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9/10 저녁도 주고 국제전화도 무료인 특이한 호텔

밤 11시반에 출발하기로 되어있던 우리 버스는 연착되어 12시 넘어서 출발을 했다.
이버스 역시 꽤나 을씨년스러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히터는 전혀 틀지 않아 덜덜 떨면서 반은 자고 반은 깨서 세르비아로 들어갔다. 세르비아 역시 EU는 아니었고 그래서 그런지 마케도니아와의 국경은 크게 복잡할 것 없이 통과했다.
아침 7시가 못 되어 벨그라드, 베오그라드, 또는 벨그레이드로 제멋대로 불리우는 이 도시에 도착을 했다.
이쪽을 오기 전에 마케도니아나 세르비아나 왜 이리 낯서나 했더니 모두 구유고의 국가들이었다. 이쪽 나라들은 축구 경기가 없으면 절대 알 일이 없는 이름들이라 우리에겐 매우 생소했던 것이었다.

7시도 안된 겨울은 여전히 어두워 보통 터미널에 남아있던지 했을텐데 베오그라드에서 이틀을 있을 호텔은 터미널 바로 앞에 있는 Mr President Hotel이란 곳을 예약했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이 5분안에 걸어갈수 있었다. 방이 없으면 로비에라도 눈을 붙이려고 했는데 프로페셔널 하지는 않지만 매우 친절한 언니가 고맙게도 흔쾌히 체크인을 해줬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호텔은 호텔값이 역시 그다지 싸지 않은 베오그라드에서 자칭 4스타라고 하는 곳인데 가격은 다른곳보다 싸지는 않았지만 여러가지 잇점이 많은 곳이었다.
우선은 버스터미널과 기차역이 모두 걸어 2-3분이면 될 정도로 가까워 새벽에 내려 이틀 후 밤 기차를 타고 헝가리로 갈 예정인 우리에게 좋은 위치였다.
그리고 무료인터넷은 물론 특이하게 국제전화가 모두 무료였다. VOIP가 워낙 흔한 요즘이라 인터넷만 되면 대단한 것 같지 않아도 스카이프로 한국에 전화할 때 핸드폰에 하기엔 잡담을 떨기엔 조금 부담스러운데 덕분에 오랜만에 가족은 물론 친구들한테 모두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할수 있었다.
인터넷 전화인 만큼 가끔 딜레이가 생기기도 했지만 그래도 일반 전화기를 붙잡고 통화하는 편안함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아침은 물론 특이하게도 저녁도 준다고 했다. 그렇다고 리조트의 half board개념도 아니고 간단하게 말하면 밥 먹으러 나가기 싫은 불쌍한 사람들 밥 챙겨주는 수준인데 사실 인터넷의 평도 저녁에 대해서는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우리에겐 상관없었다.

그외에도 호텔 이름답게  모든 방은 세계의 유명 대통령을 테마로 꾸몄다는데, 별건 아니고 침대 위에 떠억 하니 초상화가 하나씩 걸려있다. 특이할수도 있겠으나 사실 좀 괴의했다.
유명 대통령이라 해도 얼굴을 잘 모르는 사람도 있는 반면, 모택동이나 후세인의 방은 어떤 사람들은 꽤나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우리방은 아이젠하워였는데 아이젠하워 대통령께는 좀 미안한 말이지만 초상화보고도 누구인지 알수 없는 분보다는 특이한 독재자가 더 좋았을 듯 하다. 초상화뺴면 그냥 심플한 모던한 분위기의 객실과는 전혀 상관이 없게 호텔 로비나 홀 곳곳에는 쇠로 만든 조각들이 놓여있었는데 주인이나 디자이너나 둘중 하나의 과욕이 너무 심했다.

거실과 침실을 분리해놔 공간활용이 좋은 반면, 어이없게 창문에 커텐이 없는등 전체적으로 실용과는 거리가 먼 제멋대로의 디자인 

저분이 아이젠하워이라는데..

버스에서 잠을 거의 못 자 열두시까지 잠을 보충하고 우선 부다페스트 행 기차표를 끊으러 기차역을 갔다. 다행히 이틀후 우리가 타고 싶은 날 자리가 있었고 가격도 인당 15유로로 매우 저렴했다. 다만 여기서 밤 9시반에 출발을 해서 5시반에 부다페스트에 내리니 숙소로 이동하기에는 조금 이른게 문제였지만 기차역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예약을 했다.

예약을 마친 후 호텔에 들러 친절한 호텔 언니께 시내 가는 길을 물어 걸어갔다. 지도상으론 택시나 트램을 타야 할 것 처럼 보였는데 오히려 현지인이 걸어가도 가깝다며 공원을 가로질러 언덕위로 올라가는 길을 표시해 줬다. 언덕위에 위치하고 있는 다운타운은 정말 언니말대로 공원을 뚫고 층계길을 걸어 올라가니 10분정도 걸렸다. 이곳 역시 구 공산권이었던 동유럽인지라 건물들은 왠지 낡고 딱딱하며 사람들마저 그리 밝아보이지 않았다. 스코페는 동유럽 답지 않게 밝았던 반면, 이곳은 다시 불가리아로 돌아온듯한 느낌이었다.
시내는 소피아, 스코페보다는 훨씬 도시라는 것을 입증하듯 매우 컸다. 브랜드들도 zara나 망고등 세계적인 터키이후 보기 힘들던 패스트패션들이 좋은 몫에 다들 자리잡고 있는게 조금씩 변두리국가에서 중심에 가깝게 온듯한 느씸이 들었다.
전혀 따뜻한 날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노천 카페에 앉아 즐기고 있는 것이 딱딱한 구소련 건물과 대조적이었다.
점심은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Peking이라는 중국식당에서 옆에 따로 운영하는 패스트푸드 형식의 중식으로 먹고 저녁은 호텔에서 먹어야 하니 어두워지려고 할 즈음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이 있는 터미널 지역에서 다운타운으로 가는 언덕길. 매우 동유럽스럽다

베오그라드의 다운타운 중심거리인 Knez Mihailova Street.

take out박스도 반갑고 무엇보다 음식이 오랜만에 먹는 제대로 된 맛이었다. 나오는데 요리사 형이 수줍게 우리에게 짜이찌엔이라고 인사까지 건네는걸 보니 본토에서 온지 얼마 안되는 듯 하여 더욱 맛이 좋았던듯

왠지 비쌀것 같은 고서들로 가득한 한 서점

집에 오는 길에 들른 슈퍼. 무엇보다 다양한 일회용 인스턴트 핫 초콜렛과 커피가 우리를 사로잡았다.

평이 별로라 별 기대를 안 했던 호텔은 저녁식사 기대이상이었다. 음식 가짓수도 무료라고 하기엔 매우 다양했다. 세르비아역시 그닥 자기네 음식이라 할것은 없는지 파스타나 그릴드 치킨등 평범한 인터내셔널 푸드가 주였지만 대부분의 음식이 매우 맛 있었다. 게다가 커피는 물론 생수도 탄산이 있는것과 없는 것 모두 무료였다. 보통 부페라도 음료수 장사를 하려고 드는데 이곳은 정말 다 주기로 작정을 했나보다. 하지만 우리말고는 한 테이블만 찼을 정도로 호응이 별로인 것이 마음이 아팠다. 대체 왜 이런 저녁을 무료로 주는지역시 방의 대통령 초상화만큼이나 미스테리이다. 사실 저녁 안 주고 방에 커텐이나 달아주면 더욱 좋은 평점을 받을듯 한데.. 암튼이정도 음식이라면 우린 매일 먹을수 있다며 내일 저녁역시 이곳에서 먹기로 기약을 하고 방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