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0 쉬라즈까지 장장 20시간의 버스

시차 덕분인지 바깥 모스크의 고성때문인지 조금 일찍 깨서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이곳이 어딘가 싶을 정도로 낯설었다.
우선은 이란 돈인 리알이 전혀 없기에 환전을 하러 은행을 알아보니, 이란 시간으로 8시에 문을 연다 해서 시간맞춰 혼자 나가봤다.
이란은 시리아보다 더 할 정도로 외국atm카드나 신용카드는 전혀 받지 않았다. 앙카라에서 대충 1주일간의 호텔비 등의 체류비를 계산해서 달러로 찾아왔는데 그리 넉넉하게 찾아온것은 아니니 돈 쓰는것이 더 조심스러울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우리 책에 나온 물가와 지금은 변동이 너무 컸다. 호텔 바로 앞에 은행이 보이길래 가서 환전을 물어보니 이곳에서는 환전이 안되고 1키로 정도 떨어진 곳의 은행을 알려줘 걸어갔다. 가는 길에 보이는 이란은 다른 중동 국가들은 또 다른 느낌이 났는데 딱히 뭐라 할수는 없지만 좀 더 생소하고 좀더 구식인 느낌이 났다.
다른 은행에 들러 다시 물어 처음 가르쳐 준 은행을 갔더니 환전은 10시에 오늘의 환율이 나와야 그제서야 가능하다고 했다. 대충 들은 환율은 한국돈에 0 하나만 더 붙이면 되는 액수정도로 1불이 9800리알 정도였다.
다만 당장 움직이려면 이나라 돈이 필요한데 찾을 수가 없어 행여나 하는 기대감에 다른 은행들도 갔으나 마찬가지라 호텔로 돌아왔다.
낮은 환율이라도 감수하고 호텔 프론트데스크에 혹시 환전이 되냐고 물어보니 어제와는 달리 영어를 유창하게 잘하는 할아버지가 계시는게 나와 통화를 했던 이곳의 주인이었다. 원래 환전은 안해주지만 얼마가 필요하냐길래 오늘 교통편이 되면 쉬라즈로 가려 한다니까 여기서 직접 가는 버스는 없고 타브리즈라는 곳에 가서 갈아타고 가라며 20불을 바꿔줄테니 그돈이면 타브리즈까지는 충분하니 그곳 가서 은행가서 바꾸라고 했다. 그러면서 환전도 환율도 상관없이 매우 넉넉하게 해서 바꿔줬다.
보통의 호텔에서는 절대 받을수 없는 친절함에 눈물이 나려고 했다. 환전마저 호텔의 수익사업으로 생각하는 마당에 자기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바꿔주는 일은 절대 없다.
환전을 하고 버스터미널까지 가려면 택시를 타야 하는데 외국인이 직접 잡으면 비쌀수 있으니 자기가 전화해서 불러주겠다고 했다. 이것 역시 다른 곳같으면 돈을 남겨먹는 서비스 중 하나인데 얼마정도 하냐 물었더니 10000리알, 1불이라고 했다.
정말 얼마나 멀지는 모르겠으나 그정도 돈이면 미미한 금액이니 부탁을 했다.
짐을 챙겨 내려오니 우리 택시는 와 있었고 사장님께 감사를 전하고 택시에 올라탔다. 행여나 바로 코 앞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는 달리 버스 터미널은 꽤 멀리 떨어져 있어 10분 정도를 택시를 타고 갔으니 다시한번 호텔 사장님께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버스터미널에서 다시한번 쉬라즈 가는 것을 물어보니 없다는 식으로 말을 해서 타브리즈를 물었더니 바로 출발하는게 있어서 시간낭비 없이 9시 조금 넘어 출발을 했다. 가격은 둘이 합쳐 8만리알이였다. 아침도 못 먹고 움직인 까닭에 터미널의 매점에서 과자와 음료수등을 샀는데, 우리가 아는 브랜드는 하나도 없는것이 이색적이었다. 그래도 과자 모양이나 맛은 그로벌했다. 한 40년쯤 되어 보이는 구식중의 구식 벤츠 버스를 타고 짠물이라는 오루미예 호수를 가로질러 두시간 반 정도 가니 타브리즈에 도착을 했다. 책에는 4시간 걸린다고 써 있었는데 비약적으로 빨리 온게 도로가 좋아졌나보다.
내리자마자 터미널로 들어가서 물어보려는데 한 버스가 쉬라즈를 외쳐서 가보니 한시간 반 후인 두시에 출발한다고 했다. 가격은 15천리알씩 3만리알정도이라는데  출발 시간이나 금액 모두 영어가 통하지 않아 론리 플래넷 책 뒤에 간단 회화를 보고 얼마냐 물어 숫자를 써가며 물어봤다.(그리고 이란은 10리알 대신 1 토만이라고 주로 부르기 때문에 혼란을 막기 위해서 확실하게 해두는 것이 좋다)
몇시간 걸리냐니 8시간 걸린다는데 이것역시 책보단 훨씬 짧았으나 세번씩이나 물어봤다 아까도 책에 써있는것보다 한참 빨리와서 길이 진짜 많이 좋아졌나보다 하며 기뻐했다.
하지만 가진 리알은 아까 버스비 내고 간식 사먹고 한 십만 리알 남았고 어차피 시내 구경할 시간은 안되는데 환전만 하러 시내를 갖다올 택시비면 여기서 환전할수 있으면 하는게 났겠다 싶어 버스터미널에 들어가 물어보니 버스표 판매하는 사업자들이 그닥 좋지 않은 1불:9500리알에 환전을 해줘 교통비 커버할 만큼만 환전을 했다.
표를 사놓고 홀가분한 마음에 점심을 먹으려 보니 샌드위치 같은것을 파는 집이 보여 들어갔다. 메뉴는 영어는 당연히 없어 진열대에서 닭고기를 고르고 광고판에서 햄버거를 골랐다. 치킨 샌드위치는 긴 빵에 닭 가슴살을 넣은 그래도 꽤나 정상적인 모습의 샌드위치였는데 신기한것은 햄버거도 같은 빵에 같은 스타일로 해 준 것이었다. 서브웨이같은 긴 샌드위치 빵에 햄버거 패티 두장을 넣고 해준 햄버거는 뭐 먹을만 했다. 가격은 콜라 두병 합쳐 총 3천원 정도이니 싸긴 쌌다.
밥을 먹고 난 론리플래넷에 나온 호텔 중 가격이 괜찮아 보이는 것들로 전화를 했다. 하지만 쉬라즈의 호텔들의 가격은 만만하지 않았다. 3스타 정도 된다고 나온게 80불에서 100불을 불렀고, 책에 12불이라고 나온 호텔은 무려 35불이었다. 그중 35불짜리를 30불로 깎아 예약을 해놓고 저녁에 도착하면 간다고 했다.

간식까지 챙겨 올라탄 버스는 타브리즈를 출발하여 쉬지 않고 달려 다섯시간 이상을 갔다. 버스안에 화장실이 있는 것도 아닌데 화장실 한번 안 들리고 계속 갔다. 쉬지 않고 달려서라도 빨리만 가면 좋겠다만은 다섯시간 정도 달렸을때 이정표에서 본 근처 도시의 이름은 우릴 완전 좌절하게 만들었다. 책의 지도랑 비교해보니 이제 겨우 1/4정도밖에 오지 못 한 것이었다.
8시간 걸린다는 얘기는 아침 8시까지 간다는 얘기였나 보다며 앞으로 12시간을 더 탈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났다.
져녁 7시반쯤 처음으로 버스가 멈췄는데 간판도 똑바로 안 보이는 허름한 식당앞이었다. 여기서 저녁을 먹나보다.
화장실을 들러 밥을 먹으려보니 여러가지 꼬치가 보였고 치킨 케밥을 하나 시켰다.
말라비틀어져 보이는 치킨이라 한개만 시켜 먹었는데 상대적으로 많은 밥에다가 싸먹는 중동빵까지 거의 탄수화물 잔치로 밥을 대충 먹었다.
이미 오늘 들어가긴 틀렸으니 아까 구두로 예약했던 호텔에 전화해서 내일 간다고 하고 터미널보다 두배 비싼 슈퍼에서 물을 사서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이나라도 고속버스 회사마다 뒷돈받고 식당을 서 주지 않고서야 좀 나아 보이는 곳도 있던데 이런 쓰레기 같은곳에 굳이 섰다 가는게 불만이었다. 가격도 치킨 케밥이 6천원정도니 아까 물가를 생각해보면 절대 싸지 않아 그런지 아무것도 안 먹는 사람들도 많았다.

밥을 먹고 이제는 화장실을 좀 서 주나 했는데 그렇게 또 새벽 2시까지 한번도 안 쉬고 달려 이스파한에 들러 사람들을 내려주었는데, 그나마 밤 12시부턴 졸다 가다 해서 덜 힘들었지 완전 죽는줄 알았다.
새벽 5시가 되어서야 차를 세우길래 다 왔나 했으나, 화장실을 갈 수 있도록 모스크앞에 한번 세운 것이었다. 출발하고 나서 그렇게 두번 화장실을 갈수 있도록 세워주고 아침 여덟시까지 내리 달렸다. 까만 히잡을 둘러쓰고 버스를 탔던 이란 여자들 중 아줌마들 말고 좀 젊은 여자들은 밥도 안 먹고 화장실 한번 안가고 제자리에 앉아갔다. 생리대라도 하고 타나보다.
쉬라즈에 도착할때는 이미 해도 다 뜨고 우리몸은 거의 마비될것 같았다.

호텔에서 보이는 오루미예의 중심가


오루미예에서 타브리즈 가는 버스

터미널에서 사먹은 포테이토칩. Lay's등과 비교하면 훨씬 맛있었다.

타브리즈가는 길

타브리즈 터미널에서 먹은 '햄버거'와 치킨샌드위치. 그리고 잼잼콜라. 콜라는 역시 맛없다.

타브리즈 터미널의 모습

치토스가 아닌 치토즈. 맛과 생김새는 전혀 무관

이란와서부터 매일 머리에 저런걸 둘러야 하는 불쌍한 달룡이와 꽤 모던한 터미널 내부

출발하고 6시간만에 쉬게된 휴계소에서 먹은 조촐한 저녁식사

20시간 타고간 우리의 버스 내부. 버스는 르노것으로 터키에 비하면 별로지만 이란에서는 최고급이라고 한다

동은 터오르고 있지만 우린 아직도 버스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