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10 우유니 투어를 마치고 - 우유니 도시 탈출기

기차들의 무덤을 끝내고 우리는 차를 다시 올라탔다. 5분이나 달렸을까? 암튼 무덤에서 얼마 가지 않아 작은 동네가 나왔는데 지나가는 아줌마는 150도 안될것 같은 작은 키에 정체불명의 항아리 치마를 입고 모자를 썼다. 어제 소금 호텔에 계신 분도 입고 있던 걸 보니 볼리비아 아낙네들의 전통의상인가 본데 작은 체구의 그 의상을 보면 과연 지금이 몇 년도인지 싶은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타임머신을 타고 있는것 같은 느낌이었다. 동네라 해봤자 집도 몇채 안 보이고 사람들의 모습도 세련과는 거리가 먼 그런 분들만 몇명 지나가는걸 보고서는 우린 당연히 우유니 도시 가는길에 있는 작은 동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만 우리랑 2박3일간 동거동락한 아저씨는 여기가 우유니 도시라는 것이었다.

산페드로가 칠레쪽에서 우유니 투어할때 출발하는 거점이듯이 우유니 도시가 볼리비아쪽의 거점인데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둘다 사막인데 칠레쪽은 그래도 영화 세트장같은 정리된 느낌이었는데 여기에서는 심지어 차 밖으로 나가기가 겁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그곳이 우리의 목적지라며 시내 중심이라고 하는 곳에서 모두 내리라고 하니 내렸다.  얼떨결에 운전수와도 작별을 고하고 각기 다른 곳으로 갈 예정인 커플들과도 작별을 하고는 우리는 오늘 저녁에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즈로 올라가는 버스를 예약한 Todo Turismo 버스 사무소로 갔다. 산페드로에서 우유니 투어를 예약할때 이버스도 돈도 안 받고 덤으로 예약을 해준다고 하니 신났던 우리의 행복은 거기서 끝이났다.

버스 사무소는 동네의 모습에 비하면 매우 으리으리할정도로 깔끔했다. 안에는 탑승객들이 앉아서 쉬며 인터넷도 할 수 있도록 거의 카페 수준으로 분위기 있게 꾸며놨다. 들어서자마자 우리의 예약사실을 확인했더니 명단에 우리의 이름은 없었다. 아니 그럴리가 없다고 분명 여행사에서 해주기로 했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하는데 답이 없었다. 돈을 내고 한 예약도 아니고 어차피 그 사장의 말만 믿어버린 우리의 책임이라면 책임이었다. 그럼 어쨋건 오늘 출발하는 버스는 있냐고 하니 오늘은 다 찼고 내일은 자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가격은 한사람당 약 40달러나 하는 볼리비아에서는 상당히 큰 금액이었는데 어차피 외국인들만 상대로 하니 진작에 예약이 다 찬다고 한다.

이제 이 버스 외에 우리에게 있는 선택은 기차나 다른 회사 버스인데 기차는 새벽 1시쯤 타서 라파즈까지 다 가는 것도 아니고 새벽에 중간에 내려 다시 라파즈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고 하니 별로 하고 싶지 않았고 어차피 이마저도 매진이었다. 다른 버스 회사는 상태가 많이 안좋다고 악평을 너무나 많이 들어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황폐한 도시에서 1박을 더 하고 내일 밤까지 또 기다릴 수는 없었다. 결국 그나마 다음 나은 버스가 뭐냐고 물어봤더니 바로 옆옆집이라고 한다. 우린 짐을 끌고 바로 그쪽으로 갔다. 우리가 간 Panamerica Sur이라는 버스회사의 사무실은 Todo Turismo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버스 사무소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모습의 사무실은 마치 구멍가게 같은 모습으로 어른은 없고 5살정도 되보이는 애들 둘이서만 입에 잔뜩 뭍히며 뭔가를 주워먹고 있었다. 이런 버스 사무실은 인도에서조차 본적이 없었기에 적잖히 당황하고 있을 무렵 어디선하 애들 엄마로 보이는 한 아줌마가 나타나서 우리는 버스표가 있는지 물었다. 이 버스마저도 좌석은 거의 예약이 끝나 4자리밖에 안 남아있었다. 불행중 다행으로 우리가 투어를 조금 일찍 끝내고 가장 먼저 시내에 도착한 팀이라는 점이었다. 만약 제시간에 왔다면 이마저도 어렵지 않았을까.

가격은 한 사람당 160'볼'로(또는 볼리비아노라고 불리우는 볼리비아의 화폐) 약 2만5천원씩이었다. 사무실 상태가 워낙 안 좋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많이 예약도 했으니 설마 어떻게든 가겠지 싶었다. 다만 카드는 당연히 안 받고 우리에겐 비상금인 달러만 조금 있었고 동네에 하나뿐인 ATM은 돈이 떨어졌다. 어쩔수 없이 비상금 중 100불을 깨서 그걸로 버스표를 구입했다. 아줌마는 우리에게 버스표를 건내며 저녁 8시에 출발하니 30분전에 오라고 했다.

버스 사무실에서 나오니 이제야 한 팀씩 시내에 도착하고 있는지 코딱지만한 우유니 시내에서는 여행을 다니며 마주쳤던 여행자들과 계속 마주쳤다. 우리는 우선 라파즈 도착해서 숙소를 예약했기에 시내에서 유일해 보이는 슈퍼겸용 pc방을 찾아 느려터진 속도와 싸워가며 숙소를 예약했다. 며칠간 제대로 씻지도 못한 상태로 오늘도 버스에서 노숙을 하고 가야했기에 조금 꺠끗한 곳을 찾고자 했는데 라파즈에는 숙소가 그리 다양하진 않았다. 그중 평가가 좋은 2스타 정도 되보이는 CP Columbus 호텔이라는 곳을 예약을 마치고 기본 이용시간이었던 한시간에 시간이 남았길래 우리가 타고 가는 버스에 대해 찾아봤는데 이건 절망이었다.

사람들의 평들은 대부분 악평으로 가득했는데 사실 시설이 나쁘고 그런건 다 그런가본데 할수 있었는데 길이 험난하여 버스가 펑크가 잘 나는데 문제는 버스가 펑크가 나면 8시간까지도 그 자리에 서서 다른 차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추운건 기본으로 불도 없는 어둠속에서 8시간씩 덜덜 떨며 차를 기다린다니... 어차피 타고 가는거 이건 달룡이에겐 비밀로 묻어뒀다.

우유니 시내는 관광객을 상대로하는 몇몇 식당과 호스텔 말고는 시설이라고는 거의 없었다. 이제 겨우 3시인데 네시간반을 어디서 보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우리는 고민끝에 책에서 맛있다고 한 레스토랑을 찾아갔는데 하필 그곳은 저녁에 문을 연다고 해서 나와 그냥 광장에 있는 아무 식당이나 들어갔다. 메뉴는 세계 어디서나 볼수 있는 피자와 햄버거 등. 가격도 세계 수준으로 역시 여행자 전문이구나 그래도 다행이라면 버스 사무소에도 안 받는 카드를 받는다고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둘이 먹기에는 가장 싼 메뉴였던 맛없고 성의없는 피자를 최대한 천천히 먹으며 주변을 보니 모두 우리같은 갈곳 없이 시간을 때우는 사람들이었다. 라파즈 포함 다른 도시로 가는 버스는 주로 밤에 있었으니 거기 앉아 있다보니 우리 팀이었던 프랑스 아줌마 아저씨도 오고 어제 뜨거운물 받아갔던 애들도 오고 완전 동네 사랑방으로 사람들은 대합실에 앉듯이 메뉴도 안 시킨채 대충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우리는 7시반이 되자 버스에 가 있으려고 일어나서 계산을 하러 갔는데 문제가 생겼다. 현금이라고는 아까 100불 깨고 버스값 내고 받은 잔돈이 다였기에 카드를 냈는데 오랜만에 카드를 긁는지 내것을 긁더니 카드가 안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볼리비아에서도 로밍으로 터지는 내 핸드폰은 승인내역이 떴다, 그것도 두번이나 긁었는지 두개가 떴다. 결국 기계에 인쇄할 종이가 떨어졌나본데 나는 승인은 떴고 얘네는 돈을 내라고 한다. 사실 hard copy가 없으면 얘네도 매입이 안될것 같긴 한데 요즘은 전산으로 처리가 되니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내 핸드폰을 보여주며 우겼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스패니쉬는 '춥다, 히터가 고장났다' 정도가 다였기에 우기는것도 한계가 있었다.

버스 시간은 다가오고, 차라리 그냥 가라면 나도 조금 손해보는 셈치고 가겠는데 문제는 돈을 또 내라고 하니, 자칫하면 난 돈을 3배로 물어내게 생겼다. 시간에 쫓기자 다급해진 달룡이는 레스토랑을 돌아다니며 스패니쉬 잘하냐고 수소문을 해 한 오스트리아 언니를 초빙해 왔다. 주방에 있던 사장까지 불러 복잡할 수도 있는 이 이야기를 언니덕에 모두 전달하고 사장은 카드 기계를 리셋한 후 다시 승인내역들을 조회해 보니 내것이 두번 들어간 것이 확인되었다. 사장은 그자리에서 우리에게 현금으로 1회분을 돌려주고 다행히 끝이 났다. 우리는 영문도 모른채 나와서 우리를 도와주게 된 오스트리아 언니에게 거듭 감사를 표하고 버스를 타러 갔다.

버스앞에는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는데 버스의 상태는 우려했던 것보다는 괜찮아 보여 안심이 되었다. 우린 거의 끝물로 표를 구매한 탓에 서로 떨어져 앉게 되었는데 마침 우리와 안면이 있던 형이 그 자리였던지라 부탁도 안했는데 자기도 여친과 떨어져 간적이 있다며 웃으면서 버스 자리를 바꿔줘 이산가족신세를 면했다. 버스는 비포장도로를 꽤 빠른 속도로 달리다보니 완전 돌 꺠지는 굉음을 냈다. 쿵쾅거리는 소리는 언제 타이어가 펑크를 나도 이상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우리는 그래도 우유니에서 1박을 안 하고 당일로 벗어난 것이 꿈만 같다며, 워낙 피곤했던 탓에 그 소음속에서도 잠이 들었다.

생각보다 매우 작고 낙후돼 깜짝 놀란 우유니 시내


피씨방(이라고 해봤자 구멍가게 한켠에 컴퓨터 몇대)에서 본 볼리비아식 포터블 히터. 대륙도 저건 안 쓸듯..

피씨방 슈퍼는 여행자들이 탐낼만한 품목이 꽤 잘 갖춰져 있었다

4시간 넘게 버스 탈때까지 죽치게 해준 고마운 피자. 맛은 최악이었다.

그래도 생각보단 상태가 좋았던 우리 버스

이제 밤새고 달려 라파즈 가는 일만 남았다. 제발 10시간만 펑크나지 말고 고장나지 말고 잘 버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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