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5/10 Tierra Atacama에서 장렬히 전사한 전기주전자

원래 이곳에서 가고 싶던 Awasi는 가격이 너무 비싸 포기했지만 이 멀리까지 와서 알토 아타카마 한개만 보고 가는 것이 아까워 선택하게 된 곳이 오늘 가는 Tierra Atacama호텔이었다.  이곳은 알토 아타카마와는 달리 동네에서 걸어 갈 수 있는 곳에 있어 시내 구경을 하기에도 적합했다.

티에라 아타카마 호텔은 무엇보다 객실 외관의 디자인이 매우 멋졌다. 창문이 위아래로 길게 두개가 방마다 있는 사진을 보고 꼭 구경가보고 싶어서 오게 되었는데 와서 보니 그것은 두 줄로 된 객실 중 뒷 동으로 전망을 확보하기 위해 살짝 올라가도록 지어진 것이었고 우린 앞에 테라스가 딸린 앞 동을 배정받았다. 외관으로 보는 재미는 많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전망이 더 있고 테라스가 있는 것이 좋았다. 방의 디자인은 알토아타카마와 비슷하다면 비슷한 남미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인 스타일이었는데 조금 더 싸 보였다. 장점이라면 화장실의 샤워실이 실내와 실외 모두 있는 것과 사방팔방으로 나무로 된 발같은 커텐을 칠수 있어 매우 아늑해 보이는 침대였다. 싱글 두 개를 붙여놓은 베딩은 가운데도 커텐을 내릴 수도 있었다. 디자인은 일장일단이 있다고 치고,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자연적으로 어쩔수 없는 전망이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마치 일구다 버려놓은 밭 같은 느낌이라 어제에 비하면 많이 심심했다.

방 구경을 마치고 배가 출출해 수영장으로 가기전에 라면을 해 먹으려고 우리의 아끼는 전기주전자를 꼽았는데 전원 불이 안들어왔다. 이미 꽤 오래 전부터 전선이 잘 붙지 않아 여느때와 같이 전선을 살짝 만져가며 접선을 시도하는데 갑자기 펑 소리와 함께 전기주전자와 전선이 연결된 곳에서는 스파크가 일었고 방에 전기는 모두 내려갔다.  원래 호텔에는 이런것을 가져와서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으니 이걸 어째야 하나 당황하고 있었는데, 불행 중 다행히도 오늘 자는 이 곳은 각 방이 단독 집처럼 되어 있는 곳이라 들어오는 입구 쪽 closet안에 두꺼비집이 있었고 다시 올리니 전기는 원상복구 되었다. 하지만 우리 아끼고 아끼던 전기주전자는 그길로 운명하셨다.

노르웨이에서 구입해서 지난 6개월간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던 우리 주전자. 110/220 겸용으로 어디서든지 사용할 수 있었고 평평하고 넓은 구조덕분에 라면을 직접 투하해 라면포트로 사용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약 1500백원으로 한끼를 때울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기에 그동안 다니면서 금전적으로도 너무나 소중했고 또 가장 간단히 한국의 맛을 느끼게 해줬었는데.. 이젠 앞이 캄캄했다. 만약 라면이 없으면 어제와 같이 오지에 있는 호텔에 가게 되면 적어도 한끼는 굶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앞으로 남은 중남미 국가들이 물가가 싸다 그러더라도 밤에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은 적기에 라면은 어떻게 든지 먹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우선 라면포트에서 전선만 잘라 그릇으로라도 쓰자고 했다. 전기주전자를 사더라도 보통 주전자 모양의 플라스틱이라 안에 라면을 넣어 조리도 어렵고 하게 되면 씻기는 더 어렵기 때문에 생각해낸 고육지책이었다. 주전자에서 전선을 자르며 잠깐 눈을 감는 것으로 간단한 장례를 마치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수영장도 실외는 아예 물을 빼버리고 실내만 돌리고 있었는데 이게 수영장이라기에는 스파나 할 사이즈였다. 그래도 수영장 바깥에 있는 둥그런 의자는 참 예뼜다. 비슷한 가격대임을 고려하면 다시 온다면 이곳보다는 알토 아타카마가 여러가지로 낫지 않나 싶은데 대신 이곳은 우리에게 오늘 꼭 필요한 동네로의 접근성이 좋았다.

이제 오늘로써 예약해 놓은 숙박 및 일정은 모두 끝이었다. 아직도 여기서 우유니로 건너갈지 그냥 계속 북상하여 페루로 바로 들어갈 지를 고민중이었다. 우유니는 볼리비아에 있기 때문에 들어가게 되면 우유니에서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즈로 이동을 한 후 그곳에서 페루 가는 버스를 타야했다. 볼리비아는 남미에서 거의 유일하게 사전에 비자를 받아야 하는 국가인데 아르헨티나 등 다른 남미국가에서 받는게 꽤나 까탈스럽다고 들어 갈지 안갈지도 잘 모르는거 안 받고 있었는데 조사해보니 다행히도 필요하면 여기서 한시간반 정도 떨어져 있는 이쪽에서 가장 큰 도시인 Calama에서 하루이틀만에 발급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비용적으로 쌀지를 고민을 해보기로 하고 우선 시내 여행사들의 가격을 알아보기로 했다.

마치 영화에서 보는 서부의 세트장같은 분위기의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동네는 거의 모든 곳이 식당, 여행사 아니면 호스텔로 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집들이라 여행사를 찾는것은 어렵지 않았다. 사전에 조사를 해 놓은 여행사가 있기는 했지만 어차피 누구를 따라가도 가는 곳도 똑같고 오히려 운전자에 따라 복불복이라고 해서 그냥 최대한 싼 곳을 찾았다. 여행은 다시 아타카마로 돌아오는 것과 우유니에서 내리는 것 중 한가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아타카마로 돌아오려면 1박을 더 해야하서 가격이 좀 올라갔고 우유니에서 내리는 것 기준으로 대략 한 사람당 7-8만 페소 정도를 불렀는데 2박3일간 차 태워 구경시켜 주고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 치고는 사실 싼 가격이었다. 이 정도라면 여기서 다시 고속버스타고 북상하는 것보다 싼 가격이니 또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곳까지 온 김에 우유니는 그래도 보는게 좋지 않겠나 싶어서 달룡이를 잘 설득해 우선 내일은 칼라마로 가서 비자받는 것을 알아보자고 했다. 볼리비아 비자가 왜 귀찮냐 하면 다른 곳에서 받으면 시간도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황열은 기본으로 수두, 홍역 예방접종 증명서, 비행기 티켓, 볼리비아 내 숙박 예약서등 다양한 서류를 요구한다고 들었다. 다른것은 다 어떻게 하겠는데 수두와 홍역 예방 접종은 어떻게 다시 받을 방법이 없었다. (황열은 필요한 곳이 워낙 많으니 한국서 준비할때 맞아 언제나 여권 맨 뒷장에 붙어있다) 그래서 글들을 찾아 보면 남미에서 다시 맞은 사람들도 있었는데 칼라마에서 발급받을때는 이런 것이 아무것도 필요없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것도 그자리에서 바로 발급을 해 준다니, 만약 정말 그렇게 간단히 되는 것이라면 우유니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암튼 우유니 가는 것은 내일 천운에 맡기기로 하고 내일 오후 1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예약한 후 시내에서 이른 저녁으로 로티세리 치킨을 먹었다.

산 페드로 시내는 관광지란 이유로 라 세레나 정도의 저렴한 식사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그나마 로티세리 치킨을 파는 두 식당이 제일 쌌다. 우린 두 군데를 가늠하다가 이전 글을 찾아보다 극찬을 한 분이 있어 중심가에 가까운 곳에 들어가 먹었다. 로티세리 치킨이야말로 프렌치 프라이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글로벌 한 음식이 아닐까 할 정도로 중동부터 남미까지 어디 하나 안 파는 곳이 없었다. 그동안 우리도 다니면서 꽤 많은 곳에서 먹어봤는데 이곳에서 먹은 로티세리 치킨은 같이 찍어먹는 칠레식 핫소스에 찍어먹으니 너무 맛있었다. 비교적 저렴하게 맛있게 식사를 한 것에 만족하며 호텔로 돌아왔다.

 

높은 담장에 둘러쌓인 호텔을 들어가면 이런 살짝 횡량한 모습이다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해준 객실의 외부 모습

하지만 우리 집은 앞에 있는 저 노란 문

뒷동보다 심심해 보이긴 해도 가까이서 보면 아주 특색없는 네모 상자는 아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심심한 내부

사방팔방으로 내릴 수 있는 발은 좋았다.

테라스에서 보이는 전경인데 뭐 이걸 보라고 굳이 침대에서 누워서도 보게 설계했는지..

테라스에는 아늑하게 냄새 걱정 없이 라면 먹기 좋아보이는 공간도 있었는데 그만...

우리의 아끼던 전기 주전자가 이렇게 되 버렸다 ㅠㅠ

아놔 다른 것은 여행용으로 잘 머리써서 손잡이 안에는 숟가락도 숨겨놨으면서 왜 코드는 잘 꺽이지도 않는 더 두꺼운 선을 일체형으로 만들어 화를 불렀는지..

슬픔을 뒤로하고 찾아간 수영장.


실외는 겨울이라 안 돌리고 요게 다다. 너무 작다

호텔에서 가장 탐나던 가구는 이 의자

영화 세트장같은 San Pedro de Atacama 시내

매우 맛있었던 로티세리 치킨

케첩에 고추장을 탄 듯한 걸쭉한 핫소스는 빨간 통이 아니라 저 노란통에 들어있었다 ㅋ


발을 내리고 자니 뭔가 아늑한게 좋긴 한데 화장실 갈때 좀 귀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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