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1/10 남미 교통의 상징 버스를 타고 상파울로로

인도의 발이 기차라면 남미는 버스가 있다. 반대로 말하면 남미의 철도 노선은 별로 깔린 곳이 없고 비행기는 비싸니 땅덩어리가 큰 남미에서는 버스밖에 방법이 없었다. 버스가 싸다 해도 몇천원 수준은 아니었고,  특히 물가 비싼 브라질에서는 가격을 톡톡히 하니 이구아수에서 상파울로까지의 가격은 싼것 10만원 비싼것 15만원정도였다. 게다가 여행사는 버스예약은 현금만 된다면 카드 계산은 5%를 더 내라고 수수료까지 거리는 1천키로로, 한사람당 100불이라 생각하면 비행기 편도가격도 비슷할것 같은데 웹 특가로 뜨는 가격들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도 우리나라 주민등록번호같은 브라질에 사는 사람들에게만 할당되는 번호를 넣어야 해서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결국 어차피 가야 하는것 10만원(150헤알)하는 일반 좌석을 사서 가기로 하고, 대신 브라질쪽 이구아수 폭포는 건너뛰기로 했다. 싼 자리는 Conventional, 비싼 자리는 Leito라고 되어 있었는데 차이를 물어보니 넓이와 눕혀지는 각도가 다르다 했다. Leito는 스페인어를 쓰는 다른 남미국가에서는 Cama라고 불리우는 우등같은 개념이었다.  우리가 탈 버스는 4시 출발이라 호텔에서 시간을 좀 보낸 후 2시즘 터미널로 향했다. 말은 못 알아듣지만 오늘부터 대망의 월드컵이 시작이라 개막경기를 호텔에서 볼수 있었다. 남아공에서 처음듣고 깜짝 놀랐던 부부젤라가 세계 방방곡곡에 퍼져나가게 된 역사적인 날이었다.

우리가 버스를 타는 곳은 도시 외곽에 있는 정식 터미널이라 택시 대신 시내 버스를 타고 갔다. 공항 가는 시내 버스 정류장은 어제 아르헨티나 넘어갈때 버스를 기다린 곳 근처라 그래도 비교적 가까웠다.  처음 타보는 브라질의 시내버스는 앞쪽으로 타는데 타자마자 오른쪽에 표 받는 사람이 있고 그 앞에는 우리나라 지하철 삼발이 출입구 같은 뺑뺑이가 있어 그걸 꼭 통과해야했다. 짐이 있던 우리는 아저씨의 바디 랭귀지로 짐을 사람들 내리는 뒷쪽으로 들어가 내려놓고 돈을 내고 뺑뺑이를 손으로 돌렸다. 버스직원들이 돈을 삥땅 못 치도록 하는 시스템인가 본데 무식하단 생각이 절로 들었다.

터미널은 어제 갔던 아르헨티나쪽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상당히 깨끗하고 현대식이었다. 버스가 30분만에 도착해 출발까진 시간이 많이 남아 출발전 밥 먹을 식당을 찾아보니 터미널안에는 가격만 비싸고 햄버거 같은 음식들이라 터미널밖으로 나가봤더니 현지식당들이 보였다. 4-5개가 주루룩 있는데 모두 부페 스타일인데  무게로 재서 파는 부페였다. 우리가 갔던 집은 고기는 따로 시킬수 있었고 그외의 파스타나 닭다리 등을 먹을수 있었는데 요령껏 국물을 빼고, 샐러드는 물기좀 털고 담았더니 다 먹고 둘이서 10헤알이 안나왔다. 가격도 식당에서 샌드위치 두개 먹는것밖에 안나오고 시키는데 말도 필요없고 여행자들에겐 꽤나 잘 어울리는 식단인듯하다.

출발시간인 4시에 맞춰 나타난 우리 버스의 업체는 Pluma. 우루과이에서 타고온 비행기 Pluna랑 이름이 비슷하구나. 고급버스가 아닌 일반버스라는데도 버스는 넓고 쾌적했고 다른 나라버스와 다른 점이 두가지 눈에 띄었다. 첫번째는 운전석있는 공간과 문으로 막혀있다는 점이었다. 앞을 못 보는 것은 조금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비행기나 기차같은 안정감이 더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는 발받침대였는데 사이즈도 꽤 크고 종아리부터 다 서포트를 해줘 상당히 편했다. (나중에 보니 이 받침대 사이즈가 버스의 급에 따라 매우 달라졌다) 버스는 직행은 아니었지만 두세군데 정류장을 들르고 저녁을 먹으러 쉬었다. 저녁역시 무게를 재서 파는 부페인데 휴계소다보니 아까 점심먹은데보다는 .5배정도 비쌌고 무게제한없이 먹을수도 있는 livre 옵션도 있었다. 저녁을 먹고 난 후에는 밤새 달려 아침 7시경에 상파울로 버스 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더빙이었지만 영화도 계속 틀어주고, 밤새 버스를 타고 15시간을 달린 것 치고는 몸도 가뿐했고 꽤 개운했다. 처음에 남미에 대해 알아볼때는 30시간씩도 버스를 타야 한다는 것에 겁을 먹었었지만 한번 타보니 탈만 하다는 게 우리들의 결론이었다.

호텔 창 밖으로 보이는 Foz do Iguacu 시의 경치


호텔 로비에 마련되어 있는 월드컵 특설무대 ㅋ

생각보다 규모도 있고 시설도 괜찮았던 버스터미널 

터미널앞의 식당가는 대부분이 무게를 재서 파는 스타일의 부페. 선택할수 있는 가짓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졌다.


우리가 타고갈 Pluma 버스.

고급버스가 아닌데도 자리도 꽤 넓고 버스도 오래되지 않아 쾌적했다.


버스에서 가장 신기했던 발받침. 꽤나 다리를 잘 서포트해줘 잠도 잘 왔다.

달리다 보니 어느덧 저녁먹어야 할 시간 (나중에 타보니 아르헨티나 버스는 밥도 주던데 브라질 버스는 안 준다)

음식을 무게로 판다니 왠지 무식해보이지만 그만큼 브라질은 야채나 고기나 그돈이 그돈이라는 뜻인가보다




더 먹을때는 저 종이를 들고가면 먹은 만큼 가격을 표시해줘 나중에 모두 합산하는 방식이었다. 달룡이는 점심먹은게 속이 안 좋다고 안 먹고 윗 사진만큼 먹은 가격은 7.8헤알. 5000원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