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3일째, 아메다바드. 우다이푸르로 가는 중간 지점


10 4일 예약해 놓은 우다이푸르의 호텔 때문에 어떻게든 그날까지는 우다이푸르로 가야했고 왠만한 인도 지역에서는 극악으로 알려진 버스와 비싼 비행기 말고 유일한 횡단 교통 수단인 인도의 기차. 시간도 잘 지키고 타보면 그리 나쁘지는 않지만 대략 시속 30-50정도 나오는 속도는 선진국들의 평균 속도를 생각해보면 한숨만 나온다. 그래도 두번째 비싼 2등석이라 그런지 치안도 문제없어 보였고 꽤 편히잤다. 에어컨은 빵빵하다 못해 매우 추웠다.

정시도착!!!


뭄바이에서 우다이푸르로 한번에 가는 기차는 오후 세시에 타서 다음날 아침엔가 도착해야 하기에 너무 길어 제외하고나니, 유일한 선택은 아메바다드를 거쳐 다시 갈아타고 가는 방법밖에 없어 들르게 된 아메바다드는 공업으로 유명한 도시로 구자라트 주의 가장 큰 도시이며 간디의 정치적 고향으로 여행자들은 매연 심하고 별로 할 것 없어서 잘 안들르는 도시라 한다. (그저께 타즈마할 호텔에서 봤던 Outsourced라는 영화 배경도 구자라트 주의 한도시였다)

우리는 거기에 아침 6시반에 내려 11에 다시 기차를 타야하는 거의 하루를 있어야 했는데 아침에 기차역에 내리자마자 새벽에 뭘 할까 고민하다 우선은 몸 상태가 안 좋은 달룡이때문에 론리플레넷에 인상적으로 적혀 있는 한 호텔에 낮시간 몇시간만 싸게 있을수 있는지 알아보러 갈 계획을 세웠다.


어디서나 그렇지만 기차역안밖에는 수많은 운전수들이 삐끼짓을 하고 있었고 우린 Left Luggage서비스에 트렁크들을 맡기고,(역 마다 있는 시스템으로 24시간 기준으로 가방당 10루피인데 공무원이 있는 곳이라 꽤 안전해 보였다)  House of MG라 하는 호텔로 가자 했더니 잘 몰라 근처의 모스크를 얘기하니 100부터 다양하게 가격을 불러, 정확한 거리와 금액은 어차피 모르니 그중 가장 싸게 30을 부른 한 툭툭을 타고 달렸다 하지만 내려준곳은 전혀 모스크는 찾을 수 없는 모습. 모스크 어딨냐 하니 여기라며 내리랜다. 아직 현지 전투본능이 안 살아난 나는 어쨋건 우선 내려 주변을 거지들을 피해 10분 정도 서성거려보니 다행히 호텔을 찾을수 있었다. 이 곳은 이 동네의 부자의 1920년대 저택을 개조한 호텔로 한 눈에 분위기가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호텔 가격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는데 2500-5500이라는 중고로 싸게 구입한 2003년판 LP의 가격에 가격인상을 고려해도 3500정도에 낮 몇시간만 후려칠 생각으로 간 우리는 5500+vat인 가격에다가 낮시간만 있는 것은 그가격에서 50% 3천 정도에 한푼도 못 빼준다는 얘기에 좌절하고 나왔다.

이제 7시조금 넘은 시간. 다른 호텔을 찾아볼까 하다가 상대적으로 이른 아침 8부터 연다는 아슈람이라는 간디 기념관에 들른 후 그 바로 앞에 구자라트 주에서 운영하는 주립 모텔에 가서 다시 흥정을 해보기로 했다.

House of MG호텔이 있는 구시가지에서 아슈람까지는 거리는 LP의 지도로 봐도 꽤 멀어보였는데 툭툭을 타니 꽤 정직하게 갔다.

이곳 툭툭은 기차역에서는 절대 흥정을 해야 하지만 그 외에는 관광지가 아니어서 그런지 외국인이라고 바가지 씌우려고 하지 않고 운전자 왼쪽 무릎 있는 곳에 달린 미터로 꽤 정직하게 다른 도시보다 훨씬 싸게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운전은 뭄바이보다 두배 무섭게 질주한다. 가며 본 아메바다드란 도시는 구자라트에서 젤 크다 하더니 가는 길에 맥도날드도 보이고 아우디 딜러도 보이고 생각보다 훨 큰 도시였다.


아슈람은 간디가 오랜 시간 거주하며 소금행진등 주요 운동을 펼쳤던 곳을 박물관 겸 기념관으로 만든 곳으로 고맙게도 책의 설명과는 달리 아침 8도 안된 시간에도 열려 있고 별다른 입장료 없이 둘러볼 수 있었는데 특히 간디가 살던 집은 소박하다 못해 아무것도 있는게 없는 수준으로 경건함이 절로 들게 되는 곳이다. 

전날인 102일이 간디의 생일이자 국제 비 폭력의 날이라 그런지 더욱 그 의미가 남 다르다고나 할까, 특별히 멋진 건축물 같은 외형적인 아름다움은 없으나 다시 한번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곳이다.

아슈람을 짧게 둘러 본 후 그앞에 있는 주립 모텔에 가보니 에어컨있는 방이 700정도로 가격은 나쁘지 않았지만 자기네는 주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절대 가격 흥정은 없고 낮 시간만 이용해도 하루치 다 내라는 말에 그냥 나와 버렸다. 오는 길에 본 맥도날드에, 이나라 맥도날드는 아침을 하는지 안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모텔 앞에 서 있는 툭툭을 타고 갔더니 아직 오픈전. 근처에 보이는 젊은이에게 물어보니 9 오픈한다는데 아직 40분이나 남았고 그앞에는 마땅히 앉을 곳은 안 보이고..

뭄바이와는 다르게 생긴 아메다바드 툭툭의 다이얼식 미터기, 미터기를 제로로 리셋하는건 확인하고 타지만, 결정적으로 돈으로 환산하는 법은 끝내 몰랐다 -_-


우리를 아슈람 앞에서부터 태워온 툭툭 운전수가 아메바다드 관광지도를 펼쳐 보이며 이곳의 유적 중 하나인 바올리라 불리우는 우물을 가자 하고, 미터로 간다는 말에 올라타고 달리는데 이 우물이 가도가도 안 나온다. 알고보니 이 놈이 가자고 나선 곳은 유적중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시내에서 18키로 되는 곳에 있는 곳. 역시 모텔앞에 서 있던 놈이라 돈 벌 머리를 잘 굴렸다. 짜증이 난 나는 그만 내리겠다고 얼마냐 했더니 140이라 해서 그거 던져주고 내리려 하니 거의 다 왔다고, 200 주면 거기까지 가겠다 해서 그럼 300에 돌아오는 것 까지 해서 갔다. 앞서 말한대로 툭툭가격이 상당히 싼 이곳에선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것도 많이 준 듯.. 암튼 18키로란 거리는 이곳에선 상당히 먼 거리로 편도 4-50분정도 걸렸다.


암튼 그렇게 도시를 벗어나 도착한 adalaj 바올리. 바올리란 북부 인도에서만 있는 계단식 우물이라는데, 물이 귀한 이 지역에서 신성시 여겨 종교적, 권력적 의미가 있는 곳이라 한다. 먼길 찾아온 이곳 adalaj 바올리는 1499년 건축된 곳으로 바올리 중 크기나 아름다움으로 손꼽힌다는데,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촌동네에 대충 있는 철문으로 들어가면 흡사 공원 같은 잔디밭에 지상으로 올라온 것은 별 것 없어 보이지만...

Adalaj 바올리 입구. 이때까지의 생각은 '아 씨바 또 속았구나'였다


밑으로 들어가보면, 자연광이 드는 바올리의 아름다움과 거대한 규모에 매료된다. 약간 어두우면서 한기가 느껴지는 그 곳은 층계식으로 계속 내려 가도록 되어 있는데 툭툭 운전수의 짧은 영어로는 그 층계 부분까지 물이 차 올랐다고 하는데 구석구석의 정교한 조각과 끝없어 보이는 기둥들은 과연 이곳이 우물인지 왕궁인지 헛갈리게 한다.

 

게다가 유명 여행지 답지 않은 한적한 분위기에 아직 9시정도밖에 안되서인지 인파도 거의 없었던 것이 이곳의 음산한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렸다. 우리를 데려온 툭툭 운전수는 팁이라도 벌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우리를 이곳 저곳 안내하며 사진 찍기 좋은 곳을 소개해 줬고 비록 툭툭비는 많이 나갔지만 우리 스스로는 여기까지 올 생각도 안 했었을 곳이기 때문에 낚인게 나름 보람있었다. 

친숙한 분위기의 시골동네 풍경

다시 30분정도 툭툭을 타고 가서 맥도날드로 돌아왔지만, 안에 직원은 있지만 아직 문은 열기 전이라 르꼬르뷔지에가 건축했다 하는 아메다바드 시립 박물관을 가봤다. 근처 조금 더 화려해 보이는 건물을 보고 저것이겠거니 하고 가보니 이미 지나온 다른 건물이라 할만큼 건축에 무지한 우리에게는 건물도 박물관의 전시품도 그닥 대단한 것은 없었다.


이제 다시 맥도날드로 돌아오니 11시정도 였고, 맥도날드는 성업중이었다. 이번 여행중의 목표 중 하나인 많은 국가나 지역의 맥도날드에서 그 동네만 있는 메뉴를 한번씩 먹어보는 거였지만, 이렇게 현지메뉴만 가득할 것 이라는 생각도 못해봤다. 소고기 메뉴는 단 하나도 없었으며, McLean이후로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고기 없는 버거가 즐비했고, 육류메뉴라 할것도 치킨류 외엔 Filet-O-Fish 한 가지 뿐..
(전체 라인업이 궁금하시면 http://www.mcdonaldsindia.com/menu.html 참고)
고민을 하다 이곳의 빅맥격인 Chicken Maharaja Mac과 젤 큰 포스터가 붙어있던 McVeggie를 시켰다
백베지는 카레고로케같은게 껴 있는 버거이고, 그 이름도 거룩한 치킨마하라자맥은 빅맥과 비슷한 야채 치즈에 구운 치킨 패티가 두장 들어있었다. 맛은난 차라리 맥베지가 낫더라.. 치킨마하라자맥은 치킨에 양념맛이 너무 강해 별로였다. 암튼 둘다 다시 먹을 일 없는 버거였다. French Fries도 튀긴 기름이 다른 듯 맛이 조금 달랐지만 괜찮았다.어쨋건 에어컨 나오는 곳에서 생수통에 있는 생수도 무한으로 주고 천국이었다.


맥도날드에서 세수도 하고 양치질도 하고 충분히 시간은 보냈는데도 아직 열두시 조금 넘은 시간. 같은 건물에 있는 극장에 가서 자기로 했다. 가장 시간이 잘 맞는 영화표를 달라고 하니 Do not Disturb라는 코미디 영화로 완전 쓰레기였다. (다행히 언어의 장벽은 없었는지 현지 리뷰사이트에서도 보통 1/5 정도 받고 있었다) 극장은 상당히 넓고 편안했으며, 좌석 사이즈가 우리나라 골드클래스급으로 넓었다. 단지 불만이라면 좌석 지정제였는데 묻지도 않고 맨 뒤줄에서 두번째를 줬다. 이 쪽 사람들은 극장 맨 뒤에 붙어 영화보는걸 좋아하는데 어차피 앞 쪽에는 다 비었는데도 지정된 자리 말고는 못 앉게 해서 뒤에서 현지인들과 옹기종기 붙어서 봤다. (극장은 뭐 대단한 곳 이라고 표 끊는 곳 부터 모두 촬영금지였다.)

영화를 반은 자고, 반은 보고 난 후 인터넷카페를 찾아 헤메었다. 이런 쪽으로 좀 잘알것 같던 cd매장의 젊은 직원에게 좋은 인터넷카페가 어딨는지 묻고 찾아갔더니 3년전 망한 곳이었다.  다시 10분정도 헤매 한 곳을 찾았는데 무슨 불법 도박하는 곳 같은 분위기로 골방에 학원같이 주루륵 컴퓨터 놓고 장사하는 곳으로 속도도 최악이었지만 그래도 이 도시에서 젤 좋은 쇼핑 센터가 따로 있다는 정보를 찾아 그곳으로 향했다.
10 Acre Mall이라 하는 이곳은 구자라트 주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라는데 맥도날드, 도미노스 등의 프랜차이즈와 커피전문점까지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경남 지방의 소주인 좋은데이가 생각나는 Coffee Day라는 커피 전문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다른 매장 구경 좀 하고 아침에 들렀던 House of MG 호텔로 저녁을 먹기 위해 돌아갔다.


House of MG에 있는 레스토랑인 Agashiye는 인도의 한정식이라 할 수 있는 탈리가 유명하다 해서 찾아갔는데, 1인당 400루피 정도 하는 Appetizer를 넓은 마루 같은 곳에서 먹고 메인 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옮기는 것도 인상깊었고 음식도 향이 그리 강하지 않아 달룡이도 큰 문제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저녁을 마치고 난 후 우리는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와 맡겼던 짐을 찾고 우다이푸르행 기차에 올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