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5일째 쿰발가르 (우다이푸르에서 조드푸르 가는 길목)


호수에 떠 있는 궁전에서 꿈같은 하룻밤을 보내고나니 생일이라는 즐거움도 잠시.
아침을 먹고나니 다시 여행길에 올라야 하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 일정은 200km정도 남쪽으로 떨어져있는 마운트 아부라는 곳으로 버스를 타고 가서 일박을 하고 다음날 다시 북쪽의 조드푸르로 버스를 타고 가는 것 이었다.
마운트 아부에서의 숙소는 이미 한달전 예약해놓은 곳이었는데 이 곳에 와서 보니 반대방향으로 갔다 다시 올라간다는 것이 얼마나 삽질인지 알 수 있었고, 버스로 3시간 정도 걸릴 것 같은 마운트 아부는 4시간 이상 걸린다 하여 고민 끝에 호텔에 전화를 걸었더니 고맙게도 당일임에도 불구하고 페날티 없이 취소를 해줬다.

다시 일정을 짜보니 조드푸르로 하루에 버스로 가기에는 거리가 있었고 론리플레닛 지도에 1/3 지점쯤 되어보이는 곳에 '라낙푸르' '쿰발가르'가 있었는데 지도에는 두 도시가 거의 트윈시티처럼 보였고(멀어봤자 20키로정도) 라낙푸르까지는 하루에 네번 버스가 가고, 쿰발가르로는 자주 간다고 되어있길래 쿰발가르로 다음 숙박지를 정하고 부랴부랴 인터넷을 뒤져 호텔도 예약했다.
Aodhi Hotel이라는 곳으로, 현재 rate 6000Rs로 되어있는데 한군데만 4500Rs로 나와서 냉큼 예약을 했다.

오늘 묵을 호텔예약을 마치고 교통편을 고민하게 됐는데 이 호텔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호텔 택시를 이용하자니 분명 4-500루피는 내야 할 것 같아서 외부 택시로 아예 쿰발가르까지 알아보니 1200-1500을 부르는데 깍아서 1000루피에 가기로 했다.

체크아웃을 하는데도 과잉친절을 하시는 이 곳은 택시는 필요없냐 점심 피크닉 박스는 필요치 않냐하는데 전체적으로 봉숭아학당의 곤잘레스가 생각나는 호텔이었다 ㅋ  그래도 불친절 보다는 과잉친절이 낫고 체크아웃 할 때 생일이라 주는건지 모르겟지만 아로마 향 세트도 선물로 주고 보트타러 가는 길에 있는 양산 씌워주는 가드아저씨랑 기념촬영도 해주고 이메일로 보내준다고 한다.


다시 보트를 타고 육지로 나온 우리는 보트타고 오는 동안 힘드셨다고 작은 생수 또 받고.선착장에서 잠시 앉아 쉬다 보니, 호텔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초췌하고 낡은 타타 인디카 한대가 우리를 태우러 왔다.
그들에게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이 호텔보다 더 호사스러웠던 에어컨도 나오는 우리의 대절택시!
완전 감동했다...
타타 인디카는 우리가 이틀 머물러본 타즈호텔 계열을 갖고 있는 이 나라 최고의 재벌인 타타그룹에서 만든 독자모델로써 2002년쯤 스리랑카 있을때 주로 인도에서 만든 방송을 틀어주는 케이블tv에서 열심히 광고하던 모델로 그 동안 엄청 많이 팔렸는지 길에서 상당히 자주 보여 한 번 타보고 싶었는데 워낙 굶주린 상태서 타본 거라 공정한 판정은 어렵지만 나쁘지 않았다. 예전에 타본 유일한 인도차인 마힌드라의 스콜피오보다 훨씬 전체적으로 나아보였다. 



우리의 택시는 힘이 딸려 언덕길에서는 가끔 에어컨을 꺼야하기도 했지만, 내릴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행복했다.
그렇게 사막같은 곳을 2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한 쿰발가르는 언덕위에 있는 동네로써,
단 한 번도 함락된 적이 없다는 요새를 둘러보고 2Km 떨어져있는 호텔로 향했다.
 

오디 호텔은 현지식 호텔로 시설을 보곤 다시 한 번 이곳 가격의 거품을 느낄 수 있었다.
50불이면 맞을것 같은 이곳은 방은 엄청 넓고 냉장고에 창가에 따로 앚을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되 있긴 하지만, 그냥 모든 것이 좀 후졌다. 원래 한 마하라자님의 헌팅플레이스였다는 이곳은
산위에 위치한 덕분에 시원한 기후와 아름다운 풍광이 있어 전체적인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스리랑카에서도 현지 스타일 호텔을 매우 싫어하던 나는 빨간 바닥부터 영 별로였고 원래 지금 가격이 6000루피라는데 정말 럭키하게 4500에 싸게 왔다면서 여권 보고 생일 축하한다고 하면서도 펑펑 남아돌아 보이는 방들을 놔두고 절대 무료 업그레이드따윈 없었다.(절대 그래서 이 호텔이 마음에 안 든건 아니다)

짐을 풀고 프론트에 가서 다음날 탈 버스를 알아봤는데 절망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우다이푸르에서 조드푸르로 가는 길은 라낙푸르를 들러서 가고, 이곳은 그 길에서 벗어났으며,조드푸르로 가려면 이곳에서 2시간에 한번 있는 버스를 타고 사이라라는 곳까지 가서 다시 라낙푸르로 가는 버스를 타고 거기서 조드푸르로 가야 한다는 것 이었다. 
시간은 중간에 기다리는 시간 빼고 6시간 정도..

호텔의 제네럴매니저는 여기까지 와서 버스를 타고 가겠다는 우리를 아주 재미있다는 듯이 보고 있고,
아내를 생각해서 왠만하면 택시를 알아보라는 말에..

고민 끝에 호텔 앞 유일한 슈퍼이자 사파리 관광회사이자 택시회사인 구멍가게에 가서 물어보니 2500루피.
에어컨은 당연히 없지만, 우다이푸르에서 여기까지 80키로를 흥정해서 1000에 왔으니 지금 구간은 200키로정도로 가격은 시골인 만큼 많이 바가지는 아니었다. (택시비는 시외로 나갈때는 one way라도 돌아오는 것 까지 계산해 줘야한다)

한국돈으로 5만원이 넘는 큰 돈이고 오늘 이미 택시를 타고 여기까지 왔는데.. 라는 생각에 망설였지만 자리도 똑바로 없는 일반 버스를 3번 갈아타고 가는 건 꽤 끔찍했기 때문에 달룡이랑 나랑 "please~"를 연발하면서 2000루피에 해달라고 매달려서 간신히 다음날 11시에 출발해 라낙푸르의 사원에 들러 구경도 하고 가기로 했다. 옆에서 직원이 안된다는걸 해준 사장님 만세다.

예약을 마치고 다시 열발자국 걸어 호텔로 돌아온 우리는 본격적으로 쉬었다. 수영장은 너무 추워 들어갈 수 없었고 방에서 별 것 없이 쉬었는데, 한적한 시골의 공기와 풍경에 심신이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호텔 가격만 좀 착하면 며칠 더 쉬어 가고 싶었다.


저녁에는 호텔서 먹었는데 치킨말고 다른것 좀 먹고 싶었지만 메뉴는 vegetarian을 빼면 치킨들의 대 향연이다, 특히 지방오면 치킨, Mutton 두가지 말고는 남의 살을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난 부리야니 여보는 grilled stuffed chicken을 먹었는데 역시나 호텔 수준 대비 음식값도 비쌌지만 그래도 음식은 꽤 맛있었다.

밥을 먹고 나니 또 생일 케잌을 가져다줘 인도와서 세번째 생일케잌을 먹었는데, 순박한 이곳의 분위기 탓인지.. 직접 구워다 준 삐뚤삐뚤 볼품없는 이 케익은 두 Taj 호텔에서 먹은 것 보다 맛있고 감동적이었다.

세 곳의 호텔에서 생일카드도 받고 케익도 받고 다른 것들도 받고.. 이렇게 기억에 남는 생일도 없을 것 같다.역시 여행은 생일을 끼고 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