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8/10 Jazz와 음식과 술의 도시 뉴 올리언즈

맥네는 TV에서 하는 귀신나오는 심령 리얼리티 쇼의 애청자더니 뉴올리언즈에서의 호텔들도 정상 호텔보다는 귀신나오는 곳 위주로 원했다. 그래서 첫날 이틋날 다른 곳에서 잤는데 두 군데 모두 선택기준은 귀신나오는 곳으로 유명한가였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도시인만큼 오래된 건물들에 있는 호텔들은 주로 귀신이 출몰한다고 알려져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 ㅋ

첫날 묵는 곳은 Hotel Villa Convento. 오래된 벽돌건물이 B&B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는데, 토요일 저녁에 뉴올리언즈의 관광 중심지 French Quarter에 있는 호텔 치고는 저렴한 80불이었다. 마치 서부 영화에 나오는 복고 드레스 입은듯한 주인아줌마는 마음좋게 우리 방들을 업그레이드 시켜 주셨는데 시설이 엄청 좋은 곳이라고는 할수 없었지만 독특한 분위기가 뭐 나름 특색있었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조금 쉴까 했는데 그놈의 배고픔이 뭔지 피곤보다도 점심이 먼저였다. 나는 주로 호텔에서 주는 식당 정보는 별로 신뢰하지 않는 편이라 번거롭게 물어보지 않는데 맥이 물어봐서 들은 곳이 있어 그곳으로 갔다. 프렌치 쿼터에 관광객을 흡수하는 전통 시장인 French Market에 있는 곳이었는데, 관광객이 바글거리는 레스토랑은 아니었고 특이하게 소스와 스파이스를 파는 가게였는데 음식을 주문하면 뒤에가서 어디선가 만들어왔다. New Orleans가 있는 루이지아나는 프랑스 영토였던지라 음식문화가 미국의 다른 지역과는 많이 다르다. 지리적 특성으로 해산물도 많이 먹는데 거기에 악어, 거북이, 가재등 다른 지역에서는 잘 안 먹는 식재료들도 많이 먹는데다가 양념도 강하게 해서 매콤한 음식도 많고 어딘가 동양음식 느낌도 나는게 암튼 cajun이나 creole food라 알려진 이쪽 음식은 난 다 좋아했다. 다양한 현지 음식 중 가장 눈길을 끄는건 악어버거. 악어는 저번에 왔을때도 튀김과 소세지로 먹었었는데 파충류들은 비린내 나는 닭고기 같은 맛인데 버거로 먹으니 비린내가 많이 죽어 일반 고기 같았다.

제시를 빼고는 모두 30대 중반이라 체력적으로 힘들어 밥을 먹고 구경을 좀 하다가 방에서 조금 쉰 후 본격적으로 술을 먹으러 나갔다. Mardi Gras라는 미국 최대 축제가 열리는 도시답게 뉴올리언즈는 재즈, 음식 그런거 다 빼고도 그냥 미국애들 놀러와서 미친듯이 술 먹고 가는 것만해도 충분한 관광지이듯 했다. 뉴올리언즈에 관광객들이 바글거리는 관광 중심지 French Quarter에서 중심도로인 Bourbon st.을 걷다보면 매장들이 대부분 술집 아니면 식당이었는데 심지어 기념품 가게 같은 곳에서도 take out 생맥주를 팔고 있었다.

우리가 처음 간 곳은 Pat O'brien's라는 오래된 전통있는 술집이었다. 이집은 허리케인이라는 칵테일의 발생지로 유명했는데, 2차대전 시절 위스키가 딸려 위스키를 구입하려면 몇십배에 달하는 럼을 끼어 팔기를 시켜 남아돌게 된 럼과 체리가 베이스가 되어 지금은 뉴 올리언즈를 대표하는 칵테일이 되었다. 여기서 허리케인을 한잔씩 마시다가 재즈를 좋아하는 우리는 재즈 공연을, 맥과 제시는 남아서 술을 더 먹고 있기로 했다.

재즈의 도시답게 예전에 왔을때는 재즈를 연주하는 바들이 엄청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업종 변경들을 하셨는지 그 숫자가 많이 줄어 보였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몇개 안 보이는 재즈바는 아니라 연주만 하는 Preservation Hall이었다. 큰 공연장이 아니라 에어컨도 없는 오래된 다락방 같은 분위기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바로 코 앞에서 들을수 있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었는데 15년전쯤 처음 와 봤을때의 그 감동을 잊어본적이 없었다. 벌써부터 줄이 꽤 길었지만 다행히 다음회차에 들어갈수 있었고 제법 좋은 자리에 앉아 공연을 볼 수 있었다.

3-40명 쯤 들어갈 수 있는 좁은 공간에서 바로 앞에서 관악기가 주축이 되는 클래식한 재즈 음악을 듣는건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었다. 역시 최고의 인기곡은 신청비가 다른 곡들보다 두배 더 비싼 The Saints.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이라고도 누구나 들어보면 알만한 이 유명한 곡은 루이지애나 지방에서 장례식하러 가는 길에 연주했다고 한다. 한시간 정도 음악을 감상한 후 우린 다시 맥네를 만나 생굴로 유명한 ACME Oyster House에 가서 술이 떡이 되도록 마셨다. 생굴은 초장 찍어먹는것도 맛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타바스코에 Horseradish와 레몬을 섞어 먹는 미국식 소스를 아주 좋아하는데 초고추장과는 다르지만 어쨋건 시큼함과 매운맛이 난다는 점에서 꽤나 공통점이 있다.

클래식한 벽돌 건물이 인상적이었던 Villa Convento Hotel


고급은 아니지만 분위기가 있었다

프랑스의 영향보다 스페인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 보이는 French Quarter의 클래식한 건물들

악어 말린것부터 다양한 기념품들을 파는 French Market


호텔 주인 아줌마의 추천으로 점심을 먹으러 온.. 양념가게 -_-

잠발라야
검보
가정식 세트메뉴

악어버거 등 관광지임을 감안하면 너무 비싸지는 않고 맛도 괜찮았다

프렌치 쿼터의 아름다운 길거리 모습들


게이 깃발인 무지개 깃발도 보인다

유명한 만큼 실내 실외 등 다양한 공간이 있던 Pat O'Brien's

이곳에서 시작된 뉴올리언즈의 대표 칵테일 Hurricane

전통의 재즈 공연장인 Preservation Hall앞에는 벌써 꽤 긴 줄이 있었다

아늑하면서 특별한 느낌에 그 어떤 공연장보다도 좋은 곳

저녁9시가 넘어가니 길거리에는 본격적으로 술주정뱅이들로 가득 ㅋ

베란다 위에 서 있는 남자애들은 지나가던 여자들이 좀 흔들어대면 목걸이를 던져주는 쌈마이 문화까지

굴과 다른 안주 삼아 술먹으러 온 ACME Oyster House. 뉴올리언즈의 생굴은 너무 맛있다 ㅠㅠ

튀긴 가재등을 넣어 먹는 뉴올리언즈식 샌드위치 Po Boy

탄수화물만 있어 별로 안 좋아하는 Hush Puppies. 그래도 이집껀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