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3/10 소피아 된장들의 쉼터 FloCafe

릴라 수도원의 방은 라디에터는 있었지만 저녁시간에만 반짝 틀어주고 새벽부터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덕분에 우리몸도 함께 얼어갔고 보너스로 빈대에게도 여기저기 뜯겼다.
그래도 밤새 소복히 눈이 쌓여 어제와는 다른 설경이 있는 수도원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눈을 떴더니 새벽 6시, 아직 수도원은 조용하고, 예배당은 고요함과 엄숙함이 느껴져 더욱 멋있었다. 

하루에 세번뿐인 버스 첫차는 9시반에 출발한다고 수도원 벽에 붙어 있는데 30분 정도 늦거나 빨리 갈수도 있다니 9시부터 나가 차를 기다렸다.
어제와 똑 같은 루트로 미니버스를 타고 듀프닛사로 가서 다시 소피아로 돌아왔다.
하루 득도하고 도심으로 내려오니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다. 결국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서 점심 시간이 된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하산 한 것이다. 방값도 터무니 없이 받아먹는데 정통 수도원 스타일 아침이라도 줬으면..

듀프닛사에서 탄 버스는 어제 탔던 소피아의 동쪽 터미널에서 사람들을 내려주고 메인터미널까지 와서 우린 메인터미널에서 내렸다. 다시 도심으로 돌아가기 전에 내일 출발하는 마케도니아의 스코페행 버스티켓을 35레바씩 내고 예매를 해두고 시내로 돌아와 호텔에 짐을 풀고 밥 먹을 겸 시내로 갔다.
처음 왔을때부터 봐뒀던 시내 한복판에 크게 자리하고 있던 FloCafé 라는 곳에 갔는데 이나라 된장들은 이곳에 다 모여 있는듯, 일하는 언니들도 모델급으로 뽑아놓고 대낮부터 일렉트로닉 계열 음악을 틀어놓고는 폼은 다 잡았다.

플로카페에서 밥을 먹고 소피아의 또다른 몰인 Mall of Sofia를 갔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제 갔던 시티센터보다 좋았지만 역시 별로 살 것은 없었다.
동유럽이나 중동이나 물가 싼 나라가 일반적인 쇼핑을 하기에는 유럽이나 두바이 같은 선진국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은 참 재미나다.

저녁 시간이 되어 쇼핑몰에서 돌아오다 봐둔 중국집엘 갔다.
며칠전 먹었던 구룡반점보다 분위기나 위치나 많이 빠졌지만 오히려 덜 현지화되어 맛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영 별로였다. 분명 현지어도 잘 못하는게 본토에서 온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음식을 할 사람들이 아닌데 식당을 하는지 특히 탕수육 같은 메뉴인 sweet and sour pork는 도너츠도 아니고 옷을 너무 두껍게 빵같이 튀겨내서 안에 들어있는 고기는 느낄수도 없을 정도였다.

밥을 먹고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길은 멀지는 않았지만 어두워지고 사람이 많은 길이 아니다 보니 살짝 무서웠다. 역시 왠지 마음이 안 놓이는 동네에서는 밤에 안 돌아다니는게 상책이다.
릴라을 빼고도 3일이나 있던 소피아지만 연휴를 끼고 할게 없어 방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 그런지 딱히 정은 안 가는 도시이다. 1월1일 카운트다운이란 뜻깊은 행사를 보냈음에도 별로 느낌이 없다니 신기하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눈내린 수도원 

화려한 그림들과 내부의 금칠들 덕분에 교회보다는 절같은 느낌을 받았다

한국의 산과 비슷한 느낌의 릴라수도원이 있는 산

어제보다 작지만 좋은 차였던 두프닛사까지 가는 미니버스

듀프닛사 터미널에서 커피 자판기에서 핫 초콜렛을 뽑아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듀프닛사 버스 터미널 ABTORAPA라고 쓴것같은게 AUTOGARA(auto garage)라니..

그래도 유럽이라고 중동에선 전혀 볼수 없던 분리수거함이 다 있다

시골의 한 구멍가게.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해서 버스는 눈길을 달려야만 했다

불가리아의 설경

다시 온 소피아. 정체가 심하다고 들었는데 아직까진 연휴덕분인지 그리 심하지 않다

35불이라는 것을 아침 뺴고 30불로 깍았던 호텔. 새로 지어 가격대비 매우 좋았다.

웨이트레스부터 손님들까지 소피아의 멋쟁이들은 낮에는 다 여기서 죽치고 있는듯한 플로카페
콜라보다는 환타를 선호하는지라 환타 참 많이 마시는데 불가리아의 환타가 그중 제일 맛 있는것 같다. 과즙이 더 느껴지고 덜 달고 탄산이 더 센 느낌

테이블매트의 재밌는 그림들

무려 Imax 극장도 있는 몰오브소피아. 불가리아에서 가장 좋은 몰이다

도너츠 수준의 우리 탕수육 ㅠ.ㅠ 결국 다른 요리에 볶음밥 위주로 먹었다. 본토어 잘한다고 요리도 다 잘하는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