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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텔에서 아침을 먹고 토레스 델 파이네 갈 채비를 했다. 우리가 타고 가는 버스는 국립공원 입구까지만 데려다 준다고 하는데 그곳부터 우리 숙소까지는 7키로를 걸어야 한다니 얼추 두시간 하이킹을 해야 갈수 있었다. 그래서 트렁크는 두개 모두 호스텔에 맡기기로 하고 배낭 한개에 이틀치 짐만 꾸려 가게 되었다. 9시에 호스텔로 직접 픽업을 온 버스는 그냥 미니 밴이었다. 우리말고 프랑스 부부가 함께 토레스 델 파이네까지 가게 되었는데 덕분에 우리도 조금 싸게 가는 것이었다. 푸에르토 나탈레스부터 토레스 델 파이네까지는 160키로로 도로사정을 감안해도 두시간이면 갈 거리인데 도중에 휴게소에 들려 거의 30분을 까먹었다. 당연히 싸지 않은 가격에 기념품과 간식등을 파는 곳에서 가지를 않으니 어쩔수없이 구경을 할수 밖에 없다.
경치야 푸에르토 나탈레스도 충분히 친환경적으로 멋졌지만 공원에 가까워 질수록 희한한 동물들이 참 많았다. 사슴때같이 생겨서 보면 리마과의 과나코라는 애들이었고, 회색깥의 야생타조들도 많이 보였다. 우리 운전수 아저씨는 어느 순간 차를 세우더니 어디론가 마구 뛰어가서 개미핥기인 아르마딜로를 (armadilo) 한마리 잡아와 구경시켜줬다. 아마딜로 뜻이 스페인어로 '갑옷을 걸친 작은 동물'이라니 정확하구나. 처음보는 신기한 동물 중 역시 내가 가장 군침을 다신건 레모타에서 먹었던 파타고니아 양들이 아니었을까 ㅋㅋ 스코틀랜드 여행하면서도 많이 본 양이지만 워낙 맛있게 먹어서 그런지 이쪽 애들이 더 소프트하고 보송해 보인다.
입장료를 내야 하는 공원 입구는 썰렁하기 이루 말할수 없었다. 그냥 황량한 벌판에 통나무집 하나 있고 거기서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외국인은 5천페소, 현지인은 3천페소였는데 며칠을 있건간에 그돈만 내면 되었으니 한사람당 10불 정도면 상당히 싼 편이었다. 표를 끊고 이제 두시간 걸어야겠구나 생각을 하며 내릴 채비를 하는데 운전수 아저씨가 내리지 말라며 무려 호텔까지 데려다 줬다. 프랑스인 부부는 어차피 호텔까지 가는 조건으로 예약을 한건지는 모르겠는데 암튼 우리로썬 완전 땡잡았다. 너무 고마워 밴을 내리면서 가다가 그 휴게소에서 커피한잔 먹고 가라고 봉사료도 줬다. 아저씨는 내일 모레 4시에 데리러 온다고 하고 그땐 입구까지 걸어나와야 한다고 했다.
토레스 델 파이네 공원내에는 특급 호텔이 두개가 있었는데 그 중 한개는 Explora인가 하는 사설 호텔로 가격이 천불씩 하는 럭셔리 어드밴쳐 타입이었고 그외에는 우리가 온 Las Torres 호텔이 가장 고급이었다. 라스 토레스 호텔은 비수기에도 일반 객실이 300불 정도 했는데 고맙게도 비수기에 찾는 배낭 여행객들을 위해 객실 일부를 캠핑장 가격으로 주고 있었다. 어차피 공원의 숙소 대부분이 문을 닫는 비수기에 왜 이런 친절을 베푸는지는 모르겠는데 암튼 우린 덕분에 아침 포함해서 한사람당 2500페소정도에 올수 있었다. 객실은 특별한 것은 없지만 오지중에 오지 산속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다. 단지 우린 두명이었는데 싱글 침대 세개가 있는 트리플룸을 준것은 조금 의아했다. (이건 다음날 궁금증이 풀렸다) 그리고 방값을 싸게 해주는 것은 고마웠는데 레스토랑 가격은 인당 2-3만원을 내야 먹어야 했으니 이것이 조금 암담하다. 오기전에 식사 가격을 듣고는 대충 간단히 먹을수 있도록 싸갖고 오긴 해서 점심은 갖고온 비상 식량으로 대충 때웠다.
우리는 남미의 국립공원하면 이구아수나 알았지 토레스 델 파이네는 이번에야 알게 된 곳이었는데, 이곳이 남미 국립공원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산의 정상이나 큰 폭포같은 한가지 포인트가 있다기 보다는 W 모양으로 난 트레일을 따라 하이킹을 하다보면 빙산부터 다양한 경치를 볼수 있다고 했다. W-Trail을 다 보려면 기본 1주일은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어차피 비수기라 공원내 두군데 말고는 숙소가 운영되지 않고 있고 안전상의 이유로 못가는 곳들도 많아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하여 오늘은 비교적 가까워 보이는 호텔 뒷산을 오르기로 하고 가볍게 나섰다.
하지만 사인판을 따라 조금씩 오르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도저히 우리 신발로 등산은 무리였다. 길이 잘 나있는 길이 아니라 거의 야생이었는데 나선지 한시간만에 벌써 해가 저물고 있었다. 산속이라 더욱 일찍 해가 지는것 같았다.
어쩔수 없이 하이킹은 내일로 미루고 호텔로 돌아왔다. 낮에도 꽤나 심하던 바람은 밤이 되니 더 심해진것 같아 창문이 깨질것 같아 불어댔다. 라디에터를 통해 히팅은 되고 있었지만 워낙 미열이라 우린 옷 다 껴 입고 이불속에 있어도 추웠다. 그런 상황에 저녁은 호텔 밥값이 너무 비싸 뽀글이로 때우는데 그것도 복도로 냄세 나갈까봐 화장실에서 끌여 후딱 먹고.. 아름다운 주변의 경치도 잊은 채 이 추운 겨울날 이 산속은 왜 들어와서 고생을 하나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토레스 델 파이네까지 태워다 준 밴
30분씩이나 쉬어가던 휴게소
슬슬 풍경이 나온다
동물들은 참 신기하게도 자연속에 있으면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갑자기 차를 멈추더니 미친듯이 뛰어가 한 짐승을 몰고오는 우리 운전수 아저씨
개미핥기라는 아마딜로
라마의 한 종류라는 과나코
낙타과라더니 정말 얼굴이 낙타 닮았다
언제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비좁은 다리를 무려 차를 타고 건넜다
이것이 토레스 델 파이네. 저멀리 보이는 손가락같은 피크에서 이름이 유래 되었다고 한다 (Torres Del Paine=Towers of Paine)
그리고 산자락 밑에 보이는 캠핑 빌리지. 텐트 캠핑, refugio를 포함해 우리가 가는 호텔까지 다양한 숙소가 모여있지만 비수기인 지금은 호텔 말고는 모두 문닫았다
아름다운 Las Torres 호텔의 내부
객실도 그냥 심플하니 괜찮다. 푸에르토 나탈레스 시내 호텔에도 없던 tv는 당연히 여기도 생략
의욕적으로 호텔을 나와 하이킹을 떠났지만..
조금 가다 보니 이미 해가 지고 있어 호텔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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