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6/10 5천년간 숨어있던 신비의 타운하우스 Orkney의 Skara Brae (2/2)

드디어 오크니를 가는날. 많이 설레였다.
사실 영국은 막연히 스톤헨지나 생각해봤지 그외 지방은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태리서 구입하게 된 lonely planet의 western europe편에서 보게 된 한장의 사진은 나를 설레이게 만들었다.
바로 orkney에 있는 유적이라는 Skara Brae라는 곳이었는데, 세계 참 많은 곳에 뻗어 있는 흔한 로마 유적이나 모스크 같은 곳이 아닌 무려 5천년 전 사람들이 살던 거주지가 모래 언덕 아래 뭍혀 있다가 1850년정도에 태풍덕분에 마을이 고스란히 발견되었다는 것이었다.
어딘가 만화에 나올법한 신기한 이야기에 나는 무척 매료되었고, 달룡이에게 여기는 아무리 멀어도 꼭 가봐야 한다고 했다. 그 덕분에 UK땅을 남쪽 런던부터 런던보다 아이스란드가 더 가깝다는 오크니까지 가게 되었다.
영국을 막연히 한국보다 좀 더 큰 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이번 자동차 여행을 하기 전까지는 영국이라는 나라가 이렇게 큰지 몰랐다. 결국 런던부터 오크니까지는 3일을 걸려서 올라가게 되었고 일반적으로 분주히 운전만 하고 가도 이틀은 걸리는 거리였다.

인버네스에서부터 오크니 가는 길은 고속도로보다는 일반 국도가 많은 구간이라 시간이 더 걸렸는데 해안선을 타고 흐르는 너무나 아름다운 절경과 Wallace and Gromet에서 봤을법한 털은 하얗고 얼굴만 까만 양들, 그리고 전 세계 소 중에서 가장 귀엽게 생긴 앞머리 내린 Highland Cow들이 운전의 지루함따위는 허락하지 않았다.
두어시간을 달려가 UK섬의 가장 북단에 도착을 해 오크니 가는 페리 터미널에 다다랐다.
만에 하나를 대비에 예약을 해두긴 했는데 비수기 주중이라 그런지 예약을 한다고 할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시간에 가는데 무리는 없었을 듯 하다. 
배는 내리기 시작한 비 때문인지 꽤 많이 흔들려 결국 달룡이는 멀미약을 하나 투입하고 40분을 가서 오크니에 도착을 했다.

mainland에서 오크니 들어가는 배는 크게 3루트가 있는데 그 중 비수기라 한 루트는 운영을 안 했고, 우리가 탄 페리는 두가지중 가격이 좀 싼 페리로 mainland쪽에서 GIll's Bay라는 곳에서 타고, 오크니 섬에서는 St Margaret's Hope라는 곳에서 내린다. 가격은 차는 운전자 미포함 30파운드, 인당 13파운드 우린 56파운드나 지불을 했으니, 왕복을 생각하면 매우 비쌌다. 특별히 싸게 살 방법도 없고 겨울철 아니면 할인도 없으니 눈물을 머금고 피같은 예약을 해둔 것이다. 차를 길스베이에 세워두고 우리만 건너가면 돈은 왕복 60파운드나 아끼나 섬의 대중교통인 버스가 한시간에 한대쯤 온다고 해서 고민을 하다가 차를 갖고 들어가기로 했다. 오크니 섬은 섬치고는 상당히 넓어 스카라 브라에의 반대쪽에 있는 St Margaret's Hope라는 곳에 내린 우린 운전을 하고 오크니 일주를 하며 한시간 정도 운전을 해서 스카라 브라에로 향했다. 가는 길에 보이는 수달 조심하라는 푯말이 이곳이 얼마나 외딴 곳인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페리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상당히 많이 내리기 시작해 앞을 보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는데 스카라 브라에 가는 길에 있는 거석 유적을 잠깐 들렀다. 프랑스에서 봤던 것 보다는 조금 더 크고 잘 나열되어 있는 것 같았는데 암튼 이번의 방문으로 스톤헨지는 입장료까지 내며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일정에서 삭제했다. 그만큼 거석 유적들은 우리에겐 미스테리하지도, 크게 멋 있지도 않았다. 큰 돌을 옮겨온 거야 대단하지만 강한 신앙심으로 특별히 할 것도 없던 석기시대에 못 할 것도 없지 않았을까.

거석유적을 지나 10여분 더 가니 드디어 그 고대하던 스카라 브라에가 나왔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후 1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후 드디어 야외로 나가니 뚜껑부터 내부까지 그대로 제현해 놓은 일종의 모델하우스가 있었다. 내부는 5천년전의 생활방식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훌륭했다. 꼭 요즘 아파트 같은 내부 구조에, 돌로 만든 침대는 기본이고 그외에 선반이나 옷 장등 가구를 돌을 쌓아 만들어 놓고 주변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나 게 등을 담가둘수 있는 저장소도 있었다. 5천년전이라는 석기시대에는 인간은 원숭이와 별 다를 바 없이 집이라 해봤자 동굴이나 움막같은 곳에서 불 하나 켜고 짐승같은 생활을 하지 않았을까 하던 나의 생각은 완전히 틀렸었다. 오히려 지금과 기본적인 뼈대는 같은 생활처럼 보였다.
이미 모델하우스만으로 큰 감동을 받았는데 그곳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본 사이트는 입을 다물수 없을 정도로 멋졌다.
꼭 아파트나 타운하우스처럼 하나의 동으로 엮여 있었다. 모델하우스에서도 봤지만 각 집에 있던 선반이나 침대등의 돌을 쌓아 만든 가구들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마을 전체는 넙적한 돌로 쌓아 만들어졌는데 서로 지탱하고 있는 형식이라  바람등 자연재해에 강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마을도 신기하고 이들이 사용한 넙적한 돌들도 신기했는데 근처 바닷가에 비슷한 형태의 넙적한 돌이 많아 사람들이 같은 공법으로 쌓아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페리도 타야했고, 운전도 많이 해야 해서 오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았지만 이곳을 알게 되고 오게 되었다는 것 만으로 세계일주를 하겠다고 집을 나선 것이 너무나 잘 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에 흐뭇할 정도로 난 이곳이 다니면서 가본 수많은 유적들중 가장 좋았다.

5천년의 감동을 뒤로 하고 우린 비바람을 뚫고 오늘 잘 곳을 찾아갔다. 오크니는 아름다운 섬으로 B&B는 다양하게 있었지만, 싸게 잘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결국 고민끝에 평이 좋던 한 B&B에 어제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해 뒀는데 위치가 스카라 브라에에서 30분 정도 차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오크니 섬의 가장 북쪽에 있었다. 시간이 벌써 늦어 5시 가까이 되고 있어 밥은 대충 테스코에서 산 닭과 샌드위치로 때우고 달려 푯말도 없는 우리의 b&b를 찾아갔다. 인척도 드문 섬의 북쪽에 언덕위에 있던 집은 차도 세우기 무서울 만큼 경사가 가파랐지만 그만큼 아이슬란드가 런던보다 더 가깝다는 오크니의 북쪽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게 아름다운 곳에 있었다.

우리가 벨을 누르니 너무나 마음씨 좋아보이는 아줌마 아저씨가 나와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 줬다. 우리를 우선 거실공간으로 안내해서 따뜻한 차와 집에서 직접 구웠다는 쇼트브레드를 내어주시고 다정하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아저씨 내외는 에딘버러에서 은행쪽 일을 하다 은퇴를 하고 이곳을 아저씨가 직접 지어 살면서 b&b를 하고 있었고, 우리가 한국에서 출발해 이곳까지 왔다는 것에 꽤나 놀랬다. 특히 내가 스카라 브라에를 보기 위해서 왔다고 하니 집 근처에 그런 곳이 한군데 더 있다며 피곤하지 않으면 지금 보여준다고 나가자 해서 망설임 없이 따라나섰다. 아저씨의 랜드로버를 얻어타고  언덕을 내려가 근처 바닷가에 차를 세웠더니 근처에는 물개가 머리만 내밀고 수영을 하고 있었다. 아저씨가 몇번 휘파람을 불어봤지만 물개는 사람 상대하기가 귀찮은듯 나오지는 않고 자기 수영만 했다. 조금 더 걸어가니 스카라 브라에와 매우 비슷하게 생긴 유적지가 나왔다. The Shamrock이라고 이름붙어진 곳이었는데 스카라 브라에 처럼 넙적한 돌을 쌓아 만든 집단 주거 공간이었다.
공법도 비슷해 보이고 바닷가에 위치한 것도 비슷했는데 이곳은 2-3천년밖에 안 된 곳이라 했다. 스카라 브라에와 이곳의 역사는 3천년가까이 나는데 주거방식이 비슷해 보인다는것 역시 매우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만큼 스카라 브라에의 완성도가 높았던게 아니었을까. 원래는 이 유적지도 돈을 내야 들어갈수 있는데 지금은 비수기라 게이트에는 사람이 없어 우린 무료로 볼수가 있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준비되어 있던 우리 방에 드디어 들어갈수 있었다. 어제 있던 인버네스의 트래포드 뱅크 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아저씨가 직접 만든 이 집은 정말 집 같은 따뜻함이 있었다. 우리방은 2층에 있었는데 방의 창문으로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게 경치가 아주 멋졌다. 차타고, 페리 타고 비를 맞으며 유적지를 돈 탓인지 저녁을 먹을때까지 잠깐 잔다는게 일어나 보니 컴컴할때까지 계속 자게 되어 그냥 내친김에 오랜만에 집같은 곳에서 푸욱 잤다.


인버네스에서 Gill's Bay가는 길. 이쪽은 순록을 조심해야 하나보다.


아름다운 스코트랜드 하이랜드의 경치들

드디어 도착한 페리터미널. 터미널이라 하기엔 조금 민망한 그냥 가건물 하나 놓은 수준이었다
승용차는 U자로 벽쪽으로 일자로 넣고 가운데는 트럭이나 RV등 큰 차들을 넣어 넣고 빼기가 쉽게 배치했다.
바다는 거칠고 결국 달룡이는 멀미를 하고 나혼자 좋다고 비맞고 나와 있었다
프랑스나 영국쪽에선 은근히 흔한 거석 유적들
드디어 도착한 스카라 브라에
돌로 지었다 뿐이지 지금의 생활공관과 별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스카라 브라에 모델하우스
생선이나 게같은 산 해산물을 저장할수 있는 정장소까지..
지금은 없어진 지붕까지 재현해 놓은 모델하우스
달룡이는 요르단 페트라에서 구입했던 우비를 오랜만에 꺼내입었다.
뒤에 WANG이라 써 있고 한문도 마구 적혀 있어 입기만 하면 중국인으로 바로 변신하는 마법의 우비
모델하우스부터 스카라 브라에 가는 길에는 인류의 중요한 발자취들이 석판에 하나씩 적혀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스카라 브라에

몇몇 집들은 들여다 볼수 있도록 지붕이 열려 있었고 나머지는 덮혀 있었다.

그중 가장 보존 상태가 좋은 한 유니트. 5천년전 집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잘 보존되어 있다.

스카라 브라에의 바닷가. 집 지을때 사용된 스타일의 넓고 편편한 돌들이 지천에 깔렸다.

오는길에 보인 오크니의 유일한 대형마트 Tesco에서 산 점심. 무엇보다 세일을 하다 마지노선까지 간 10펜스짜리 (170원) 샌드위치. 맛은 10펜스까지 떨어질 만큼이지만, 그래도 너무나 저렴해 행복하다.

오크니에서의 1박을 하게 된 B&B 


친절한 주인 아저씨는 우리를 구경 시켜 주러 몸소 운전까지

동네 바닷가에 물개라니..

스카라 브라에와 꽤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던 2-3천년밖에 안된 Shamrock

덜 오래 되어 그런지 마음대로 내부까지 들어가볼수 있는것은 좋았다.

구경갔다 돌아와 드디어 쉴수 있던 우리의 아늑한 객실. 설계뿐 아니라 건축도 모두 아저씨와 동네 친구들의 아마추어 작품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