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3/10 케냐의 한국 민박집 한국가든으로 요양하러 이사

어제 호텔에서 한발도 나가지 않고 푹 쉰 탓인지 달룡이의 상태는 많이 좋아졌지만 역시 여전히 걸어다니거나 하기엔 많이 힘들다고 했다. 이런 몸을 끌고는 도저히 아무데도 갈 수가 없어서.. 우선 어제 예약을 부탁해 놓은 한국 식당에서 하는 민박집으로 옮겨, 일단 상태가 나아질 때까지 휴식하며 몸을 추스르기로 했다.
민박집의 전화번호를 몰라 예약을 부탁드렸던 기숙희 씨께서 어제 저녁에 주소를 알려주시며 택시에게 위치 설명이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고 하셨던 게 매우 고마웠다. 가격은 우리가 카페에서 본 40불 보다 10불 비싼 인당 50불씩이라는데 가격은 조금 비쌌지만 오늘 묵었던 호텔도 비슷한 가격이고 지금 달리 선택도 없어 가기로 했다.

오래 있어봤자 암울하기만 한 680 호텔을 10시쯤 나와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 앞에 있던 택시들과 흥정을 하는데 당연히 호텔 앞에 서 있는 택시와는 흥정은 불가능했다. 지나가던 택시를 잡고자 했지만 그런 택시는 보이지 않았고, 결국 1000실링에서 시작한 택시값을 깍고 깍아 400실링에 가기로 했다. 그것도 정확한 번지수와 길 이름이 나오는 주소 형식이 아닌 무슨 길 에서 연결된 무슨무슨 길에 있다는 정도로만 되어 있는 주소라 다들 모른다고 하는데 다행히 한 기사가 거기 한국식당이 어딨는지 안다고 해서 갈 수 있었다. 한국가든은 택시로 시내에서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주거지역에 있었다.

아직 식당 영업을 하기엔 이른 시간인데 젊은 사장님은 우릴 반갑게 맞이해 방으로 안내해 주셨다.
한국가든, 서울가든은 해외 어디서나 볼수 있는 가장 흔한 한국식당 이름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름에 가든이 들어간다고 해도 진짜 정원이 있는 경우는 잘 없는데, 이곳은 저택을 개조한 형식으로 넓은 정원이 있고, 텃밭이 있었을 것 같은 한쪽 켠에 민박용으로 지어놓은듯한 방이 쭉 있었다. 방은 사실 시설로 보자면 별 볼일 없을 정도로, 더운물 은 미지근한 정도밖에 안나오고, tv같은 것은 전혀 없는 가장 기본 적인 수준의 방 이었다. 그런데 둘이서 하루에 100불이면 절대 싸다고 할 수는 없는 가격인데 이곳의 가격이 비싸지 않은 이유는 바로 식사다.

숙박에 무려 식사가 세끼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식사란게 민박용으로 따로 차려주는게 아니라 식당 메뉴에서 직접 골라 식당 손님처럼 무엇이나 시켜 먹을 수 있다는 것 이었다. 아침은 주방이 준비가 많이 안되어 찌개나 탕, 비빔밥 같은 식사류만 된다지만 점심 저녁은 고기류 부터 전골류 등 메뉴에 있는 것이라면 아무것이나 인당 1인분씩 시킬 수 있었다. 불고기같은 구이, 볶음 메뉴들은 1000실링부터 1300실링까지 하니, 한마디로 3끼 식사를 하면 방은 공짜로 주시는 셈이었다.
여행 온 사람들에게 하루 세끼 한국 음식으로 칫솔질이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같은 환자들과, 장기간 한국을 떠나있는 사람들에겐 분명 엄청난 메리트였다.

한국가든의 식당 부분은 넓디 넓은 정원에 여기저기 창이 뚫려 있는 오두막처럼 되어 있었다. 우린 방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갈비탕과 김치찌개를 시켰다. 갈비탕과 김치찌개라니.. 메뉴를 시키면서 눈물이 날뻔 했다. 조금 있다 나온 음식 역시 우릴 배신하지 않고 완전 감동이었다. 식사를 하며 사장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 보니 그분은 아드님이셨고 사장님은 휙 대충 인사를 받고 가신 아주머니셨다.  아드님은 우리가 카페에서 보고 온걸 말씀드렸더니 매우 반가워 하셨고, 가격도 인당 40불로 깍아주셨다. 가격문제는 어제 예약을 부탁드린 분이 여행사업을 하시는 분이니 좀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었는데 암튼 그것은 우린 신경 쓰지 말라며 다 좋게 해결을 해 주셨다. 
게다가  한국가든은 무려 무료 와이파이까지 있어서 기본적인 인터넷은 할수 있었다. 케냐 여건상 속도는 들쑥날쑥 하고 아무런 이유없이 끊기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쨋건. 
아침 점심까지 맛있게 먹고 방에 들어와 이불 덮고 누워 인터넷을 하며 아무런 일정 없는 휴식을 즐겼다. 방에는 바깥 소리와 벌레가 다 들어올 수 있는 부실한 창문밖에 없어서 트윈으로 되어 있는 방에는 침대마다 모기장이 있었고 그 안에 쏙 들어가 이불덮고 인터넷을 하고 있노라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었다.

나이로비 날씨는 생각보다 너무 추워 이불에 안 들어가면 쌀쌀하기가 이루 말할수 없을 정도였다. 오늘은 거의 하루종이 비가 와서 더 그런가 보다.

방에서 인터넷을 하며 누워 있는데 아드님이 차 타고 대형마트 가는데 구경을 가겠냐고 해서 달룡이도 힘들게 따라 나섰다. 나쿠마트라는 이마트 같은 대형 마트였는데 이곳이 나이로비에서 가장 좋은 슈퍼라고 했다. 그만큼 물건도 많고 마트는 수입물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의 시선을 끈 것은 무엇보다 커피 섹션이었다. 케냐 커피야 다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그 중에서도 고급으로 이름이 나 있는 블루마운틴이 500그램에 1만5천원 정도밖에 안하는데 지나갈 수가 없어 가족들에게 부쳐줄  생각으로 5개 정도 구매하고 우리가 당장 마실 생수 등을 구입했다.
나쿠마트는 생긴 건 멀쩡했는데 장보는 도중 정전도 되고 카드 승인도 잘 안되고 역시 아프리카는 아프리카인가 보다.

저녁에 돌아와서는 불고기 전골을 밥에 비벼 싹 비웠다.  달룡이 휴식차 와서는 나만 살 찌고 갈 것 같다 ㅋ
글이 길어질것 같아 오늘은 언급을 안 한, 우리 여행에서 가장 큰 감동을 주신, 사장님은 다음 포스팅에서 감사를 드려야 할 듯 하다.

680 호텔의 복도. 객실마다 문 위쪽은 ventilation을 위해 뚫려 있다 -_-


우리 창문 반대쪽 풍경

체크아웃 하는 이제야 찍게 되는 호텔 로비. 여기가 프론트 데스크인데 유리 벽으로 둘러싸인 곳이 돈 받는 곳이다 

호텔안에 들어있는 구멍가게

주소를 보고 얼마를 사기칠까 연구중인 택시 운전수들

KBS.. Kenya Bus System ㅋㅋ

모기장이 마치 공주방같은 느낌을 살려주는 한국가든의 객실 ㅋㅋ

많은 식당 홀 중 우리가 주로 먹던, 방에서 가장 가깝던 곳. 노래방 기기도 있는 것으로 보아 회식용으로 사용되는 공간인듯

감동적이었던 케냐에서 먹는 갈비탕과 김치찌개


나이로비는 수도물은 마실수 없어 비싼 생수를 사먹어야 하는데 그것대신 고안하신 듯 숭늉. 진짜 최고다!

한국가든 정원에 있던 완전 놀라운 수준의 목각 동물들. 식당안에는 작은 공예품 가게도 있었다.

사장님 아드님이 구경시켜 주신 나이로비 최고의 마트 나쿠마트 (Nakumart)

현대적인 분위기와 시설에 케냐 최고의 커피 브랜드라는 Dormans 커피까지 가득

한국가든 있는 동안 먹는 것을 빼면 한게 없을 정도로 매일 포식의 연속이었다. 오늘 저녁은 불고기전골!!

이곳의 음식은 정말 너무나 맛있었다. 영국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최고다.

주로 이 상태로 시간을 보냈던 달룡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