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8/10 매우 남미스럽던 몬테비데오 시내 구경

내일 아침에는 이구아수로 떠나기 때문에 우루과이를 볼 날은 오늘 하루. 그래서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섰다.  호텔에서 두블럭 걸어가면 몬테비데오의 가장 중심 도로가 나왔는데 길 이름이 Av 18 de Julio다. 아르헨티나의 5월광장부터 남미는 참 도로나 광장이름을 날짜에서 따 오기 좋아하는 것 같다. 아직 시간이 일러 오픈 한 곳도 많지 않고 아침이나 먹을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어제 환전을 교통비 만큼만 했기 때문에 아침은 카드를 낼 수 있는 맥도날드로 낙찰. 하지만 맥도날드에서는 우리 카드들이 안된다. 왜 안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안된다고 한다.  아르헨티나에서도 우리 카드가 안된적이 있어 현금을 조금 들고 다니는 것이 나을것 같아 atm에서 돈을 좀 뽑기로 했다. atm수수료 때문에 짜증났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다행히 레콜레타 시티뱅크에서 수수료 없이 찾은 아르헨티나 페소를 조금 들고 있긴 했지만 아르헨티나 돈은 이구아수가면 쓰게 될테니 조금 찾으려고 했는데 이곳 역시 찾는 금액에 상관없이 약 5천원 정도의 수수료가 붙는다고 안내 문구가 나와 취소를 했다. 하루밖에 안 있을건데 5천원을 수수료로 내기엔 너무 아까워 그냥 최소로 쓸 만큼만 근처 환전소가서 아르헨티나 페소를 우루과이 페소로 바꿨다. 

돈을 바꾸고 몇 블럭 더 걸어가다 보니 시내 중심인듯한 광장이 나왔다. 몬테비데오 와서 본 호텔 중 가장 호텔답게 생긴 래디슨 호텔도 광장을 중심으로 있고, 그옆에는 한국식당도 있었다. 광장에는 대통령 집무실이라는 건물도 있었지만 우리 눈길을 끈 것은 그 옆의 높은 빌딩이었다. 고층 빌딩치고는 매우 클래식한게 모양이 독특했는데 무려 1927년도에 지어진 palacio Salvo라는 건물이라고 했다. 꼭 자이언트 로보같은 레트로한 sci-fi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하게 생긴 이 건물은 26층으로 당시 건설될때는 남미에서 가장 높았다고 하는데 몬테비데오에서는 지금도 가장 높은 빌딩이라고 한다. 우리 진행 방향으로는 노점상도 보이는 활기찬 길이 있었다. 그 길에는 버거킹도 보였는데 아침도 못 먹었다고 칭얼대는 달룡이 때문에 밥을 대충 먹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본적없던 버거킹의 가격은 한국과 큰 차이 안날 정도였으니 만원에 스테이크 먹는 나라인것을 감안하면 비쌌다.

광장을 돌고 찾아간 곳은 Mercado del Puerto. Puerto는 port라는것 같고 mercado는 시장이구나. 영어가 안 통하는 덕분에 한 단어씩 서바이벌로 터득중이다 ㅋ 이곳은 명칭은 시장인데 들어가보면 시장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 88순대타운같은 식당들 위주의 음식타운이었다. 아직 현지인들의 점심시간으로는 이른지 먹는 사람들보다는 준비하는 사람들로 더욱 분주해 보였는데 주요 먹거리는 역시 스테이크집들로 엄청 큰 그릴에 스테이크, 소세지, 치킨, 양 등 다양한 고기와 부위들을 올려놓고 구워놓고 있었다. 달룡이는 이런데 올 거였으면 아까 버거킹은 왜 먹었냐며 투덜댔지만, 나도 정확히 어떤곳인지 확선이 안 서고 거리도 얼만큼인지도 모르는데 좋은데 데려간다고 괜히 밥 굶기고 다녀봤자 좋은 말 못 듣기 때문에 이곳에서 식사를 못 한다는 것이 아쉽지만 어쩔수 없었다.  대부분이 스테이크집이었지만 한 쪽 코너에 간단한 분식집 같은 분위기에 사람들이 몰려 가봤더니 만두같이 생긴걸 팔고 있었다.  Empanada라는 스페인식 만두같은것인가 본데 안에 들어가는 것이 매우 다양해 거의 모든 것이 있는것 같았는데, 갈은 고기 들어간것 하나와 치즈에 햄들어간것 하나씩 사먹었다. 밀라노에서 사먹었던 판자로티와 매우 흠사했는데 고기 들어간것은 별 양념없이 퍽퍽한 갈은 고기만 가득해 그냥 그랬지만 치즈와 햄은 매우 잘 어울렸다.

밥을 먹고 간 곳은 Punta Carretas라는 별 특색없는 서버브를 가서 동네 이름은 딴 몬테비데오 최대/최고의 쇼핑몰을 갔다. 우리가 쇼핑몰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곳까지 버스타고 갈 생각은 없었는데 시내가 딱히 볼게 더 있는 것도 아니고 페리에서 만났던 캐나다 분이 얘기해 준 바에 의하면 남미에서 가장 싼 가전이 우루과이라니 혹시라도 우리 고장난 렌즈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라도 없을까 하고 가봤다. 갈수록 우리 렌즈는 초점을 못 찾고 있었기에 꽤나 상황이 심각한지라 남아공에서 60정도에 시그마 17-200을 살걸 그랬나라는 생각도 자꾸 들었다. 몬테비데오 버스는 아르헨티나와는 또 다른게 운전수 말고 타자마자 왼쪽에 돈 받는 사람이 앉아있었다. 사람이 하는 것이니 잔돈이 없어도 알아서 거스름돈도 주고 편했지만 버스비는 17페소로 우리나라 돈 천원이나 하니 아르헨티나 두배가 넘었다.

어렵게 버스타고 간 쇼핑몰은 세련되거나 고급스럽지는 않아도 현대적이었다. 다만 가전제품들이 생각만큼 많이 싸지는 않아 이것이 남미 최저가라면 다른 곳은 볼 필요도 없겠구나 하는 좌절감과, slr 렌즈같은 장비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카메라는 똑딱이 정도만 놓고 팔고 대부분이 tv라든가 오디오 같은 일반가전이었다. 돌아오는 시내에 크게 Nikon이라고 써 있는 곳이 있어 들렀지만 그곳에도 소니 렌즈는 없었다.
여행 떠나올때 소니 slr들이 중고값이 많이 싸서 하나 업어왔더니 고생을 시킨다. ㅠㅠ

시내를 다니다 보면 가장 신기한 것은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한손에 머그컵 같은 것을 들고 다니는데 이게 커피 컵은 아닌게 쇠로 된 빨대같은게 있다. 게다가 보온병도 함께 들고 다닌다. 처음에는 환각 성분이 있는 뭔가를 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젊은애들도 다 끼고 살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게 마떼차라고 한다. 마떼잎 가득 채운 컵에 보온병에서 그때그때 물을 조금씩 부어 차를 만들어 먹는것이라고 하는데, 알고 나서도 왜 저걸 저렇게 끼고 사는지 이해는 안된다. 한손에는 컵, 한손에는 보온병을 들고 있노라니 빈 손이 없어 버스 타는 인간들마다 보온병을 겨드랑이에 끼고 낑낑대며 돈을 내고 오르느는게 너무나 신기했다. 나중에 다른 곳 가봐도 몬테비데오만큼 마떼 사랑이 넘치는 곳은 없었던듯 싶다.

몬테비데오는 딱 하루 보니 그다음날 가는 것이 아쉽지 않을 정도로 조금 심심했던 곳이다. 단지 시장에서 밥 못 먹었던 것만 아쉽다. 그래도 우루과이 하면 우루과이 라운드밖에 몰랐는데 이제 두가지를 더 알게 되었다, 스테이크와 마떼.

몬테비데오 시내 중심의 모습 왼족에 슬쪽 보이는게 대통령 집무 궁

몬테비데오 건물중 가장 특색있던 Palacio Salvo. 1920년대의 건물인데 지금도 몬테비데오에서는 가장 높다고 한다.



1856년도에 오픈했다는 남미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 Teatro Solis.


여기서 밥을 못 먹은게 아쉬운 Mercado del Puerto

이 곳의 하이라이트. 불판

시장에 있던 인기 좋은 스페인식 만두 엠빠냐다 가게. 개당 27페소니 싸지는 않다.

Punta Carretas 쇼핑몰

지나가는 사람들 중 70%는 들고 있는것 같던 마떼잔과 보온병. 우루과이 사람들의 마떼사랑은 정말 대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