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2~10/24 Shimla

심라는 식민지 시절, 쩌죽을듯한 인도의 더위에 지친 영국 총독부가 여름 시절에 총독부 전체를 델리에서 옮겨왔던 산간지방 동네이다.덕분에 인도내에서 가장 영국적인 색체를 유지하고 있다는 곳인데 우리는 이곳을 가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뉴델리역으로 기차를 타러 갔다.
심라를 가려면 칼카라는 곳까지 네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가서 칼카에서 심라가는 작은 기차로 갈아타고 다섯시간 정도 더 가야 한다.
델리에서 칼카까지 우리가 타고 갈 기차는 밥도 주는 샤타브디라는 기차로 자이푸르와 님라나를 갈때 탔던 기차와 같은 종류의 기차이다.
칼카가는 기차 내부와 아침식사

일곱시쯤 출발한 우리의 기차는 델리의 외곽을 지날때 쯤 우리는 놀라운 풍경을 보았다.
사람들이 기찻길 주변에 앉아 얘기도 나누고 그러고 있길래 쭈그리고 앉아 기차 지나가는걸 구경하고 있나 했더니,
바로 사람들이 주변에 앉아 똥을 누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가리는 것도 없이 때로는 혼자 때로는 삼삼오오 앉아 똥을 누고 있었다.
이나라 와서 많은 놀라운 것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그것도 한두명도 아니고, 모두 훤히 보이는 곳에서 똥을 누고 있을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정말 인도에 와서 본 것들 중에 가장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인도는 참으로 오묘한 곳이다.
이 놀라운 풍경을 뒤로 한채 두어시간을 더 달려가니 찬디가르라는 인도의 계획적인 행정도시가 나왔고 그곳에서 삼십분 정도 더 올라가 11시 좀 넘어 칼카에 도착했다.
칼카에서 우리는 히말라야퀸이라는 이름의 작은 기차로 갈아탔다.
폭은 일반 기차의 2/3 정도 될듯한 좁고 짧은 이 기차는 의자도 거의 직각인 나무의자에 아주 얇은 스폰지만 붙어 있어 상당히 큰 고통이 예상되었다.

우리줄은 첫줄이라 그런지 한자리가 빠지는 7명이 한줄에 앉아 가는 자리였는데 우리말고는 현지인 가족 4명과 1명이 더 탔다.
인터넷으로 예매했더니 자리가 숫자는 붙어있지만 실제로는 중간에 따로 떨어져 앉게 배정이 되어 4인가족에게 양해를 구했지만, 전망 좋은 쪽으로 예약했다는 듯이 자리를 절대 바꿔주지 않아서 우리 부부는 생이별을 해서 가야했다.
한눈에 졸부스타일의 이 가족은 가면서도 계속 우리를 성가시게 했는데, 그렇게 지멋대로 행동하고 떠들거면 4인좌석에 지네끼리나 앉아갈 것이지 굳이 뚝뚝 창가로 떨어져 앉아 그 짓거리를 하고 가는게 몹시 못마땅했다. 이나라의 졸부들은 지네가 영어만 섞어쓰면 꽤나 인텔리인줄 아는데 참으로 안하무인인 인간들이 많다.
이 인간들은 그나마 다행히 두시간정도 올라가다 내렸다. 중간에 전화하는것을 듣기싫어도 하도 시끄러워 들어보니, 지네는 기차여행 기분좀 내보려고 타고가고 지네 차는 짐을 싣고 따라오는듯 싶었더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성가신 사람들은 내렸지만 슬슬 딱딱하고 느린 기차에 우리는 지쳐갔다. 칼카에서 심라까지의 거리는 총 100키로가 되지 않는데,
이걸 거의 시속 20키로로 4시간 넘게 가는 것이니 아름다운 풍경 구경도 잠시뿐, 매우 힘들었다.

게다가 5시반쯤 도착한다는 이 기차는 연착까지해 결국 한시간정도를 더 타다가 7시가 거의 다 되 심라역에 다다랐다.
심라역에서 내려 우리가 처음 3일동안 있기로 한 Fairmount 호텔까지는 7키로 정도 떨어져 있어 교통편을 알아보니 택시말고는 별다른 선택이 없었다. 이곳은 언덕이 많은 산간지방이라 툭툭이 없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호텔까지 200루피를 부른다. 지도에서 눈대중으로 봐도 그리 멀어보이지 않았는데 200이라니.. 거리를 물어보니 당당하게 7키로라고 알려준다.
150에 가자 하니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던 운전수들이 싹 다 사라졌다. 알고보니 심라의 택시는 노조가 잘되어 있고 툭툭도 못 다니니 별 다른 경쟁상대도 없고 부르는게 값이었다.
굴욕적으로 단 10루피도 깍지 못 한채 우리는 호텔로 향했다. 운전수는 심지어 팁까지 바라는 눈치였으니 어이가 없었다.
우리가 있기로 한 페어마운트 호텔은 심라에서도 도심에서 벗어나 꽤나 산속에 박혀 있었다. 심라를 오게 되었을때 마지막날은 비싼 와일드플라워 홀이라는 호텔에 가기로 했으니, 앞쪽으로는 싼 숙소를 위주로 알아봤는데 아침 포함 30불에 사람들 평가도 괜찮아서 4박 중 와일드플라워홀의 마지막 밤을 제외한 나머지를 예약을 이곳으로 했다.
하지만 이 곳은 첫 인상부터 그닥 좋지 않았다. 짐을 들고 일층 위에 있는 로비로 올라가니 현지인들이 잡담 떨듯 네명이 쪼로록 앉아있었다.
예약을 해놨다니까 그제서야 한명이 몸을 힘겹게 일으켜 세워 우리의 체크인을 해줬다. 방을 올라가 보니 뭔가 딱히 빠지는것은 없었지만 왠지 이 곳에서 3일을 있어야 한다니 갑갑했다.

그래서 다시 프론트로 내려가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이곳의 스태프에게 방이 기대만큼 좋지 않으니 3박중 2박만 하고 마지막날은 취소해도 되겠냐 했더니 그렇게 하랜다.
이미 prepay를 하고 온 터라 그럼 환불은 어떻게 해야 하냐고 호텔 예약 사이트에 연락을 해봐야 하냐 했더니 아니라고 자기네 오너랑 얘기를 해보겠다고 했다.
말도 잘 안 통하고 약간 쌩뚱맞은 곳이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나쁘지 않은듯 했다. 달룡이는 이곳이 호텔이 아니라 무슨 산장같다고 했다. 그얘기를 듣고 보니 이곳이 모두 이해가 갔다.
우리는 이곳에서 10불을 더 내고 저녁을 추가했었는데 보통 호텔은 저녁가격을 받으면 부페가 있던지 아니면 식당에 세트메뉴가 있는데 이곳은 둘다 없었다.
빈 식당에 우리만 앉아 저녁 주문을 받으러 온 아까 프론트에 있던 직원에게 밥은 어떻게 먹냐고 하니, 메뉴에서 아무거나 수량 관계없이 시키라고 한다.
특이하다기 보다는 이상한 방법이었만, 아무리 봐도 저녁포함해서 온건 우리가 처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메뉴를 보다 중국요리로 메인을 4개를 시키고 볶음밥과 볶음면까지 시켰더니 정말 다 나왔다. 다만 맛은 상당히 떨어졌고 메인들은 음식이름과 재료에 상관없이 다 똑같은 맛이 났다.
다음날 아침도 똑같은 방식으로 아무거나 시키면 된다길래 그렇게 마음껏 먹었다.

아침을 먹고 우리는 심라 시내 구경을 나갔다. 이 호텔을 예약한 이유중 하나는 심라 시내인 The Mall이라는 길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있다는 것이었는데 버스는 몇시에 가냐고 했더니, 아무때나 필요하면 얘기하면 된다고 했다. 참 이상하지만 좋은점도 많은 곳이었다.
The Mall은 차들은 들어갈 수 없는 길이라 한 쪽 끝에 우리를 내려주며 돌아올때도 전화 한통이면 데리로 온다고 했다. 택시비 비싼 심라에서 무료 라이드라니 상당히 좋았다.
마치 수목원 같은 심라의 길을 따라 시내 안 쪽으로 들어가다 보니, 호텔들이 몇개 나오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중 상당히 말끔해 보이는 Willow Bank라는 호텔로 들어가 내일 방이 있는지 물어봤다.
The Mall로 가는 길목과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Willow Bank Hotel
한눈에도 우리가 생각하는 budget보다는 많이 비싸 보이는 이곳은 우선 방을 보라고 했고 방 역시 두말할것 없이 우리의 Fairmount 대비 너무나 훌륭했다.
가격을 물어보니 가장 싼 방이 4천정도였는데 흥정을 하니 3200정도에 룸 업그레이드까지 해줘 냉큼 전액을 결재를 하고 내일 오기로 했다.
내일 있을 방도 아주 마음이 드는 곳으로 정하고 한결 홀가분해진 기분으로 시내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이미 멀리서봐도 영국풍들의 건물들이 언덕에 여기저기 박혀 아름다움을 뽐내는
이곳은 사방으로 뛰어노는 원숭이들이 더욱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워낙 사람들을 많이 본 이놈들은 가까이가도 피하지도 않았다.
심라는 The Mall이라는 길을 중심으로 위아래 계단식의 길들이 놓여 있어 왠지 가보지도 않은 네팔같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놀랍게도 소도 없고 길에 쓰레기나 똥도 없을만큼 깨끗한 곳이었다. 그리고 이정도 인파가 몰리는 곳이면 거지는 당연히 있을 줄 알았는데 거지는 커녕 삐끼들도 없었다. 가끔 조용히 택시 필요하냐 묻는 사람들 뿐이었다.
특별한 구경거리나 할것은 없는 어떻게 보면 상당히 심심한 동네였지만, 그 한적함과 머리속까지 맑아지는 상쾌한 공기가 매연에 찌든 우리를 정화해 주는 느낌으로 인도의 그 어떤 곳보다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우리는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 저녁이 다되어 차를 불러 호텔로 돌아갔다.
오늘 저녁은 어제와는 변화를 줘 모두 현지식으로 시켰다. 이 기회에 그동안 궁금했던 현지요리를 네개 정도 시켰더니 모두 상당히 맛 있었다.
특히 달룡이는 Paneer라는 크림소스에 치즈덩어리 같은게 들어있는듯한 요리를 좋아했다.

다음날 아침, 또 다시 잘 차린 아침을 만족스럽게 먹고 체크아웃을 하려 짐을 챙겨 내려왔더니 이제와서 환불을 받으려면 예약사이트에 얘기해 보라는 황당한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그날 Ok했던 놈이 그런 소리를 하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너가 분명 된다고 하지 않았냐, 만약 안되면 어제나 그저께 얘기를 해줬어야 하는거 아니냐 따졌더니, 내가 다른말 없어서 말을 안 했댄다.
그게 말이 되냐 한번ok했으면 끝이지 그걸 내가 또 확인하고 물어봐야 하냐 했더니 자기는 ok한적 없다고 주인이랑 얘기해 보겠다고 했다고 우긴다.
기가차고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호텔 주인이라는 놈을 전화로 나를 바꿔줘 또 똑같은 원론적인 얘기를 하고 있다. 환불을 받으려면 호텔사이트에 얘기를 해봐야 한다는 그놈한테 대체 그걸 왜 지금 말하냐고 너네가 ok한것 가지고 책임도 못 지냐고 했더니 지네는 ok한적 없다고 하고, 그럼 이제와 취소하면 수수료 물리면 그건 너네가 낼거냐 했더니 말을 피하고..주인이나 일하는 놈이나 완전 쓰레기였다.
결국 주인과 그 일하는 놈과 장시간 통화끝에 그놈한테 모든 책임을 지라고 했는지 딴 직원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고 그놈이 독박을 쓰고
내가 난리치는것을 혼자 받아내고 있었다. 더욱 어이없는건 제발 나보고 그냥 하루 더 자고 가달라고 한다.
결국 한시간 정도 난리를 치다가 이놈이 지 돈으로 내 30불을 뱉어내지도 않을 것이고 사장이란 놈은 이놈한테 모든걸 뒤집어 쓰고 받아내라 한것 같은것을 감지하고 너가 했던말을 글로 쓰라고 난리쳐 레터 한장 받아들고 그 거지같은 곳을 나왔다.
잘못없는 운전수와 차에 분풀이를 하며 우리는 Willow Bank로 옮겼다.

더이상 바랄게 없던 윌로우 뱅크의 객실
이곳은 Wifi이용이 하루에 150루피로 무료는 아니었지만 상당히 저렴해 들어오자마자 바로 신청해 우선 Fairmount를 예약했던 Travelguru에 스카이프로 연락을 해봤더니
역시나 당일 취소 수수료 10불을 내라해서 상황을 설명했더니 호텔에 확인해 보겠다는 얘기를 듣고 전화를 끊었다.
트래블그루와 전화를 끊고 예약해둔 고아가는 기차표를 확인해 봤더니 웨이팅리스트 2,3번이었던 순번이 전혀 줄지 않았다.
이제 3일 앞으로 다가온 일정에 똥줄이 탄 우리는 다른 고아행 기차편을 찾아 우선 Waiting에 걸어놨다. 하지만 시간이 워낙 촉박한지라 이곳의 기차예약센터에 가서 외국인쿼터를 알아보기로 했다.

심라의 중심부 한구석에 딱 창구하나 차지하고 있는 기차예약센터는 줄 서서 10분 기다린 보람도 없이 이곳에서는 심라와 칼카의 기차만 예약이 가능하다는 얘기만 듣고 돌아왔다.
어차피 다른 방법이 없으므로 내일 모레 아침 델리로 돌아가서 알아보기로 했다.
윌로우 뱅크는 사실 방은 우리가 워나가 열악한 상황에 있다 와서 상대적으로 더욱 좋은 면도 있었지만, 전망은 확실히 누가 봐도 멋진 뷰를 가지고 있었다.
우린 거기 테라스에 나가 별같이 빼곡하게 박힌 심라의 불빛들을 구경하며 운치있게 델리에서부터 싸온 한국 컵라면을 호호 불면 먹었다.
여기 온 후로 처음 먹는 라면이라 엄청 맛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나 의외로 그냥 그랬다. 게다가 작은 컵라면이라 먹고 배고파서 나가서 다른 간식 거리 더 사먹으며 심라 시내에서 마지막 밤을 운치있게 보냈다.
 
테라스에서 본 심라의 야경과 호텔 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