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3/10 피라미드, 그리고 아스완 가는 침대기차

레바논에서 알게된 중동 전문 호텔예약 사이트인 Hoojoozat.com은 아주 가끔 지네만 다른 곳 보다 많이 쌀 때가 있다. 이집트에 오자마자 자게 된 콘래드 호텔도 원래 가격이었으면 꿈도 못 꿨을 가격인데 후주잣 덕분에 꽤 싸게 올 수 있었다. 게다가 조식도 포함해줘서 카사블랑카의 바르셀로 호텔에 이어 풍성한 조식 부페를 먹을 수 있었다.

이집트는 공사중인 건물과 공사 완료된 건물의 세금이 미친듯 달라 일부러 호텔 같은 곳은 맨날 공사중이라고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여기도 그래서인지 식당 몇 개가 공사중이었다. 그래도 우리가 아침을 먹는 식당은 원래 그대로인 듯 했다. 음식은 중동 음식에 여러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을 생각해 준 덕분인지 다양하게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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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 체크아웃을 한 후 가방을 맡겨두고 드디어 이집트 관광의 핵인 피라미드 구경을 나섰다.

피라미드가 있다는 기자 지구는 카이로 시내에서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서버브 같은 곳 이었다. 교통편을 알아보다 보니 택시를 타고 가기로 하고 호텔에서 나와 택시를 잡았다. 이집트는 택시 모양도 참 잡다하게 많았는데 에어컨 나오며 미터 쓰는 제대로 된 택시부터 대충 영업하는 것 처럼 보이는 좀 구린 애들까지 다양했다. 가격도 그만큼 다양했는데 100파운드부터 입질이 왔다. 우린 20파운드를 불렀는데 다들 놀라는 척 하며 가버렸다. 그중 한 아저씨는 정중하게 미터로 가자는 말에 살짝 흔들리긴 했는데 도저히 카이로의 미터 자체를 믿을 수 없었다. 그렇게 차를 십여대 보내다 보니 한명이 20에 가겠다고 했다. 우린 냉큼 올라탔고, 아저씨는 꼭 우리나라에서 목사 설교 테잎 듣듯이 코란 설교하는 테이프를 미친듯이 크게 틀어놓고 달리기 시작했다.

 가는 동안 보이는 카이로의 도시 모습은 참으로... 별로였다 -_- 건물들은 그 세금문제 때문인지 모두 짓다만듯 대략 쌓아 올라 있고 마무리 페인트 칠 따위는 어떤 건물에서도 보이지 않는 게 질서라는 것은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 곳을 뚫고 20분정도 달리다 보니 저 멀리 피라미드가 보이는데 운전수 놈은 다 왔다며 내리라고 한다. 아니 저기 작게 보이는데 여기서 내리라니 짜증이 났지만 어차피 생각보다 거리가 멀어 5파운드 더 팁으로 줄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5파운드 더 줄테니 저기까지 가자고 하고 갔다. 결국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은 같지만 이집트 인간들의 인간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나니 짜증이 확 났다.

피라미드 입장권은 외국인과 내국인이 가격이 다른 것은 기본이고, 기본 입장료에 피라미드 내부에 들어가려면 따로 따로 입장권을 사야했다. 그 중 가장 큰 쿠푸왕의 피라미드 입장권은 기본 입장료 만큼 비싼게 괘씸해 안에는 들어가서 뭐하냐고 하고 우린 안 들어가버렸다. 뭐 어차피 사람들어가라고 만든 곳도 아니고 내부는 큰 관심도 없었다.

입장권을 내고 들어가니 넓은 사막이 나왔고 피라미드 세개가 보였다. 그 중 가장 먼저 보이는게 가장 큰 당연 가장 유명한 Great Pyramid라하고 옆으로 다른 파라오 것들이라 하던데 기대라기보다 워낙 많이 듣고 보고 했던 것이라 그런지 실제로 보는 모습은 난 뭐 그랬다. 물론 그 큰 돌들을 쌓아 올린것은 대단하지만 엄청 신비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 뭔가 맹숭맹숭한 느낌이었다. 역시 영화의 가장 큰 적은 기대치 이듯이 이것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난 수많은 유명한 유적보다 스코틀랜드의 스카라 브라에가 가장 멋지고 감명깊었으니 말이다.

피라미드 근처는 우리가 사진찍을때 지나가다 찍힌 현지인들도 돈을 요구한다고 들었던지라 삐끼들에 단단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런 사람은 없었다. 특별히 찝적거리는 상인도 없었고, 살짝 비수기라 그런지 매우 한산했다. 오히려 현지인들보다 상스러워 보이는 러시아 단체 관광객들이 더욱 거슬렸다. 여기가 종교적 성지는 아니라지만 비키니 수영복 같은 것을 입고 온 인간들은 도를 지나친 듯 무례해 보였다. 어딜 가봐도 동양에 중국인이 있다면 서양엔 러시아인들이 있었다.

반대쪽으로 내려오는 길에 생각보다 작게 느껴지는 스핑크스도 보고나니 가장 신비로웠던 것은 스핑크스 근처에까지 피자헛과 KFC가 들어와 있는 모습일 뿐.  수많은 미국 영화들의 영향으로 난 왠지 피라미드는 엄청 오지 사막에 덩그러니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카이로 근처에 번화한 동네에 바로 붙어 있다는 게 가장 놀라웠다.
오는 길 다시 25파운드에 택시를 타고 카이로 시내에 대학교 앞에 내려 저녁 기차 타러 가기 전까지 스타벅스는 아니지만 그런 스타일의 현지 카페 체인인 Cilantro에서 무료 와이파이도 쓰며 시간을 보낸 후 호텔에 가서 가방을 찾아 기차를 타러 갔다.

기차는 엄청 호화롭지는 않고 좀 많이 낡았지만 우리만의 침대칸은 매우 편했다. 8시반 출발한 기차는 한시간 쯤 있다보니 저녁 식사도 갖다 주는데 좀 드라이 하긴 했지만 그래도 다양한 셀렉션과 기차에서 밥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밥을 먹고 나니 커피를 마시겠냐고 묻길래 당연 포함인줄 알고 마시고 나니 그제서야 아침에는 커피가 무료지만 저녁 먹고는 별도랜다. 대단한 인간들이다..기차는 밤새 달려 다음날 새벽 룩소르를 들러 아침 10시쯤 우리의 목적지인 아스완에 다다랐다.


카사블랑카보다도 훨씬 스탠다드 한 아침을 주는 카이로


가운데가 뻥 뚫려 있는 2층에 있던 아침먹은 레스토랑

피라미드 보러 가는 길 보이는 건물들 

이쯤해서 우릴 버리고 가려던 택시 운전수

외국인 입장료는 60파운드인데 가장 큰 피라미드 들어가는 가격은 100파운드 -_-


오히려 시간이 지나고 사진으로 보니 웅장하고 멋진데 난 왜 그리 별로였는지...
암튼 돌이 엄청 많긴 많다
가운데 보이는 곳이 도굴꾼들이 팠던 입구인데 지금 관람도 저 구멍을 이용한다는...
돌 하나 하나가 크긴 큰데, 난 왠지 매끄러운 면을 생각했었다.. 너무 라스베가스의 룩소르호텔을 생각했나보다...
윗 부분이 금이었다는데 영국애들인가 프랑스애들인가가 훔쳐갔다고 한다.
트랜스포머가 생각나는 장면
그리고 피라미드의 수호신 스핑크스
궁뎅이는 보수중
나오는데 야매로 장사하던 동네 아저씨 차를 25파운드에 협상하고 시내로 돌아오는 길. 카이로 교통 체증도 꽤 심했다

대부분의 카이로 건물들은 이런 느낌

좋은 호텔들은 대부분 나일강을 끼고 모여 있었다

이란 테헤란과 함께 가장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카이로 지하철. 타보진 못 하고 내려가봤는데 시설은 테헤란의 최고급과 비교불가

모습으로는 전혀 정체를 알수 없는 카이로 람세스 역

좀 낡았지만 충분히 좋았던 침대기차

좀 뻑뻑했지만 그래도 다양히 주는게 고마웠던 포함된 저녁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