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8/10 베를린-프랑크푸르트-플젠을 하루에 달리다

오늘의 피곤함은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저녁 6시반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가시는 어머님아버님을 프랑크푸르트로 늦어도 4시까지는 모셔다 드려야 했는데 현재 위치는 베를린.
어제 저녁부터 오늘은 아침 일찍 가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아침먹고 출발하니 이미 열시가까이 되어갔다. 다행히 별다른 체크아웃없이 키를 집 안에다 놔두고 가면 되는것은 시간을 세이브해줬다.
베를린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는 560키로로 이론상으로 100키로 놓고 달리면 3시반이면 갈수 있을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고 결국 속도제한 없는 아우토반을 130씩을 왔다갔다 하며 밟고 가고 있었으나 중간부터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함박눈은 펑펑 내리고 wiper fluid는 원래 다 채워 있지 않았는지 10여일 타고 다니는 동안 다 떨어졌고 주유소를 들러 가격을 보니 이놈의 물가 비싼 독일에서는 그것마저도 제일 작은 통이 5유로나 했다.
나의 오기로 결국 안 사고 가다 닦기를 반복하거나 앞 차가 튀겨주는 물에 의지하며 달렸다.
늦을까봐 노심초사 했으나 다행히도 공항에는 4시 20분쯤 도착해 아무 문제없이 비행기에 두분을 탑승시킬 수 있었다.
이미 내 심신은 지쳐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지만 여기부터의 문제는 우리의 스케쥴이었다. 차도 여기서 5시간 걸리는 프라하에 내일 아침 11시에 반납을 해야하고 우리는 그길로 공항가서 코펜하겐 가는 비행기를 타야했기에 중간쯤 잘수 있는 곳을 모색하다 플젠이라는 체코의 도시에 호텔을 예약해 놔서 죽으나 사나 거기까지 가야했다.

공항을 빠져나오니 이미 5시를 한참 넘는 시간이었고 대략 계산해봐도 10시 이전에는 들어가기 어려워 보였다.
이미 늦은것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가다가 휴게소에 들러 편히 밥도 먹고 게다가 프랑크푸르트 올때 들렀던 Wertheim 아울렛에서 봤던 50유로짜리 만다리나 덕 트렁크가 아른거려 다시 들렀다. 결국 트렁크는 안 샀지만 다른 곳에서 꽤나 잘 건져 헛걸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플젠에는 밤 열두시가 되어서야 간신히 들어갔다.
프랑크푸르트에서 420키로 정도 떨어져 있던 Plzen이라는 이도시의 이름은 Pilsner가 되고 바로 이곳이 우리가 주로 먹는 황금빛 맥주인 Lager또는Pilsner가 탄생한 곳으로 그어떤 세계유적에 필적할 만큼 뜻깊은 도시였으나 이미 워낙 늦게 도착한 끝에 필스너의 출생지에서 이도시의 가장 유명한 맥주인 Pilsner Urquell 생맥주를 마시는 나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고 피곤에 지쳐 호텔 방에 쓰러져 잤다.
저렴한 가격에 호텔 방이 멀쩡하고 주차가 안전한 주차장에 무료라는 점이 이곳까지 찾아온 것의 위안이 되었다.
젊은 날에는 잘도 다녔지만 오랜만에 하루에 천키로 운전하고 쓰러진 하루였다.

 

이날 찍은 거의 유일한 사진. 호텔에 도착해서 쓰러지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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