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2/10 드디어 이집트 카이로로

우리가 타는 이집트에어의 카이로행 비행기는 밤 11시30분에 출발을 해서 아침 7시반에 카이로에 내렸다. 다섯시간 정도 걸리는데 시차가 있어 시간이 딱 아침 좋은 시간에 내리게 되었다. 왠지 이집트와 모로코는 같은 중동이란 생각때문인지 가까울 것 같은데 비행기 시간만 해도 이렇게 길었다. 우린 15불씩 내고 도착 비자를 구입한 후 은행에서 공항 환전은 환율이 안 좋아 이집트 돈으로 40파운드만 환전을 했다. 이집트 돈은 대략 40파운드면 8천원이었다.
공항에서 카이로 들어가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역시 택시지만 우린 시간은 남고 다른 교통수단이 있으면 타야했기에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가서 물어보니 버스가 있긴 했다. 게다가 예전부터 3대 사기 국가로 모로코, 인도와 함께 손 꼽히는 이집트였기에 버스를 타기로 했다. 하지만 버스를 타려면 산을 넘고 물을 건너야 해서 우리가 내린 터미널3에서는 무료 셔틀 버스를 타고 터미널1으로 가는 길에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랬는데 도대체 어디를 얘기하는건지를 알수가 없어 터미널1까지 가서 물어물어 버스를 타러 갔지만 거긴 정류장이라기보다는 그냥 황무지 같은 곳이었다. 어차피 말도 안 통하고 눈치껏 오는 버스들에 물어 타게 되었는데 생긴건 완전 쓰러져 갔지만 무려 에어컨이 나오는 공항버스였다. 하지만 짐 싣는 공간이 따로 없어 낑낑대며 꽤 높은 계단을 올라 기사가 맨 뒤에 앉으라기에 거기 옆에 우리집도 싣고 얼마냐 물으며 내가 갖고 있는 이집트 돈을 보여주니 냉큼 40파운드를 다 집어들었다. 아무리 공항버스라도 40파운드는 좀 센것 같아 앞으로 돈받으러 움직이는 기사한테 달려가 한사람당 얼마냐 물으려고 하니 묻기도 전에 20파운드를 돌려줬다 -_-;;

우리의 에어컨 나오는 좌석 공항 버스는 달리자마자 5분만에 고장났다며 에어컨을 꺼버리고는 창문을 열고 달리는데 완전 찜통이었다. 버스는 공항에서 한참 달리며 출근 시간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태우며 시내로 들어가는데 교통체증이 꽤 심했다. 나는 피곤했지만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정확치 않아 신경을 곤두세우며 자지 않으려고 버스 티켓에 쓰여져 있는 오랜만에 보는 중동어를 쳐다보고 있었다. 모로코는 중동이라면서도 중동 숫자는 쓰지 않았지만 이집트는 차 번호부터 중동 숫자가 많이 보였다. 우리 표도 물끄러미 보다 보니 중간에 숫자가 중동어로 2라고 써 있는게 분명 2파운드인것 같았다. 암만 자리 두개 차지하는 짐이 있다고 해도 10파운드도 아니고 20파운드나 뜯어간게 괘씸해 모두 내리는 터미널같이 생긴 종점에 우리도 내리면서 티켓을 보여주며 2파운드씩 아니냐고 돈내놓으라고 했다. 나는 오랜만에 전의를 불태우며 10파운드 돌려줄때 까지 거기서 싸울 태세를 했지만 너무나 순순히 15파운드를 돌려주는거 아닌가. 1파운드는 짐 값이라면서 40파운드에서 20파운드가 받고 15파운드를 돌려주는걸 보니 너무나 허무했다. 역시 이집트는 만만히 보지 말아야 한다.

버스 터미널은 매우 후졌지만 꽤 시내 중심인것 같아 대충 택시를 잡아타고 오늘 자기로 한 콘래드 호텔로 가자 했다. 가격 역시 다양하게 나왔지만 느낌상 멀 것 같지는 않아 10파운드에 가겠다는 택시를 잡아타고 갔더니 상당히 가까웠다.
힐튼 체인의 고급 계열인 콘래드 호텔은 위치가 썩 좋아보이진 않는 WTC옆에 있었는데, 그래도 고급 호텔이라 로비나 직원들의 태도등이 오랫만에 특급 같았다.
아직 9시반밖에 안되 시간이 일러 준비된 방이 없다며 체크인을 하려면 한시간 정도 기다리라 해서 달룡이는 방 준비되면 올라가라고 놔두고 난 우선 아스완 가는 기차표를 사러 기차역으로 갔다. 우리가 이집트에서 있을 시간은 단 1주일으로 많은 것을 하기엔 짧은 시간이라 아스완 가서 1박 올라오면서 룩소르에서 2박을 하고 다시 카이로로 올 예정이었다.

이집트는 여행이나 물가에 있어서는 외국인 차별이 둘째가면 서러울 나라였다. 호텔 가격이야 로컬과 외국인이 다른 곳이 많으니 여기선 당연한 일이고 모든 것이 외국인 프리미엄이 붙었다. 심지어 기차마저도 외국인이 탈 수 있는 것은 편명이 정해져 있어서 아스완 가는 기차도 외국인에겐 선택이 침대기차인 특급과 그외 두편정도밖에 없었다.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이면 가겠지만 외국인인 나를 5파운드 이하로 어디건 데려다 줄 택시놈은 없기 때문에 몇대를 보내고 그냥 땡볓에 역까지 걸어갔다. 역은 걸어서 15분 정도 걸렸는데 다행히 길이 크게 복잡하진 않아서 헤매지 않고 찾아갔다. 호텔에서 역까지 걸어가며 보이는 풍경은 세계적인 이름값이 있는 관광도시라 하기엔 참 너무나... 후졌다. 지나가는 길엔 노새 달구지도 보이고 길거리엔 말똥도 보이는게 무슨 시골동네 같았다. 너무나 내가 많은걸 기대했었나보다. 카이로의 서울역 같은 메인 역인 람세스역은 심지어 공사중이라 무슨 천으로 감싸놓은게 간판 하나 똑바로 찾을수 없어 앞에서 역을 찾으며 한참을 헤맸다. 사람들이 짐끌고 나오는 곳을 보고 들어갔더니 다행히 역이 맞아 들어가자마자 바로 있던 외국인용 침대기차 예약사무소를 바로 찾을수 있었다. 어차피 비싼거 밤새고 가는거 편히나 가자고 침대칸을 60불씩 120불을 내고 끊었다. 암만 식사 포함이라고 해도 무려 60불이나 하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달러밖에 안 받고 카드도 안되는 시스템도 대박이었다. 난 달러가 110불밖에 없었는데 고맙게도 나머지 돈은 현지 파운드로 받아줬다. 이 표도 여행자들이 많이 오는 시즌엔 며칠전에 예약을 안 하면 표도 없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내일 밤 출발하는게 남아있어 다행이었다.

표를 사서는 몸도 피곤하고 마침 5파운드에 간다는 아저씨가 있어 편히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더니 이미 달룡이는 객실이 준비되어 올라가 있었다. 객실은 많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넓고 나일강도 보이는 것이 썩 좋았다. 오늘은 피곤하여 멀리는 못 가겠어서 호텔에서 쉬다가 수영장이나 갔다가 근처 시내나 나가며 컨디션 조절을 했다.


마라케쉬 공항같은 아름다움은 없지만 현대적이던 카사블랑카 모하메드V 공항


우리가 탄 이집트에어
스타얼라이언스이긴 하지만 비행기나 서비스나 그리 좋진 않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기내식이 반갑다

새로 지어 공항만큼은 국제적이던 카이로 공항 (터미널 3만 좋은듯 -_-)

무비자는 아니지만 도착해서 15불 내면 바로 주는 이집트 비자

오랜만에 보는 중동식 숫자. 이걸 몰랐다면 버스에서 당하고도 몰랐을듯

초럭셔리 에어컨 나오는 공항버스 -_- (하지만 에어컨은 출발 5분만에 고장인지 일부러 끈 건지는 우린 모른다)

장장 한시간 반이 걸려 도착한 콘래드 호텔

황량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일뷰면 무조건 더 비싼 방..

오랜만에 보는 수영장이 매우 반가웠지만 물에 들어가긴 추웠다

저녁에 나온 마실 도중 다시 온 아침에 내렸던 버스 터미널.

카이로 시내는 충격적으로 거의 폐허수준으로 람세스 힐튼 쇼핑몰이란 여기도 완전 황량

마땅히 보이는 식당도 없고 결국 귀찮아서 몰에 있던 맥도날드에서 저녁을 먹었다

왼쪽에 보이는 타워가 카이로의 자랑이었는데...

카사블랑카 공항에서 싸다고 집어온 하이네켄 캔 6개.. 하지만 이집트는 짜증나게 맥주는 흔하고 비싸지도 않았다.

밤에 어두울 때가 훨 나아보이는 카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