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2/10 다운타운 샌프란시스코 (2/2)

알카트라즈를 보고 나서 점심을 뭘 먹을까 고민을 했다. 원래는 Fisherman's Wharf에서 Boudin을 가려고 했으나, 관광지에서 돈은 돈대로 쓰고 만족도는 높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 고민끝에 다시 차이나타운을 가기로 했다. 비도 오고 은근히 보양식인 오리가 생각나서 무작정 차이나타운으로 가서 오리 메달아 놓은 곳이 보이길래 근처에 차를 세우고 들어갔다. 대부분의 직원은 영어조차 못했고 그나마 외국인 답당 서버로 보이는 아줌마한테 오리 반 마리와 마파두부를 하나 시켰다. 기름기가 가득 흐르는 보기만 해도 오리가 나오고 서비스로 오리뼈탕까지 나오니 역시 잘한 선택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파두부는 상대적으로 조금 떨어졌는데 그래도 잘 먹었다. 우리가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주로 테이크 아웃을 해가는 것을 보고 꽤 인기집이구나 하며 스스로의 선택에 만족해했는데 이렇게 먹고 총 17불밖에 안나오는 가격은 더욱 놀라웠다. 가격도 훌륭하고 맛도 훌륭해 만족스런 식사를 한 식당은 밖에 Kam Po라고 써 있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꽤 유명한 bbq집이었으니 재수좋게 잘 찾아간 행운의 맛집이었다.

밥을 먹고 나서는 이제 차를 돌려줄 시간이 되어 다운타운에 있는 렌트카 사무실로 향했다. LA에 도착해 2주간 빌렸던 차는 캘리포니아내에서는 one way fee가 붙지 않는 조건으로 빌린 덕분에 이곳에서 반납을 할수 있어서 오늘 반납하고 하루 다운타운에서 자면서 다운타운을 보고 내일 시애틀로 비행기로 갈 일정이었다. 딱히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애틀로 날아갈 계획을 처음부터 세운건 아니었는데 비행기 가격도 80불에 저렴히 갈수 있어 쓸데없이 다시 남쪽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꽤 최적화된 일정이 나오게 되었다.

그래서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서 하루 자고 가게 될 호텔은 Nikko 호텔로 예약을 했다. 차를 반납하는 곳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었고, 그외 구경할만한 중심가에 있어 위치도 좋고 시내임을 감안하면 다른 곳보다 싼 120불에 예약할 수 있었다. 시내라고 주차비가 무려 50불이나 하는 것을 보니 차를 돌려주고 온게 뿌듯했다. 방은 미국 호텔치고는 상당히 작아 일본체인이라고 일본식 사이즈를 적용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지만 그래도 짐풀고 하기에는 전혀 무리가 없었고 전망도 괜찮았다.

Powell st과 Pacific st이 만나는 곳 중심의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은 아주 큰 다운타운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밀집되어 있고 활기찬게 분위기가 좋았다. 특히 다른 도시에서는 볼수 없는 레트로한 모습의 전철들과 버스들이 더욱 아름답게 해줬다. 샌프란시스코하면 대중교통으로 트램만 먼저 떠올랐지만 앞서 말한 것들 외 지하철까지 깔려 있어 서부 도시들 중에는 대중교통이 가장 훌륭한 곳으로 보였다. 길거리 매장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브랜드들은 다 있을 정도로 없는 것이 없었는데 미국와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대형 cd매장인 Virgin Megastore도 보이길래 기뻐 뛰어 갔더니 얼마전 망한 모습으로 건물만 남아 있었다.  그나마 Rasputin이라는 동네 매장이 상당히 크게 있어 cd, bluray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시내에 있는 Walgreen을 들어갔는데 반가우면서도 신기한 것들을 팔고 있었다. 바로 농심 사발면들이었는데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서는 볼수 없던 다양한 맛들이 있었다. 라스베가스에서도 닭계장맛은 사먹어 봤지만 여기엔 씨푸드, 새우, 쇠고기 순한맛, 랍스터 등이 있었으니 매우 놀라웠다. 왜 한국에는 그 지겨운 소고기 국물맛말고는 그래봤자 해산물맛정도인데 이곳에는 이렇게 다양한 맛들이 있는건지. 불가리아나 스웨덴, 멕시코등에서도 그나라 실정에 맞춘 시도를 본적은 있었지만 여기처럼 참신할 정도로 다양한 맛들과 한국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것들은 본적이 없었다. 너무나 궁금해 랍스터 맛과 새우 맛을 사와서 호텔방에서 먹어봤는데 두가지 맛이 큰 차이는 없었다. (새우나 랍스터 건더기도 없는듯)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매달려 있는 오리들



날이 추우니 무엇보다 오리탕이 최고

알고보니 유명한 집이었단 Kam Po 레스토랑

차 반납을 마치고 니코호텔로

미국의 호텔치고는 매우 작던 객실. 그래도 있을건 다 있고 위치도 좋고 만족스러웠다

이제는 거의 다 없어져버린 오프라인 CD 매장들. 여긴 Rasputin이라는 꽤 큰 곳이 남아있었지만 중고 위주의 상품들은 왠지 서글프다 

활기차고 아름답던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이제는 껍데기만 남아있던 버진 메가스토어

마치 틴으로 된 레트로 장난감을 연상시키는 전철

육계장맛 김치맛밖에 없는 농심 사발면인데 여긴 너무나 다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