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4/10 펠루카와 삐끼의 도시 아스완

아스완 가는 기차에서 눈을 뜨니 바로 아침식사가 들어왔다. 아침식사는 빵 종류 몇가지에 커피뿐인 간단한 식사였다. 아침에 주는 커피는 무료지만 어제 저녁 먹고 마신 커피는 포함이 아니라며 큰 돈은 아니지만 돈을 받아간다는 것이 살짝 기분이 나빴다. 120불이나 받아먹고도 커피 장사까지 따로 해먹는다는게 당연 마음에도 안 들고 다 먹고 나니 돈 달라 하는게 딱 여기 스타일이었다.

기차는 룩소르를  들러 한번 사람들을 우르르 내려주고 3시간 더 달려 아스완에는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도착을 했다. 아직 아침시간이었지만 기차에서 내리자마다 미친듯한 햇빛과 더위가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우선 오늘 예약해 둔 호텔로 향했다. 이집트 여행이 좋았던 점은 제대로 비수기에 왔는지 호텔은 많고 관광객은 상대적으로 적어 좋은 급의 호텔들을 꽤나 저렴하게 있을수 있었는데 여기서도 Movenpick호텔을 좋은 가격에 갈 수 있었다. 아스완 Movenpick 호텔을 선택한 이유는 가격 말고도 나일강 가운데 섬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인도 우다이푸르의 래이크 팔레스 호텔처럼 무료 배를 타고 들낙거리게 되어 있어 우린 기차역부터 걸어서 선착장으로 향했다. 

아스완은 나일강을 따라 이집트의 남쪽에 있는 도시로 대부분의 이집트 여행자들이 가는 도시 중 가장 아래에 있었다. 그만큼 날씨도 더 더워 선착장을 찾아 가는 우리 얼굴과 옷은 땀으로 완전 젖어 버렸다.
나일강을 따라 걷다 보니 아름다운 나일 크루즈 배들이 죽 서있었고 사이사이로 펠루카라 불리우는 이집트식 돛단배들이 보였다. 두가지 모두 아스완을 대표하는 대표 관광 상품으로 다들 여기 와서는 아부심벨이라는 유적지 가고, 펠루카 타고, 나일 크루즈 타고 가는게 아스완 관광의 완성이었다.

암튼 우린 오늘 기차를 살 수 있을지 조차 불투명했기에 나일 크루즈는 나중에 짐 놓고 다시 나와 알아보기로 하고 우선 호텔로 갔다. 딱히 간판하나 없어 사람들에게 물어보면서 가야했지만 한명에게 물어보기 전까진 10명의 삐끼들에게 펠루카를 타겠냐는 질문을 들어야 했다. 아스완의 나일강가는 그 어떤 곳보다도 삐끼들의 천국으로 5미터당 한번씩은 펠루카 타라는 말을 들었다.
선착장 바로 앞에도 역시 간판따위는 없어 배에서 내리는 외국인에게 이게 호텔 가는 무료 보트인지를 물어보고야 비로소 안심하고 배에 올랐다. 그 외국인은 친절하게 절대 돈은 주지 말라는 얘기도 해줬다 ㅋ

아스완 뫼벤픽 호텔은 건물이 멋있지도 섬이 아름답지도 않았지만 무엇보다 호텔에서 바라보는 나일강의 경치는 끝냈줬다. 우리 객실은 무료 업그레이드 덕분에 그 아름다운 경치를 계속 바라보고 있을 수 있었지만 너무 더웠던 관계로 일단 우선 수영장으로 갔다.
건물 2층에 레스토랑 옆으로 있는 수영장은 꽤 크긴 했지만 다양한 풀이 있진 않았고 무엇보다 미친듯한 태양빛 대비 물은 너무 차가워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잠깐 담궈 열만 식히고 돌아와 호텔을 나와 나일 크루즈를 알아보러 갔다.

앞서 말한 3대 관광 포인트 중 아부 심벨은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나가야 했기에 달룡이의 거부권 행사로 포기하고 펠루카는 왠지 호텔 들낙하는 보트만 타도 충분한것 같아 빼고 나일 크루즈를 해보고 싶었지만 사전 예약을 안 하고 왔기에 무작정 정박되어 있는 크루즈 중 다음날 출발을 하고 가격이 괜찮은게 있는지 찾으러 갔다.
사실 아스완에 오면 수많은 여행사들이 크루즈 상품을 팔고 있을 줄 알았는데 재대로 상품을 파는 곳은 없었다. 정박되어 있는 배에 가서 물어보니 다들 이미 예약이 다 찼다며 직판에는 관심이 없었다. 몇몇 삐끼가 따라 붙었지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결국 몇군데 알아보다가 비싼 가격인 것도 거의 상품이 없어 포기를 했다. 결국 외국인 바가지 가격 말고는 싸게 탈 수 있는 방법은 카이로에서나 찾아보면 모를까 이쪽은 없는 것 같다.

우린 이집트 일정도 짧은데 더 오래 있을 이유는 없을것 같아 나온김에 내일 룩소르로 가는 기차표를 예약해서 돌아왔다.  룩소르 가는 기차편도 다양하지는 않아 시간과 다 따지다 보니 어차피 비싼 일등석 밖에 없어 3-4시간 가는것도 편히 가자고 5천원 더 내고 오늘 타고온 침대기차로 예약을 했다.

하루종일 땡볓에 다닌지라 저녁에 다시 섬을 나가기도 힘들어 저녁은 그냥 호텔 부페로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조식이 아닌 호텔 부페는 음식이 아주 맛있거나 다양하진 않았어도 충분히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방에서 바라보는 아스완의 야경은 끝내줬다. 피라미드를 제외한 이집트의 관광 엽서 배경은 거의 모두 아스완이라고 한다. 아스완 와서 특별한것 한 것은 없이 조금은 허망하게 내일 룩소르로 떠나게 되었지만 경치를 본 것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했다.


기차의 간단한 아침식사

창밖으로 보이는 우리랑 나란히 달리고 있는 나일강

기차역 앞의 거리 풍경. 대략 저렇게 걸어가는 사람중 절반은 삐끼라고 보면 된다.

다른 곳에선 찾아볼수 없는 운치가 있는 나일강과 그 위를 3-7박동안 쉬면서 여행하는 나일 크루즈

너무 힘들어 생수하나 사러 들른 슈퍼. 처음엔 15파운드를 부르지만 3파운드 하니 바로 3파운드에 준다.
무료 셔틀 보트를 타고 호텔 가는 길
햇빛과 더위는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아스완. 이날 온도는 섭씨 50도 -_-
아스완의 심볼이라 할수 있는 펠루카들
50도라는 날씨에 맞지않게 들어가기도 힘들 만큼 너무나 차가웠던 수영장

100만불 짜리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