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30~07/01/10 꼬르도바의 독보적인 부띠끄 호텔 Azure Real

좋은 호텔로 이사가서 쉬는 것이 목적인지라 아침을 먹자마자 10시도 채 안되어 체크아웃을 하고 나왔다. 이사가는 Azure Real 호텔 까지는 두 블럭 정도라 거의 옆집으로 옮겨가는 수준이었는데 비록 어제 우리랑 deal을 한 스태프는 없었지만 메모를 잘 전달해준 덕에 문제 없이 체크인 할 수 있었다. 내일 무려 저녁 8시 체크아웃 이라는 전대미문의 late check out도 해준데다가 오늘도 이 아침에 방을 바로 내줬으니 더이상 바랄 게 없었다.  사실 너무나 아름다운 로비 등 public 공간에 비하면 객실은 조금 심심하긴 하다. 게다가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 2층과 3층을 사용하고 있는 이 호텔은 우리 객실을 포함한 대부분 객실의 창문이 안쪽으로 나 있어서 조금 답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비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이 도시에서 독보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제2의 도시 답게 쉐라톤같은 글로벌 체인 호텔도 있었지만 서비스와 시설 모두 최고라 하는데 이미 우리도 그 서비스를 맛보지 않았는가.

암튼 칠레로 출발하는 내일 저녁까지는 특별한 것 없이 달룡이에게 휴식을 약속했기에 푹 쉬었다. 점심도 특식으로 한식을 먹었다. 한국식당은 원래 위치를 알았던 것은 아니었는데 시내 마실 나갔다 달룡이가 자꾸만 추워지는 날씨를 참지 못하고 긴팔 티라도 사입겠다며 들어갔던 한 옷가게 주인이 교민이셨다. 한국에서 여행왔다니 반갑다고 부탁도 안했는데도 옷값도 깍아주시고 혹시 한국식당이 있냐는 우리의 질문에 전화번호에 주소까지 적어주셨다. 주소를 찾아가보니 간판도 없고 마치 비어있는 상가같아 보였는데 안에서 사람들 소리가 들려 두드리니 문을 열어 주셨다. 식당이라기에는 코르도바에서 주로 옷가게를 하시는 교민들이 점심을 같이 먹는 동네 사랑방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가 자리에 앉자마자 주문보다 더 빨리 옆 가스렌지에 보리차를 끓여주시며 오늘의 메뉴를 알려주셨다. 마치 백반집처럼 고정된 메뉴없이 그날그날 두세가지씩 하는데 오늘은 비빔밥, 순두부, 육게장였다. 우린 순두부, 육게장 하나씩 시켜 놓고 입맛을 다셨다. 식당에 있던 교민들은 어떻게 이렇게 먼 곳까지 왔냐며 무척이나 반가워 하셨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도 단지 한국에서 여행왔다는 이유로 너무나 친절하셨는데 이곳은 더욱 그랬다. 음식도 정갈하고 너무 맛있었다. 다만 1만5천원 정도인 50페소에 상다리 부러지도록 차려주고 불고기와 갈비를 무제한 먹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한국관에 비하면 백반같은 느낌의 식사가 30페소라는 것은 조금 비싼 느낌이었다. 하지만 미국도 그렇고 한그릇 식사가 고기류보다 한국대비 상대적으로 비싼데 여긴 이 멀리까지 싸들고 와야하고 한정적인 규모로 판매를 해야하니 어찌보면 당연한것 같기도 했다.

밥을 먹고나서는 주변 구경 및 간단한 장을 보고 호텔로 돌아와 쉬면서 앞으로 칠레를 어떻게 돌아야 할지를 고민을 했다. 고맙게도 아르헨티나에서는 단 하루도 숙소에서 무료 인터넷을 못 쓰는 날이 없을 정도로 무료 와이파이가 흔해서 일정짜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우선 칠레를 가서 먼저 3일간 있을 수도 산티아고는 예약을 해놓은 상태이고 그 후로는 아직 고민중이었다. 칠레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 모아이가 있는 이스터섬이었는데 문제는 이스터섬 가는 것이 너무 비쌌다. 산티아고에서 다음 방향으로 가려면 무조건 북쪽으로 올라가야 했기에 산티아고 북쪽에 있는 곳들은 그다음 행선지인 페루 또는 볼리비아를 가며 들르면 될 듯 했지만 그외로 이스터 섬 또는 남극에 가까운 최남단을 가고 싶었다. 예산 때문에 둘다는 어렵고 이스터섬은 특히 우리가 갈수 있는 시기가 월식이 있어서 더욱 비싸다고 하니 고민끝에 최남단인 푼타 아레나스로 비행기를 타고 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최남단이고 남미에서 가장 유명한 국립공원이라는 Torres Del Paine도 있고 가보고 싶은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우리 마음을 움직인 것은 호텔이었다.

우리는 칠레 여기저기를 알아보며 호텔을 보다가 깜짝 놀랐는데, 화보에 나오게 생긴 디자인 호텔이 칠레에 너무나 많았던 것이다. 칠레라면 그냥 남미의 한 나라인 것만 알고 세계에서 가장 큰 수영장이 있는 리조트가 있다는 정도만 알았을 뿐이다. 그런데 너무나 스타일리쉬 한 곳들도 많고 또 상당수가 남쪽 지방에 있다니 모아이와 바꿀 정도로 흥미가 생겼고 안 갈 수가 없었다. 이제 문제는 비행기 값이었는데 이게 expedia같은 세계적인 예약 사이트에서는 인당 6-700불씩 할 정도로 미친듯이 비쌌다. 그런데 칠레의 항공사인 Lan의 칠레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하면 한사람당 왕복 10만원 선이었으니 너무나 쌌다. 버스를 타고 가면 가격도 가격이지만 3일을 밤낮으로 달려야 갈 수 있는 곳이니 어떻게든 싼 가격에 비행기가 꼭 타고 싶었다. 그래서 그동안 배운 서바이벌 스패니쉬로 예약을 시도했지만 마지막 과정에서 우리의 카드가 먹히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내일 모레 산티아고 가서 항공사 사무소를 직접 찾아가 보기로 하고 운에 맡기기로 했다. (항공사니 영어 사이트도 물론 있었지만 가격이 달랐다, 가격이..) 결국 비행기를 예약하지 못한탓에 호텔 등 다른 것도 모두 미정으로 남겨두고 일단 산티아고에 가서 순차적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린 다음날까지 호텔에서 너무나 편히 있다가 저녁 8시가 다 되어 체크아웃을 하고는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 주변이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아 조금 무서웠지만 그래도 코르도바는 다른 남미 도시들과 다르게 이 시간에도 길에 사람들이 많아 조금은 안심하고 걸어갈 수 있었다. 우린 10시쯤 오는 버스 시간을 재차 확인하기 위해서 우리 버스 회사 버스표를 판매하는 부스에 들러 표를 보여주며 확인을 했는데 버스가 새벽 두시에나 온다는 것이었다. 이게 또 왠 청천벽력같은 소리인가. 설마 이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이 안되고 있는 건 아닌가 했지만 재차 확인해도 우리의 짧은 스패니쉬와 직원의 짧은 영어로 새벽 2시가 맞았다. 우린 가 있을 곳도 없고 이 밤중에 터미널을 나갔다 올수도 없으니 사실 오건 말건 할수 있는 것은 올 때 까지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우리 버스가 올 것이라는 플랫폼 앞에 가서 앉아 기다리는데 행여나 조금은 일찍 올수도 있는것 아닌가 했으나 정말 안 왔다.

아르헨티나의 유명 관광지인 Salta등을 가는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미친듯이 붐비던 버스 터미널은 하나둘씩 버스가 들어왔다 사람들을 태우고 썰물처럼 나가고 우리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것 같았다. 악연도 인연이라고 이제는 우리 여행다니며 가장 잘 알것 같은 Crucero del Norte. 터미널로 들어오는 버스가 노란색만 띄어도 혹시?했지만 결국 아니었다. 결국 새벽 두시까지 딱딱한 나무 벤치에 앉아 추위에 떨며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정말 호텔에서 파격적인 late check out을 안 해줘 낮부터 돌아다녔다면 달룡이는 기절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새벽 두시가 되도 버스는 나타나지 않았고 이제는 버스가 안 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겁도 나기 시작했지만 다행히도? 새벽 3시반이 되어서야 버스가 나타났다.

a에서 b까지 운행하는 고속버스 개념이라기 보다는 a에서 e를 가면서 중간에 b,c,d를 들러가는 시외버스 같은 이나라 시스템 덕분에 출발지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우리 버스도 분명 어딘가부터 연착되기 시작했으리라. 버스에는 브라질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봐서 브라질서부터 산티아고까지 달리는 죽음의 노선이 아닌가 싶었지만 뭐 확인은 못 했다. 암튼 우리를 새벽 3시반에 태워 놓고는 우선 밥부터 줬다. 원래는 열시 탑승이니 저녁을 늦게 먹는 지역 특성상 할당되었던 우리 밥이 남아 있었나보다. 그러고는 밥을 먹자마자 쓰러져 잤다.

따뜻한 느낌의 아름답던 Azure Real 호텔의 로비 공간


원통형의 엘리베이터를 타면 바깥과 연결된 1층으로 갈수있다.

번잡스러운 외부대신 조용한 내부로 창이 놓여 있는 corridor 방식

일반 객실은 조금 심심하지만 그래도 깔끔하고 편했다.

점심을 먹으러 들린 한국식당. 앉자마자 자리에서 보리차(옥수수차인가?)를 끓여주는데, 몇톨의 차로 고향에 온듯한 편안함을 누릴 수 있다니 대단하다.


한가득 퍼주는 밥이 마치 시골의 인심같이 정겹다.

이민온 독일인들이 만들었다더니 저렴한 가격에 매우 맛있는 아르헨티나 대표 맥주 Quilmes

오늘의 목표는 맥주가 아닌 와인. 코르도바에서 몇시간만 가면 아르헨티나 와인의 본고장 멘도자(Mendoza)가 있었다.

달룡이가 한국서 먹고 맛있었다는 저렴한 아르헨티나 와인 코르코드릴로인가 하는 도마뱀 그려져 있는 와인을 찾고자 했지만 찾을 수 없었고 대신 다른 도마뱀 와인만 있었다. 


간단한 부페 형식의 조식. 그리고 아르헨티나 아침에 빼놓을수 없는 카라멜맛 Dulce de Leche 잼

윗층에는 테라스와 자쿠지풀도 있었다.

달룡이의 휴식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체크아웃 하던날 나혼자 나가 사온 간단한 저녁식사


지금까지 남미와서 상당히 많은 엠파냐다를 먹었는데 어이없게 양파만 들어있는 이것이 가장 맛있었다.

자 이제 터미널 가서 두시간만 있으면 버스를 타겠지 하고 기쁜 마음에 체크아웃
터미널은 미친듯이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버스를 타고 나갔지만 우리 버스는 오지 않았다.
정말 징글징글한만큼 우리와 탈도 많던 Crucero del Norte. 평생 못 잊을 버스 회사다.
자정이 넘어가고 터미널은 텅텅비기 시작

다 빠져나가고 한두대씩 들날거리는 것을 구경하며 새벽3시반이 되어서야 버스가 왔고 우린 밥먹고 바로 곯아떨어졌다. 이제는 칠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