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5 베이루트 함라 구경과 백숙해먹기

오늘부터 3박은 Hamra라는 베이루트 시내의 번화가 중 한군데에서 아파트를 렌트해 있기로 했다. 여행을 시작해서 그동안 계속 밥을 해 먹을 수 없는 숙소들을 전전긍긍하며 밥을 해먹고 싶은 생각이 강해졌고 그외에도 호텔들보다는 좀 더 자유스럽게 잠깐이나마 이 도시를 사는 사람들인냥 시간을 보내보자고 해서 렌트를 하게 된 곳이었다. 함라는 American University of Beirut라는 대학교가 있는 동네로 잘은 모르지만 다른 번화가보다 좀 더 젊은 번화가라고 했다.

하룻밤 잘 보낸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일부러 손님이 있는 택시를 붙잡아 함라라고 하니 타라고 했다. 가격을 물어보니 인당 2천리라로 1600원정도였다. 알고보니 서비스 택시는 정가처럼 2천리라로 정해져 있었고, 만약 그것보다 멀리 간다면 2서비스(=4천리라), 3서비스 이런식으로 돈 계산을 하고 있었다. 암튼 일반 택시로 잡으면 유럽에 비해서도 별로 싸지 않은 베이루트의 택시 가격이 서비스택시라는 개념으로 싸게 탈수 있으니 좋았다. 레바논의 서비스 택시가 요르단과 다른 점은 요르단은 버스처럼 정해진 루트를 움직이는데 반해 레바논은 목적지를 얘기하면 택시 운전수가 가고싶으면 가고 아니면 마는 방식으로 꽤나 일반 택시에 합승한것과 같다.

암튼 또다시 곧 무너질 듯 한 오래된 택시를 타고 함라까지 한 15분 정도 갔다. 호텔 설명대로 함라 중심에 보이는 스타벅스앞에서 택시를 내려 옆 골목으로 들어가니 바로 나왔다. Minto Suites라는 아파트 이름이 작게 붙어 있었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리셉션이라기엔 심플해 보이는 데스크에 직원이 한명 앉아있었다. 영어는 거의 못 하고 여권을 주니 자동적으로 키를 줬고, 키를 받아 올라갔더니 한국 오피스텔 같은 느낌의 우리 방이 있었다.

6층이니 ground floor가 있는 이나라에서는 7층에 있는 우리 방에는 원룸인 studio로 창문 옆으로 침대와 tv, 히터겸용 에어컨이 있었고 가운데에는 소파와 작은 테이블 그리고 문 옆으로 화장실과 작은 부엌이 있었다.

부엌에는 별건 없지만 어쨋건 밥을 해먹을수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매우 감격해 있었다.

이 곳에서 하룻밤 자고 바로 이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달룡이는 매우 고무된듯 했다. 집에 있으면 나가고 싶고 돌아다니다 보면 잠깐 안주하고 싶다는 것은 참 재미나다.


우리 아파트는 다 좋은데 인터넷이 유료라서 못 쓰고 냄비와 프라이팬이 안 보이길래 달라고 하니 영어를 하나도 못하는 메이드가 와서 손짓발짓으로 설명을 하니 곰솥 같은 큰 냄비 하나 달랑 가져다 줬다.

베이루트는 특별히 볼거리가 있는 도시가 아니기에 우린 느긋하게 이곳에서 3박을 보내기로 하고 우선 오늘은 근처 함라를 보기로 했다.

함라는 어제 본 인공적인 다운타운보다는 매우 활기차 있었다. 옷가게, 식당, 카페 등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고, 길에는 차가 넘쳤다. 우선 호텔 근처에 있다는 베이루트 관광청에 들러 시내지도를 받아들고 근처에 보이는 Chopstix라는 동양음식점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음료포함 요리와 밥 또는 로멘이 같이 나오는 세트가 만원 정도 하니 시리아와 비교하면 엄청 비쌌다. 가게 이름과는 다르게 젓가락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랄까 음식은 매우 평범했다. 역시 암만의 압둔서클에서 먹은 미국식 중국음식집이 맛있었다.

밥을 먹고 AUB대학교 앞 길까지 걸어갔더니 그쪽은 대학생들 같은 젊은이들로 버글거렸다. 샤와르마, 핫도그 등 가벼운 먹거리가 넘쳤고 맥도날드, 버거킹, 크리스피크림 같은 프랜차이즈들도 하나씩은 다 있었다. 시리아에서 천원 정도 하던 샤와르마가 4천원 정도 하니 물가의 차이를 가늠해 볼수 있었다.

이쯤 보다가 컨디션에 난조를 보인 달룡이 때문에 아파트로 돌아와 잠깐 쉬고 저녁시간이 다되어서 장을 보러 근처 슈퍼에 나갔다.

대형마트는 없고 ACME 라는 꽤 큰 SSM사이즈의 슈퍼가 근처에 있어 부푼 마음을 이끌고 장을 보러 갔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 음식을 거의 싸오지 않아서 조미료나 고추장같은게 전무했기에 해 먹을수 있는 한국요리는 한정되어 있어 우린 고민끝에 백숙을 해먹기로 하고 재료를 샀다.

, , 소금, 후추 등 기본적인 재료를 사고 쌀은 이집트 쌀이 비슷해 보이기에 작은 봉지 하나 샀다. 그외 음료수, 고추 피클 등을 사고 우리가 너무 사랑하게 된 중동 빵과 버터, 잼 등도 담아왔다. 아파트에 큰 냄비 하나밖에 없어 5천원 주고 Wok도 하나 같이 샀다. 버터까지 프랑스에서 수입한 President가 주로 팔리는데, 레바논 시민들의 프랑스 사랑은 참 대단한것 같다.

 

장을 봐 와서 냉장고에 넣을 건 넣고, 달룡이는 바로 닭 손질에 들어갔다. 결혼 처음엔 밥도 잘 못하던 달룡이가 이젠 이런 제한된 환경속에서도 음식을 꽤 잘해낸다. 닭을 손질하던 달룡이가 깜짝 놀라 쳐다보니 닭 뱃속에 닭머리가 들어 있는 거였다. 스리랑카 시장에서 닭 사면 닭발까지 달려 있어 깜짝 놀란적이 있었는데 머리가 들어있다니.. 암튼 5년차 주부꼐서 잘 처리해주셔서 2개월만의 한국요리는 성공적으로 완성되었고 덕분에 우리가 암만에서부터 너무나 사랑하게 된 고추 피클에 백숙을 아주 꿀맛으로 먹었다. 집밥을 엄청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해먹는 음식은 너무나 맛 있어 결국 한 솥은 거의 다 먹고 행복한 마음에 잠이 들었다.

짐 들고 이사가는 모습. 엘리베이터 없는 곳 너무 싫다..


함라가는 길 보이던 어제 간 다운타운 지역

3박4일간 우리집이 되어준 Minto Suites

북적거리는 함라의 거리

이름은 Chopstix이지만 젓가락은 안준다..

5년차 주부와 닭


먹어도 먹어도 또 먹고싶은 중동빵~

오늘 장본 쌀,잼,젤로,간장 등

닭을 기다리다 결국 참지 못하고 빵 한장 꺼내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집밥

밥 먹고 소화하러 산책나간 대학교 앞 쪽의 밤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