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4/10 몰상식한 중국인 호텔덕분에 완전 망친 암스텔담 구경 (2/2)

암스텔담은 이름값을 할정도로 시내에 차도 미친듯이 많고 자전거도 미친듯이 다니고, 사람들도 미친듯이 넘쳤다. 우리는 예약한 호텔을 찾아갔는데 시내 중심이라 근처에는 잠깐 차 세울 곳도 안보이고 오래된 도시답게 길이 바둑판과는 거리가 멀어 세바퀴를 크게 돌고서야 길가에 유료 주차를 할수 있었다. 우리가 Hotel Mevlana라는 잊지못할 이 호텔을 예약한 이유는 단 한가지. 60유로라는 시내한복판 호텔 치고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booking.com 설명에 호텔 인근에 공용주차가 무료라고 표기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잠시 주차한 길거리 주차나 지하 주차장 모두 한시간 5유로가 넘을 정도로 암스텔담 물가는 북유럽 부럽지 않았다.

암튼 체크인만 바로 하고 차를 인근의 무료주차에 옮길 생각에 달룡이는 차에 놔두고 나 혼자 호텔에 뛰어갔다. 리셉션은 좁은 계단으로 올라가 2층에 있어 올라갔더니, 호텔의 전직원은 중국인들밖에 없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이미 호텔 분위기는 낡아 빠졌는데 예약사이트 설명에 new라고 한걸 보니, 원래 있던 호텔을 중국인이 얼마전 매입해서 운영을 하나보다.
암튼 예약이 되어 있다고 얘기를 한 후 주차를 물어보니, 나를 체크인 해주던 놈이 아주 기분나쁘게 웃으며 무료 주차따위는 없다고 한다.
너무나 황당했지만 무슨 소리냐 너네가 올려놓은 booking사이트에 분명히 호텔 근처에 무료 주차장이 있다고 해서 그것때문에 예약을 했다고 하니, 그럴리가 없다며 오히려 지네가 예약사이트를 다시 찾아봤다. 하지만 당연히 내 말이 맞았고, 지네끼리 쑥덕거리더니 무료주차가 있다고 지도에 어디를 그려줬다. 그 위치가 시내에서는 20분 정도 떨어진 시내 북쪽이었는데 이쪽가면 차 세울곳이 있으니 차를 세우고 시내버스를 타고 오라고 했다. 어이가 없지만 그래도 이 비싼 시내에서 무료 주차를 할수 있는곳이 어디냐며 외곽이니 환승 주차장같은게 있나보다했다. 버스비는 얼마냐니 2.6유로인가 한다고 했다. 왕복 5유로가 넘는 돈인데 내가 뱉어내게 생겼다. 암튼 버스비는 나중에 얘기해보기로 하고 차 있는 곳으로 가서 달룡이한테 신용카드를 한장 주며 먼저 체크인 해서 방에 있으라고 한 후 나는 주차를 하러 갔다.
시내를 다시 한 바퀴 돌아, 북부로 나가는 지하터널을 타고 20분 정도 운전하고 가니 내비에 찍고간 그사람들이 말한 위치가 나왔는데, 무슨 주차장 빌딩이라도 기대한 나를 비웃듯 그곳은 그냥 사람들 사는 동네에 길거리였다. 동네도 그리 안전해 보이지 않는데다가, 거주자도 아닌데 남의 집 앞에 대충 차를 세우고 오라고 한 거였던 것이다. 중국인들이 중국놈으로, 다시 짱꺠로 변하던 순간이었다.
게다가 운전하느라 문자와있는것을 못 봤었는데 달룡이한테 문자가 와 있었다. 신용카드를 안 받는다는 것이었다. (이것 역시 예약할떄 사이트에서 확인한 상황이었다)
이 모든 상황이 짜증나고 황당한것에 나의 분노마저 더해져 다시 폭풍질주를 해서 호텔로 갔다. 대체 거기를 주차를 하라고 보낸것이냐니 보기보단 안전하다며, 호텔 인근이 몇분 거리라는 명시는 안하지 않았냐며 말도 안되는 궤변을 늘어놓고 신용카드는 자기네가 신규오픈한지 얼마안되서 기계가 없다며 atm가서 뽑아 오란다. 지네가 atm수수료도, 시내버스비도 안내줄거면서 너무나 뻔뻔한 짱깨들에게 드디어 푹발한 나는 너네가 대체 호텔이냐며 주제가 안되면 장사하지 말라고 지랄을 한 후 난 이돈 못 낸다고 행여나 나중에라도 벌금 먹일 생각하지도 말라고 했더니 그건 부킹에 나보고 알아보란다. 지네가 구라친것은 상관도 안하고 규정에 있는대로 예약을 한후 숙박을 안하면 숙박비용을 통째로 내야하는 것을 행여나 받아먹을까 싶었지만 난 짱꺠를 여전히 잘 몰랐다. 예전에 싱가폴에서도 비행기안에 있는 내가 연락이 안되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방을 딴 사람에게 팔아먹고 배째라고 나와 밤 10시에 호텔찾기에 실패하고 노숙을 한 슬픔 경험이 있는 나는 그후로 중국인이 아닌 짱꺠들의 상도덕을 믿지 않는다.

암튼 그호텔을 박차고 나왔지만 비싸디 비싼 암스텔담 시내에 당일로 60유로짜리는 커녕 이비스호텔도 150유로를 하는데 방은 전혀 없었다. (야박한 네덜란드인들은 심지어 이비스 호텔에 로비 화장실마저 방키를 긁어야 사용이 가능하게 만들어놨다.)
결국 고민끝에 근처 맥도날드로 가서 음료수 하나를 시켜놓고 무료 와이파이를 써서 호텔을 검색해봤다. 시내 호텔은 300불 밑으로는 택도 없었다. 호스텔 dorm은 조금 싸게 1인당 70불선까지 찾았으나 역시 주차가 문제로 하룻밤에 보통 50유로라고 적혀있었다. 네덜란드나 벨기에는 호텔을 예약해보니 정말 놀란게 호텔가격이 북유럽보다 더 비쌌다. 저가 숙소가 150불이상, 알만한것은 300불, 심지어 브루셀같은 곳은 800불 밑으로는 검색도 안되었었다. 호텔값을 제외하고라도 암스텔담의 물가는 북유럽 저리가라 할정도로 엄청 비쌌다.

반경을 좀더 넓게 검색을 해보니 익스피디아에서 무려 36유로짜리 호텔이 하나 검색되었다. 위치도 암스텔담에서 3-40분 정도 걸리는 곳으로 그리 멀지 않은데다가 무료주차에 가격은 f1보다도 싸니 주저없이 예약을 했다. 이미 망친 우리의 암스텔담 구경은 그래서 결국 길거리주차 한 시간 만큼 세시간 정도 본것으로 끝나야했다. 난 아직도 분노로 이글이글 타오를 때나 사실 시내 모습이 별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지만, 집 앞까지 수로가 나있고 배가 들어오고 뭔가 거미줄같이 얽힌 모습은 확실이 특색있었고 게다가 마리와나 냄세 가득한 골목들까지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수 없는 풍경들을 몇시간만에 떠냐야 하는게 아쉬웠다. 심지어 할것없는 헬싱키같은데서도 3박씩 했는데 암스텔담을 호텔 짱꺠들과 실랑이하며 시간 다 보내고 세기간도 못 보고 가야하는게 화도 나고 나중에 생각해보니 가장 여운이 많이 남았지만 일정은 정해진것 다음을 기약할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급하게 예약한 호텔은 암스텔담에서 30-40분밖에 안 떨어져 있었는데 놀랍게도 암스텔담을 10분만 벗어나니 도시의 모습은 찾을수도 없는 고요한 시골 모습이 시작되었다. 집집마다 보도블록처럼 수로가 가든 높이까지 올라와 있었고 간혹 물레방아도 보이는게 도시와는 너무나 달랐다. 우리 호텔은 Warder라는 작은 동네에 있는 HEM 't Tolhuus 라는 곳이었는데 호텔을 제외하고는 차로 15분 거리에 식당하나 없을 정도로 조용한 마을이었다. 하지만 가격을 믿을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도 좋고 방도 loft로 다락까지 있는 너무나 좋은 곳이었다. 아마도 위치떄문에 손님이 없어 방을 싸게 때리고 음식등으로 이윤을 남기려나본데 우리에게는 너무나 행운이었다. 호텔 바로 앞에든 뚝방이 있고 거기에는 양이 풀을 뜯고 뚝방 너머로는 호텔이 있는 지대보다 더 높은 호수가 있는것이 네덜란드 느낌을 물씬 내주었다. 전화위복이라고 만약 그 짱깨들이 없었다면 이런곳도 절대 못 와보고 갔을것이라고 생각을 하니 쌓였던 분노가 조금 풀렸다. 근처에는 식당도 없고 호텔은 저렴한 방값을 음식값으로 커버하려 했기에 우리의 저녁은 뽀글이였다.
시간만 있었으면 네덜란드의 이런 지방들로 며칠 더 다녀보기도 하고, 여기를 베이스로 암스텔담 시내 구경도 며칠 더 했으면 좋겠는데 쉥겐 조약이 뭔지 내일 다시 벨기에로 가야하는게 너무나 아쉬웠다.


유럽의 다른 도시와는 사뭇 다른, 자신만의 색이 강한 암스텔담

이곳 역시 부활절 덕분에 토끼가

우리를 제대로 엿먹인 Hotel Mevlana. 이름에 속지말자. 메블라나반점이다.

물이 높이가 무엇보다 인상적인 암스텔담

유럽 최고의 유흥가인 암스텔담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모두 프렌치 프라이 원조라며 서로 유명하다는데 암튼 이 곳은 맛 있다.
산처럼 쌓여있는 프라이들

성인용품은 물로 어딜가나 마리화나 냄세가 안나는 곳이 없는 'coffehouse'들 거리
미친듯이 쌓여있는 자전거 주차장

드디어 잘수 있는 호텔로 출발. 시내를 10분만 벗어나니 이런 한적함이

호텔앞에 뛰어놓고 있는 양떼들

깨끗하고 넓고 특색있고 싼 만족 100배 호텔


동네에 있던 유일한 상업 건물로 보이던 우리 호텔
땅보다 훨씬 높던 호수

집과 집 사이를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는 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