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4/10 뭉크 박물관, IKEA 그리고 미스터 리 라면

오슬로건 코펜하겐이건 북유럽의 도시들은 모두 숙박업체들이 비싸다. 2인기준 호스텔도 100불씩하지만 동네 물가를 생각해보면 그래봤자 콜라 몇개 못 먹는 가격이니 이돈도 안 벌거면 방 안주고 말겠다는 심산인듯 싶었다. 
3박을 예약하고 조건으로 비수기라고 할인해줘 일당 약 75불로 상대적으로 싼 Residence Kristinelund는 분위기도 좋아보이는데 평이 안 좋은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어제 쓴 것처럼 화장실이 말도 안되게 적어 성수기에는 어떻게 운영되는지 이해가 안 될정도였고, 무리한 확장으로 지하실 방까지 있으며 정상방인 우리방도 열이 거의 안 들어와 매우 추웠다. 그 부족한 화장실마저 1층에 있는 한 곳만 원래 집에 딸린 고급화장실이고 나머지 화장실은 대충 때려박아 아주 암울했다. 그래서 나는 귀찮음을 무릅쓰고 1층까지 내려가 쓰지 못하게 빨래바구니로 문을 지지해놓은것도 밀고 그곳만을 내리 썼다. 케이블tv도 방에 있다고 광고를 했지만 체널은 지지직거리며 한개 나왔다. 그리고 또다른 문제점은 아침을 딱 한시간만 주는 것이었는데 투숙객들의 리뷰에 따르면 그 마저도 뒤에 가면 음식 리필도 잘 안해 준다는 말이 있어 아침시간인 8시부터 9시 사이중 8시반에 일어나서 먹으러 내려갔다.
기대를 안 한 덕분인지 햄, 계란 삶은 것 잘라놓은것도 있고 꽤 구색을 잘 갖추고 있었고 빵도 multigrain이었다. 나야 저렴하니 흰빵을 더 좋아하지만 왠지 더 좋은 빵을 준것 같은 느낌은 났다.

오늘은 우선 오슬로가 낳은 세계적인 미술가 뭉크의 박물관을 갔다. 뭉크는 절규밖에 아는 것이 없었지만 마침 겨울을 맞이하여 박물관도 무료이고 겸사겸사 갔는데 생각보다 훨씬 너무나 좋았다. 마돈나나 절규는 이곳에도 있었지만 가장 유명한 버전은 오슬로 미술관에 있다고 하여 그곳은 내일 가보기로 했다. 정신병이 조금 있었다고 하는데 천재는 역시 정상이 아니어야 진가를 발휘하는지 그림을 잘 모르는 우리가 봐도 마음에 와 닿는게 많았다.
박물관을 들러 시내로 걸어나오는 길에 꽤 큰 슈퍼가 보여 구경도 할겸 들렀는데 tv를 통해 몇번 봐서 친숙하던 미스터 리 라면을 발견할수 있었다.
TV에서 볼때도 꽤나 대단하신 분 같았는데 사실 한국 다큐멘터리가 뻥이 좀 심한 편이라 반신반의 하는 게 없지않아 있었는데 일반슈퍼에 다양하게 갖춰진 미스터리 라면을 보니 새삼 놀라웠다.
맛도 다양하고 맛에 따라서 팩키지 디자인도 다 다르고 게다가 한글표기까지 되어 있는 이 라면은 전시되어 있는 다른 라면보다 좋은 위치에 두배씩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예전 불가리아에서 사먹었던 Mr park라면이 떠올라 조금 걱정되어 많이는 안 사고 두어개 사봤다.

북유럽에 왔으니 IKEA를 안 떠올릴수 없는데 저렴하고 맛 있는 미트볼도 먹을겸 아이키아를 갔다. 아이키아는 오슬로 외곽에 있었는데 고맙게도 시내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해줬다. 오슬로의 ikea는 지금까지 가본 다른 ikea와는 가장 다른 점이 자제를 판다는 점이었다. 싱크대를 만들수 있는 나무 판때기를 팔고 커텐을 만들수 있는 천을 마로 끊어서 파는 것은 지금까지 세계의 수많은 아이키아를 가봤지만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역시 북유럽오니 마켓이 조금 다른가보다 했는데 나중에 스톡홀름가서는 또 못 본 이곳에서만 본 풍경이다.
하지만 역시 노르웨이 답게 음식은 싸지 않았다. 미트볼과 살몬, 그리고 어린이용 파스타 하나 시켰는데 무려 3만5천원이었다. 이게 이나라에서는 싼 식사라고 카페테리아에는 지금까지 아이키아에서 본 가장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니..

PS. IKEA에서 너무 많이 먹은 탓에 다음날에야 끓여먹어 본 미스터 리 라면은 다행히도 매우 먹을만한 맛이었다. 일본 라면의 마일드한 맛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정도의 맛이었는데 Mr Lee 라면에 대해 나중에 찾아보니 정말 대단하신 분이었다. 6.25전쟁때 참전용사 덕분에 수술을 받으러 노르웨이까지 올수 있었고 라면사업으로 성공하신 Mr Lee할아버지는 자신이 사업을 평생 할수 없다는 생각에 회사를 노르웨이 현지 회사에 매각하면서도 두가지를 계약서에 넣었는데 첫번째는 재료를 한국산을 쓸 것이었고, 두번째는 라면 봉지에 한글을 꼭 표기할 것이었다고 한다. 회사를 매각한 지금도 모든 커버에 일러스트는 물론 각종 광고에 직접 다양한 모습으로 출연하고 계신 Mr Lee의 진수를 느끼고 싶다면 http://www.mrlee.no 를 확인해보시길. 세계 각지에 성공한 한국인이 매우 많지만 이렇게 그나라에서 아이콘이 될 만큼 잘 알려진 한국인이 또 있을까 싶다.

 

기대보다 훨씩 훌륭한 아침을 준 우리숙소. 그리고 더욱 훌륭했던 아침먹는 식당 공간


시내에서 10분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뭉크박물관

원래는 한시간안에 후딱 볼 수 있을줄 알았지만 우리도 모르게 뭉크에 빠져버려 몇시간을 있다 나온 죄로 시내까지 걸어왔다. 오면서 이민자들이 주로 보이는 거리에서 먹은 태국음식세트

슈퍼에서 발견한 미스터리 라면. tv다큐에서 본적도 있지만 이정도의 인지도와 인기일줄은 꿈에도 몰랐다.


OSL이라는 오슬로역에서 지하로 연결되어 있는 쇼핑몰

돌다보면 쳇바퀴처럼 몇번이고 다시 오게 되는 곳이 오슬로역과 바로 여기 Karl Johan Gate거리다


외곽에 있는 아이키아를 데려다주는 무료셔틀버스. 이비싼 동네에서 무료라니 갈일 없어도 버스 타보러 가야한다 ㅋ

언제나 저렴한 아이키아 음식이지만 이 마저도 35000원 정도였다 ㅠㅠ

셔틀버스가 다시 데려다 준 오슬로역 주변

기념품은 짐이 되니 잘 안사지만 뭉크 박물관에서 하나씩 가장 좋아한 그림을 엽서로 구매했다.

진정한 애국자 Mr Lee! 맛에따라 다른 표정과 셔츠가 압권이다. 인도카레맛 한번 찾아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