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8~07/09/10 모던한 디자인의 Hotel Remota

릴리 파타고니아 호스탈에서는 아침을 먹고 일찌감치 나왔다. 오늘은 나름 푼타아레나스/푸에르토 나탈레스의 일정 중 하이라이트라고 꼽은 레모타라는 호텔을 가는 날. 아르헨티나에서 칠레 일정을 짜다가 우연히 이곳을 보게 되었고, 결국 이스터 섬 대신 칠레 최남단을 오기로 결정한 이유가 되었다. 호스텔이 있던 시내에서는 택시 2천페소로 간단히 갈수 있었다. 

처음 이곳 사진들을 보고 매우 외딴 곳에 뚝 떨어져 있을 줄 알았는데 레모타 호텔은 푸에르토 나탈레스 시내를 벗어나 2-3키로 정도 떨어진 곳에 있어 외딴 곳이라기엔 매우 도시와 가까이 있어 기대했던 것 만큼 세계와 동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은 받기 어려웠다. (물론 푸에르토 나탈레스 자체를 이미 오지라고 할수는 있다.) 

원래 레모타는 보통 2박 이상만을 예약을 받는다고 했고, 그것도 액티비티까지 포함을 해서 패키지 형식으로 하루에 약 100만원에 육박한다고 하는데 우린 최고의 비수기인 겨울 시즌에 와서 약 40만원에 아침과 저녁을 주는 Half Board로 1박을 예약했다. 비수기인 만큼 호텔에 사람이 적을 줄은 알았는데 놀랍게도 우리밖에 없었다. 호텔에 도착했을때 프론트 데스크 쪽은 무슨 공사를 하고 있어 원래 스탭은 정비사가 불러다 줘서 체크인을 했을 정도로 현재 호텔은 정상은 아니었다. 투숙객이 우리밖에 없을 정도면 문을 닫는게 손실이 적을텐데 왜 열었을까 생각을 해보니 어차피 이런저런 공사 할 바에야 돈받고 우리를 받은게 아니었을까. 

암튼 정비사가 불러다준 스태프는 현재 호텔은 이것저것 정비중이고 액티비티 및 수영장은 운영을 안 한다고 했다. 돈내고 하는 액티비티야 별로 할 확률이 없었으니 상관없지만 실내 수영장과 거기 딸린 사우나를 못 사용하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그 대신, 사과를 하는 뜻에서 점심을 주겠다고 했다. 물가가 싸지 않은 오지에서 밥을 세끼 다 주는 풀보드로 있게 되었으니 수영장을 못 쓴다고 했을때의 아쉬움 따위는 저멀리로 사라졌다. 스태프는 설명을 끝내고 우리를 방까지 안내해 줬다. 

긴 복도를 걸어 도착한 방은 사실 생각보다 많이 실망스러웠다. 니스 안 칠한듯한 나무가 많이 사용된 방은 자연적인 느낌을 많이 살릴려고 한 것 같은데, 모던한 느낌의 외관이나 로비같은 공공시설과는 이질감이 많이 났다. 그리고 방에서 TV를 퇴출시키고 대신 그 자리에는 전통의상인듯한 가죽옷을 걸어놨는데 이것역시 인테리어 포인트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해 보였다. 민 벽이 싫었다면 헝겊인지 옷인지 모를 이것보다는 차라리 그림을 걸어놓든지 하는게 좋았을것 같다.

하지만 방을 제외하고 호텔의 나머지 공간들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도화지에 직선을 몇개 쭉쭉 그려놓은 듯한 전체적인 형상도 아름다웠고, 무엇보다 로비와 레스토랑등이 있는 메인 건물이 마음에 쏙 들었다. 남아공에서 갔던 샴와리 리조트처럼 그룹별로 excursion을 함께 하고 같이 모여 떠들고 할 수 있도록 소규모 미팅 장소가 다양한 모습으로 있었고 건물 어디서나 아름다운 피요르드를 바라볼수 있는 창이 있어 그림이 따로 없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공짜로 주기로 한 점심을 먹으러 가니 호텔에 투숙객은 역시 우리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비스나 음식은 전혀 소홀하지 않았으니 빅토르라는 서버도 매우 친절하며 정중했고 음식도 너무나 맛 있었다. 애피타이저로는 간단한 샐러드가 나왔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야채가 너무나 신선하고 아삭한 것이 역시 무공해에서 자라서 그런가 싶었다. 메인으로는 그릴드 피쉬 또는 피쉬앤칩스중 선택이 가능해서 하나씩 시켰는데, 어딜가도 그냥 그정도인 피쉬앤칩스가 너무나 훌륭했다. 생선 자체가 워낙 쥬시하고 쫄깃하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방에 tv가 없는 관계로 점심을 먹고 나서는 호텔 여기 저기 산책을 하고 방에서 그동안 여행 다니던 사진들을 정리하며 여유를 즐겼다. 호텔에서 잠을 충분히 못 자게 되는 주범은 방에서 하게 되는 인터넷과 TV인데 여긴 둘다 없으니 차라리 포기하니 제대로 휴식이 되었다.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되서 다시 그 식당 공간으로 갔는데 이브닝 칵테일이 준비되어 있었다. 빅토르는 라운지에 앉은 우리에게 PIsco Sour라는 칠레를 대표하는 국민적 칵테일을 줬는데 칵테일이 매우 맛 있었다. 상당히 독한 칵테일이었지만 달달한 맛이 강해서인지 달룡이도 잘 마시고 빅토르는 계속해서 술을 건내서 3잔을 먹고서야 저녁을 먹으러 움직였다. 사실 남아공 샴와리에서 그룹 일행과 왁자지껄 떠들며 마시던 생각이 조금 났지만 그래도 호텔을 통째로 빌린 것 같은 호사는 끝내줬다. 

저녁으로 준비된 메인은 스테이크와 양갈비였다. 레모타에서 먹는 모든 음식이 훌륭했지만 특히 이날 먹은 양갈비는 태어나서 먹은 양고기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곳 페타고니아 지방의 양고기가 맛있다고 정평이 나있다고 하더니만 정말 어쩌면 양이 이렇게 부드러울수 있는지 놀라울 지경이었다.  원래 양고기를 좋아해서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양고기를 먹었는데 양고기가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 싶을 정도였다. 밥을 먹다 보니 다른 손님들이 앉길래 우리말고 손님이 있었구나 했는데 그들은 공사를 하려고 산티아고에서 내려와 있던 사람들이었다. 진작에 오셨음 술이라도 한 잔 했을텐데..

우리는 다음날 아침까지 잘 먹고 정오가 다가서 체크아웃을 했다. 별로 한 것은 없기 때문에인지 더더욱 밥을 너무 잘 먹고 온 기억밖에 없는 레모타 호텔. 그동안 다니면서 많은 호텔을 갔었지만 체크아웃 하면서 직원과 허그를 하고 헤어진 곳도 여기가 처음이었다.

레모타 홈페이지: http://remota.cl/

푸에르토 나탈레스의 아름다운 피요르드

갈대밭 사이로 보이기 시작한 레모타 호텔

슬랜트로 기울어져 있는 라운지/레스토랑 공간

라운지에는 요정도 규모의 자리들이 분리되어 있어 그룹별로 어울리기 좋게 디자인 되어 있었다.


다른 곳에 비해 개인적으로 좀 실망스럽던 객실. 호텔 전체가 그레이드가 더 높은 방 없이 이 객실로 더블과 트윈만 있는듯 


특이하게 립밤을 줬다. 건조한 겨울철에 정말 유용했다

레모타는 메인 건물과 두 줄의 객실 건물들이 있었는데, 그 두 객실동을 연결해주는 다리





신선함에 놀란 샐러드
칠레의 국민 칵테일 피스코 사워
평소 액티비티 갈때 사용되는 차인듯
뒷동산 올라가 찍어본 레모타
일반 시즌에는 요가도 하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