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0/10 최후의 만찬

밀라노로 굳이 다시 돌아온 이유는 단 한가지, 최후의 만찬 때문이었다. 
신혼여행으로 밀라노에 처음 갔을 때 별 생각없이 최후의 만찬이 있다는 교회를 찾아갔더니 이곳은 사전예약을 한 사람들만 볼 수 있는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게다가 그 후로 다빈치 코드가 워낙 세계적으로 최후의 만찬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켜놔서 이제는 왠만큼 사전에 예약하지 않고는 보기가 어려울 정도가 된듯했다. 우리도 이태리 여행을 계획하면서 거의 한달전쯤 예매를 하려고 했는데 이미 밀라노 도착일인 3월1일이나 2일은 표가 없어서 이태리를 out하는 이 때로 예매를 하게 되었다.
브로커 사이트에서 구매를 하면 날짜가 가능할 수도 있었는데 같은 표를 돈 더 주고 사면서 남의 배를 불려주기는 싫어서 vivaticket.it 이라는 공식사이트에서 예매를 해뒀다. 덕분에 가격은 표값 6.50+예매비 1.50 총 8유로씩 주고 구매할수 있었다.

우리의 관람 시간은 10시 15분으로 예매는 15분 단위로 가능했다. 한마디로 한 그룹에게 할애된 시간은 15분씩으로 그 시간이 지나면 나와야 했다. 호텔에서 가까운 Lima역에서 최후의 만찬이 있는 Santa Maria delle Grazie라는 교회까지 지하철을 타고 Conciliazione역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어갔더니 5년전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 교회가 나왔다. 그때도 비가 왔던것 같은데 오늘도 날씨가 영 좋지가 않다.
교회 옆에 따로 있는 최후의 만찬을 입구로 들어가 표를 찾아 조금 기다리다보니 10시 15분에 칼같이 문이 열리고 우리 그룹을 입장시켜 줬다. 3개의 문을 통과하며 최대한 우리에게서 불순물은 걸러내고 비로소 최후의 만찬 벽화가 있는 방에 들어갈수 있었다. 저장고였다는데 왜 저장고에 그림을 그렸는지는 모르겠다만 암튼 한 쪽 벽에는 그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최후의 만찬이 그려져 있었고 반대쪽에는 최후의 만찬에 묻혀버린 비운의 다른 화가의 작품이 있었다.

수도없이 사진으로 보아왔고 다빈치코드를 읽을 때도 유심히 본 같은 그림이지만, 역시 오리지널로 본다는 것은 너무나 대단했다. 게다가 정해진 소수의 인원만을 그 방에 집어넣고 카메라는 물론 안되고 땅의 진동까지도 체크를 하며 조심스럽게 명화를 보여주는 분위기에 압도되어 천천히 그림을 가까이서도 보고 멀리서도 감상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림속의 마리아설을 꽤나 믿는 편인데 그래서 그런지 아무리 봐도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그게 누구인들 무슨 상관이랴. 어차피 다빈치도 그 자리에 있다가 기록을 한 것이 아니고 자신이 믿는 것을 그린 것 이었을텐데. 이 명화를 앞에 두고 과연 예수님 옆의 인물이 누구인지를 따지기 보다는 단지 이 명화에 빠져 그림 자체를 감상하는 것이 우리같은 문화 초보생들에게는 더욱 어울리는 행동이었다. 예약이 매우 번거롭고 결국 이것때문에 다시 밀라노로 돌아와야 했지만 조용하고 한적하게 천천히 명화를 감상할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 모든게 충분히 가치 있었다.
우린 다음 그룹이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방의 반대쪽으로 난 출구로 그방에서 쫓겨났다.

최후의 만찬을 본 후 어제 일식집에서 만난 분들께서 강추해주신 판자로티를 먹기위해 다시 두오모 근처로 돌아왔다. 신혼여행때 갔었던 스트라프(Straf) 호텔 뒤쪽으로 살짝 후미진 곳에 있는 Luini라는 빵집이었는데 그분들의 추천대로 이미 이른 아침임에도 사람들이 꽤나 많이 있었다. 다른 빵이나 파이 종류도 있었는데 역시 최고 인기는 판자로티. 이태리의 만두같은 음식이었는데 나중에 먹어본 스페인 쪽의 엠빠나다(엔파나다)와 거의 같은 음식에 갖가지 필링을 채워 넣은 빵이었다. 어느 것을 먹어볼까 고민을 하다가 치즈맛과 토마토 소스+치즈 맛을 시켜 먹었다.
역시 들은 대로 맛 있었고 식사대용으로 먹어도 충분할 만큼 든든해서 한개씩 더 사먹고 마지막으로 두오모를 한번 더 힐끗 쳐다보고 호텔로 돌아왔고, 아침부터 좋지 않던 날씨는 무려 눈내리는 두오모를 볼 수 있도록 해줬다. 


호텔로 돌아와 짐을 들고 밀라노 센트랄역으로 와서 공항버스를 탔다. 밀라노 처음 오던날 사 두었던 공항버스 티켓을 꺼내 바로 탔더니 생각보다도 일찍 공항에 도착해 5시 40분에 출발하는 마드리드행 비행기에 탑승하기까지는 무려 4시간 가까이 남았지만 우리에겐 priority pass가 있었다. 호텔의 무료 인터넷은 호텔 수준이 아니라 보통 그나라의 문화가 더 컸는데, 이태리에서는 그러고보니 호텔방에서 편히 인터넷 쓴 것은 소렌토에서 있던 호텔 말고는 내 돈내고 썼던 빌라 라 보르게타가 유일했다. 덕분에 업데이트도 밀리고 다른 예약 및 조사 밀렸던 것들도 산더미라 이럴때는 프라이오리티 라운지 패스가 더욱 소중했다. 사실 인터넷 하다 가려고 공항에 일찍 오긴 했는데 뭔 놈의 라운지가 치사하게 무료 와이파이를 30분짜리 스크래치카드만 찍 줬다. 하지만 이것저것 인터넷 쓸게 꽤 많아 사정사정 해서 4장 정도 얻어 쓸수 있었다.


5년전 왔다 헛걸음만 치고 돌아갔던 최후의 만찬이 있는 교회

교회 옆으로 따로 있는 이곳이 보러가는 입구
5년을 기다려 받은 감동의 티켓. 표값을 달랑 8유로만 냈더니 감동이 두배!

여기까지만 사진이 허용되고 저 문이 열리고 들어가면 사진 촬영 불가. 저기 말고 문을 두개인가 더 지나갔다.

최후의 만찬의 감동을 뒤로하고 먹으러 온 판자로티

보기 힘든 눈내리는 두오모

저가항공 덕분에 밀라노 공항도 3개인가 있는데 이곳이 메인 공항인 Malpensa


라운지중 가장 장시간 있어던 것 같은 이 곳. 샌드위치도 다양하고 먹는 걸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와이파이가 야박했다. 이태리는 왜 이리 무료 와이파이에 야박한지..