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3/10 칠레 산티아고 다운타운 & 시장 구경

오늘 할 일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남쪽 Punta Arenas 가는 비행기표를 구매 하는 것. 아침도 먹기 전에 어제 봐둔 Lan 항공사 사무소까지 갔지만 문을 아직 안 열어 다시 돌아와 아침 먹고 10시에 맞춰 다시 갔다. 다행히도 사무소에서는 우리가 구매 하려고 했던 날짜에 그 가격으로 표가 있어 한사람당 왕복 20만원 정도에 푼타 아레나스 가는 표를 구입할 수 있었다. 출발일은 내일 모레였고 가서 체류 기간은 약 2주로 19일 새벽에 돌아오는 티켓이었다. 조금 길 것도 같았지만 아르헨티나 남극에 가까운 동네를 가는데 언제 또 올수 있을지도 모르는 것 모자란 것 보다는 넉넉한것이 낫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예약을 했다. 비록 돌아오는 시간이 새벽 3시반이라는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버스 타고 30시간 넘게 가야 하는 거리를 왕복 10만원에 가게 된 것이 너무나 기뻤다.

집으로 돌아와 푼타아레나스 쪽 호텔들을 예약 메일을 보내고 우리가 지금 있는 MG 아파트에도 하루 더 있겠다고 메일을 썼다. 와보니 위치도 너무 좋고 시설도 마음에 드니 다른 곳으로 옮길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관리인과 말도 안 통하는 것 구글 돌려 메일을 쓰니 편했다. 당장 생각나는 일은 다 끝났겠다 이제 홀가분하게 시내 구경을 나서기로 했다. 나는 아까 나갔을때도 봤었지만 오늘 처음 나온 달룡이는 동네의 분위기에 감탄을 했다. 특히 남미에서는 보기 쉽지 않던 스타벅스도 주변에 두개 있고, 맥도날드 4개, KFC, 피자헛 등 남미와서는 많이 보기 쉽지 않던 세계적인 체인들이 주변에 널려 있는게 다른 남미 도시와는 많이 느낌이 달랐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자기네 색이 약하다고 할 수 있고 어떻게 보면 그만큼 더 글로벌 하다고도 할수 있을지도 모른다. 며칠간 습득한 나의 얄팍한 지식에 따르면 칠레는 거대한 안데스 산맥으로 다른 나라와 가로막혀 있어 같은 라틴 문화권이라도 많이 다르다고 했다. 언어인 스페인어도 억양과 단어등이 조금 많이 다르다니 신기하다. 포사다스에서 버스 사고 났을때 칠레 아줌마가 해줬던 자기네 나라라면 이렇게 일처리를 안 할것이라는 말도 왠지 공감되는 것 같았다. 더운 날씨 조금은 게으른 남미인들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칠레는 스스로 땅이 적기 때문에 스스로 배우고 세계화 되야 살아남을수 있다며 악착같은 면이 있다고 하니 아무리 양 옆으로 좁다고 해도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에 사는 이들이 이런 말을 하면 우린 어쩌란 말인가. 암튼 온지 이제 하룻밤 지났을 뿐이지만 실로 많은 생각이 들게 해주는 곳이었다.

프로비덴시아는 경제 중심지역 답게 먹을것도 많고 지하철 역도 두개가 가까이 있어 어디를 가든 편했다. 우린 지하철을 타고 우선 다운타운을 향했다. 산티아고의 지하철은 특이하게 peak 요금제를 시행하고 있어 출퇴근 시간에 가장 비싸 아침 7시부터 9시까지와 저녁 8시부터 8시45분까지는 620칠레 페소(1400원 정도), 그외 일반 시간에는 560 페소, 아침 6시부터 여섯시반, 글고 밤8시45분부터 11시까지는 510페소, 이렇게 3가지 시간대로 다른 요금을 적용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니 꼭 그 시간에 움직일 필요가 없는 사람은 싼 시간에 움직이도록 유도를 하여 덜 붐빌수 있었다. 그외에도 교통카드를 이용하여 버스와의 연계 환승도 되고 지하철은 급행 시스템도 있는 것이 남미에서는 가히 획기적이었다. 버스 역시 놀랍기는 마찬가지인게 혼잡한 시간에는 일부 정류장에 직원이 카드를 삑하는 기계를 갖고 나와 삑을 버스 오기전에 해놓고 버스가 오면 바로 바로 올라탈 수 있으니 타면서 삑하는 시간을 아끼도록 되어 있으니 가히 놀라운 시내 교통 시스템이라 할수 있었다. 

암튼 우린 지하철을 타고 다운타운인 Plaza de Armas를 찾아갔다. Plaza de Armas는 스페인권 도시라면 대부분이 중심광장이 되는 광장이었는데 예전에 이름대로 무기를 모아두는 곳이었다고 한다. 확실히 산티아고도 다운타운을 오니 조금 더 다른 남미 도시 같은 느낌이 많이 나는 콜로니얼 풍 건물들이 많았다. 그리고 칠레 대지진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듯한 모양의 조각이 인상깊었다. 다운타운 길을 따라 돌아다니다가 자연스럽게 산티아고의 명물인 중앙시장 (mercado central)을 갔다. 이곳은 tv에서도 몇번 본적이 있었는데 수산물 위주의 시장이었다. 흔히 페루산 오징어라고 알고 있는 엄청큰 오징어 뿐 아니라 다양한 생선들과 조개류 등이 신선한 모습으로 팔고 있었다. 우리는 이 시장의 한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명물인 Paila Marina라는 해산물 수프를 먹어보기로 했다.

시장에는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레스토랑부터 우리네 시장의 국밥집과 크게 모습이 다르지 않은 노점식당까지 다양했는데 우리는 어차피 어디가 더 맛이 있는지도 모르고 시장 특성상 다 거기서 거기겠거니 하고 수프 가격이 가장 싸게 2000페소라고 적혀 있는 곳에 앉았다. 수프 하나와 새우 밥이라고 되어 있던 메뉴를 하나씩 시켰는데 시키자 마자 빵과 레몬을 한가득씩 갖다 주웠다. 빵이야 알겠는데 레모은 왜 주는 걸까 싶었는데 남들을 보니 해산물 수프에 레몬을 포크로 찔러 사정없이 즙을 짜넣고 있었다. 음식이 나와보니 수프라는 표현보다는 우리 해장국에 더 어울리는 모습이었는데 한 숫갈 퍼보니 미친듯한 양의 해산물이 들어있었다. 게다가 매콤허니 완전 해장국으로 딱이었다. (위에 얹져 나오는 실란트로는 안 맞을 수도 있다) 밍숭할 정도로 마일드한 음식만 먹다가 이런 것을 먹으니 완전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 정도로 너무 맛 있었다. (달룡이 시켜준 새우밥은 작은 새우가 밥 위에 가득 나온 것이 뭐 그냥 그랬다)

밥을 먹고 나서 우리는 남쪽동네 내려갈 준비를 위해 라면등 비상식량을 비축하기 위해 한인타운으로 향했다. 한인타운이라기 보다는 남미 어디나 그렇듯 한인들이 주로 옷가게에 종사해서 우리나라 남대문 같은 시장통에 한국슈퍼와 식당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Patronato역으로 가서 Antonia Lopez de Bello라는 중심길 중 하나를 따라 시장같은 북적거리는 곳으로 들어가다보니 교민들이 운영하는 듯한 한국식 이름들의 가게들이 듬성듬성 나오기 시작했고 사전에 알아뒀던 주소를 따라 계속 들어가니 제법 큰 규모의 아씨 슈퍼가 나왔다. 미국에서 꽤 많이 먹던 Assi라는 미국 현지 한국 음식 브랜드와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로고까지 같았고, 슈퍼에는 공산품부터 만들어 파는 김밥, 떡 같은게 상당히 다양했다. 한국 사람들 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상당히 많이 장을 보고 있었는데 가격은 다른 남미 도시의 슈퍼 가격과 비슷했다. 비록 라면 말고는 다른 다양한 것은 못 샀지만 그래도 흡족한 마음으로 아파트로 돌아왔다.


7월이지만 초겨울 같던 모습이 아름답던 우리 숙소가 있던 산티아고의 프로비덴시아 (Providencia)



걸어서 2분 거리에 있던 Pedro De Valvidia역. 너무나 안전해 보였지만 지나가던 행인이 우리 카메라를 보고 카메라 조심하라고 하는 것을 보니 그래도 남미는 남미인가 보다.

산티아고의 시내버스와 지하철의 필수품 교통카드.

현대적인 프로비덴시아에 비해 남미 색채가 강했던 다운타운의 Plaza de Armas

아마 칠레 대지진을 추모하는 동상이 아닐까 싶었다.

해산물 좋아하는 나에게는 천국같던 Mercado Central.


성게를 보니 모로코 에싸우이라가 떠올랐다

유명한 해산물 수프를 먹기위해 앉은 장터해장국집 ㅋ Tartar소스처럼 보이는 것은 빵 찍어먹으라고 준 마요네즈에 마늘을 넣은듯한 스프레드였는데 맛있었다.

6천원 정도의 가격에 새우를 가득 준것은 좋은데 조금 밍숭하던 맛의 새우덮밥

그리고 해장국..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에 나오는게 완전 한국음식같다.

정말 가득 들어 있던 각종 해산물들

밥을 먹고 한국 슈퍼를 찾아 간 Patronatos역 근처의 시장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