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6~27 함라에서 생활하기

함라에 위치한 우리의 Minto Suites라는 이름의 아파트에서의 이틀째는 우리가 준비한 중동식 아침으로 시작되었다. 다른 것을 해 먹을 수도 있었지만 flatbread에 버터와 잼 그리고 크림치즈를 발라먹는 이 아침은 요르단부터 거의 매일 먹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질리기는커녕 먹으면 먹을수록 너무나 맛있었다. 특히나 토스트에 잼이나 버터 발라먹는건 거의 안 먹는 내가 이렇게 발라먹는 빵을 좋아할줄은 몰랐다.

아침을 먹고 우선 오늘 할 일로 라면을 찾으러 가기로 했다.

사건의 발단은 한달전쯤 레바논으로 출장을 오게 되었다는 우리의 또하나의 가족인 지훈이에게 라면좀 갖다 어디에 맡겨달라고 했더니 정말 사다 맡겨 줬다. 큰 현대자동차 딜러에 맡겨놨다는데 지훈이에게 들은 위치를 확인해 보니 안그래도 한번 가보려고 한 City Mall이라는 이 도시에서 가장 큰 몰 근처라 겸사겸사 가게 되었다. 위치는 그저께 있던 호텔을 중심으로 우리 아파트와는 반대방향에 있어 거리가 꽤 있었다. 함라에서 한번에 가는 버스를 찾아보니 없어 서비스 택시를 찾아보니 위치가 별로인지 다들 안 간다고 해 2서비스에 협상을 해서 우선 시티몰로 갔다.

하지만 몰은 매우 실망스럽게도 그닥 볼게 없었고 30분 정도를 돌아다니다가 라면이나 찾으러 갔다. 몰에서 북쪽으로 준 고속도로인 큰길을 따라 500미터정도 가니 반가운 현대 마크가 보였다.  출장온 사람이 들릴 정도로 레바논에서 가장 큰 현대 딜러가 아닐까 싶은 이곳은 3-4층 되어 보이는 빌딩이 전체가 딜러였는데 라면을 맡겼다는 Pascal이라는 여자분을 찾았더니 꽤 높으신 분인지 1층 쇼룸에는 없고 2층 사무실에 있었다. 분명 우리 또래라고 들었는데 그보단 연배가 높아보이시는 아줌마가 계셔 혹시 맞는지 물어보니 맞았다.

내 친구가 한달전쯤 놓고간 물건 찾으러 왔다고 하니 기억을 냉큼 하고 반갑게 맞아주고 물건도 잘 건내 받았다. 실은 고마운 마음에 같이 점심이나 먹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연배가 너무 높아 보이고 일개 직원이 아닌 높은 위치에 계신 분 같아 밥 먹자 하기엔 조금 엄한 것 같아 수줍게 감사의 인사만 전하고 파란 현대 봉지를 받아 나왔다.

딜러를 나와 열어보니 신라면 5개 오징어짬뽕 5개가 반갑게 들어있었다. 그동안 인도에서 컵라면 먹은 것 말고는 한국 라면은 정말 오랜만이라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미국에선 라면은 세박스씩 재워 두고 먹고는 했는데 어쩌면 청소년 이후로 두달간 가장 라면을 적게 먹었던 기간이 아니었나 싶었다.

라면을 신주단지 모시듯 감싸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나올까 하다가 거리도 있고해서 가는 방향일것 같은 Achrafye라는 곳을 가기로 했다. 아슈라피라고 읽는다는 이곳은 베이루트의 부촌상권이 있는 곳이라고 해서 구경을 하고자 가는데 시내 버스를 한번 타보자 하였다. 어차피 몇 번이 가는지도 모르니 우선 지나가는 버스에 손을 흔들어 탔다. 이나라는 정류장이 없고 아무데서나 손을 흔들면 타고 내리는 시스템이었다. 올라탄 후 아슈라피를 외치니 뭐라고 뭐라고 하면서 올라타라는 시늉을 하길래 우선 냉큼 앉았다. 가격은 천리라로 서비스 택시의 반이었다. 그렇게 조금 가서 고가 밑에서 내리라고 하면서 저 길 건너서 2번을 타라고 했다. 그렇게 2번 버스를 타고 언덕위를 올라 아슈라피에 갔다, 아슈라피라는 동네는 꽤나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동네였다. 지도를 보고 아슈라피의 중심인듯한 ABC몰이라는 쇼핑몰애서 버스를 세우고 내렸다. 이 촌스러운 이름의 쇼핑몰은 더 촌스러운 ABC백화점이라는 백화점 체인 회사에서 지은 쇼핑몰이라는데 촌스러운 이름과는 달리 아까의 시티몰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고급스러웠다. 매장 갯수를 시티몰보다 적었지만 질은 비교가 안되었다.
언덕위의 이상한 지형에 지은 건물은 삼층으로 올라가면 뒷쪽으로는 길과 연결이 되는 푸드코드보다는 맛집 골목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건물내에서 연출하고 있었다. 해도 지고 저녁을 여기서 먹을까 하다가 마땅한 메뉴는 보이지 않아 쇼핑몰 구경만 하고 나왔다. 앞서 말한 언덕위쪽으로 나오면 간단할 것을 모르는 관계로 들어온 쪽으로 나와 전혀 직사각형과는 거리가 먼 건물은 한바퀴 돌아 길을 따라 내려가니 이나라에서 가장 고급 레스토랑들이 모여있는 길이 나왔다. 프랑스를 사랑하니 프렌치는 물론이고 글로벌 트렌드에 맞추셔서 매일 비행기로 생선을 공수한다는 스시집 등

엇그제 시리아 물가로는 들어가서 음료수 한잔 마시기 부담스러운 레스토랑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보다 소중한 라면들이 있었으니 집으로 돌아와 고민에 고민을 한 끝에 신라면을 이기고 오징어 짬뽕을 끓여먹었다. 거의 2개월만에 먹는 제대로 끓인 라면의 맛은 너무나 꿀맛같았다. 이 나라의 고추 픽클에 어제 은 찬밥까지 넣어 너무나 행복하게 라면을 먹은 후 소화도 시킬꼄 인터넷도 할겸 대학교 앞으로 free wifi가 되는 카페나 식당을 찾아 갔다. 그쪽은 놀랍게도 안되는곳이 적을 정도로 모든 곳에서 인터넷이 무료였다. 그 중 버거킹에 들어가서 커피 하나씩 시켜놓고 인터넷을 몇시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밤 늦은 시간에 길은 한적한데 유독 한 핫도그집만 사람들이 버글거렸다.


달룡이한테 혼나면서까지 핫도그를 도저히 그냥 지나갈수 없어 하나 사 먹었는데.. 이 맛이 완전 대단했다.

지금까지 스스로 최고의 핫도그라고 치던 시카고 스타일 핫도그의 밀어낼 만큼 충격적인 맛이 의 핫도그는 우선 숯불인지 가스불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불맛이 가득하고도록 큼지막한 소세지를 구워 작은 프렌치프라이 부스러기를 넣고 전혀 어울리지 많을것 같은 양배추 채썰은것을 넣어 케첩 머스타드등의 condiments를 뿌린 후 칠리와 치즈를 껸져 준다. 암튼 누구든 베이루트 간다면 이집의 핫도그를 꼭 먹어봐야 할듯하다.


다음날은 금요일이었다. 레바논은 중동국가중 유일하게 금토가 아니라 토일을 쉰다고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본 바깥은 너무나 한산했다. 둘러보니 매장들은 오후에나 문을 여는 반휴일을 주로 하고 있었다. 특별히 할것도 없고 어제 간 몰이나 다시 가서 하루종일 스타벅스에 앉아 인터넷으로 앞으로의 일정을 짰다. 며칠간의 고민끝에 다마스커스로 다시 돌아가 올드시티에서 1박을 해보기로 했다. 내일부터 2박3일로 레바논의 지방을 돌고 베이루트로 돌아와 차를 리턴하고 다마스커스로 버스를 타고 간 후에 기차를 타고 시리아 제2의 도시 알레포로 가기로 했다. 다마스커스에 돌아가는 시간이 꽤나 늦을것 같아 첫날은 알가잘가서 자고 두째날 full로 올드시키에 취해볼수 있도록 예약을 했다.
난 앉아서 예약을 하고 달룡이는 쇼핑을 하고 실로 오랜만에 둘이 떨어져 있어봤다 ㅋ
저녁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도미노스 피자를 to go하고 어제 먹은 핫도그를 하나 더 먹고 돌아왔다. 역시 다시 먹어도 핫도그는 최고였지만 도미노스 피자는 완전 별로로 맛이없었다.

 

시티몰 근처. 우리 라면을 맡아줬던 Century Hyundai가 저멀리 보인다

현대 로고를 보고 이렇게 반갑긴 난생 처음
시내버스를 타고 아슈라피 가는 길.. 이나라는 버스나 택시나 시설대비 가격은 완전 바가지

ABC몰의 외관모습


베이루트의 시내버스표. 왜주는지 모를정도로 환승등 아무 혜택이 없다

1일 pc방이 되어준 abc몰의 스타벅스

최고의 핫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