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4 동서양의 사이, 보스포러스 해협에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우리 여행을 하는 동안 크리스마스는 한번뿐일테니 어디서 맞이할건가를 나름 꽤 고민을 했었다. 일정상 두바이가 될듯 했는데 터키로 낙찰이 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두바이는 크리스마스라고 호텔가격이 왕창 오르는데 터키는 평소와 같기 때문이다. 두바이는 중동국가이면서 노는날 챙겨먹는데는 일가견이 있는듯했고 유럽이라고 우기는 터키는 오히려 크리스마스라고 가격이 올라가지 않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암튼 터키에서 크리스마스를 맞기로 하고 오기 한달전부터 W이스탄불 등 몇몇 호텔을 알아보다 A'jia라는 호텔을 알게 되었다.
규모가 있는 호텔은 아니지만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보스포러스 해협에 위치하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로맨틱한 호텔로 뽑히기도 했던 경력이 마음에 딱 와닿았다.
다른 곳 가격은 상당히 높았고 결혼전부터 애용해온 i-escape에 하루 숙박시 일박 무료 offer가 있는것이 아닌가 그래서 다시 호텔에 연락을 해 가격을 알아보니 300유로인데 private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을 예정이라 시끄러울텐데 괜찮냐고 물어왔다.
그래서 시끄러운건 괜찮다고 i-escape보면 일반 하루 요금이 200유로인데 안되겠냐고 뻔뻔히 세계일주를 팔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럼 조식을 빼고 2박에 200유로 정도에 해준다고 했다, 파티 초대와 함께.

우리도 크리스마스라 다른 날보단 조금 특별한 이벤트가 있기를 기대를 했는데 좋은 호텔뿐 아니라 크리스마스파티까지라니 에미레이츠 팔레스 사건 이후로 가장 기쁜 예약이 아닌가 싶다. 암튼 그 한달전에 해 놓은 예약이 어느덧 날짜가 다 되어 오늘 간다.
위치가 일반 관광객이 많이 가는 곳은 아니라 대중교통이 그리 좋지는 않지만 택시를 타면 5만원 정도 나온다는 말에 꿋꿋히 대중교통으로 갔다. 우리가 있던 술타나멧에서 트램을 타고 어제 탁심에서 갈라진 카바타슈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해협을 타고 올라갔다. 보스포러스 해협은 역시 들은대로 경치가 끝내줬고 주변 환경들도 어제 우리가 있던 술타나멧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Emirgan이라는 곳에 내려 해협을 바라보고 있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호텔에 전화를 해놓으니 해협 반대편에 있는 우리들을 태우러 보트가 한 대 왔다. 5분정도 보트를 타고 해협을 건너 아시아쪽 땅에 건너오니 물가에 바로 호텔이 있었는데 우리가 도착했을때는 이미 파티 준비로 분주했다.

아지아 호텔은 체크인부터 너무나 공손하고 전문적인 서비스에 이미 매료되었는데 객실도 무려 가장 좋은 방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주었다. 이 호텔은 오래된 저택을 고친 호텔이라서 한개뿐인 발코니가 딸린 오리지널 메인 침실의 의미가 남달랐는데 그 방을 가장 싼 방으로 예약하고 온 우리에게 주었다. 정말 우리말고는 묵는 사람들이 없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는데 그건 아니고 보아하니 온 순서대로 좋은 방부터 주는듯 했다.

체크인을 하고 2층으로 올라가 방을 열고 들어가니 엄청 화려하게 금으로 떡칠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꼭 평생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방이 있었다. 그만큼 너무나 편안하고 아늑하고 그리고 어디보다 멋진 뷰에 입이 떡 벌어졌다. 파티는 7시부터 시작이라고 해서 그전까지는 방에서 경치를 구경하며 쉬다가 시간이 되어 내려가니 왠지 뻘쭘한게 아직 흥이 오르기 전인듯 했다. 그래서 슬쩍 근처 이탈리안 식당가서 저녁을 가볍게 먹고 다시 돌아오니 호텔 앞 주차된 차도 많이 늘고 계속해서 보트로 제대로 차려입은 사람들이 내리고 있었다. 우린 좀 캐쥬얼한게 민망했지만 여행객에게 formal한 옷이 어디 있으랴.
그냥 왠만큼 이나라 살만한 사람들이 모여 노는 날인가 했는데 기자들에 포토라인까지 준비되어 있는데 우린 슬쩍 파티장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이미 신이 난 상태였는데 나이트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 나였지만 Chivas에서 스폰서를 하는 이 파티에는 모든 술이 무료라 오랜만에 신나게 마시고 놀았다. 근데 놀 핑계가 필요했는지 별로 크리스마스라는 날 자체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듯 카운트다운도 없이 그냥 놀고 마시다 보니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그곳에서 새벽 3시까지 광란의 시간을 보내다 올라와 쓰러져 잤다. 여행하며 많이 마시기 어려웠던 술도 마음껏 마시며 완전 메리크리스마스였다.

apex호텔 옥상에서 서빙하는 아침

오랜만에 봐서 반갑기는 하나 여전히 마음에 안 드는 터키빵

술타나멧에서 아지아호텔 가는 길

트램타고 버스타고 도착한 우리 호텔의 맞은편 에미르간에서 바라본 호텔이 있는 Kanlica라는 동네 
에미르간에서 점심을 먹은 매우 장사잘되는 레스토랑겸 카페

배가 이곳으로 데리러 온다하여 부두가 따로 있는줄 알고 엄청 찾아봤지만.... 그냥 이곳으로 온다 -_-

호텔 외관은 팜플렛 참조

엄청 넓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평생 살고 싶은 우리 방

Toileteries는 아쿠아드팔마


단언코 가장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중 하나였던 아지아에서의 보스포러스 해협  


늙고 피곤해 쓰러져 잠든 2009년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