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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최남단을 가는 것이 확정된 이상, 가장 필요한 것은 옷이었다. 이미 브라질을 떠났을 때부터 겨울옷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는데, 포사다스나 코르도바보다 한층 더 추워진 산티아고를 오니 특히 추위를 많이 타는 달룡이는 너무 추워했다. 세달전 런던에서 겨울 옷을 버릴 건 버리고, 건질만한건 모두 한국으로 택배로 보내버린 상태로 얇은 긴팔티 한두개 말고는 다 여름옷이었다. 아까 다운타운에서도 겨울 옷을 조금 봤는데 다행히도 옷 가격이 아르헨티나나 브라질 보다 많이 싸졌다. 그래서 다운타운을 다녀오고도 4시밖에 안되어 Parque Arauco라는 산티아고에서 가장 크다는 쇼핑몰을 가기로 했다. 파퀘 아라우코는 우리 아파트에서 조금 거리가 떨어져 보이는 Las Condes라는 동네에 있었는데 아쉽게도 이 동네는 지하철이 없었다. 택시를 타기엔 거리가 상당히 멀어보여 버스 홈페이지 들어가서 노선을 검색했더니 다행히도 우리 동네서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었다. 버스를 타러 프로비덴시아의 중심길인 11 de Septiembre가로 나가니 이쪽에도 Paris라는 이름의 꽤 큰 백화점도 있고 Panoramico라는 동네 쇼핑몰도 있었지만 여긴 아파트에서 300미터도 안되는 거리에 있으니 필요하면 나중에 보기로 하고 우선 빠르께 아라우코로 향했다.
버스는 우리가 갖고 있는 VIP!이라는 교통카드로 삑하니 되었고 시설도 매우 현대적이었다. 그리고 우리를 태운 버스는 한두번 정거장을 더 서고는 시내 고속도로 같은 길을 10분 달려 바로 쇼핑몰에 내려주니 만약 택시를 탔으면 많이 아까울뻔 했다. 버스에서 내려 보이는 쇼핑몰의 앞쪽에는 다양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실외로 나와 있어 카페 거리 같은 느낌을 살려주고 위쪽과 실내에는 상점이 매우 다양했으니, 실내와 실외를 둘다 활용한 디자인은 마치 런던의 Westfield몰이 떠올랐다. 놀라운것은 프로비덴시아에서 느꼈던 것과 마찬가지로 레스토랑, 카페부터 옷 브랜드까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서는 보기 힘든 글로벌한 브랜드까지 많았다. 푸드 코트에서는 미국을 벗어나면 흔하지 않은 타코 벨까지 있었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와인샵이 있어 그 유명한 칠레 와인을 보러 갔더니.. 놀랍게도 한국과 가격이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FTA의 영향인지 쇼핑몰의 와인샵이라 더 비싼건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가격이 오히려 한국이 더 싼 것도 보일 정도였다.
쇼핑몰을 온 주목적인 겨울옷 쇼핑은 다행히도 자라나 망고 세일에서 달룡이 긴팔 옷 몇개 건지고 꽤나 파카같은 두꺼운 자켓도 케네스 콜에서 세일해서 매우 저렴히 건질 수 있었다. 이것 역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과 차별화 되는 점으로써 그 두나라에서는 세일 다운 세일을 찾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칠레는 세일 폭도 크고 브랜드도 다양했다. 다만 내 옷이 문제였는데 겨울 외투를 찾자니 부피도 크고 가격도 싼건 마땅한게 없었다. 앞으로도 갖고 다닐려면 가벼운 등산웨어 위주로 봤더니 노스페이스같은것은 아예 노 세일 브랜드였다. 결국 현지브랜드 풀업 스웨터 하나 사고 내일 더 보기로 했다.
다음날은 아파트 주변에서 쇼핑도 하고 시간을 보내려 했는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문을 닫은 집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주변 쇼핑몰이던 Panoramico는 규모도 작고 별로 볼 것이 없이 결국 다시 어제 감동을 잊지 못 하고 파퀘 아라우코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역시 일요일에는 쇼핑몰인가 ㅋ 집에 오는 길엔 쇼핑 몰 옆에 있는 대형 마트에서 장을 봐 왔는데, 육류를 보다가 소곱창이 너무나 좋고 싸 보여 이걸 어떻게 손질하냐는 달룡이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왔다. 한국 곱창 전문 식당에서 먹으면 몇십만원 어치는 될 것같은 결코 적지 않은 양이었는데 15년만에 처음으로 곱창을 씻고, 기름을 떼어내서 손질을 한 후 조금은 구워먹고 나머지는 곱창볶음을 했는데.. 와.. 진짜 최상의 질이었다. 손질이라고 제대로 한 것도 없는데 냄새가 조금도 안나고 너무나 맛 있었다. 곱창 안에 한가득 들어있는 곱은 기본이었고 황소 곱창인지 어쩜 그리 질긴지 가격은 고기보다 훨씬 싼 것이 정말 최고였다. 시금치 국까지 곁들여 저녁을 너무나 만족스럽게 해먹고 밤에 아파트 근처 스타벅스에 나가서 커피 한잔을 마시는 호사까지 누렸다. 다른 곳에서는 별것 아닌 일이 밤에 나가기 힘든데다 숙소 바로 앞에 스타벅스 같은 커피 체인을 본 적이 없는 남미에서는 대단한 호사였다.
쇼핑몰 바깥쪽은 마치 카페 거리처럼 다양한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어 분위기가 멋진 Parque Arauco 쇼핑몰
푸드 코트에는 KFC나 타코 벨 등 아르헨티나나 브라질에서는 보기 힘든 브랜드들도 보였다.
일요일 낮 한가하던 프로비덴시아 모습
별거 볼 것 없던 Panoramico 쇼핑몰
역 근처의 상가들
파퀘 아라우코 가며 찍은 프로비덴시아 모습들
산티아고는 도시 전체에서 보이는 안데스 산맥이 참 멋졌다
5천원에 한가득 사온 곱창. 워낙 신선해 그런지 별다른 손질 없이도 너무 맛있었다.
곱이 가득한 통통한 곱창!
열악한 여행자의 환경에서 만들어낸 나의 역작!
함께 마신 칠레산 저렴한 와인. 5천원 정도했는데 이가격대 다양한 국가에서 마셨던 와인중 가장 만족도 떨어지는 와인이 아니었는지
저녁 먹고 스타벅스에서 마시는 한잔의 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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