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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하기로 한 헬싱키에서 이틀보니 크게 더 볼 흥미를 못 느끼고 당일 다녀올수 있는 근교를 알아보다 무려 외국인 에스토니아의 탈린을 가게 되었다. 헬싱키에 있다는 이탈라 아울렛을 갈까 탈린을 갈까 고민을 했지만 헬싱키 아울렛이 크다고 해도 우리가 사서 들고 가기도 어렵고 투르쿠에서 작은 곳이나마 다녀왔길래 어젯밤 탈린행 페리 왕복 티켓을 끊었다. 다른 회사도 있었으나 우린 우리가 타고 투르쿠를 왔던 Tallink Silja의 페리를 다시 예약을 했다. 미리 예약하면 조금 쌀수도 있다는데 임박한 예약이라 인당 왕복 60유로에 만족해야했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배를 타러 페리터미널로 갔다. 탈린은 헬싱키 주민들이 저렴하게 주말여행을 많이 간다고 하더니 오늘도 배에는 사람들이 버글버글했다. 배는 기본적으로 투르쿠 타고 왔던 페리와 비슷했는데 조금 작고 객실은 필요 없어 예약을 안 했더니 따로 좌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레스토랑이나 카페 공간등에 알아서 앉아 가는 것이었다.
아침 10시반에 출발한 우리 배는 얼음을 깨며 천천히 움직여 두시간 반정도 걸려 탈린에 도착했다. 왠지 스페인 언저리 어디 있을것 같던 에스토니아라는 나라는 구소련에 속해 있던 곳으로써 특히 수도이자 가장 큰 도시인 탈린은 고풍스런 중세도시의 느낌이 꼭 프라하와 비슷한 도시였다.
일요일이라 도시는 매우 조용했지만 중심 광장쪽에는 관광객들이 꽤 많았다. 광장에 있던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이라는 곳도 둘러보고 점심을 먹기 위해 Olde Hansa라는 레스토랑을 들어갔다.
광장에 떡하니 있는 관광객 전용. 레스토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 도시에 오면 이곳을 꼭 들러야 한다길래 속는셈치고 갔는데 분위기는 이미 기대 이상이었다.
중세시절의 inn같은 분위기를 그대로 해놓은 곳이라 조명도 촛불밖에 없어 어둠컴컴하니 분위기가 제대로 났다.
메뉴도 곰, 멧돼지 등 불가리아에서 봤던 사냥 해서 먹던 특수 고기부터 일반적인 소고기, 돼지고기까지 다양했다.
음식은 사실 장황한 설명에 비하면 기대에 못 미쳤지만 꿀을 넣고 직접 만든다는 맥주는 상당히 맛 있었다. 그리고 이곳은 맛을 조금 포기하고라도 분위기 구경하러 한번쯤은 가볼만 한 곳 같다, 가격도 잘사는 북유럽에 비하면 아무리 관광객용 레스토랑이라도 비교도 안되게 저렴했다.
밥을 먹고 아름다운 탈린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5시반에 돌아가는 배를 타러 터미널로 가던 중 터미널 조금 못 미쳐 작은 쇼핑몰을 발견하고는 아직 시간 여유가 있길래 들어가봤다. 이 곳에서 미용실을 발견하고 가격을 물어보니 2만원 정도로 헬싱키는 물론 내일 비행기타고 가는 이태리도 이것보다 싸기는 어렵겠다라는 계산에 자르기로 했다. 다만 유일한 문제는 45분 후 출발하는 배였는데 원래는 30분 전에 오라고 했으니 달려간다고 해도 시간이 20분 정도밖에 없었지만 달룡이도 백인언니한테 머리 언제 잘라보겠냐며 뽐뿌를 해서 빨리 잘라달라고 부탁을 하고 자르기 시작했다. 부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늙었지만 그래도 러시아쪽 미녀 흔적이 조금 남아 있던 언니는 너무 조심해서 자르기 시작했고 결국 다 자르고 다니 시간은 5시 10분 돈내고 미친듯이 뛰어 간신히 출발 10분전에 승선할수 있었다. 늦게 타니 문제가 이미 명당은 다 뻇겨버려 배회하다 식당 한켠에 자리를 잡고 갈수 있었다.
우리의 원래 일정이었다면 동유럽 돌고 폴란드를 거쳐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등을 올라올 계획이 있었길래 조금은 궁금했던 탈린은 시간만 있었다면 적어도 일박은 했으면 좋았었지 싶었다. 비슷한 느낌의 체코 프라하에 비해 그래도 관광객에 덜 쩔어서 그런지 더욱 정감이 가던 곳이었는데 이 곳이 심지어 예전에는 소련이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왠지 소련이라 하면 딱딱하고 차가운.. 적어도 불가리아 같은 느낌일줄 알았는데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주말맞이 탈린 여행으로 북적거리는 페리터미널
옆에 보니 한가한 셀프체크인이.. 우린 짐도 없으니 여기서 간단히 해결
추운 북유럽 겨울바다의 얼음을 깨며 나가는 우리 페리
저멀리 보이기 시작한 탈린. 뾰족한 탑들이 분위기를 업시켜준다
아름다운 탈린의 거리들
탈린의 중심 광장
유럽의 가장 오래된 약국이라는데 지금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박물관도 하고 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문을 닫았다.
화창하진 않아도 훤한 대낮인데 동굴같은 어두움을 자랑하는 Olde Hansa 레스토랑
메뉴도 슈렉 처음 시작할때 나오는 동화책 같은 포스
맛 났던 꿀 맥주
맛 없던 멧돼지 고기와 편의점에서 파는것처럼 평범했던 훈제 닭 요리
화장실도 특색이 넘친다
레스토랑 앞에는 중세스타일 리어카를 놓고 볶은 아몬드 장사도 하는 올드한자.
설탕시럽, 계피등이 들어간 맛인데 꽤 많은 나라에서 먹는걸 보고 놀라웠다
언덕 윗동네 올라가는 길에 있던 아름다운 문
이 도시에서는 상당히 유명하다는 교회. 내부는 불가리아 등 동유럽에서 실컷 봤던 러시아정교 스타일이었다
언덕위에서 보는 탈린의 풍경. 저멀리 신도시도 보인다
서유럽이나 북유럽보다는 싸겠지하며 자른 머리. 하지만 내일 이태리가서 중국인 미용실 가격보고 좌절했다. 그래도 백인언니가 잘라준것에 만족 -_-
다시 돌아온 헬싱키 시내. 내일 아침이면 물가에 치를 떨었던 북유럽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