에 도착했고 수속도 버스 사람들을 다 기다릴 필요가 없어 빨리 끝났다. 다만 우리가 처음 돈내고 산 시리아 비자 만료기간이 아직 남아있어 기대를 했건만 다시 인당 33불을 받아먹는게 좀 재수없었다.
암튼 국경을 지나서도 신바람나게 밟아 베이루트 출발한지 약 두시간반만에 다마스커스까지 도착했다. 게다가 형이 워낙 기분이 좋아 원래 서비스택시들 정류장인 우리가 올때 택시 탔던 그 먼 버스터미널이 아닌 시내에 내려준 덕분에 수월히 알가잘로 돌아올수 있었다.

알가잘은 한번 와봤다고 그 익숙한 분위기가 마치 집에 온 것 같았다. 호텔이건 도시건 처음에 갈때는 낯설지만 두번만 가도 집같고 친숙하게 느껴지는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오늘은 저번과는 다르게 2층에 방을 줘서 올라갔더니 2층에는 객실이 두개밖에 안되고 옥상같이 곳에 있어 꽤나 독채같은 느낌이 났다.
사람들 평가를 보면 2층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난 개인적으로 아늑한 실내정원안에 있는 1층이 더 좋았던듯하다.
체크인을 하고 점심을 근처 샌드위치집에서 레바논의 콜라 가격에 먹고 시내를 돌아다니는데 오늘이 공휴일인지 매장들이 대부분 문이 닫았다. 구경삼아 여기저기 걸어다니다가 히자즈역에 가서 알레포 가는 기차표를 알아봤다.
알레포는 시리아 제2의 도시로 내일 갈 예정인데 버스와 기차중 무엇을 타고 갈까 고민을 하다가 일반적으로는 버스를 많이 타지만 몇년전 들어온 기차가 꽤나 좋다는 얘기를 듣고 표를 알아보는데 350km되는 거리에 대략 5시간 걸린다는데 가격은 6500원정도였다. 가격도 괜찮고 인도 떠난 후 기차는 처음이라 구매를 하려고 하니 내일 모레 표는 내일 되야 판매가 가능하다며 내일 아침에 오라고 한다.

그래서 호텔에 들어와 향후 일정을 짜고 근처 인터넷 카페에 가서 이것저것 예약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첫날부터 눈여겨 봐뒀던 Al Kamal이라는 레스토랑에 찾아갔는데 다행히 문을 열었다.
레바논에서 제대로 된 식당에서 밥을 거의 안 먹은 관계로 오랜만에 먹는 케밥은 역시 상당히 맛있었다.
패스트푸드가 즐비한 레바논과 패스트푸드는 없지만 그 가격에 고급식당에서 밥을 먹는 시리아는 참으로 가깝고도 먼 나라였다.

우리와 함께 해줬던 기름먹는 하마 GMC Envoy


결국 왕복 두번을 하게 된 베이루트에서 바알벡 또는 다마스커스 가는 언덕길.

처음엔 이렇게 넓직했던 우리의 다마스커스행 택시. 오른쪽이 서양인처럼 생겨 영어 한마디 못 하던 1초 배컴

국경근처에서 몇푼안되는 남은 리라 환전하는 나. 역시 국경에서 환전은 독약이다 

앞3,뒤4 -_- 신난건 기사뿐

알가잘 체크인하고 나와 먹은 샌드위치. 샌드위치도 맛 났지만 프라이가 정말 맛있었다

무슨날인지는 끝내 모르겠지만 암튼 매장들은 모두 문닫은 다마스커스

한가한 다마스커스의 최고번화가

호텔 근처의 배낭여행자들의 거리

꽤나 화려한 분위기의 Al Kamal레스토랑
거의 모두가 시켜먹는 콩수프 하지만 달룡이는 못 먹겠다고 나한테 떠밀었다
반가운 중동 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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