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2/11 빅토리아 다운타운 & 마헤에서 프랠린까지

3일만에 제대로 방에서 이불덮고 잔 잠은 아프리카 대륙 앞에 떠 있는 섬나라에 와 있다는 것을 잊을 만큼 너무나 달게 잤다. 시차때문에 6시쯤 깨게 되어 밥 먹기 전에 방 앞에 있는 바닷가를 산책했다. 어제 체크인 하기 전에 갔었던 북쪽 해변은 둘러쌓인 형태로 되어 있어 물이 잔잔해서 들어가서 놀기 좋았던 반면 우리 객실 바로 앞에 있던 남쪽 해변은 모래에 나뭇가지같은 것도 좀 많고 많이 거칠어 보였다. 그리고 아침인 지금은 썰물이라 물이 모두 빠져나가 몇백 미터 떨어져 있는 앞 섬까지 걸어갈수도 있어 보였다. 용감한 관광객들은 거기까지 걸어갔다 왔지만 우린 먼발치서 구경만 하다가 아침이나 먹으러 갔다.

콘스탄스 에필리아  리조트의 아침 부페는 어제 우리가 저녁을 먹었던 그 레스토랑에 차려줬는데 어제와 같은 곳이라 살짝 지겨울줄 알았더니 워낙 오랜만에 보는 리조트의 조식이라 마냥 반가웠다. 우리에겐 이제 세이셸에 있는 동안 더이상 리조트식 부페는 없을 예정인지라 더욱 각별했다. 밥을 먹고 수영장과 바다를 들러 체크아웃을 했다. 체크아웃은 12시고 시간표상 버스 오는 시간은 약 한시라 남는 시간을 체크인 전과 체크아웃 후 이용할수 있는 웨이팅룸에서 보낸 후 버스를 타러 다시 리조트를 터벅터벅 걸어나갔다.

10분동안 앉아있어도 지나가는 사람이나 차도 거의 없는 곳이었지만 그래도 버스 정류장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으니 안심이 되었다. 시간표가 얼마나 정확한지는 미지수였기 때문에 행여나 지나간 것은 아닌지 오늘 안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정시 정각에 버스가 도착했고 우린 5루피씩(약 450원) 내고 종점인 빅토리아 시내 터미널까지 갔다. 어제 세이셸에 오자마자 예약해둔 프랠린섬 가는 페리를 타기 전까지는 두세시간 시간이 비어 시내에서 시간을 보냈다. 세이셸의 수도이자 가장 큰 도시인 빅토리아지만 시내라고 해봤자 우리나라 읍내 정도 되는 아담하고 소박한 사이즈였다. 시내를 다 보는데는 10분도 안 걸려 론리플래넷에서 그나마 싸다고 추천하는 News Cafe라는 곳을 들어갔다. 뉴스 카페는 이름처럼 신문을 컨셉으로 한 간단한 샌드위치등과 커피를 파는 카페였는데 빅토리아는 세계적인 관광지의 수도라고 하기가 신기할 만큼 식당이나 카페같은 관광객들이 먹고 마시고 할 만한 곳들조차 시내에 3-4군데밖에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도시보다는 리조트에만 뻗어있다 가기 때문인가보다. 암튼 수가 적어서인지 가격도 만만치 않았는데 하긴 세이셸 와서 싸다고 느낀건 시내버스 가격이 전부였다. 뉴스 카페도 싸다고 하는 가격이 커피나 쥬스 한잔에 50루피에서 90루피,샌드위치는 120루피씩 하니 가장 싸게 먹을수 있는것도 한 사람당 만원이상 들었다. 프랠린이 두번째로 크다고는 하나 물가가 더 비쌀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간단히 장을 봐 가기로 했다. 장이라고 해봤자 재래 시장에 들러 과일몇개 집고 슈퍼에서 생수와 맥주 몇병 샀다. 과자같은 가공식품들은 대부분 수입이라 충분히 비쌌고 그래도 맥주는 이나라에서 만들어 비교적 쌌다.

어쨋건 무거운 물과 맥주를 사서 페리 터미널까지 걸어가는데 페리 터미널은 생각보다 시내에서 꽤 떨어져 있어 15분정도 걸어야 했다. 매우 허름해보이는 터미널의 모습과는 달리 페리는 가격이 비싼 만큼 매우 신식이라 마음이 놓였다. 페리에는 우리 큰 가방등은 선실로 못 들고 타고 luggage칸에 맡겨야 했는데 짐표같은 것을 전혀 주지 않는 것이 살짝 불안했다.

프랠린까지는 약 한시간이 걸렸는데 거리가 꽤 멀었는지 계속 고속으로 파도에 출렁이며 달려 배가 위아래로 움직이는게 장난이 아니었다. 나는 배가 프랠린에 도착하자마자 짐이 걱정되어 가장 먼저 배 밖으로 나가 짐을 살폈다. 짐을 싣는 창고 안으로 우리 가방이 보였지만 직접 꺼낼수는 없고 페리 직원들이 꺼내줄때까지 배 밑에서 기다려야 했다. 페리에는 우리같은 관광객이나 주민들 가방은 기본이었고 생수부터 타이어까지 모든 물류가 마헤섬에서부터 이 배를 통해 들어오는지 별게 다 실려 있었다. 그만큼 짐을 꺼내는데 시간도 많이 걸려 10여분을 기다린 끝에야 우리 가방을 받을수 있었다.

이제 여기부터 프랠린에 있는 동안 머물 게스트하우스까지 가는 교통편을 걱정해야했다. 우린 버스 정류소 표지판이 보이길래 우선 그곳으로 걸어갔다. 정류장에는 시간표가 붙어 있긴 했는데 살짝 보기가 애매했다. 버스는 기본으로 한개의 노선인듯 한데 시간에 따라 중간에 갈라져 가는 곳이 달랐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나 그 반대 방향이나 타는 곳이 똑같아 초행길에는 무척 헷갈려 보였다. 다들 라이드가 있는지 정류장에는 물어볼 사람한명 없었고 결국 내가 이해한 바로는 다음 버스는 40분 후에 한대 왔다. 이걸 계속 기다려야 하나 고민하는데 택시 한대가 빈채로 페리터미널에서 나왔다. 마헤에 이어 프랠린에서도 빈차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차도 우리에게 와서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데 우리가 손짓을 하니 그제서야 멈춰섰다. 우리 게스트 하우스를 얘기하니 첨에는 10유로를 얘기하는 것을 100루피로 깍았다. (세이셸에 있어보니 루피가격에서 0을 하나 뺀 유로를 외국인 상대 가격으로 자꾸 얘기하는데 10유로와 100루피는 거의 1만5천원과 9천원이니 차이가 상당히 컸다)

 거리대비 상당히 비싼 세이셸의 택시비와 다른 물가대비 상당히 싼 시내버스비의 차이때문에 왠만하면 택시를 안 타려 했건만 사실 타보니 매우 편하긴 편했다.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피곤함에서 잠시나마 해방되니 살것 같았다. 택시는 현대 라비타의 유럽 수출명인 매트릭스였는데 아저씨는 한국에서 왔다고 하는 우리를 자기차랑 같은 곳에서 왔다가 꽤 반가워했다. 세이셸을 온지 이틀밖에 안되었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사람들이었다. 역사적 배경때문에 누구나 영어와 불어는 기본으로 하지만 호객은 일체 없었고 일반인들도 오버하며 친근함을 표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관광객을 배려해주는 것 같았다.  아프리카에서 느끼던 두려움과는 매우 상반되는 느낌이었다.

15분 정도 달리니 우리 게스트하우스였다. 호텔과 달리 게스트하우스는 버스와 차가 다니는 프랠린에서 가장 넓은 대로변에 있음에도 눈에 바로 띄지 않아 사실 버스를 타고 왔으면 짐을 끌고 헤맸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주인 아줌마는 페리가 들어올 시간이라 기다리고 있었다며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줬다. Acquario Villa라는 우리 게스트 하우스는 아침포함 하루에 90유로 정도로 세이셸에서는 거의 가장 싼 가격이었다. 방이 고급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있지만 에어컨도 있고, 두방이서 함께 쓰는 부엌과 거실 공간도 있어 밥도 해먹을 수 있어 이곳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후기의 높은 평점답게 아줌마도 친절했고 방도 매우 청결했다. 하지만 걸어서 10분 정도 가야 약간의 식당과 슈퍼등이 모여있는 동네가 나왔고 여기에는 해 떨어지면 사방이 컴컴하고 아무데도 갈 수가 없었다. 고로 오늘 저녁은 아까 장봐온 과일과 한국에서 싸가지고 온 라면 당첨이었다.

콘스탄스 에필리아 리조트의 남쪽 해변가. 물이 빠져 앞에 보이는 섬까지 걸어갈수 있을 정도 


방에서 레스토랑까진 10분 정도 걸어가야 해서 카트 이용


이제 산넘고 물건너 프랠린 가야 하는 시간

10분 동안 차 한대 잘 안다니는 길이지만 버스 정류장이 바닥에 선명하게 표시 되어 있어 믿고 기다렸다

왠지 멋진 아우라가 풍기는 동네 형

다행히 버스는 제시간에 왔고 버스를 타고 달리는 옆길은 어딜봐도 그림


여기가 세이셸 수도 빅토리아의 다운타운 

그나마 시내에서 가장 싸다는 뉴스 카페



콜라는 무려 세이셸산. 작아도 콜라와 맥주 공장은 있었다

느긋함이 마구 느껴지는 빅토리아 다운타운 풍경

구경도 할겸 장도 볼겸 들른 재래시장

열대국가지만 시장에서의 과일마저 그리 싸진 않았다.

페루의 치리모야를 기대하며 산 soursop.

맥주 사러 들른 '대형'슈퍼

중앙 로타리인듯 보이던 시계탑. 여기서 10분정도 더 걸으면 페리터미널 도착

다행히 프랠린가는 페리는 매우 좋아 보였다

영화도 틀어주고 이정도면 시설도 우왕굿

창밖으로 보이던 옆 배의 이름은 씨펄 ㅋㅋㅋ

한시간 미친듯이 달려 어느새 프랠린 도착

버스 정류장에 스케쥴이 붙어있는건 고마운데 보기가 너무 어렵다. 지도 한장 그려주지.. 게다가 다음 버스는 40분 후 도착이라 세이셸 와서 첫 택시 당첨

프랠린에서 이틀간 묵은 아쿠아리오 빌라 게스트하우스


희귀식물이자 세이셸의 상징이라는 비자 도장에도 찍혀 있던 코코드메이 열매가 도어스탑으로 ㅋ

비록 전망은 없고 방 분위기도 좋다고는 하기 힘들었지만 거의 세이셸 최저가였던 객실

두개의 방이 공동으로 쓰는 거실

아까 시장에서 사온 과일들. 이상하게 과일들 위주로 담았더니 맛은 완전 대 실패 ㅋㅋㅋ

세이셸 대표 맥주인 세이브루 (Sey Brew). 물이 좋은지 상당히 청량하며 맛있었다.

기념으로 찍어본 세이셸 돈들. 세계일주 할때도 돈을 찍어본 적은 없었는데.. 세이셸이 확실히 심적으로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