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5/10 마라케쉬 과거의 쇼핑몰인 자말 엘프나와 미래의 쇼핑몰 알마자

리야드는 B&B개념에 완전 충실히 어디서건 아침이 포함이었다. 그러고보니 중동에서 아침 안 준 곳은 거의 없었다.
오늘 잔 곳은 무려 커피 뿐 아니라 핫 초콜렛도 고를 수 있다길래 오랜만에 핫 초콜렛도 시키고, 이런 선택사양이 있는 것이 왠지 밥도 더 잘 줄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해 줬다. 하지만 왠걸 아침은 어제보다도 더 부실해 오렌지주스, 바게트와 버터,잼이 전부였다. 그래도 다른 곳에서 마시면 비싼 바로 짠 오렌지 쥬스를 마라케쉬에선 계속 마실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인 듯 했다.

아침을 먹은 후 우린 우선 다시 자말 엘프나 광장으로 향했다. 이젠 익숙해 질 법도 한데 정확하게 지름길을 찾아 간다는 것은 불가능해 가다보니 이번엔 관광객용 시장같은 골목이 나왔다.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모로코식 공예품, 신발, 옷, 가죽 등을 파는 집들이 다양하게 펼쳐졌는데 특히 조명가게는 밝은 낮에 봐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삐끼도 많고 골목을 헤매게 될때마다 좌절감과 스트레스도 장난이 아니지만 이런 모로코만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수많은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나보다.
시장 구경을 하면서 가다보니 첫날 왔던 엘프나 광장이 나왔다. 이곳은 해가 떨어질 때 쯤 각종 노점상들이 나와 장사를 하고 그때가 가장 피크라 하던데 아직 이른 오전인 지금도 원숭이 한마리 데리고 나와 구경시키고 돈 받으려는 사람, 뱀장수 약장수등 각종 상인, 한잔에 300원 정도에 마실수 있는 갖 짜 주는 오렌지 쥬스 리어카 등 여러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저 멀리서라도 사진 한장 찍으려 하면 막 뛰어와 사진 찍었으니 돈 내라고 쌩때를 쓰니 짜증만땅이었다. 많은 상인 중 가장 최고봉은 이빨을 뽑아 주는 사람이었다. 충치등 갖가지 이유로 치통에 시달리는 가난한 모로코인들의 가장 간단한 치료법으로 쌩니를 그자리에서 뽑아 주는, 어떻게 보면 치과 선생님이셨는데 작은 가판대 위에 이사람 저사람들의 각종 이빨을 전시해놓고 영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 지구 어디에서도 볼수 없는 이 곳 만의 모습이었다.

사실 나는 이 시장에서 유명한 달팽이 삶은 것을 포함하여 이것저것 먹어보고 싶었으나 그만 우리가 갖고 있는 현금은 50딜함으로 8천원도 안되어 행여나 모를 비상금으로 더 쓸수 없었다. 그래서 카드가 잘 통용되는 현대식 쇼핑몰을 찾아가 보도록 했다.

어제 신시가지라 할수 있는 Gueliz에서도 본 적 있는 카르푸 광고판을 보고 찾아보니 마라케쉬 최초의 현대식 쇼핑몰인 Al Mazar이 얼마전 오픈했다고 한다. 그래서 은근히 세계 유명 쇼핑몰을 다 보고 있는 우린 반 오기로 여기도 가 보기로 했는데, 역시나 시내에서 얼마나 먼지 알지도 못한채 그냥 그쪽 방향만으로 계속 걸었다. 10분이면 나오겠지, 20분인데 안 나올까 하면서 걷기를 4-5키로는 되었나보다. 사막의 뜨거운 땡볓을 그늘 하나 없이 계속 어디까지인지도 모르고 걷는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시가지 다 벗어나고 황량한 벌판이 나오고, 넓게 퍼져 있는 리조트 하나 지나니 오른쪽에 여러 색의 깃발이 꽂혀 있는 건물이 보였을땐 우린 이미 기뻐할 기력조차 없었다.

시장에서 달팽이도 못 먹고 아꼈던 현금을 주저없이 카르푸에서 콜라 한병 사 마시는데 썼다. 마라케쉬의 카르푸는 엊그제 오픈한 것 치고는 꽤나 시장통같은 분위기인게 localizing에 성공한 듯 보였다. 그래도 어제 바나나 샀던 현지식 하이퍼마켓과는 비교도 안되게 정리되어 있었고 일요일이라 그런지 동네 부자들은 모두 나와 장을 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여긴 중동인데도 프랑스의 영향 때문인지 일요일날 놀고 있었다.) 알 마잘 몰은 지하엔 카르푸가 있었고 1,2층이 일반 쇼핑몰이었는데 우리를 실망시킨 것은 생각보다 작은 규모보다도 에어컨 한 점 찾아 볼 수 없는 실외 스타일이라는 것이었다. 어쩔수 없이 버진 메가스토어에 들어가 바람을 쐬다 나왔는데 사실 그 외에는 며칠전 영국서 온 우리에게는 별로 관심가는 매장은 없었다. 게다가 푸트코트마저 두세 군데 빼놓고는 아직 오픈 전이라 배는 고팠지만 먹을 것도 없고 해서 어제 갔던 신시가지로 가기로 했다.

마라케쉬는 사실 구도시인 메디나의 미로속에서 빠져 있으면서 시장 구경이나 하고 광장 구경이나 하는 것 외에 특별한 관광포인트는 없었다. 뭐 여기저기 정원이나 박물관이 있긴 했는데 어째 관광객을 위해 만들어진 느낌이었다. 암튼 우린 여기 온지 3일만에 이미 특별히 더 보고 싶거나 하는 것은 못 느끼고 밥이나 잘 먹어보자고 가장 유명하다는 식당을 찾아갔다.
알마자에서 도저히 걸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피같은 현금 50딜함 중 콜라 사먹고 남은 40딜함에서 택시비로 반이나 쓰고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이 가격에도 절대 안 간다는 것을 please를 연발해서 간신히 타고 왔다.

그렇게 어렵게 찾아온 Al Fassia라는 레스토랑은 많은 여행객들이 마라케쉬에서 베스트로 꼽던 식당이었는데 실내지만 정원같은 느낌에 꽤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서빙하는 언니들도 전통의상을 가지런히 입으셨고 손님들도 대부분이 외국인 또는 외국인 스타일의 현지인이었다. 당연히 음식 가격도 분위기에 맞춰 이곳 치고는 꽤 비싸 가장 저렴한 메뉴가 만5천원 정도 했다.
우린 점심이고 돈도 없으니 메인만 두가지를 시키는데도 애피타이저 안 시킨다고 꽤나 눈치를 받았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암튼 집어먹게 나온 올리브들을 앞에 두고 얘기를 하다 보니 음식이 나왔다. 난 어젠 타진을 먹었으니 오늘은 타진과 더불어 모로코 요리의 양대산맥인 쿠스쿠스를 시켰고 달룡이는 중동의 만국 요리인 케밥을 시켰는데, 비쥬얼만 봐도 역시 케밥이 만만했다. 사실 난 쿠스쿠스의 까끌까끌한 느낌도 별로고 뭔 맛으로 먹나 몰랐는데 그래도 여기 것은 꽤나 촉촉하고 부드러웠으며, 기본 수프부터 아로마도 잘 베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조밥에 야채 툭툭 얹져 찐듯한 이 음식은 난 그냥 그랬고, 고추장같은 빨간 소스를 곁들여 내어온 달룡이의 케밥은 이란이나 요르단급은 아니라도 맛 있었다.
여러 유명맛집이 그러하듯 이곳 역시 대단하진 않지만 외국인에 맞는 서비스에 분위기를 갖추고 있어서 주머니 사정만 된다면 나쁘지 않았다. 다만 맛 역시 그냥 그랬다.

레스토랑에서 무사히 카드로 결재도 하고 나와 다시 메디나로 걸어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비가 오길래 근처 건물로 피했더니 그곳이 버스 터미널이었다. 온 김에 다음 행선지나 알아보자며 매표로에 갔는데, 가장 낫다고 들은 CTM이란 회사는 매표소를 따로 사용하고 있었다. 꽤 고급 서비스를 지향하는 버스회사라 직원이 영어도 잘 하고 무려 카드도 받았는데 우린 다음 목적지인 에사우이라 가는 표가 내일것이 있다는 얘기에 더이상 이 도시에 있을 이유도 없고 해서 냉큼 예매를 했다. 내일 낮 열두시 차로 3-4시간이 걸린다 한다.

표도 끊었으니 당장 가서 잘 곳을 알아봐야 했고 아프리카 일정도 마무리를 해야 해서 근처 피씨방을 갔는데 키보드 배치가 완전 어려웠다. 다른 나라에서도 그나라 언어에 맞게 키보드 배치가 어려운 것을 쓴 적이 있었으나 이 곳 만큼은 아니라 도저히 안 보고는 쓸 수 조차 없었다. 불어에 이슬람어까지 다 박혀 있으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호텔은 평도 좋고 가격도 나쁘지 않은 곳으로 예약을 해두고 호텔에는 개발도상국에선 가끔 짧은 시간안에 예약한 것은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어서 내일 간다고 메일까지 보내놓고 아프리카의 비행기 가격을 체크했다.

어제 생각해둔 루트를 이것저것 넣어보니 모리셔스, 마다가스카를 갔다 남아공 가는 루트는 가격이 인당 1500불로 너무 비쌌다. 어떻게 간다고 해도 거의 손가락 빨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포기하고, 다음 루트인 이집트에서 그리스 갔다가 남아공 가는 것은 가격도 이집트에서 남아공 가는 것보다 몇십불 더 안 비싸고 나쁘지 않았는데 다만 오기 힘든 아프리카에서 너무 보내는 시간이 없어졌다.
그래서 결국 이집트-남아공과 같은 가격인 인당 500불 짜리 이집트 카이로에서 케냐 나이로비 가는 티켓을 끊어버렸다. 5월 11일 밤 티켓이니 12일 아침에 도착해 며칠 사파리 해보고 육로로 탄자니아-보츠와나-나미비아-남아공까지 가는 마스터 플랜으로 가기로 결심을 하니 차라리 마음이 후련했다. 하지만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오늘 저녁 역시 나갈 수 없으니 바나나로 저녁을 때웠다. 짜증나는게 은행에 선입금을 하려면 한국의 은행 업무 시간에 인터넷으로 해야 하는데 오늘 있는 곳은 인터넷이 없고 한국 일하는 시간은 모로코 시간으로는 한밤중이라 도저히 인터넷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우릴 어제 데리고 와 준 주인아저씨한테 밤 12시부터 아침 8시반 사이에 10분만 아저씨 사무실에서 인터넷을 쓸수 있는지 물어봤지만 자기가 9시 넘어 출근한다고 안된다고 했다. 결국 다른 방법 모두 실패하고, 내 임시 응급 카드가  atm은 안되도 은행 창구에서는 현금을 찾을수 있다고 마스터카드측에서 얘기를 했었으니 내일 버스 타기 전에 은행에 들러 보기로 했다.

보기엔 멋져 보이지만 먹을거라곤 바게트밖에 없던 부실한 아침. 난 모로코식 아침이 넘 싫었다 -_-


모로코인들이 그렇게 좋아한다는 달팽이. 불란서 요리가 아니라 울나라 소라처럼 길에서 그냥 삶아 판다
병아리 파는게 70년대 세대인 우리에겐 친숙하다

색들이 너무나 강렬하고 아름답던 수크의 전통 공예품들

그 중에서도 특히 아름답던 조명들. 우리가 다음 행선지가 집이었으면 분명 몇개는 사갔을듯

광장에 떡하니 이빨을 뽑아 주고 있는 선생님 좌판

끝도 없는 황량한 길을 따라 신식 몰을 찾아 -_-

이렇게 걷기를 거의 한시간 걸려 드디어 몰에 왔다

분위기는 현대식이나 아직 매우 어수선하고 무엇보다 왜 실외냐고

대형마트면서 시장같던 마라케쉬의 까르푸

택시타고 Gueliz로 향하던중 리아드가 아닌 마라케쉬의 진짜 호텔 거리

드디어 Al Fassia 도착. 주전부리로 땅콩도 빵도 아닌 올리브를 줬다

여행다니며 가장 많이 본 책 1위는 여행책, 2위는 메뉴책

진짜 중동 케밥과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달랐다

케밥에 곁들여 먹는 고추장 같은 핫소스

일식하면 스시이듯 누구나 모로코 음식하면 떠올리는 쿠스쿠스.

마라케쉬 신시가지 모습

비를 피해 들어간 곳이 하필 버스터미널. 내일 떠나라는 하나님의 계시다 ㅋ

모로코 어디서건 자주 발견할수 있던 새끼 고양이들

쓸데마다 미치고 환장하게 해주는 모로코의 키보드. 간단하게 A, Q, M, W 키의 위치르 확인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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