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5/10 아르헨티나 최고의 부촌과 럭셔리 묘지가 있는 레콜레타

오늘은 레콜레타 지역을 가보자며 집을 나섰다. 레콜레타는 팔레르모와 함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이라 하는 부촌이라고 한다.  그냥 부촌이라 해도 구경삼아 가봤을텐데 여기에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내 관광의 중요한 축인 아르헨티나 최고의 묘지가 있다고 했다.  우리 같은 외국인들에게는 말이 필요없는 지하철이 가장 편한 대중교통이지만, 레콜레타로는 지하철이 없어 버스를 타고 갔다. 다행히 집앞의 큰 길인 Avenida(ave.) Santa Fe에서 바로 가는 버스가 있어 번호를 적어가 타고 갔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버스는 1.2페소로 지하철보다 30원 가량 비싼 400원돈이었다. 돈은 매우 저렴해서 좋은데 시내 버스를 타려면 노선을 익히는 것 말고도 또하나의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1페소 동전이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내 버스를 타면 돈은 스스로 자판기같은 기계에 넣고 영수증을 받아야 했는데 이놈의 기계가 꼭 1페소 동전이 있어야했다.  하지만 근처 가게에서는 물건을 사고라도 반드시 필요할 때가 아니면 1페소 동전은 잘 안줬다. 보통 물건을 사고 10페소를 내고 잔돈이 9페소가 남으면 5페소짜리 한장과 2페소짜리 지폐 두장을 줬고, 8페소라면 2페소짜리 네장을 줬다. 이게 모두 버스 회사들이 1페소 동전만 먹어 이 동전을 블랙마켓에 더 비싼 가격으로 팔아 버리기 때문에 시중에서는 품귀 현상이 생기는 것이라고 하는데 당췌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따라서 동전이 생겼을때 싼 물건 산다고 쉽게 쓰지 말고 잘 간직해야 했다. 현지인들을 위해서는 몇몇 지하철 역에서 오전 한두시간만 얼마어치만 1페소 동전으로 바꿔준다 하여 긴 줄을 선다고 했다. 말도 안되게 어리석어 보이지만 세상에는 이해할수 없는 짓거리들이 워낙 많으니.. 뭐 우리같은 여행객이야 며칠만 고생하면 된다 치고 사는 사람들은 이러고 살고 있는게 용했다.

암튼 레콜레타 가는지 확인하고 버스를 탔더니 아저씨가 우리 내려야 하는 정류장에서 친절히 알려주셨다. 정류장에서 내리자 마자 먼저 간 곳은 그 유명한 묘지. 비교적 이른 아침인 10시경인데도 관광객들로 묘지는 꽤나 붐볐다. 묘지안에는 큰 집 처럼 생긴 무덤들로 가득 찼는데 많은 것들이 비석 수준이 아니라 문도 있고 창문도 있었다. 묘지는 고양이들의 놀이터인지 사방팔방 고양이들이 앉아있는게 중학교때 보고 무서웠던 영화 pet cemetary가 생각나는 것이 그다지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나보다 달룡이는 이곳을 더 싫어해서 남의 무덤은 뭘 보러 오냐고까지 했다. 그래도 왔으니 이곳의 하이라이트인 에바 페론의 무덤을 봤다. 이곳을 찾기는 매우 쉬워 인파를 따라만 가면 됐는데,  아르헨티나의 국모라 불리울 정도로 인기가 좋은 이분의 묘는 더 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조문객들이 바친 꽃들이 많이 꽂혀 있었다.  그 외에는 어디를 둘러봐도 비슷해서 서너 블록 더 보고 나왔다. 묘지 바깥으로는 장사를 노점상들이 묘지와 공원 사이에 슬슬 자리를 펼치고 있었고, 공원을 넘어가면 레콜레타 동네였다.

레콜레타는 우리가 있던 팔레르모와 비슷하게 여기저기서 써놨길래 그정도 수준인줄 알았는데 이쪽이 훨씬 부촌이었다. 우리나라로 굳이 따지자면 청담동과 반포의 차이처럼 팔레르모는 상업보다는 거주 위주로 보였는데 레콜레타의 중심 도로인 Av. Alvear에는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의 매장들이 즐비했다.  알만한 글로벌 브랜드부터 특색있는 현지 제품 브랜드부터 꽤 다양했는데 우리 눈에는 특히 한 구두 제화점이 눈에 들어왔다.  아르헨티나는 소를 많이 먹는 나라답게 가죽 제품들도 유명해 당연히 구두들도 유명하다고 했다. 이 구두점도 3층으로 되어 있어 글로벌 명품 브랜드 못지않은 분위기의 매장을 갖추고 있는데 반해 일반 구두나 운동화는 3-500페소로 제품의 질이나 디자인에 비해는 쌌지만 우리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라 결국 운동화 한켤레를 만지작 거리다 포기하고 나왔다. 만약 좀 더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단기여행이었다면 기념품 삼아서라도 한켤레는 꼭 샀을 것 같았다. 마치 파리를 연상시키는 길거리는 양쪽으로 고풍스런 건물들로 가득했고, 놀라울 정도로 많은 개를 산책하러 데리고 나온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수 있었다.

이 동네에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와서 처음으로 시티뱅크도 볼수 있어 혹시 여긴 수수료가 안 붙을까 하는 마음에 돈을 찾으러 들어갔더니 진짜 수수료가 없었다. 한번 찾을때마다 피같은 5천원 상당의 돈이 나가는 것을 안낼 수 있다니 앞으로는 어렵더라도 시티뱅크를 사수해야겠다. 그런데 황당하게 한국 시티뱅크 신용카드로는 돈이 안 뽑히고 다른 은행것은 다 잘됐다. 레콜레타를 다 보고 집에 가는 길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가장 큰 몰인 Abasto를 갔다. 레콜레타부터는 멀지는 않은데 버스 노선이 보이지 않아 처음으로 길에서 택시를 잡아 탔다. Radio Taxi인지 확인을 하고 미터 작동하는 것까지 꼼꼼히 챙기고 탄 택시는 10여분 가는데 10페소 정도 나왔다. 아바스토 몰은 상당히 커 안에는 작은 ferris wheel까지 있었는데 우리 눈길을 가장 많이 끈 것은 매장도 몰 디자인도 아닌 한국 sk의 광고판이었다. 몰의 꽤나 중심부에 한글로 크게 '한국팀은 11명이 출전할 예정이다' 등 축구에 관련된 문구가 들어있는 광고를 하고 있었는데 며칠 후 월드컵을 앞두고 하는 것은 알겠는데 대체 왜 이것을 이 동네에 하는 건지 의미를 지금도 도저히 모르겠다. 암튼 아르헨티나에서 한글 광고를 본 다는 것은 꽤나 신선했다. 몰 구경을 마치고 그 옆의 대형 할인마트에서 장을 봐서 저녁은 갈비찜을 해 먹었다.

문제의 버스안의 티켓 자판기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유명 관광지인 레콜레타 묘지

묘지에 고양이는 한 천마리 있나보다

많은 헌화와 인파로 쉽게 찾을 수 있는 에비타의 무덤

단독무덤이 아니라 식구들이 같이 들어있나보다. 맨 아래 것이 에바 페론 것

특이하긴 했지만 남의 묘지 구경은 우린 뭐 그냥 그랬다.
묘지 바깥에 개장하고 있는 노점상들

묘지 옆에 있던 성당

여기서는 많은 개가 부의 상징인가? 암튼 한사람이 엄청난 수의 개를 끌고 다니는 것을 심심치않게 목격했다.

레콜레타를 다 보고 온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최대 몰 아바스토

대체 이 광고판의 정체는 뭘까?

옷 브랜드들은 너무 현지 브랜드가 많았는데 스타일이 주로 랄프로렌스러운 것들이 많았다.

점심을 먹은 몰의 푸드코트


푸드코트의 음식들도 스테이크가 강세 ㅋ

가격은 만원 정도로 스테이크 치고는 싼 거겠지만 바깥에 있는 훌륭한 레스토랑에 비하면 가격도 질도 많이 떨어졌다.

몰 구경후 갈비찜 해먹을 장을 본 길 건너편의 대형 마트

다시 돌아온 우리 동네

우리가 갈비찜을 해 먹은 이유는 단 한가지. 아르헨티나에서 이것보다 싼 음식 재료는 없다. 슈퍼에서 LA갈비 1키로 가격은 7~8천원

갖은 양념은 없고 오직 설탕과 간장과 후추를 이용해 쟀다 ㅠㅠ

그래도 우리에겐 너무나 맛 있던 갈비찜. 어제 받아온 및반찬까지 있으니 집이 아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