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8 조드푸르


힐뷰는 본관과 별관 식으로 두 건물로 되어 있는데 별관격인 식당이 없는 건물에서 자게된 우리의 밤은 모두 좋았는데 너무 더웠다.
인도에 와서 가장 더운 곳에서 처음으로 에어컨 없는 방에서 자서 더욱 그랬겠지만 하루 종일 땡볕에 익어버린 벽들은 밤에도 식을줄 모르고 마치 화덕속에서 천천히 익혀지는 것 같았다.
오븐효과로 빨래도 어찌나 잘 마르는지 빨아놓은 티셔츠가 두시간정도만에 입을수 있을정도로 말라있었다.
스리랑카 생각나게 밤새 더울때마다 깨서 물 한번 몸에 껸지고 다시 잤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쾌적한 곳이라 하루 더 묵기로 하고 기차표를 예약하러 나갔다.
원래는 여기서 사막의도시 제살메르로 가서 2~3일 있다 돌아오려 했으나 어제 한 약속땜에 타즈마할이 있는 아그라로 해서 델리로 갔다 3~4일 후 이미 예약이 되어있는 자이푸르로 오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힐뷰에서 언덕을 내려오니 이 도시에서 가장 큰 시장인 사다르바자로 연결되어 있었다. 윗쪽이 게스트하우스 촌이라 그런지 향신료부터 그외 외국인들이 좋아할만한 물건들부터 내국인들이 주로 사는 양말 야채 속옷 등 안 파는게 없었다. 이곳 위로는 언덕이 심해 툭툭이 잘 못 올라와 이곳에서 툭툭을 잡아타고 기차역에서 이백미터 따로 떨어진 곳에 있는 기차예약센터로 가서 기차표를 알아보니, 우리가 이곳 기차를 너무 만만히 생각했는지 아그라로 가는 야간열차는 며칠간 자리가 없었고 외국인쿼터도 없어서 다음날 아침 아홉시 십오분에 타서 밤 아홉시에 아그라에 내리는 기차를 예약했다. 야간열차를 이용하면 시간도 아끼고 숙박도 해결할수 있어 좋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아그라까지 기차와 다시 그다음날 아그라에서 델리가는 기차까지 예약을 하고 숙소 근처 인터넷카페에서 다음날 아그라에서 있을 호텔과 그나머지 기간 4박5일 델리에서 있을 호텔을 예약하고 더위를 피해 맥도날드를 갔다 저녁쯤 숙소로 돌아왔다.

우리가 저녁으로 먹은 정체불명의 파스타와 계란프라이. 계란프라이는 이나라에서 울 와이프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방에서 누워 론리플레넷으로 아그라에 대해 읽다가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우리가 타즈마할을 볼 수 있는 금요일은 타즈마할이 휴일이었다!
이미 시간은 밤 열한시가 넘었고 줄줄이 되어있는 예약들앞에 우리는 비싼 차비 들이고 하루 버려 아그라 갔다가 나중에 다시 타즈마할보러 아그라를 다시 가게 생겼다.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할수없이 우선 내일 아침에 기차역을 가서 저녁에 델리로 바로 가는 야간기차에 자리가 있는지 알아보고 자리가 있다면 아그라 호텔에 날짜변경을 요청해보고 당일이라 변경이나 취소가 어렵다면 30불을 버리는 셈치고 델리로 바로 가기로 했다.
나중에 아그라를 한번 다시 올 차비와 삽질을 생각하면 더 이상 나은 방법은 없엇다.

아침에 여덟시쯤 눈을 뜨자마자 힐뷰에게 작별인사를 고하고 당일 예약은 기차역에서 가능하다고 들어 기차역으로 부랴부랴 갔더니 당일 예약도 예약센터로 가라해서 달룡이는 기차역에 두고 뛰어갔다.
갔더니 8시반, 외국인쿼터줄은 일정 변경줄과 함께 한 창구에서 봤는데 앞에 사람들은 6명정도 줄서 있었고 만약 델리가는 기차에 자리가 없다면 9시15분 기차를 타야했기에 시간이 별로 없어서 입이 바짝 마르는데..
현지인들의 일정변경 요구는 건당 10분씩 걸리고,바로 앞에 외국인과 한국인으로 구성된 한조는 세가지나 한꺼번에 요청을 해서 시간이 걸리고 간신히 아홉시에 내 차례가 왔다.  
이미 일반 좌석은 없고 외국인쿼터는 자리가 있었는데 여권을 나보고 밖에 나가서 복사해 오랜다.
입에서 욕이 절로 났지만 힘없는 난 시키는대로밖에 할수 없었고 
우선 십분후 출발하는 기차표나 취소해 달라 했더니 내일 아그라에서 델리가는 기차는 여기서  해주고 당일 기차 취소는 또 기차역 가서 하랜다.

이곳이 바로 지옥같았던 조드푸르 기차 예약 센터. 전체적으로 한가하나 외국인과 일정변경 업무를 통합해서 보는 788번 창구만 붐빈다

내 입에서 단내나게 뛰어본지 얼마만인지 카메라는 매달고 다시 200미터를 주파해서 거지들과 삐끼들을 뚫고 기차역 창구에 갔더니 취소는 되는데 50%밖에 안돌려준다고 다 처리해놓고 친절히 얘기해준다.
자기혼자 놔두고 삼십분넘게 갔다왔다고 자기나름 삐져있는 달룡이를 데리고 예약센터에 다시 가서 줄을 다시 서고 내차례가 되어 예약하려 하니, 이제는 돈이 50루피 모자른다.
이동네서는 시티뱅크가 없어서 돈을 적게 찾았는데 표 환불이 오십프로밖에 안된게 화근이었다.
다시 예약센터밖으로 나와 그나마 다행히 근처에 atm센터가 있어 돈을 찾고 다시 도아와도 줄을 선 날 보고 불쌍히 여겨주셨는지 앞으로 오라고 불러줬다.
그 삽질끝에 표를 받았는데 그게 끝이아니었다. 그사람이 준 표는 웨이팅리스트에 있는 일반 표로 그걸 들고 역장같은 사람한테 찾아가서 얘기를 하라 했다.
들고 사무실로 들어가서 외국인 쿼터얘기를 하니 인도철도청예약센터장 같은 사람한테 도착지 행선지 등 기차정보를 다 적은 공문서 같은 편지를 글로 쓰라고 한다.
정말 다 때려치고 다음날 인도 뜨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편지까지 필히 적어 다시 건내주니 문밖에 10분 앉아있으면 한남자가 표를 갖다준다고 했다, 하지만 역시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은 없고 다시 들어가니 이젠 옆에 일번 창구에 가서 얘기하라고 한다.
그렇게 마지막 조각을 끼워 맞췄고 우린 그날 저녁 일곱시 반에 델리로 가는 기차표를 받을수 있었다.
이나라 와서 수많은 일을 겪었지만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거지도 삐끼도 소똥도 찌린내도 아닌 기차예약이라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다.
그렇게 뛰어다니며 장장 세시간에 걸쳐 삽질 끝에 표를 받아들고 다시 기차역에 돌아와 우리의 트렁크를 맡기고 (떠나는 기차표가 있어야 짐도 맡길수 있다) 이제는 호텔을 취소해 보기 위해서 인터넷카페로 돌아왔다. 
해당 호텔을 예약한 곳은 Travelguru라는 사이트였는데 Travelocity계열의 인도 예약 사이트로  expedia나 hotels등 글로벌 사이트보다 훨씬 많이 검색되고 가격도 보통 제일 싼 편이라 이용하게 된 곳이다. 그래도 삼일이상 예약이나 일찍 예약할때는 expedia 가격이 더 괜찮을때가 많았다.
암튼 Travelguru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로근인해서 변경이나 취소하는 페이지등은 찾을수 없었고 전화나 이메일로 하게 되어있어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호텔에 전화해 말해보기로 했다.
달룡이를 인터넷카페에 두고 근처 전화방에 전화를 쓰러 가는데 마실 나온 힐뷰 주인 아줌마랑 딱 마주쳤다.
왜 아직도 안 갔냐고 묻는 아줌마한테 타즈마할이 휴일이라 저녁에 델리로 가는 기차로 바꿨다고 하니 와이프는 어디다 두고 혼자 다니냐길래 피씨방에 놔두고 잠깐 전화하러 나왔다고 했다. 그러자 날도 더운데 바깥에서 고생하지말고 힐뷰로 올라와서 샤워도 하고 방에서 쉬다 가라고 한다.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 중 가장 고마운 사람중 한 명인 아줌마는 끝까지 우리를 감동시킨다. 택시타고 트렁크 끌고 나타난 우리가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었음에도 끝까지 상냥한 미소를 잃지 않으시는구나.
아줌마한테 그러겠다고 감사를 표하고 호텔에 전화해보니 처음에는 안된다는걸 기차를 못 타 그렇게 됐다고 플리즈를 외치니 고맙게도 바꿔주었다. 날짜도 언제가 좋겠냐고 내 마음대로 고르라길래 다음주 금요일로 바꿨다.
Travelguru에 변경 메일 하나 보내놔달라길래 피씨방 들러 메일 보내고 달룡이를 데리고 다시 언덕을 올라 힐뷰의 우리가 있던 방으로 다시 돌아가 샤워도 하고 잠시 누어있다 브런치도 간단히 먹고 그곳의 테라스겸 식당에서 산들바람을 맞으며 쉬었다.
이틀밤 있었다고 정이 들었는지 정말 내집처럼 편안했고 새로 들어오는 여행각들을 보면 우리가 터줏대감이라도 된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곳이 하룻밤에 8천원도 되지 않는다니 정말 눈물나게 고마웠다.  
잠시 휴식을 갖은 후 우리는 너무 가까워서 까먹고 있던 이 도시의 가장 큰 관광거리인 언덕위의 큰 성 메헤란가르에 올랐다. 처음날 택시에서 여기서 내려 온 언덕길이지만 다시 올라봐도 엄청 힘들었다.


밑에서 봐도 cg처럼 웅장한 이 성은 가까이가서 보면 그 사이즈에 압도된다. 하지만 입장료도 가히 압도적으로 백루피라고 책에 적혀있던 것과는 달리 인당 350루피나 했다.
과연 성 안을 보는것이 만원의 값어치를 하는지는 개인마다 다르다, 적어도 우리 와이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성내 투어를 건너뛰고 맥도날드로 가서 이른 저녁을 먹고 쉬다가 기차를 타러 갔다.
이제 이나라에서 우리나라보다 그닥 싸지 않은 맥도날드를 세번쯤 가보니 가장 효율적인 조합을 찾아냈는데 맥치킨버거를 슈퍼사이즈로 시키고 맥그릴이라는 이 나라에서만 파는 구운 치킨 패티에 코리앤더향이 가득한 이나라식 녹색 소스가 발라 있는 샌드위치를 이코노밀이라고 작은 콜라와 함께 시키면 가격대비 훌륭하다. 프렌치프라이와 음료수의 양은 세트두개시킨것과 비슷하면서도 가격은 180루피정도(4500원정도).
카드도 안돼 피같은 현금을 써야하지만 에어컨 나오는 현지식당에서도 둘이 먹으면 저것보다 훨씬 더 나오니 에어컨 맞으며 식사하는 최저 비용인듯 하다.

암튼 밥 다 먹고 기차역으로 가서  짐 찾고 큰 문제없이 델리행 기차를 찾아 올라탔다.
이제는 꽤 익숙해진 기차 라이프에 달룡이는 타즈레이크팰리스보다 더 좋다고 좋아라한다. 처음으로 열시이전에 기차를 타보니 왈라들이 차, 간식, 음료수, 물 등 이것저것 들고다니며 팔고 (한 왈라가 한종목만 파니 외국인들도 사먹는데 전혀 문제가없다. 차이왈라는 차만 커피왈라는 커피만 판다) 저녁도 꽤 괜찮아보이는 도시락을 50루피에 팔고 꽤 활기차 보이며 흥미로웠다. 
인도에는 많은 사기꾼들과 삐끼들이 있지만 내가 기차에서 차 한잔 마시려 다가 5루피 잔돈은 없고 백루피짜리는 차이왈라가 자돈이 없어하니 대신 돈을 내주려 하던 고마운 사람도 있다. 
우리는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안 나오는 에어컨을 흠뻑 맞으며 밤새 달리는 기차를 타고 델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