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4/10 여행 최악의 호텔에서 햄버거집에서 하는 호텔로 탈출 실패기

스톡홀름을 출발해 핀란드의 투르쿠까지 페리는 밤새 잘도 달려 새벽일찍 도착했다. 다행히 김연아의 피겨 결승전은 무사히 배에서 보고 내릴 수 있었는데 경기를 본 몇 서양애들이 연아!연아!를 외치는 등 꽤나 대단한 경기를 볼수 있어 다행이었다. 나는 새가슴이라 김연아 할때는 샤워를 했다. -_-

배에서 내린 후에는 시내 버스를 타고 무작정 시내 중심일 광장으로 찾아갔다. 예약해둔 호텔이 대충 시내 어딘것은 알았는데 우리 책에 지도도 없고 그냥 시내 중심 광장에 내려 부킹닷컴에서 얼추 봤던 지도를 바탕으로 걸어갔다. 다행히 호텔은 그리 멀지 않았지만, 주변의 아줌마 덕분에 찾아갔지 바깥에서는 도저히 알수도 없게 되어 있었다.  

핀란드은 북유럽에서 유일하게 유로를 쓰는 나라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북유럽보다 싸진 않았다. 게다가 투르크는 인터넷에서 호텔이 많이 검색이 안되고 (호스텔은 전무) 특히나 싼것은 찾기가 어려워 울며 겨자먹기로 낮은 평점임에도 불구하고 여기 있는 이틀동안 묵을 Hotel Harriet이란 곳을 예약하게 되었다. 상가건물 2층에 있는 이곳 벨을 누르고 들어갔을 때 처음 보이는 리셉션이라 할 공간만 봤을때는 그리 나쁜지는 몰랐다. 하지만 방을 들어가서 깜짝 놀랐다. 무려 60유로에 화장실도 없는 방인데 아늑하거나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게 직사각형으로 긴 터널형 방에 침대는 나란히가 아닌 1자로 벽을 타고 두개가 놓여 있었고 화장실이 없는 대신 방 안에 무려 세면대가 놓여있었는데 이 느낌이 완전 감옥이었다.
방이 추운 것은 기본이요, 무료라는 wifi는 거의 잡히지를 않고 침대부터 뭐하나 멀쩡한 가구가 없었다. 아침 포함이라고 써 놓았는데 그 아침이란 것도 카페테리아 공간이 있는게 아니라 좁은 객실 복도에 일자로 차려져 있었다. (차려져 있다고 해봤자 별건 없지만) 오슬로에서 갔던 곳이나 코펜하겐에서 갔던 곳 모두 이정도 가격에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이런 감옥은 아니었다.
하지만 도시의 다른 저렴한 곳은 찾아볼 수도 없고 리셉션에서 우리를 안내해 줬던 직원같은 언니에게 좀 나은 방은 없냐 했더니 화장실이 들어있는 방이 있다며 보여주는데 딱히 더 나을것은 없지만 적어도 침대는 나란히 들어가 있고 춥지는 않은 정상적인 방이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이틀에 10유로 더 달라는걸 깍아서 5유로 더 주고 이곳으로 옮겼다. 

숙소는 가격에 상대적인 거라 우리가 만약 이곳을 20유로나 30유로에 오게 되었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물가가 비싸다 하더라도 10만원 가까운 돈을 먹고 이정도 쓰레기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 만약 이 도시에 다른 저렴한 숙소를 알았다면 처음 체크인 했을 때 어떻게든 탈출 했겠지만 expedia, booking등 유명 호텔예약 사이트 및 호스텔 예약 사이트를 다 뒤져도 기본 100불 이상은 줘야 했고, 그 돈내고 기본 호텔에 있을 마음도 없었다. (론리플래넷이 있었다면 이 도시에 호스텔이나 민박을 알려줬을지도 모르겠지만 덴마크에서 구입한 우리의 rough guide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어차피 2박 예약한 거 이제 다 잊자고 마음을 먹고 점심을 먹으러 시내에 나갔다. 투르쿠 시내의 모습은 특색을 찾을수도 없을만큼 그냥 눈밭이었다. 다만 도시 사이즈가 그리 작지 않다는 것만 알수 있었다.
시내 여기저기 걸어다니다 마침 이도시에 유명하다는 타이 식당이 보이길래 들어갔다.
Baan Thai라는 이름의 식당이었는데 북유럽에서는 꽤나 저렴한 가격인 6유로정도에 밥과 요리가 함께 나오는 세트메뉴에 커피도 무료였다.  선택도 몇가지 있어 그중에서 우리는 하나 하나 시켰는데 무려 맛이 좋았다. 특히 소고기 볶음은 꼭 불고기 같은 맛이라 너무 맛났다.
밥을 맛있게 먹고 시내에서 10분 거리에 있다는 Ittala 아울렛을 찾아갔다. 한국에 있을 때 이딸라는 이름 때문에 이태리 제품이려니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이게 핀란드 제품이었다. 역시 스캔디나비아 디자인이었던건가.
암튼 아울렛을 찾아 지도를 들고 찾아가는데 유독 눈에 보이는 햄버거 집이 있었다. 맛집같은 포스는 아니고 Hesburger라는 패스트푸드점이었는데 다른 나라에서도 본적이 없어 눈여겨 봐뒀다.

암튼 계속 눈밭을 걸어 이탈라 아웃렛을 찾아갔는데 바깥에서 보이는 분위기는 그냥 이탈라 매장같은 분위기였다. 들어갔더니 이탈라 및 자매 브랜드의 도기들과 utensil들을 죽 놓고 판매하고 있었는데 할인폭은 한국가격 대비 대략 6-70프로 정도 되었다. 한국 가격 생각하면 애매모호하게 팍 싸지도 않고 그렇다고 안 싸지도 않아 만약 우리가 핀란드만 여행왔다면 이것저것 집어갔겠지만 비싼 돈 주고 소포를 부칠 가치는 없는 가격이었다. 몇개 마음에 드는 것들을 만지작 거리다 결국 내려놓고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로 돌아와 아까 본 햄버거 집을 찾아봤는데 핀란드 체인이고 무려 투르쿠가 본점인지 birthplace인지 암튼 그랬다. 무엇보다 우리의 눈길을 끄는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투르쿠의 한 지점에서는 윗층에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고 누가 써 놨다. 핀란드어로 되어 있는 히스버거 홈페이지를 뒤져보니 사실이었고 가격도 50유로로 우리가 있는 쓰레기보다 쌌다. 방은 호스텔 수준으로 별 특색은 없지만 무려 특이하게 체크인도 아랫층 햄버거 주문하는 줄에 서서 한다고 쓰여 있었다. 50유로면 우리가 있는 방보다 훨씬 싸고 게다가 햄버거 카운터에서의 체크인이라니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특이한 숙소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안 가볼 수 없었고 주소를 구글로 검색한 후 눈밭을 걸어 찾아갔다. 문제의 히스버거 고속터미널점은 버스터미널 바로 앞에 있는 24시간 운영하는 곳으로 어디선가 고속도로 주변 싸구려 레스토랑의 포스가 났다. 

외관의 작은 간판 말고는 호텔을 운영한다는 것은 거의 느낄수도 없게 되어 있었는데 나는 들은대로 햄버거 주문하는 줄에 서서 방을 물어봤더니 정말 그곳이 호텔 프론트데스크를 겸하고 있었다. 오늘은 이미 글렀으니 혹시 내일 방이 있냐고 물어보니 마지막 한 방이 남았다고 한다. 역시 사람들은 이곳을 알고 있는건가!
가격은 50유로인데 깍아줄수 있냐고 했더니 흔쾌히 5유로인가 10유로를 빼준다고 했다.(아침은 포함이 아니지만 뭐 밑에서 사먹으면 되니..) 방을 볼 필요도 없이 우리가 지금 있는 곳을 취소를 해야 하니 혹시 한시간만 홀드해줬다가 만약 우리가 안 오면 취소해줄수 있냐고 조금 번거로운 부탁에도 흔쾌히 햄버거 언니는 응해줬고 우린 다시 10분을 걸어 호텔로 돌아와 주인아줌마한테 얘기를 해봤다. 하지만 쓰레기 호텔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뻔뻔스럽게 부킹쪽에 수수료를 내야한다며 20유로의 early check out 페널티를 내라고 했다. booking.com의 수수료는 10%밖에 안되는데 뭘 그리 비싸냐고 따졌더니 찔끔해하더니 신용카드 수수료도 물어야 한단다. 아침에 긁은 신용카드는 취소하면 되지 않냐고 했더니 이미 전표 매입이 끝나 취소가 절대 안된다는거다.
백화점이나 매장에서 며칠전 구매한 것도 취소가 되는 마당에 그게 왠 구랴냐고 박박 우겼더니 암튼 지는 못 해준단다. 60유로짜리 방에서 20유로는 지네가 처먹고 방은 방대로 장사를 하겠다는 쓰레기 심보에 기분이 상한 나는 드러워서라도 이곳에서 그냥 있겠다며 잘 해보라고 나중에 쓰레기 리뷰로 보복할것을 다짐하고도 울분을 삭히지 못 하고 씩씩거리며 방으로 돌아와 잤다. 결국 내 분에 내가 이기지 못하고 이틀을 이 곳에서 있게 된것도 크고 원칙상 예약한 날짜보다 일찍 체크아웃을 안 시켜줘도 할말은 없는게 맞는거지만 이딴 쓰레기를 뻔뻔하게 대단히 싸게 혜택이냐 주고 있는냥 운영하고 있는 운영자도 재수 없다.

확실하지 않은 곳은 하루만 예약하고 추이를 보는게 맞으나 또 그러다가는 만실되어 갈곳 없는 처지가 될수도 있고 이래저래 예약은 양날의 검이다.

암튼 투르쿠에 다시 온다면 버스터미널도 가깝고 기차역도 가까운 햄버거 가게 2층에서 자는 것을 꼭 해보고 싶다. 사실 햄버거집 2층에서 자는거야 별 특색이 없을지 몰라도 햄버거 사는 줄을 서서 호텔 체크인하는것은 충분히 특별한 경험일듯 하다.

http://www.hesburger.fi/hesehotelli 

창밖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투르크

최악의 객실은 사진도 못 찍고 정상적인 방으로 옮긴 후. (TV도 무려 LCD TV겸 모니터로 좋아졌다)

겨울의 북유럽은 가는 곳마다 눈. 투르쿠도 눈으로 뒤덮혀 있었다
반타이 레스토랑에서 이틀간 뭘 할까 투르쿠 가이드북을 보며 사색에 잠겨 있다
이탈라 아울렛 찾아가는 길인데 설명이 필요없다 그냥 똑같은 눈밭.
드디어 도착한 이탈라 아울렛
핀란드가 러시아 밑에 있었다는 것을 들어서인지 어딘지 러시아 느낌이 나는것 같은 투르쿠 시내
이곳이 바로 호텔도 운영한다는 햄버거집 Hesburger 고속터미널점! 햄버거 주문하는게 아니라 방에 대해 물어보고 있는중 ㅋ
사진만큼 모던하고 좋은 분위기는 아니고 어딘가 낡고 덜 청결한 느낌의 햄버거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