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1/10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찾은 정체불명의 한국라면

1월1일 첫날 아침에 감동의 눈물을 흘릴뻔 했다. 바로 진짜 베이컨이 있는 것이었다.
그동안 중동여행을 하면서 두바이에서 말고는 돼지고기를 전혀 보거나 먹지 못했다. 그나마 두바이에서는 non muslim들을 위해 슈퍼마켓에 따로 구매를 할수 있도록은 되어 있었지만 아침으로 베이컨은 가짜 소고기 베이컨 뿐이었다. 하지만 유럽에 들어오니 진짜 베이컨 뿐 아니라 진짜 햄도 있고 오랜만에 완전 포식하며 아침을 먹었다.
어제도 많은 샵들이 문을 닫았지만 오늘은 진짜 문 연 곳을 찾기가 더 어려울 것 같아 호텔에서만 있을 생각으로 호텔을 힐튼으로 옮겼다.

평소에는 꽤 비싸겠지만 1월동안 주말에는 모든 힐튼이 반값이라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예약을 하게 되었다. 정겨웠던 아레나 디 세르디카를 뒤로하고 택시를 타고 다운타운 반대쪽에 있는 힐튼으로 갔다. 택시는 미터도 달렸고 상태도 좋았으며 가격은 우리나라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방도 사실 고급이라기엔 별게 없는 일반 호텔이지만, 그래도 스탠다드 호텔이 편한 것은 어쩔수 없는 사실이다.
오늘은 딱히 갈 곳도 없어 호텔 근처에 있는 쇼핑몰이나 갔다가 호텔에서 쉬고 내일 릴라 수도원이란 곳을 가기로 했다. 릴라 수도원은 불가리아의 제일 명소라는데 알아보니 수도원에서 잘수 있다고 하여 예약을 하려고 계속 전화를 시도했으나 휴일이라 그런지 절대 받지 않아 그냥 내일 찾아가보기로 했다.

호텔근처에 있는 City Center Mall은 걸어서 5분 거리였는데 오늘 오픈은 했지만 대부분의 매장들은 문을 닫았다. 뭐 사실 문을 열었다고 해도 딱히 들어가보고 싶은 매장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2층에 있는 극장에는 아바타 3d등 최신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으나 딱히 볼 영화는 보이지 않아 kfc에서 점심만 먹고 지하의 슈퍼를 갔다.
슈퍼에는 놀랍게도 한글로 적혀있는 라면이 있었다.
"Mr Park" 이라는 정체불명 회사의 라면과 농심이 있었는데 한글로 설렁탕맛, 삼계탕맛 등이 적혀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종류별로 5가지를 구매해 호텔로 돌아와 고민끝에 설렁탕맛과 김치맛을 선택해 냉큼 끓였는데, 맛은 완전 끔찍했다.
이건 김치맛도 아니고 설렁탕맛도 아닌 정체를 알수 없는 맛이었는데 설렁탕맛은 어제 먹은 버터밥이 생각나는..... 라면을 버터 국물에 넣은 맛이었고, 김치맛은 그맛에서 소고기를 빼고 살짝 매콤하게 고춧가루 좀 풀은 맛이었다. 개당 600원쯤 하는 돈이 아까워 다 먹긴 했으나 정말 메스껍기 짝이 없는 맛이었다. 이게 현지인들 입맛에 맞으니 팔릴테고 팔릴 테니 갖다 놨을텐데 이런 맛없는 라면은 해외 어디에서도 처음이었다. 다행히 버린 입맛을 같이 사온 훈제 족발과 wedge감자로 달래줬다.

눈물 흘리게 했던 돼지고기가 있는 풍성한 아침식사

1월1일 텅빈 거리

터키보다는 훨 저렴하게 느껴졌던 불가리아 택시

별것 없이 스탠다드한 힐튼 소피아. 그래도 조식 무료에 50% 할인을 지나칠수는 없었다

그래도 높은 건물이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호텔 바로 앞에 보이는 맥도날드가 포인트!

소피아의 2대 몰 중 하나인 시티센터. 하지만 신년을 맞이해 대부분의 샵들은 문을 닫았다
극장이나 몰의 분위기는 꽤 선진국같이 되어 있다

요거트의 나라답게 큼지막하고 다양한 요거트.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콜라마시듯 요거트를 원샷하기도 한다

문제의 미스터박 라면. 놀랍게도 제3국 제품도 아닌 한국산이었다

미스터박이 원조인지 농심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비슷한 농심도 있다. 맛은 농심이 조금 더 나았다만 도찐개찐
돼지고기와 더불어 가장 반가운 다양한 맥주들. 터키의 에페스보다 훨씬 싸고 맛있다
추운 나라인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와인도 있다. 어제 먹었던 와인이 맛이 괜찮아 현지 와인 한개 더 사봤다
불가리아가 러시아보다 원조라 하는 싸이릴릭 글자. 맥도날드 이상하게 써있는것 보라 -_- 저거 지갑속에 메모장 만들어 공부해서 반정도는 일게 되었다

슈퍼에서 사온 이상한 한국라면 5형제. 버섯맛,김치맛,소고기맛,돼지고기맛,설렁탕맛이라지만 비슷한건 단 한개도 없다

열악한 조리환경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라면을 먹을수 있는건 바로 뽀글이 덕분

이게 김치맛 라면의 모습.. 더이상 말 안해도 김치맛이 아닌건 알듯

라면을 먹고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 다시 달려나가 족발을 사왔다.. 좀 딱딱해서 이가 부러지는줄 알았지만 맛은 라면보다 100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