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4/10 토레스 델 파이네 하산

2박이라고 해봤자 오늘 날 빼고 가는날 빼면 참 짧아 별로 한것도 없는데 벌써 돌아가는 날이다. 우리가 타고 갈 버스(밴)는 오후4시에 호텔에서 7키로 떨어진 공원 입구로 데리러 온다고 했다. 7키로면 대략 2시간이면 걸어가니 두시까지 호텔에서 있다가 나가면 좋겠지만 late check out이 안된다 하여 아침먹고 방에서 짐을 싸서 12시에 맞춰 나왔다.

어제 하이킹 갔던 길에 비해 입구로 나가는 길은 별로 볼 것 없고 황량한데 이쪽은 몇년전 개념없는 방문객이 낸 화재에 다 타버렸었다고 했다. 나가는 길에 여행객 두명이 걸어들어오는 것을 본 것이 여기 와서 호텔 밖에서 본 사람들 처음일 정도로 3일간 비록 춥기는 했지만 한적하고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 터키의 에페스도 비가 미친듯이 와서 관광을 하기로 어려울 정도였지만 덕분에 유적지가 거의 비어있어 더욱 느낌이 특별했던것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으니 역시 여행은 성수기, 비수기, 건기, 우기 모두 상관이 없이 참 많은 것을 준다.

목표가 있어서인지 생각보다 길은 참 멀었고 올때라도 호텔까지 태워다 줬던 것이 너무나 고마웠다. 만약 그걸 걸어왔다면 돌아갈때 달룡이 불만이 한 세배는 더했을 것이다. 그리고 공원내에서는 호텔에서 키우던 말 말고는 짐승이라고는 밥먹을때 찾아온 여우가 다였을만큼 동물들이 눈에 띄지를 않았는데 오히려 입구쪽으로 갈수록 타조, 과나코 등 많이 보였다. 타조와 과나코는 오던 날에도 많이 봤던 동물들이라 치고 신기했던건 잿빛 여우였다. 호텔앞에서 봤던 갈색 여우보다 몸집이 작던 두마리의 잿빛 여우는 먹잇감을 찾는듯 조심스레 긴 풀속에 몸을 숨기고 움직이는데 이 아이들도 참 아름다웠다.

중간에 동물들 사진찍는다고 시간을 지체하고 했더니 입구에 도착을 하니 시간은 두시반이었다. 아직 차가 올려면 한시간 반이나 있어야 하는데 야외에 앉아있자니 춥고 배가 고팠다. 그래서 우리의 라면 포트로 쓰고 있는 전기 주전자와 남은 생수를 들고 매표소로 가서 혹시 이것좀 꽂아줄수 있는지 부탁을 했다. 우리의 서바이벌 스패니쉬와 바디 랭귀지로 이해를 한 매표소 아저씨는 안된다면서 우리를 따라오라고 하더니 매표소 옆의 아저씨 숙소로 들어가더니 뜨거운 물을 한주전자 담아줬다.  난로같은 것 위에 계속 주전자를 올려놓고 물을 끓이나보다.

덕분에 얼마 없던 생수도 안 쓰고 뜨거운 물도 받을 수 있어 거기에 라면을 넣고 뚜껑을 닫은 일종의 뽀글이를 해서 먹는데 완전 꿀맛이었다. 뜨거운 라면 국물을 먹으니 추위도 어느 정도 녹았고, 역시 라면은 야외에 나와 먹어야 제맛이다는 진리를 또한번 느꼈다. 우리 밴은 고맙게도 30분 정도 일찍 도착을 했는데 안에는 러시아인으로 보이는 애들 3명이 타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하루짜리 투어로 온듯 덕분에 우리도 돌아오는 길 여기저기 들러 사진을 찍는 시간을 가지며 올 수 있었다. 뭐 어차피 호스텔 앞까지 데려다 주는 것이고 가봤자 밥 먹고 잘 일만 남았기 때문에 우리도 겸사겸사 투어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호스텔에 돌아와서는 어제 못 먹어 한이된 양고기를 먹으러 나갔다. 지금까지 먹었던 그 어떤 양고기보다도 며칠전 레모타에서 먹었던 양고기가 워낙 맛있었기 때문에 파타고니아를 떠나기 전에 꼭 한번 먹고 싶었다.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는 Don Jorge라는 곳이 양고기가 유명하다 하여 찾아갔는데 7시반인데도 문을 열지 않았다. 시내에 수많은 레스토랑들이 비수기를 맞아 문을 닫았기 때문에 이곳도 장사를 안 하는지 알고 근처 문연 로컬 식당을 가서 mixed grill을 시켰다. 그런데 식당 아줌마가 양고기가 없다는 것이었다. 아쉬운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어쩔수 없이 알았다고 하고 시켰더니 미안해서인지 원래 많이 주는지 너무 많이 나와 배터지는 줄 알았다. 가장 슬픈건 밥 먹고 나와 아까 처음 갔던 레스토랑 앞을 지나가는데 장사를 하고 있다. 아놔 이 게으른 것들 저녁을 대체 몇시에 먹으라고 7시반에도 장사를 안 하고 있던건지.

 

라스 토레스 호텔을 나서면서


뒷 배경과 함께 멋진 라스 토레스 호텔


토레스 델 파이네 와서 많이 봤지만 여전히 신기한 과나코

그리고 사냥감을 노리는 잿빛 여우 두마리

역시 여우는 꼬리다


여행 떠나 먹은 수많은 라면 중 손꼽히게 맛있던 버스 기다리며 밖에서 먹던 뽀글이

여기부터는 1일투어온 러시아인들 덕분에 우리도 덩달아 내려 찍은 관광포인트들..이라고 해봤자 그냥 라이드 올때랑 비슷하다 ㅋ



지금도 아쉬운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의 마지막 저녁. 양고기를 먹었어야 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