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3~10/15 자이푸르

새벽 다섯시쯤 일찍일어나 주섬주섬 짐을 싸고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전날 arrange해놓은 호텔 택시를 타고 구르가온역으로 향했다
구르가온역은 구르가온의 구시가지에 있는지 3~40분정도달려 도착했는데 기차가 하루에 여덟번정도밖에 안 서는 작은역이라 그런지 비교적 쾌적하고 거지나 노숙자도 적었다.


여기서 뉴델리에서 출발한 자이푸르행 특급열차를 탔다. 인도의 특급열차는 라쟈니 샤탑디 두가지가 있는데 라쟈니는 장거리, 샤탑디는 5~600키로정도의 단거리 특급기차다. 그정도 거리라면 일반 익스프레스는 열시간 정도 걸리겟지만 이기차는 대여섯시간 걸리니 이곳 스탠다드로는 매우 빠르다.
열차에 올라타면 조금 있다 생수를 한병씩 준다. 작은 사이즈도 아니고 일리터씩 줘 물을 사서 탈 필요가없다.
그러 조금 있다 차와 뜨거운 물을 보온병채로 비스킷과 함께 서빙한다. 차를 마시고 나서 한시간정도 있다보면 식사도 주는데 표를 예매할때 vegetarian과 non-veg를 체크하게 되어있다.
우리 아침메뉴는 당연히 non-veg식 메뉴로 주문했고, 식빵두조각 잼 버터 오믈렛(코리앤더 들어갔지만 비교적양호) 감자 구은것 몇조각 정도 나왔다. 음료수로 종이곽에 들은 작은 망고맛 쥬스도 나왔다. 전체적으로 맛도 나쁘지 앟았으며 기차에서 주는 밥은 언제나 환영이다.

무궁화호를 닮은 자이푸르행 특급열차.

기내식으로 나온 오믈렛과 빵 등등. 오믈렛에 코리엔더 범벅ㅠㅠ


밥을 먹고나서 두어시간 더가니 열한시 조금 넘어 자이푸르에 도착했다.
라자스탄의 수도인 자이푸르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제셀메르등 라자스탄을 다 돌고 오늘 들어왔어야하는데 뉴델리를 갔다오는 바람에 역방향으로 거슬러 오게 됐다.
나름 라자스탄 주의 주도라니 기대를 살짝 했었지만, 기차역에 내리는 순간 별 다를 것 없는 모습에 기대를 산산히 깨버렸다. 삐끼들을 따돌리며 기차역을 다시 한바퀴 돌아 찾아낸 러기지룸은 이미 맡긴 짐들이 산을 이루고 있었고 바로 앞의 여학생 단체때문에 우리짐은 못 받아준다는걸 사정사정해서 맡겼다.
이곳 자이푸르에서는 이십불짜리 저가 호텔에서 일박, 한국에서 early bird로 싸게 예약한 홀리데이인에서 일박하고 다시 기차를 타고 타즈마할이 있는 아그라로 갈 예정이었어서 짐을 모두 들고 가기는 고생일것 같아 트렁크 두개를 맡기고 위크앤드가방 한개에 이틀간 짐을 싸서 가려고 했기에 안된다면 낭패였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두번째 문제는 안전하게 우리짐을 놔둘곳이 안 보인건데, 가방들을 대충 던져놓은 산 뒤쪽에 좀 널럴한 선반이 보이길래 그곳 직원에게 가방들을 밟고 들어가도 되냐 했더니 선뜻 허락해 주길래 사뿐이 가방들을 밟고 들어가 우리가방들을 안전한 곳에 올려놓고 나왔다.
가방을 놓고 툭툭으로 20루피정도 나올듯한 거리의 호텔을 잔돈이 없는 관계로 걸어갔다. 날도 덥고 거리도 지도에 나온것보단 멀게 느껴졌지만 암튼 갈만 했다.
첫날을 자게된 Kohinoor hotel은 앞서 말한 것처럼 20불 짜리 저가호텔로 현지인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것같이 보였다. 그래도 우려와는 달리 방은 에어컨 온수 케이블tv도 있고 청결함도 그리 나빠보이지 않았다. 체크인 후 올라가 마음대로 빈 방 중 고르게 해줬는데 밖을 바라볼수 있는 방 보다는 그나마 바깥 소음이 덜 들어오는 쪽창만 있는 뒷쪽방을 골랐다.


짐을 풀고 우리가 델리부터 들고온 소포거리를 들고 가까운 위치에 있는 자이푸르 중앙 우체국을 찾아갔다.
우체국은 나름 로고도 있고 스리랑카의 우체국보다는 좋아보였지만 소포를 부치려면 박스를 하얀 천으로 ㅏ서 꼬매야만 부칠수 있다는 어이없는 소리를 들었다.
우체국 입구쪽에 그짓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있어 거기에 맡기면 해주는것 까지는 좋은데 어차피 독점이고 배짱장사니 부르는게 값으로 무려 120루피나(3000원 육박) 부르고 한푼도 못 깍아준댄다. 한국에서도 박스사는데 삼천원은 안 받는데 도둑놈이 따로 없었지만 그놈이 배짱을 튕길만큼 다른 선택은 없었고 정성스럽게 꼬매준 소포를 천루피를 주고 에어메일로 부쳤다. ems로 부친다 말했는데 돌아온건 에어메일이었고 현지인들은 역시나 이곳에서도 줄을 무시한채 나를 압박하고 있었으므로 그냥 부쳤다. 우체국 내부는 나름 인테리어에 디자인도 있는것 같았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역시 문제이다. 이나라 어디에서든 볼 듯 있듯이 제대로 된 줄은 없이 앞쪽으로 옆으로 선이 형성되어 먼저 편지와 돈을 내미는 놈이 우선이다.

인도 자이푸르의 우체국. 전쟁이다..


소포를 부친 후 자이푸르의 구시가지를 구경하려고 사이클 인력거를 타고 하와마할로 가자고 했다.
구르가온은 시원하기라도 했지 이곳은 사막기후에 햇볓이 쨍쨍거리고 우리가 협상한 30루피보다는 한참 멀어보여서 내릴때 오십을 주려 했더니 한사람당 30이니  60을 내란다. 짜증이 버럭 났지만 외국인인게 봉이라 몇번 몸부림치다 말리는 달룡이땜에 60주고 내렸다.

자이푸르는 이쪽 마하라자가 원래 자이푸르에서 좀 떨어진  앰버라는 곳에 있던 성을 평지로 1700년대에 옮겨온 것이 지금의 도시가 되었는데, 그당시 도시라고는 믿기 힘들정도로 도시가 블록화 되어 정리되어 있었고 그곳에 쭉 이어진 이층내지 삼층짜리 건물들은 상당히 놀라왔다. 특히 지금도 단순한 유적이 아닌 예전 그대로 사람들이 장사를 하며 당시 용도 그대로 이용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게 대단했다.


하와마할은 그 중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건물로 원래는 여자들이 바쌑출입을 할 수 없어 시장을 구경 할 수 있도록 지어진 건물이라 한다. 바람의 궁전이란 뜻인 이 곳은 엄청 화려하거나 웅장하지는 않지만 옥상까지 올라가면  자이푸르 도시와 궁전등이 한 눈에 들어와 구경하기 좋았다. 사실 자이푸르의 궁전은 우다이푸르나 조드푸르의 성보다는 별 건덕지가 없어보였다. 그래서 하와마할에서 쳐디 본 것으로 만족하고 궁전구경은  스킵하고 돌아다니며 시장 구경을 좀 하다가 호텔로 돌라와 쉰 후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저 삼각형 건물은 궁전 옆에 있는 별을 관측하는 곳이었다 한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 책에 탄두리전문점이 나와있었고 인도에 와서 아직 제대로 된 탄두리를 먹은적이 없었길래 핸디레스토랑이라는 이곳으로 갔다.
호텔에서 걸어서 오분거리인 이 곳은 현지인들이 저녁먹기 이른 일곱시 반 정도여서 그런지 외국인들만 몇 테이블 있었다. 론리플래닛에 나오면 3대는 배불리 먹고 사는데 무리가 없을 것 같을 정도로 홍보가 잘된다. 분위기는 Ethnic 식당같은데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깨끗해서 LP에 발탁이 되었는지 암튼 에어컨은 안 나오지만 괜찮았다. 수많은 메뉴 중 우리는 인도와서 탄도리를 팔면 꼭 보이는 아프간치킨이란 메뉴가 궁금하던차여기 때문에 아프간 치킨 반마리, 탄두리가 종류별로 나오는 platter하나를 버터난과 시켰다.

음식은 생각보다도 훨씬 맛 있었다. 사실 LP에 나오는 많은 식당들이 과연 다 먹어보고 책에 넣은 건지 그냥 지나가다 보이면 콜라 하나 사마시고 책에 적는건지 의심스러울때가 몇번 있어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이곳은 기대이상이다. 특히 항아리같은 화덕오븐에 넣어 굽는다는 탄두리보다도 숯불에 직접 구운것으로 보여지는 아프간치킨이 맛 있었다. 이나라에서 본 닭은 좀 빈약하여 반마리라 해도 한입거리였는데 곁들여먹으라고 주는 생으로 먹는 빨간양파도 달고 잘 어울렸다.

밥을 먹고 있노라니 시간이 여덟시를 넘어가고 외국인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바글바글 들어오고, 탄두리 위주로 시키는 외국인들과는 달리 현지인들은 자그만 뚝배기같은 것에 담긴 국물있는 요리를 먹는데 너무 맛 있게 먹고 있길래 웨이터한테 물어보니 핸디미트라는 요리란다. 자기네 식당이름을 딴 요리인지 암튼 다들 매우 맛 있게 먹고 있는것 같아 어째 다음날 다시와서 꼭 이걸 시켜봐야할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고 식당 주변의 바나나 파는 아저씨한테 바나나를 사서 들어와 별달리 할것없는 호텔 덕분에 일찍 잤다.

이틋날은 일어나서 바로 체크아웃을 해서 툭툭을 타고 홀리데이인으로 이사갔다.  구글맵 상으로 첫날 잔 코히노어 호텔에서 남서쪽으로 2키로 정도 떨어져있게 보인 호텔은 알고보니 북쪽으로 자이푸르 시내를 벗어나 제법 거리가 있는 곳에 있었다.
사실 정확히 어디있는지도 모르고 거리가 얼마인지도 모르지만 무조건 툭툭이 부르는 가격을 반 이상 후려쳐보면 툭툭이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면 너무 싼거고 그럼 다음 툭툭에게는 조금 올려불러보면 되는데 처음 툭툭운전수가 내가 부른 60에 200이상 나온다고 빼면서도 가지는 않고 흥정에 임해서 80에 협상을 하고 올라탔더니 또 딴소리를 하길래 내리는 척을 하다가 다시 타기를 두번. 마지막으로 한사람당 40씩 총 80이라고 못박아두니 지네도 웃는다, 도둑놈들.
암튼 그렇게 구시가지를 지나 북문으로 나가 홀리데이인을 도착해보니 위치도 쌩뚱맞고 시내 나가기도 멀었으며 시설도 조금 에매한 것이 원래 백불이 넘는 나름 특급이라고는 보기 어려웠다. 그래도 냉장고부터 금고까지 스탠다드 호텔에 없는것 없이 다 있었으며 수영장도 오랜만이었다.


호텔에서 지도를 하나 받아 보이 자이푸르의 고급 호텔들이 북쪽에  많이 있었고 이 위로 조금만 가면 자이푸르의 구 도시인 앰버가 있었다.
어째 시내 나가기는 멀어보이는데 홀리데이인에서 두끼를 먹기는 돈이 아까울것 같고 근처에 변변한 식당은 보이지 않아 어차피 비싼 돈내고 호텔밥 먹을거면  앰버가는 방향으로 2~3키로 정도 위에 있는 트라이덴트 호텔에 구경삼아 가서 점심을 가볍게 먹고 앰버를 가보기로 했다.
거리상 십루피지만 호텔에서 호텔을 간다는 이유만으로 삼십을 내고 도착한 트라이덴트 호텔은 확실히 홀리데이인보다 몇 급 좋아보였다.
트라이덴트 호텔은 오베로이 계열 호텔 체인으로 오베로이보다 조금 낮은 특급 호텔 체인으로 위치마다 다르지만 150~250불 정도 하는 호텔 체인으로 자이푸르 트라이덴트는 상당히 좋아보였다.
아직 시간이 열두시정도로 이른 관계로 부페는 이제 세팅하기 시작해서 한시간정도 있어야 해서 우린 가볍게 스파게티와 부리야니를 먹었는데 특히 스파게티를 달룡이는 아주 맛 있게 먹었다. 이나라 와서 먹은것 중에 가장 입맛에 잘 맞았다고 하는데 난 사실 그정도 맛인지는 잘 모르게지만 어쨋건 달룡이가 맛있게 먹었다니 난 행복하다. 나한테 짜증안내니까.
내가 시켰던 부리야니도 양도 많고 맛있었다. 사실 부리야니에 있어서는 예전에 스리랑카 있을때 호스텔 앞 seylord였던 것으로 기억하는 한 현지식당에서 일요일만 특식으로 70루피 (당시700원정도)에 팔던 부리야니를 애들과 자주 사먹던 기억이 있어 그 볶음밥 비슷한 싸구려 맛을 먹고 싶은데 인도에 와서 먹는 부리야니는 dum이라는 작은 솥에 찌는 스타일로 현지식당에서도 150~200루피(4~5천원)정도로 고급 메뉴라 그런지 딱 그맛은 안나 아쉽다.  

암튼 밥을 잘 먹고 나와 호텔 앞에서 툭툭을 왕복 150에 힘겹게 흥정하고 앰버로 향했다.
힘없는 툭툭이 발발거리며 언덕위로 15분 정도 가니 나온 amber fort는 생각보다 훨씬 멋져 자이푸르 시내 궁전 모습의 실망감을 커버해줬다. 언덕위로 뻗어있는 성에 올라가는 길과 그 위에 웅장한 모습의 성은 너무나도 잘 보존되어 있었고 아름다웠다.

성을 둘러본 후 다시 툭툭을 타고 호텔로 돌아오는데 툭툭운전수는 계속 쇼핑을 하러가지 않겠느냐 자기랑 투어를 하지 않겠느냐 하며 우리를 귀찮게 했지만 큰 번거로움 없이 호텔로 데려다줬다, 언제든 연락하라며 명함 한장을 주고.. 명함에 이름 전화번호는 물론 주소도 찍혀있는데 무려 트라이덴트호텔 오토릭샤스탠드라고 되어있다, 누가 보면 호텔 소속인줄 알겠다.
이미 땡볕에 등산을 하듯 성을 올라갔다 온 우리는 익을대로 익어있어 호텔 수영장에 가서 몸을 식혔다.
수영장도 휑하니 뭐 필요한것 없냐고 하면서 음료수를 팔아보려고 하는 왈라한명 없이 외국인 한명이 놀고 있었고 사람은 우리까지 세명밖에 없는 반면 비둘기들은 한 스무마리가 수영장 주변에 앉아 물을 먹고 있었다.  그래도 오랜만의 수영장이고 날씨가 물에 들어가기 딱 좋은 정도라 잘놀고 쉬었다. 저녁에는 호텔에 야외서 하는 현지 음식 부페가 있길래 한번 탐사 가봤더니 역시나 베지터리안 위주고 몇가지 없는 육류는 코리앤더 범벅이었다. 게다가 화덕이 보이길래 탄도리치킨이라도 줄까 기대해건만 난같은 빵 굽는 용도의 화덕이라고 해서 한사람당 600++내고 먹느니 반값인 핸디레스토랑에 왕복으로 다녀와도 그게 낫겠다 의견을 투합하고 호텔을 나와 툭툭을 잡아탔다. 이미 여덟시이고 밤이 늦어 지길래 돌아오는 길이 걱정됐지만 잡아탄 툭툭이 가서 기다리고 왕복으로 150에 협상이 되서 조금 안심하고 다녀올 수 있엇다. 다시 성내의 오래된 동네를 지나 핸디로 가는데 밤이 되니 자연스레 야시장이 된 이곳은 디왈리 축제 분위기속에 마치 크리스마스를 앞 둔 외국처럼 신나 보였다.

이틀 연속 간 핸디레스토랑은 이번에는 어제 맛있었던 아프간 치킨을 한마리 시키고 어제 현지인들이 맛 있게 먹던 핸디미트를 시켰다. 이틀 연속인 아프간 치킨은 역시나 다시 먹어도 맛 있었으며 핸디미트는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매콤하고 뜨끈한 국물에 양고기가 한가득 나오는 이 음식은 난에 찍어먹는 국물은 그야말로 양고기를 잘 먹지 않는 달룡이조차 심지어 아프간 치킨보다 더 맛 있는것 같다고 했다. 고기도 야들야들한게 지금 생각만 해도 침나오니 더이상은 못 쓰겠다.
암튼 다시 한번 핸디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호텔로 돌아와 잤다. 시설이 별로니 뭐니 해도 역시 깨끗한 침대에 스프링 매트리스에서 정확히 맞춰지는 에어컨 밑에서 자는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