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6/10 기상악화로 뜻하지 않게 Puerto Montt에서 1박

드디어 푼타 아레나스를 가는 날이 왔다. 푼타 아레나스는 칠레 최남단에 있는 동네였다. 우리는 우선 이곳으로 가서 1박을 하고 근처에 있는 Puerto Natales라는 곳으로 이동하기로 예약을 해 뒀다. 비행기가 11시반 출발이라 8시반쯤 체크아웃을 하고 지하철로 향했다. 산티아고의 지하철은 9시까지는 출근 시간으로 요금이 비싸 9시 땡 하면 가려고 그 시간에 맞춰 온건데 생각외로 그렇게 요금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지하철역에 많아 개찰구 앞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산티아고 공항은 지하철로 연결이 안 되어 있고 프로비덴시아에서 바로 가려면 셔틀 버스나 택시같은 사설 교통을 이용해야 해서 시내 다운타운 근처의 Los Heroes역으로 가서 공항 버스를 타기로 했다. 공항 버스는 역 바로 바깥에서 대기 하다가 출발을 하고 있었는데 한 사람당 천 페소였다.

남아공 샴와리에서 만났던 멕시코에 살고 있는 영국 아줌마의 말처럼 남미의 비행기는 일찍 예약하지 않으면 가격이 상당히 비싸지는 미국형 가격 시스템이었다. 우루과이의 Pluna나 콜롬비아에서 파나마 넘어가는 것 외에는 저가항공이 많이 보이지도 않고 해서 금전적인 문제때문이라도 결국 이동수단으로 버스밖에 탈것이 없는 경우가 많았는데 버스로 3일 걸려 가야 한다는 푼타 아레나스까지 저렴한 가격에 태워다 주는 고마운 항공사는 Lan Chile. Lan항공사는 남미에서 가장 큰 항공사라고 한다. 원래 칠레 국적기이자 산티아고가 Hub지만 란 페루, 란 도미니카나, 란 에콰도르, 란 아르헨티나 등 여러 국가에 자회사를 차려놓고 국적기처럼 하고 있는 거대 항공사였다. 겨울철이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적어서인지 그저께 예약을 했는데도 매우 싼 가격으로 표를 구할 수 있었고 비행기는 흠잡을때 없이 좋았다. 짧은 비행기이고 싼 표라 간식이나 밥은 기대도 안 했는데 친절히도 간식도 챙겨줬다.

우리 비행기는 돌아올때는 직항이었지만 갈 때는 Puerto Montt라는 도시를 경유했다. 푸에르토 몽트는 천개의 호수가 있는 도시로서 경치가 매우 수려하다고 하더니 하늘에서 내려다 보기만 해보 아름다웠다.  비행기는 사람들만 내려주고 탈 사람들 타서 바로 갈줄 알았는데 모두 내리게 했다. 간단한 청소를 하나 했는데 항공사 직원 한명에게 우르르 둘러싸고는 뭔 얘기를 듣고 있었다. 스페인어를 못 하는 우린 다행히 직원이 영어가 되서 따로 설명을 해주는데 (당연할 것 같지만 공항 근무자라고 영어를 필수로 하지는 못 한다) 푼타 아레나스 날씨가 나빠서 비행기가 한시간 연착이 되었다고 한다. 우선은 한시간 연착인데 상황이 매우 나빠 더 연착을 할 수도 있고 오늘 못 갈수도 있다고 하니 매우 불안해졌다. 지방 공항이라 규모가 작은데도 고맙게 Priority Pass 제휴 라운지가 있어 우린 그곳에 들어가서 간식도 먹고 오늘 예약해 뒀던 호텔에 상황을 설명하고 혹시 못 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알렸다. 다행히 구두로 예약한 호텔이라 페널티를 물 일도 없었고 그쪽에서도 바로 메일이 와서 푼타아레나스에는 눈이 펑펑 온다며 아마 오늘 오기 힘들거라고 우선 취소해 놓겠지만 혹시라도 오게 되면 오라고 친절히 알려줬다.

한시간이던 딜레이는 두시간이 되었고 결국 오늘 비행기는 취소가 되었다. 며칠전 아르헨티나에서 버스 사고를 당했을때 일처리에 워낙 고생한적이 있었기에 오늘도 생고생을 하는것 아닌가 하며 걱정부터 했지만 역시 대형 항공사라 그런지 진짜 아줌마 말대로 칠레라 그런지 일처리가 일사분란하고 빨랐다.  우선 모두 Baggage Claim에서 짐을 찾게 하고 그 길로 버스를 타고 항공사에서 예약해 둔 푸에르토 몽트 시내의 호텔로 이동을 하니 오후 다섯시가 되가고 있었다. 스페인어를 못하는 우리 둘에게도 친절히 영어로 숙박과 식사까지 무료이며 내일 아침 8시쯤 체크아웃을 하고 모두 공항으로 와서 탑승 수속을 해서 9시반 비행기로 푼타 아레나스로 갈 것이라고 설명을 해주니 살것 같았다. 호텔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한 줄로 길게 늘어서 인원 구성에 따라서 방을 배정받았는데 우린 트윈 룸이었다. 그래도 호텔 프론트에 붙어있는 등급도 별이 네개나 되었고 방이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넓직하니 좋았다. 칠레에서 이런방을 잘려면 적어도 100불은 할텐데 오늘 방값 굳은 것이 우리에겐 오히려 좋았다. 어차피 오늘 일정은 푼타아레나스 도착해서 자고 내일 버스 타고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가려고 한 것이기 때문에 내일 도착해서 바로 버스 타고 가면 일정에 차질도 없었다.

호텔은 와이파이도 잡혀 인터넷을 하다가 저녁시간이 되어 레스토랑으로 내려갔다. 우리 난민들을 위한 저녁 식사 시간은 7시부터 10시까지라길래 일부러 8시반쯤까지 기다려 내려갔지만 레스토랑은 완전 전쟁터였다. 예상치도 못 할만큼 많은 인원을 서비하려다 보니 난장판이 되었고 테이블이 비어있어도 치우지도 못한 곳도 많았다. 어디 결혼식 온 것처럼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합석을 해야했다. 그래도 이 모든 것을 짧은 시간내에 결정하고 어레인지 하고 밥까지 알아서 주니 란 칠레 만세였다. 확실히 며칠전 아르헨티나 버스 사고때와는 다른 일처리에 우린 완전 감동을 먹었다.

 
지하철 타고 공항 버스 갈아타고 도착한 산티아고 공항


공항에서 가장 눈에 띈 Luggage로 만든 조형물


오늘 타고 갈 Lan 칠레의 비행기. 오늘 이후로 란 항공사 완전 사랑하게 되었다.

비행기에서 준 간단한 간식 박스

하늘 아래로 보이는 천개의 호수가 있다는 푸에르토 몽트.

또 한번 priority pass의 고마움을 느낀 라운지에서의 기다림

결국 비행기는 취소되었고 우린 짐을 찾아 항공사에서 어레인지 해놓은 호텔로 갔다

무려 4스타 호텔이었다. 아르헨티나 버스 사고 나서는 버스에서 재웠는데..

객실도 넓직하니 따뜻하고 와이파이도 잡히고 좋다

레스토랑은 우리 비행기에서 온 급작스러운 손님들때문에 합석도 해야했고 난장판이었지만 그래도 짧은 시간안에 임시방편으로 마련해준 것 치고는 매우 훌륭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도 할수 있지만 우리에겐 이런 것 하나 하나가 모두 감동이었다.


생각치도 못한 Puerto Montt에서 1박을 하게 된 Diego de Almagro 호텔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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